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3.. 이사-13-
* * *
채원은 벽에 기대 잠든 영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도훈이 옷방으로 들어간 지 어느덧 5분이 넘었지만, 채 원은 선뜻 영철을 건드릴 수 없었다. 속으로 끊임없이 갈등이 밀려왔다.
'정말 나보고 오늘 처음 본 저 오빠랑 하라는 거야? 심지어 잠들어 있는데 일부러 깨워가지고?’
몇 번을 생각해도 도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채원은 변태적인 취향이 아니었고, 섹스에 환장한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성욕에 지배당한 남자들은 만난 지 5분 만에 곧바로 섹스를 할 수도 있다지만, 적어도 채원은 그런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채원이 마냥 순진한 여자는 아니었다. 남자들의 본성을 알 만큼 알았으며 이를 이용해서 가지고 논 적도 더러 있었다. 줄 듯 말 듯 간 보면서 애간장을 녹일수록 남자들이 자신을 원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오히려 자신이 도훈의 먹잇감이 된 꼴이었다.
'으으, 열 받아. 나를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는 거잖아?’
도훈의 의도는 노골적이었다. 자신의 사랑을 받고 싶으면, 군소리 없이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짧은 순간 수없이 고민했지만, 채원은 도저히 이것만은 따를 수 없었다.
'도저히 못 하겠어. 이건 정말 아니야.’
채원은 도훈에게 못하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쓰리썸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아무리 자신이 도훈을 갈구해도, 선을 넘고 싶진 않다고.
이제껏 도훈이 어떤 여자들을 만나왔는지 몰라도, 자신은 그런 부류가 절대 될 수 없다고.
채원이 몸을 일으켜 옷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도훈에게 가려던 순간이었다.
"읏!"
갑자기 팬티 밑에서 찌릿하는 자극이 올라왔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자극에 채원은 자기도 모르게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흐읏, 왜, 왜이래 갑자기···.’
몸에 좋은 크림이 팬티 면에 흡수되면서 마찰이 발생한 것이었다. 채원은 순식간에 밀려오는 자극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 어떡해. 내 몸이 왜 이러지?’
물먹은 봄 잔디처럼 애액이 주르륵 밀려 나왔다. 어찌나 축축한지 팬티가 흥건해질 정도였다. 채원은 자기도 모르게 진정하기 위해 치마 위로 지그시 손을 눌렀다.
"하악!"
그러나 그 순간 찌릿- 한 감각과 함께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마치 초강력 딜도를 넣고 휘저은 것마냥 찌르르한 감각이 밀려온 것이었다.
'허윽, 왜 이래 대체···. 왜 더 심해지는 거야.’
채원은 당장이라도 쑤시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봊이가 벌렁거리며 딱딱한 것을 요구했다. 순식간에 차오른 성욕이 이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하아···하아···. 뭐라도 제발···.’
채원은 욕정을 이기지 못하고 치마 안쪽으로 손을 밀어 넣어 팬티 위를 어루만졌다. 팬티가 대음순에 닿을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극이 밀려왔다.
"하아앙-!"
채원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당장 어찌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처럼 갈증이 노도처럼 밀려왔다.
'어, 어떡해 더 참을 수가 없어···.’
결국 채원은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팬티를 젖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하앗, 하앗!"
그러나 해갈을 위해 바닷물을 마신 사람처럼, 충족을 위해 넣은 손가락은 그녀의 욕구를 더욱 증폭시켰다.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된 채원은 갑자기 젖가슴을 움켜쥐며 손가락을 넣다 빼기 시작했다.
찌꺽-찌꺽-
'응, 뭐야. 깜빡 잠들었었나?’
그때 벽에 기대 잠들었던 영철이 눈을 떴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본 것은 치마 속에 손을 넣고 찌걱대는 채 원의 자위 장면이었다.
'흡! 저, 저게 뭐람?’
놀란 영철은 차마 깨어났다는 내색도 못 하고 다시 잠든 척 재빨리 눈을 감았다. 혈중에 스며든 알콜 기운 때문인지, 심장이 미친 듯 쿵쾅거렸다.
'뭐야?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영철은 믿기지 않은 광경에,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귓속을 파고드는 것처럼 들리는 질척이는 소리는 분명한 자위할 때 나는 찰진 마찰음이었다. 조용한 방안에 음탕한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찌걱-찌걱-찌걱-
"하아앙, 누가 나 좀 어떻게 좀···."
영철이 게슴츠레 실눈을 뜨며 상황을 파악했다.
여전히 술상이 차려진 안방.
먹다 남긴 안주와 텅 빈 맥주가 치워지지도 않고 남아있었다. 도훈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채원은 극도로 흥분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서 자위를 하는 중이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도훈이 형은 대체 어디 가고·
··. 근데 채원이는 왜 갑자기 저러고 있는 거지?’
영철은 믿기지 않는 장면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끼워 맞춰 보았다. 자신이 깜빡 잠든 사이 도훈이 옷방으로 자러들어갔고, 혼자 남게 된 채원이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대놓고 자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찌걱-찌걱-!
"하앙, 하앙!"
정신줄을 놓은 듯한 채원의 모습에 영철이 침을 꼴깍 삼켰다.
'이, 이건 나를 유혹하는 거지? 틀림없잖아. 제아무리 술버릇이 해괴망측하다고 해도 내 앞에서 보란 듯 자위를 하는 건 그렇게밖에 해석이 안 되는걸.’
점점 흥분하기 시작한 영철의 잦이가 단단해졌다.
잦이로 피가 몰리자 영철도 점점 이성이 마비되어 갔다.
'맞아. 아까 나보고 라면 먹고 가라고 했잖아. 여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백퍼 같이 자자는 뜻 아냐? 도훈이 형은 사촌이니까 설마 도훈이 형 보고 한 말은 절대 아닐 거잖아?’
채원이 시그널을 보내고 있음을 직감한 영철은 슬슬 마음이 동했다.
'빼박이야. 이건 나보고 따먹어 달라는 사인이라고. 줘도 못 먹는 병신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
몸이 단 영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미 바지 속은 터질 듯이 꼴려 있었다. 간만에 여자랑한다고 생각하니 귀두는 벌써부터 쿠퍼액을 흘려댔다.
하지만 영철은 생각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치만··· 채원이는 도훈이형 사촌동생인걸.’
영철을 주저하게 만든 건 채원과 도훈의 관계였다. 차라리 길가다 헌팅을 했다거나, 나이트에서 부킹으로 꼬신 여자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처음 본 여자와도 자본 적이 더러 있을 만큼 원나잇 경험이 많았다. 하지만 해당 여자가 지인과 관계가 있는 여자라면 얘기가 전혀 달랐다.
마음 편히 먹버를 할 수도 없고, 자칫 일이 잘못되면 도훈과도 척을 지는 것이었다. 도훈을 질투하면서도, 마음속깊이 동경하던 영철에게 도훈은 쉽게 손절할 대상이 아니었다. 차라리 여자를 안 먹고 말지, 도훈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고 싶진 않았다.
'으으, 미치겠네. 채원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으니···.’
자신도 취했고, 채원도 취했다. 술을 진탕 먹고 단순히 실수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완전히 꽐라되면 남자들 앞에서 대뜸 소변을 보거나 옷도 훌훌 벗는 여자들도 있으니까.
만에 하나 채원의 자위가, 유혹이 아니라 단순히 독특한 주사라면 자신은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영철은 잠을 깬 척하기도, 그렇다고 계속 잠이 들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하아앙, 누가 나 좀···. 하앙···."
처음엔 치마 속으로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던 채원은 점점 달아오르는지 아예 다리를 활짝 벌리고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그러고는 뭔가를 쑤셔 박으려는 듯 갑자기 빈병을 찾기 시작했다.
'허, 허억!’
실눈을 뜨고 훔쳐보던 영철은 다리를 벌리고 팬티를 완전히 젖힌 채원의 소중한 곳을 똑똑히 보고야 말았다. 흠뻑 젖어 보짓물이 줄줄 흐르는 그곳이 검은 구멍을 벌렁이고 있었다.
'미, 미쳤다.’
흥분한 채원은 갑자기 맥주병의 입구를 구멍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병목 부근의 두께는 잦이와 흡사한 사이즈라 그대로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맥주병의 느낌에 채원이 미친 듯 소릴 질러댔다.
"하앗! 하앗! 조, 좋아!"
신음이 너무 컸기에 영철은 도훈이 깨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도훈은 기척도 없었다. 순간 영철은 도훈이 술이 약하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맞아. 도훈이 형 술 약하다고 했잖아. 취하면 기절해버린다고. 어쩐지 취한 티도 안내고 꿀꺽꿀꺽 마시더니 완전히 뻗어 버렸나 보구나.’
이 정도 소리에도 도훈이 깨어나지 않는다면, 도훈은 기절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영철은 점점 마음이 흔들렸다.
'대놓고 나를 유혹하고 있잖아. 이건 절대 내 잘못이 아냐.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도훈이 형이라고 참았을까?’
영철은 남자라면 거부할 수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설사 사고를 쳤다해도 도훈이라면 이해할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도훈은 애초에 사촌동생을 자신에게 소개시켜준다고 말했었다.
결과적으로 둘이 사귀게 될 경우 결국엔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하자 영철도 점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까짓거 책임지면 될 거 아냐? 채원이 정도면 훌륭하지.’
그는 사귀고 헤어진 경험이 많았기에 여자와 사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영철이 막 잠에서 깬 것처럼 부스스 눈을 떴다.
그 순간 맥주병을 쥔 채 자위하는 채원과 눈이 마주쳤다.
"채원아···."
"하앙, 오, 오빠··· 나 너무 힘들어요."
채원은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약에 취한 사람처럼 눈빛이 흐려져 있었다. 영철은 채원이 잔뜩 취했다고 생각했다. 꽐라된 여자를 벗겨먹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아-. 채원아 지금···."
"오빠, 나 어떻게든 해주세요. 미칠 것 같아요."
영철을 보는 순간 채원은 맥주병을 치우고는 다리를 더 활짝 벌렸다. 그 모습에 영철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나 바지를 훌렁 벗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채원이가 해달라고 했으니까.’
영철은 그대로 발기된 잦이를 꺼내들고 채원에게 달려들었다.
* * *
'드디어 시작된 건가?’
도훈은 불꺼진 방안에서 조용히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훔쳐 듣고 있자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젠장. 각오는 했지만, 이 짓도 못 할 짓이네.’
사람들이 하는 섹스의 관전자가 되는 것은 너무나 오랜 만이었다.
보통 자신이 스스로 삽입하는 배우의 역할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이 몸에 안 맞는 옷을 걸친 것처럼 몹시 거북했다.
[주인님이 자기 여자를 포기하다니 정말 놀랄 일이군요.]
'어쩔 수 없잖아. 달성 조건이 변태 같은 걸. 나들 유쾌하진 않지.’
[한번은 거쳐야 했을 일입니다.]
'그래서 그나마 타격이 덜한 채원이로 정한 거잖아. 굶주렸던 영철이도 오랜만에 코나 풀어주고.’
"아앙아앙아아앙!"
채원의 격한 신음이 문틈을 뚫고 들어왔다. 몇시간 전까지 자신이 따먹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소리를 숨어서 듣는 도훈은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 더러운데.’
[참으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쓰리썸을 할 수도 없잖습니까.]
'당연하지. 채원이를 생각해서라도 그건 아니야. 그랬다간 진짜 채원이 멘탈 완전히 나가버릴 걸. 영철이랑 하게 된 건 술 취해 실수했다고 치면 되는 거지만.’
"흐, 흑! 채, 채원아 싸, 쌀게."
두 사람이 섹스한 지 5분이나 되었을까?
영철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사정을 하고 말았다.
[영철군은 화려한 여성편력에 비하면 정력이 약한 편이군요.]
'그건 아닐거야. 지금 채원이 봊이에 크림 발려 있잖아.’
[아하.]
'그걸 귀두에 잔뜩 묻혀 흔들었으니 금방 가버린 거겠지.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뒷수습은 어떻게 할 참입니까?]
'지금 나가면 분위기만 어색해져. 그냥 잠든 척 하고 둘이 정리하게 해야지.’
[넵, 알겠습니다. 업적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간만에 업적을 성공시켰음에도 도훈은 영 기분이 꿀꿀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자신 같은 쓰레기보단 차라리 영철이 채원에게 더 잘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영철은 여자를 사귀면서 바람피는 타입은 아니었으니까.
어찌 보면 채원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었다.
'포인트 들어 온 걸로 수면제 하나만 구해줘.’
[네? 수면제를요?]
'그냥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서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도훈은 로시가 마켓에서 구매한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졌다.
* * *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사태가 진정된 후 영철이 채원에게 사과했다. 정신이 다시 돌아온 채원은 민망함에 얼굴도 들지 못했다.
"근데 정말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거야."
"······."
"절대 충동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됐어요. 내일 맨정신에 얘기해요."
"그, 그럴까?"
영철은 안절부절못하며 채원을 달래려 했지만, 채원은 허무한 표정으로 도훈이 들어간 옷 방만 쳐다볼 뿐이었다.
'나쁜 새끼. 끝까지 나와보지도 않았어.’
채원이 몸에 좋은 크림으로 이성을 잃긴 했지만, 끝내 영철을 허락한 것은 도훈의 부탁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약속한 것과는 달리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제야 채원은 도훈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밀려오는 배신감에 채원이 입술을 깨물었다.
'흥, 나를 이딴 식으로 취급해도 끝까지 널 좋아해 줄줄 알았어? 두고 봐. 보란 듯이 영철이랑 잘 돼서 볼 때마다 열받게 해줄 테니.’
도훈에게 실망한 채원은 그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다만 그 복수의 방법조차 도훈이 의도한 것이라는 게 무척 서글픈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