1286. 이사-16-
* * *
"그래요, 그럼 20분 뒤에 거기서 봬요."
'캬, 봤지? 여자들이 이렇게 쉽다니까?’
[너무 자신만만하신 거 아닙니까? 정말로 코인 대박인지 뭔지가 궁금해서 접근하는 걸 수도 있잖습니까?]
'그래봐야 결과는 변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내가 돈이 많아 보여서 접근하는 거라면, 따먹는 건 시간 문제겠지.’
[그건 당연히 그렇겠죠?]
'반대로 내가 어떻게 코인 투자했는지가 궁금해서 그런 경우라도 어쨌든 나한테 대가를 지불 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없고.’
[그 대가가 꼭 섹스를 의미한다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대가라는 건 상대가 원하는 걸 들어준단 소리야. 거래란 각자의 요구가 일치될 때 성사되는 법이니.’
[어쨌든 주인님은 어떤 경우라도 이지양을 눕히시겠다?]
'그렇지. 난 오히려 발랑 까진 여자길 바라고 있어.’
[중고거래의 달인 옵션 때문에요?]
'어. 남자 경험 제법 있게 생기지 않았어?’ 이지는 평범보다는 조금 예쁜 얼굴이었다.
다만 몸매는 대부분 남자들이 극호하는 타입이었는데, 마르지 않고 적당히 살집이 붙은 글래머였다. 즉, 뱃살도 좀 있지만 바스트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 75C와 85B는 볼륨만 따지면 후자가 오히려 큰 법이니까.
'글쎄요. 이제것 겉보기랑 전혀 다른 경우를 워낙에 많이 봐서요.’
[난 아까 확신했는데?]
'언제요?’
'카탈로그 들고 올 때 윗단추 하나 푸는 거 보고.’
[아···.]
'자신의 장점을 이용해 남자를 꼬셔 본 경험이 있는 여자야. 판매직에 종사하는 걸 봐선, 사람 상대하는 데 익숙한 외향적인 성격일 것이고. 대체로 그런 여자들이 성경험이 많거든.’
[그건 또 왜 그렇죠?]
'옛날에 왜 결혼하면 와이프 바깥일 시키지 말라고 했겠어? 서 비스직에 종사하다 보면 다른 남자들과 부딪힐 일도 많고, 빈도수가 많다 보면 꼭 주변에 껄떡대는 놈들이 나타난단 말이지. 자꾸 옆에서 흔들어대면 제아무리 요조숙녀라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동할 수밖에 없고.’
[마치 경험담 같은 소리군요.]
'쓰읍. 암튼 이지는 경험적으로 볼 때 충분히 원나잇이 가능한 타입으로 보여. 이름부터가 쉽잖아. 이지 컴, 이지 고. 쉽게 따먹고, 쉽게 치우고.’
[어디 주인님 생각이 맞는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나는 차를 타고 이지가 알려준 장소로 이동했다. 맛집이나 술집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였는데, 평소 자주 노는 대학가 주변과 달리 퇴근한 직장인들이 주로 보였다.
'확실히 노는 물이 다르군. 하긴 애들 노는 데 직장인이 가진 않을 테니.’
나는 이지가 미리 예약했다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막창가게였는데, 실내 인테리어가 연식이 있어 보였다.
[저녁 대접하는 것 치곤 좀 부실한 거 아닙니까?]
'아냐. 모르긴 몰라도 이런 허름한 곳이 맛집인 경우가 많거든.’
"이쪽이요!"
먼저 도착해 있던 이지가 테이블에서 손을 흔들었다.
"또 뵙네요."
"오시는데 막히진 않으셨어요?"
"네?"
"여기 퇴근 시간대 엄청 막히거든요."
"뭐···. 그럭저럭요."
"막창은 좋아하세요?"
"네, 뭐든 잘 먹습니다."
"다행이네요."
자리에 앉는데 서빙하는 이모가 소주부터 내놓았다.
"깡소주는 조금 힘들 것 같아서 겸사겸사 막창집으로 골랐어요."
"네, 좋아요. 근데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누님 아니세요?"
"그래도 초면이니까."
"아까 보고 또 보는 거니까 이제 구면이잖아요. 저 올해 스물셋이요."
"정말? 난 여섯."
"그럼 누나네요. 누나라고 부를게요."
"그래. 너도 편히 해도 돼."
이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하대를 했다. 이것만 봐도 남자 경험이 상당한 느낌이었다.
'쉬워도 너무 쉬운데.’
[어허, 방심 마시라니까요.]
"안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일단 한 잔 할까?"
"그래요."
서로 잔을 채우자 이지가 건배를 제안했다.
"첫 잔은 원샷으로?"
"상관없어요."
"오, 술 센 편인가봐?"
"제가 어디가서 취해본 적이 없거든요."
"히잉. 진짜? 나는 금방 취하는데···. 취하면 누가 업어가도 몰라."
이지가 시작부터 밑밥을 깔았다.
아무리 봐도 오늘 밤 모텔각이다.
처음엔 가벼운 주제로 담소를 나누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자 어느새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이지는 웃음이 헤픈 여자였는데, 별것 아닌 말에도 깔깔거리며 호응해 주는 게 성격이 참 유쾌해 보였다.
"암튼, 도훈이 네 덕분에 이번 달 매출 벌써 다 채웠어. 고마워."
"평소에 상사가 실적으로 쪼는 편인가봐요?"
"아니. 대놓고 그런 건 아닌데 은근슬쩍 쫑크 준단 말이지. 그리고 나중에 고과에도 반영되고."
"아하."
"그리고 나도 자존심이란 게 있잖아. 판매직이 영업실적이 안나오면 그게 얼마나 스트레슨데."
"하긴, 그렇겠네요."
"어휴, 매달 매출 보고 할 때마다 살 떨려 죽겠어. 이놈의 직장확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왜요? 아까 저한테 제품 설명하시는 거 보니까 이쪽 일이 적성에 맞는 거 같은데."
"그래봐야 얼마나 하겠어. 시집가서 애 낳기 전까지만 하는 거지."
"아항."
"뭐, 아직 결혼할 나이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쵸. 이제 한창인데."
"맞다, 도훈이 넌 그럼 결혼할 여자는 있는 거야?"
이지가 급커브를 틀며 주제를 전환했다.
처음부터 이 주제를 꺼내기 위해 빌드업을 올린 기분이었다.
"아직요."
"잉? 왜 근데 혼수용품을 다 산 거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나중에 살 거라면 미리 사서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저한테 시집올 여자는, 몸만 오게 하려고요."
"와···. 너 진짜 멋지다. 여자들한테 엄청 인기 많겠다야."
이지가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면서 슬쩍 팔꿈치를 테이블에 얹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데 좌우로 가슴이 압박되며 골짜기가 훤히 드러났다.
전형적인 유혹의 자세.
'애쓰는 구만.’
[의도가 다분해 보이긴 하네요.]
'근데 결혼하려고 각재는 거라면 나도 사양인데.’
[설마 오늘 처음 만난 대학생에게 결혼까지 생각할까요?]
'하긴. 그건 너무 앞선 생각이겠지?’
"인기야 뭐,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죠."
"그럼 지금 여친 있어?"
"글쎄요?"
이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대답이 그래?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거지."
"여사친이라기엔 가깝고, 애인이라기엔 애매한 사이 있잖아요.
그런 여자들은 좀 있어요."
[엇, 이지양을 꼬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맞는데.’
[근데 왜 솔직하게 다 까발리시는 겁니까? 평소처럼 적당히 두루뭉술 넘기시지 않고요.]
'쟤가 골키퍼 있다고 안 들어올 여자 같아?’
[네?]
'남자에 환장한 여자라면 임자가 있든 말든 신경 일도 안쓴다는 소리야. 유부남이라도 개의치 않는 애들도 있고.’
[그럼 이지양이 이해해 줄 거라고요?]
'한 번 떠보는 거지. 어떤 성향인지.’
"호호, 도훈이 너 바람둥이였네?"
"바람은 아니죠. 사귄 건 아니니까."
의미심장한 멘트였다. 섹파는 있었도, 여친은 안 키운다는 소리였으니까. 이지가 말귀를 알아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이것봐라. 순진하게 생겨가지고."
"제가요?"
"하긴 뭐, 여자들이 가만 둘 것 같진 않네."
"누난요?"
"응?"
"누난 애인 없어요?"
이지가 희미하게 웃었다.
속뜻을 짐작키 어려운 애매한 표정이었다.
"글쎄, 있을 것 같아 없을 것 같아?"
"있을 것 같아요."
"땡."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요?"
"정확히는 애인은 없지. 너처럼."
"음···."
[뭐죠?]
'설마 나처럼 섹파만 키우는 걸까?’
[궁금하면 정보창 열어 보시든지요.]
'지금쯤 보는 편이 좋겠지?’
정보창은 호감도에 따라 공략팁의 내용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내가 이지를 따먹을 생각을 하면서도 첨부터 바로 정보창을 열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떡 각을 잡아놓고 펼치는 게 더 상세한 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이지양의 정보창을 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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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김이지(비처녀, 일시 23세 3개월)
나이 : 26 #판매직#불륜녀#잘주는누나
호감도 : 73/100
개방성 : S
성감대 : 봊이, 엉덩이, 똥구멍
*애무 포인트 : 똥까시 받는 것을 즐깁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제품매장 판매직원인 그녀는 남자를 다소 밝히는 타입입니다.
-첫 경험은 다소 늦은 편이지만, 그 뒤로 한 달에 한 번 남자가 바뀔 정도로 화려한 남성 편력을 자랑합니다.
-현재는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유부남 직원과 몰래 불륜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끔 이전에 만났던 남친들과 섹파로 지내는 등, 성적으로 굉장히 문란한 여성입니다.
-물욕이 많은 편이며,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빨리 시집가는 게 꿈입니다.
-추천멘트 : 같이 있고 싶다, 한마디면 그녀는 넘어 옵니다. 단, 그녀가 질척대지 않도록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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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랄 줄 알았다.’
[갑자기 왜 사투리를 쓰고 그러십니까?]
'암튼, 봤지? 딱 봐도 문란해 보이더라니. 한 달에 한명씩 갈아치웠으면 대체 몇 명한테 뚫린 거야?’
[근데 첫 경험이 늦었는데, 남성 편력이 많은 것도 신기하군요.
]
'원래 저런 애들이 있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고 하잖아. 섹스를 몰랐을 땐 순진했던 애들이 맛을 알고 나선 미친 듯이 날뛰는 거지.’
[그건 그렇다쳐도 유부남이랑 불륜은 좀···.]
'불륜만이면 다행이게. 불륜도 하면서 섹파까지···. 어휴, 내 입으로 말하긴 그런데 완전 걸레네.’
[주인님은 좋으시겠군요.]
'크크. 당연하지. 나야 경험이 많은 여자일수록 포인트 벌이가 잘 되니까.’
"알았어요. 자세히 묻지는 않을게요. 각자 사정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
"응, 흐흐. 요새 뭐 그런 거 따지는 시대는 아니잖아."
이지는 솔직한 성격 같았다. 정보창 내용과 말하는 것을 봐서는 일부러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물론 걸레라고 밝힌 것도 아니었지만.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적당히 술도 마셨겠다, 무슨 핑계로 그녀를 모텔로 유인할지 만고민하면 됐다.
"참, 코인 배우고 싶다면서요?"
"맞다, 맞다. 어떻게 하면 너처럼 벌 수 있는 거야?"
"궁금해요?"
"당연하지. 난 돈 많이 벌면 내일이라도 일 때려치울거야."
"에이, 그래도 일은 하셔야죠."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돈을 번 거야? 진짜로 궁금해."
"···맨입으로요?"
"응?"
"설마 저녁 한 끼 사주고 제 투자 노하우를 쏙 빼먹겠다는 건 아니죠?"
"하하, 요것 봐라? 내가 그럼 뭘 더해주면 알려 줄 거야?"
"누나가 먼저 얘기해 봐요.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는데요?"
분위기는 거의 잡혔다.
이제부턴 이지가 선택할 타이밍이었다.
이지는 말없이 눈 앞의 소주 잔을 원샷으로 들이켰다.
"캬아-. 쓰다."
그러더니 잘 익은 곱창을 한 점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었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모습에 말없이 그녀가 결정하기를 기다렸다.
"···갈래?"
"네?"
"뭘 줄 수 있냐면서? 너에게 어차피 돈을 줘봐야 의미는 없을 테고, 다른 걸 줄게."
"어딜 가요 근데?"
"모텔."
"와우."
"왜? 나 별로야?"
"만난 지 두 시간 만에요?"
일부러 한 번 빼자 이지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웃겨. 땡기면 30분만에도 가는 거지. 나가자."
이지는 역시 화끈했다.
대놓고 모텔 가자는 얘기를 서슴없이 할 줄은 몰랐다.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
"대신, 어설프면 재미 없을 줄 알아?"
"기대해도 좋을 걸요?"
나는 어깨를 당당히 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세가 아니라, 근거 있는 당당함이었다.
* * *
"먼저 씻고 올게."
이지가 훌훌 옷을 벗더니 샤워실로 먼저 들어갔다.
도훈은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내더니 창문을 열고 연기를 내뿜었다.
'쉽네, 쉬워. 여자 따먹기가 이렇게 쉬워서야.’
[포인트 벌이만 아니었으면 굳이 꼬시지도 않았겠죠.]
'하긴. 포인트 때문이긴 해. 이젠 미션이나 업적에 목매지 않아도 얼마든지 포인트를 확보할 수단을 마련한 셈이니.’
[포인트는 벌어 무엇하시게요?]
'말했잖아. 천상크래프트에서 수련할 거라고.’
[수련요?]
'8선녀로 로테이션을 짠 것도, 이렇게 아무 여자나 붙잡고 포인 트를 확보하는 것도 모두 무공을 완벽히 익히기 위해서야. 무공만 제대로 익히면 PK단이고 뭐고 쫄지 않아도 되니까.’
[설마 호신용이 아니라···.]
'그렇지. 언제까지 도망다닐 순 없어. 상어밥이 되느니, 상어가 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거든.’
[아, 아니 주인님···.]
도훈이 로시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샤워실로 들어간 이지가 타월도 걸치지 않고 나신으로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풍만한 몸에 색기가 줄줄 흘렀다.
"도훈이 너도 씻고 와."
"그냥 바로 하면 안 돼요?"
"그럼 안 빨아준다?"
"쳇. 알았어요."
도훈은 홀딱 벗고 있는 이지 앞에서 천천히 옷을 벗었다.
걸치고 있던 상의를 벗자 이지가 입을 크게 벌리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아···. 너 몸 진짜 예쁘네. 처음 봐, 이렇게 근육 많은 사람."
"전 위보다 아래가 더 자신 있는데."
"응?"
이번엔 바지와 팬티까지 모두 내렸다.
살짝 발기되어 덜렁거리는 대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지가 아까보다 더욱 크게 입을 벌렸다.
"우아!"
절로 우아소리가 나올만큼 늠름한 도훈의 대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