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0.. 이사-10-
* * *
겉으로야 웃고 있지만, 채원은 몹시 뿔이 난 상태였다.
'뭐? 나를 후배한테 넘기겠다고? 미친 변태 새끼. 내가 무슨 공중변소도 아니고, 아무나 막 대주는 여잔 줄 아나?’
채원은 성욕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남자를 밝히거나 자빠지면서 꼬시는 여자들을 혐오하는 편이었다. 오죽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 꼬시겠냐며 비난하는 부류에 가까웠다.
그런 그녀에게 도훈의 제안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그 일 이후, 나를 쉽게 본 게 틀림없어.’
채원은 도훈을 다시 찾아간 게 후회스러웠다.
의대 학생처에서 도훈이 의대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관뒀어야 했다. 그러면 최소 원나잇에 대한 추억 정도는 건졌을 테니까.
그러나 여전히 부정하기 힘든 사실은 도훈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신을 속인 도훈을 마주치자 분노보다는 반가움의 마음이 더 컸던 것.
처음엔 의대생이라는 타이틀에 끌렸던 게 사실이지만, 막상 그와의 관계에서 절정을 맛 본 이후 그가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게 되었다.
의대생이야 앞으로 또 만날 기회가 있겠지만, 도훈과 같은 대물은 평생 두번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래도 정말로 나쁜 사람이야. 날 이렇게 실망 시키다니. 확 다 불어 버릴까 보다.’
채원은 도훈에게 화가 나면서도, 쉽사리 그를 떨쳐내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했다. 말 한마디면 그를 매장시킬 수 있는데, 막상 또 진실을 밝히자니 앞으로 그와 영영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그렇게 되면 오빠랑 영원히 끝이겠지?’
병원에서 그와 나누었던 섹스가, 이따금 떠오를 만큼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성욕이 없다고 믿었건만, 자꾸 생각나고 또 하고 싶을 만큼. 오늘 도훈을 찾은 이유도, 어쩌면 그를 다시 만나 또 한 번 절정을 맛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막상 연을 끊자니 후회될 것 같고, 그의 요구를 따르기도 못 할 짓이었다. 채원은 자신의 마음이 정확히 뭘 원하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혼란스럽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술을 홀짝이고 있는데, 도훈의 손이 불쑥 엉덩이 뒤로 들어왔다. 의자 틈새를 파고든 손이 교묘하게 엉덩이 골에 걸치며 중요 부위를 자극하자 채원이 화들짝 놀라 도훈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도리어 태연히 묻는 도훈의 태도에 채원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지금···."
"맞다. 영철이 너도 지금 솔로지 않아?"
밑으로는 채원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도훈이 영철에게 물었다. 옆으로 나란히 앉아있기에 영철은 도훈의 나쁜 손을 미처 보지 못했다.
"하하, 저 전역한 지 일주일 됐잖아요. 당연히 없죠."
"그래? 우리 무슨 나 혼자 산다 찍는 거 같네. 죄다 솔로라니."
영철은 도훈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일부러 물었다는 걸 눈치챘다. 떠 먹여주는 도훈에게 보답하기 위해 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야 당장이라도 여친 사귀고 싶죠. 인연이 없어서 그렇지."
"그럼 영철이 넌 어떤 여자가 이상형이야?"
도훈이 계속 맞장구를 쳤다.
영철은 그의 어시스트에 감사하며 대답했다.
"전 취하는 여자 좋아해요."
"취하는 여자? 술?"
"그것도 있고요."
"무슨 소리야?"
"취하는 여자가 두 종류잖아요. 잘 취하는 여자랑 자취하는 여자라나? 하하하!"
"···흡!"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채원이 갑자기 몸을 움찔하며 신음을 토해냈다. 마치 뭔가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하는 반응이었기 때문에 영철이 놀라 물었다.
"죄송해요. 드립이 너무 썰렁했었죠?"
"그, 그게 아니라···."
실은 방금 전 채원은 영철의 얘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엉덩이 밑을 파고든 도훈의 손이 집요하게 밑을 간지럽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
특히 방금 전 손가락 끝으로 중요 부위를 꾹 누르는 통에 자기도 모르게 펄쩍 뛸 만큼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도훈이 시치미를 떼며 채원에게 물었다.
"근데 채원이 너 자취하지 않아? 고숙네 부산에 계시잖아."
"자, 자취··· 으, 응, 맞아요."
"아, 원래 고향이 부산이세요?"
영철은 미리 도훈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금시초문인 것처럼 물었다. 어떻게든 채원과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의지였다.
"네."
"사투리를 전혀 안 쓰셔서 몰랐네요."
"···써요. 친구들 만날 땐."
"근데 취하신 거 아니죠?"
영철은 채원의 표정이 불편해 보였다. 똥 마려운 사람처럼 자꾸 몸을 비틀어대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 그··· 제가 술이 약한 편이라."
"천천히 드세요. 사케가 보기보다 도수가 높거든요."
영문을 모르는 영철은 채원이 생각보다 술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캬, 이상형 말했는데 딱 내 옆에 앉아 있었네. 잘 취하면서 자취하는 여자.’
"채원씨는 혹시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저, 저요?"
채원은 영철의 질문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까 살짝 일어서는 사이 도훈이 손가락을 위로 세워 정확히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누군가 뒤에서 본다면 엉덩이 밑에 손을 집어 넣는 도훈이 들킬 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러면서도 아무 말 못하는 것은 채원 역시 도훈의 나쁜 손이 마냥 싫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집요하리만큼 클리토리스를 꾹꾹 누르는 손길은 순식간에 채원을 흠뻑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미, 미쳤어. 대체 가게에서 뭐하는 짓이람?’
채원은 뿌리치고 싶었지만 영철의 눈치를 보느라 참는 수밖에 없었다.
"저는 뭐···. 착한···."
"아하, 착한 남자 좋아하시는 구나."
"그, 그죠."
"얼굴 착한 남자 맞죠?"
"네?"
"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남자들도 그렇잖아요. 얼굴 착하고 몸매 착한 여자가 좋다고."
영철은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귀밑까지 벌게진 채원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오해한 것이었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거 보니 혹시 나한테 반한 거 아냐?’
"하읏!"
그때 도훈이 또 한번 밑을 찌르자 도저히 참지 못한 채원이 벌떡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도훈을 향해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오빠, 저 화장실 좀."
"어, 그래."
채원이 또 다시 화장실로 가자 도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채원이가 술이 많이 약하구나."
"그런가 봐요. 얼굴 금방 빨개지네요."
남자들 둘만 남자 영철이 적극적으로 물었다.
"형, 저 어땠어요?"
"뭐가?"
"이상형 말한 거요. 말하고 나니까 채원이랑 딱 들어맞는 거 있죠?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취하는 여자? 크크. 너무 드립이 아재 같지 않냐?"
"그런가? 괜히 오해했으려나? 자취 드립은 뺄까 했는데.
혹시 저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는 거 아니겠죠?"
"에이, 뭘 그런 걸 걱정해? 채원이가 애도 아니고, 알 거 다 알만한 나인데."
"사촌동생 분 남자친구 사귄 적 있어요? 당연히 있겠죠?
남자들이 가만 놔뒀을 것 같진 않은데."
"모르겠어. 그런 얘기는 안 나눠봐서. 여튼 지금은 없는 건 확실해."
"흐흐, 형 정말 감사해요."
"뭘 감사해. 딱히 해준 것도 없는데···. 나도 화장실 가서 똥 때리고 올 테니까, 나중에 채원이 오면 둘이 번호교환이라도 해."
"네, 형."
도훈이 영철은 남겨두고 자리를 일어섰다.
* * *
'하아···하아···. 미쳤어 진짜. 뭐하자는 건데?’
화장실 좌식변기에 쪼그려 앉은 채원은 팬티를 내려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훈이 조금 만졌다고 밑이 엄청 젖어버린 것. 공공장소에서 예상치 못한 추행에 평소보다 배로 흥분하고 말았다.
채원은 씁쓸한 표정으로 잔뜩 젖은 밑을 티슈로 훔쳐냈다.
'나쁜 새끼. 나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 앞에서 멋대로 주무르기나 하고. 내가 정말로 만만해 보이나?’
채원은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훈의 나쁜 손에 저항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분명 거부할 수 있었고, 심지어 현행범으로 도훈을 묻어버릴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막상 도훈이 자신을 멋대로 주무를 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손길을 즐기는 것처럼 잠자코 있기만 했다. 도훈이 오해를 하게 만든 책임은, 본인에게도 있었다.
'···어쩜 내가 변태인 건가? 오빠가 멋대로 하는데 싫다는 말도 못 했잖아. 아니, 정말 싫은 건 맞긴 맞는 거야?’
채원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는데, 바깥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오래된 참치집이다 보니 화장실이 남녀 공용이었다. 칸막이 변기와 남자 소변기가 나란히 설치된 구조였다.
채원은 남자 손님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남자들은 대체로 소변만 보고 금방 나가기 때문에 먼저 내보내고 나갈 참이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 화장실 문을 노크했다.
'이크, 좌변기가 하나뿐인데···.’
채원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마주 노크했다.
똑똑-
그러나 상대는 잠시 후 다시 노트했다.
똑똑-
"…사람 안에 있어요."
조곤조곤 말하는 채원에게 밖에서 사내가 대답했다.
"채원아, 나야."
"도훈··· 오빠?"
"어."
채원은 갑작스럽게 정체를 밝히는 도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 있지 않는가?
"저 아직이에요."
"잠깐 문좀 열어 줄래?"
"뭐라고요?"
"얼른. 할 말 있어서 그래."
"아니, 저 아직…."
그러자 도훈이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
"잠깐이면 돼."
"지금 뭐하자는 건데요?"
채원은 어이가 없어 얼른 치마를 추스르고 잠금쇠를 열었다. 그러자 도훈이 기다렸다는 듯 칸막이를 열고 들어왔다. 도훈은 다시 문을 잠그더니 당황하는 채원을 도로 앉혔다.
"뭐, 뭐예요 지금?"
"지금 너무 급해서."
"네?"
채원은 도훈이 급똥이라는 줄 알고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때 도훈이 훌렁 바지를 내렸다. 동시에 팬티까지 내리자 그의 우람찬 잦이가 뛰용 하고 튀어나왔다.
"꺄아-!"
채원이 놀라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미, 미쳤어요, 진짜?"
"여기서 소리 지르면 사람들 몰려올걸?"
도훈은 태연하게 대답하더니 강제로 채원의 팔목을 붙잡아 벌렸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이 치워지자 채원의 앞에 잔뜩 꼴린 도훈의 대물이 달랑거렸다.
"어, 어쩌라고요?"
"급하다고 했잖아. 너 땜에 꼴려 버렸다고."
"아니…."
채원은 말문이 막혔다. 다짜고짜 화장실로 쳐들어와서는 빳빳이 꼴린 잦이를 꺼내며 한다는 소리가 자기 탓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채원은 도훈의 불방망이를 보는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이게 무슨….’
그 순간 채원은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이 찾아온 것은 의대생 도훈도, 잘생긴 훈남 도훈도 아닌, 대물 도훈을 보러 온 것임을.
그리고 그가 후배한테 자신을 넘기려는 변태건, 횟집에서 느닷없이 엉덩이 밑으로 손을 넣어 추행하는 쓰레기건 상관없이 그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오빠 진짜! 웁!"
채원이 따지듯 입을 벌리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도훈이 대뜸 잦이를 입에 쑤셔 박았다.
"빨아줘."
"웁웁!"
채원이 격렬히 거부했지만 도훈은 막무가내였다.
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 앞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 이게 뭐야. 이건 추행도 아니고 강간이잖아!’
채원은 당장이라도 이빨로 깨물어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도훈의 박력에 오히려 끌려다니고 있었다.
우악스럽게 잦이를 밀어넣은 도훈이 채원의 머리를 잡더니 앞뒤로 흔들었다.
"물 좀 빼줘. 나 지금 못 참겠어서 그래."
"으읍!"
채원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어느샌가 도훈의 대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방금 닦아냈던 팬티가 또 다시 흥건해졌다. 채원은 도저히 도훈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나쁜 새끼. 내가 무슨….’
채원은 자신을 한낱 좆집 취급하는 도훈에게 화가 났지만, 한편으로는 믿을 수 없는 쾌감에 빠져들었다. 강제적으로 당하는 것이 딱히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마음속으론 도훈이 자신을 덮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으으! 좋다. 아까 젖었지?"
도훈이 붙잡고 있던 머리를 놓아주자 채원이 뒤로 물러나며 컥컥 거렸다.
"크읏, 뭐, 뭐하는 건데요 다짜고짜."
"왜. 너도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내가 오빠랑 왜요?"
채원이 강렬히 부정하자 도훈이 씩 웃더니 그녀의 무릎뒤를 잡아 번쩍 들어올렸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뒤로 넘어간 채원은 좌변기 위에서 다리를 벌린 채 바둥거렸다.
"꺄아!"
"정말로 흥분 안했다고? 이래도?"
도훈이 채원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 넣더니 그대로 팬티 위를 쓰다듬었다. 애액으로 축축해진 그곳으로 팬티가 말려들어가더니 선명한 도끼자국을 드러냈다.
도훈은 잠시 후 손을 빼더니 손가락에 묻은 끈적한 액체를 채원에게 내보였다.
"이렇게 젖어놓고 발뺌하는 거야?"
"그, 그건 오빠가 막 함부로 만지니까."
"만진다고 이렇게 흥분하는 것도 정상 아닌데? 너 솔직히 말해봐. 나한테 또 따먹히고 싶어서 온 거 아니야?"
"내, 내가 오빠같은 변탠 줄 알아요?"
채원은 말로 부정했지만 그녀의 몸은 이제 터지기 직전이었다. 당장이라도 도훈이 자신을 멋대로 따먹어 줬으면 하는 생각에 머리가 뜨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