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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71화 (1,238/2,000)

1254.. 2학년2학기-69-

집에 도착한 시간은 어느덧 저녁 8시.

따지고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야장천으로 여자들을 따먹으며 돌아다닌 하루였다.

"흐아! 이건 도저히 사람 할 짓이 못 되는구만."

도훈이 방바닥에 대자로 널부러지며 한탄했다.

한 학기가 끝나고 나니 하렘 멤버가 너무 늘어 로테이션만 돌다 하루가 다 가버린 것이었다.

'오늘 만난 게 아영이랑 희주랑 서현이었지?'

[네. 월화수의 그녀들을 만나셨고, 그 중 두명은 미리 풀어주셨죠.]

'그럼 내일도 최소 3명은 자빠뜨려야 한단 소린데···.'

대학교 수업도 해야 하니 남는 시간을 최대한 끌어다 써도 3명 이상은 무리였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안에 도훈이 달래줘야할 여자들이 8선녀 외에도 많다는 사실이었다.

'조교 강민주에, 손은주 교수에···. 그밖에 3, 4학년에 섹파들까지··· 대체 몇 명인 거야? 이러다 미션도 못 하겠는데?'

[그러게 진작에 가위로 쳐내라지 않았습니까? 과감하게 인연을 못 끊고 질질 끌고 간 주인님의 잘못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먹고 그냥 버려? 방생이라도 하라고?

그건 더 못 할 짓인데.'

도훈이 쉽게 여자를 못 쳐내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자신과 인연이 끊긴 후 방출된 여자들이 다른 남자 품에 안기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다 결국 이 사태가 벌어진 거 잖습니까?]

'일단 로테이션 순서를 정해놨으니 이번주만 무사히 넘기면 어떻게든 정리가 되겠지. 그리고 이젠 그냥 하는 섹스는 아니라고. 내공은 계속 늘어날 테니까.'

[흐음. 그나마 다행이군요.]

'가만. 그나저나 슬슬 칠성권 습득도 마무리 된 거 아니야?'

[네. 칠성권은 완벽히 습득이 끝났습니다. 이제 무영보를 익힐 차례입니다. 현재 1할 정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호오. 이건 어떻게 쓰는 건데? 칠성권은 끊기지 않고 연속으로 일곱 번 주먹질을 하면 발동되는 거잖아.'

[무영보는 일종의 패시브 스킬입니다. 따로 스킬을 쓰시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발동될 것입니다.]

'조건이라면?'

[주인님이 긴박하게 움직여야 할 때 말이죠. 가령 위기에 처한다던가.]

'그래? 한 번 실험해 봐도 되나?'

[여기서요?]

'여긴 공간이 좀 그렇지? 옥상으로 올라갈까?'

[옥상을 너무 좋아하시는 군요. 굳이 공간이 필요하다면 마켓을 활용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켓?'

[경매장 말입니다. 그곳도 일종의 가상 공간이니까요. 물론 주인님의 몸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지만, 주인님의 오감은 현실처럼 느끼거든요.]

'VR게임 하는거랑 비슷하겠네.'

[버츄어 리얼리티라는 개념 자체가 천상계에서 나온 것입니다.]

'헉, 그것도?' 도훈은 로시의 조언에 따라 방 한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공 수련을 하는 자세였지만, 실제로는 가상의 공간인 경매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주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경매장으로 입장하자 순식간에 조그만 원룸의 배경이 새하얀 백색의 공간으로 변했다. 그것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처럼 경계가 보이질 않았다.

'와-. 여긴 들어올 때마다 신기하네.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움직이면 현실과 똑같다는 거지?'

[네. 지구 시스템과 동일한 중력이 적용되어 있으니까요.

]

'가만. 중력을 바꿀수도 있어?'

[시스템마다 약간씩 다릅니다. 가령 주인님이 달로 순간 이동하실 수 있다면, 중력이 1/6로 줄어드는 것처럼요.]

'오호. 그럼 점프도 6배나 더 뛸 수 있는 거지?'

[맞습니다. 참고로 지구 시스템의 중력은 타차원보다 높은 편에 속합니다.]

'높다고?'

[네. 또한 대자연의 기운도 많이 옅어저 내공이나 마나를 모으기도 부적합하고요.]

'그게 무슨 뜻이지?'

도훈이 의뭉스러운 표정으로 로시에게 물었다.

[쉽게 말해 주인님께서 타차원 전이가 가능하다면, 지구에서보다 훨씬 힘이 세고 강력해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억! 말로 듣던 이세계!'

[네?]

'혹시 플레이어는 차원이동도 가능한 거야?'

[원칙적으론 불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네. 차원 간 이동은 신들의 영역이니까요.]

'그럼 내가 신이 될 수 있다면?'

[네?]

'저번에 그랬잖아. 플레이어도 하위 신급 까지는 도달가능하다며?'

[물론 상위 랭커가 되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직 랭커 말석에도 못 드신 분이 상위 랭커를 운운하는 건 좀 어불성설같네요.]

'흐음···. 암튼 알겠어.' 도훈은 랭커의 세계가 어떤것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같은 차원의 플레이어끼리 소통이 가능해지고, 그중에서 상위의 랭커에 속하면 차원 이동도 꿈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무영보를 훈련하실 준비는 되셨나요?]

'여기서? 어떻게 훈련하라는 거지?'

[주인님. 경매장을 만들어내는 가상 세계는 일종의 프로그램 입니다. 활용할 수 있는 도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상의 존재를 창조해 낼 수도 있습니다.'

'헉?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 천상 크래프트라는 확장팩을 별도로 구매하셔야 하지만요.]

'그건 얼만데?'

[기본모드는 5,000포인트입니다.]

'뭐야? 내 남은 전 재산이잖아?'

[네. 기본모드에선 간단한 사물이나 인물을 형상화 시킬 수 있습니다. 모드를 추가할수록 더 많은 사물과 인물을 추가하실 수도 있고요. 참고로 로마팩 같은 경우엔 일개 군단까지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건 또 얼만데?'

[10만 포인트입니다.]

'아씨, 그건 됐고. 그나저나 이런게 가능하다니! 진작 알려줬어야 할 거 아니야?'

[네? 왜 그러시죠?]

'한마디로 여길 시간과 공간의 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 밖에서 뻘뻘 거리며 무공 수련할 필요도 없는 거고.'

[주인님이 무공을 얻으신지 3일째인데요?]

'아차.'

[암튼, 무영보를 연습해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제안드렸습니다.]

'으음···. 전재산을···.' 도훈은 오랜만에 심사숙고했다.

무공비급을 사는데 모은 돈을 거의 다 투자하는 바람에 꼴랑 5,000포인트만 남은 상황. 그마저도 무공 연습을 하는데 쓰고나면 알거지 신세였다. 꾸역꾸역 아껴가며 모았던 포인트가 전부 날아간다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이거 효과는 확실한 거지?'

[물론이죠. 현실과 똑같은 물리법칙을 적용해 놓을 수 있으니까요. 단, 시간축은 주인님의 선택사항입니다.]

'시간 축이라니?'

[그러니까 중력이나 가속도, 혹은 마찰계수는 현실과 동일하게 맞추되 시간만 느리게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기본 모드에서는 현실의 시간보다 1/100까지 느리게 조절이 가능합니다.]

'가만 이거 그럼···.'

도훈이 생각했다.

가령 모드를 사용해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만든다면 현실에서의 한 시간은 이곳에서의 100시간으로 늘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시험 공부를 하더라도 남보다 100배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소리.

'콜! 이것만 있으면 학점관리는 끝이네!'

[그게 그렇게 됩니까?]

'사. 바로 구매해. 시험해 보게.'

[넵. 천상 크래프트 기본모드를 구매하겠습니다. 적용하는 동안 가상 세계의 물리법칙이 변동할 수 있으니 각별히 유념하십시오.]

'뭐라고?'

모드가 적용되기 시작했는지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불을 끈것처럼 세상이 깜깜해졌다. 불빛 하나 없는 칠흙같은 어둠이었다.

"뭐야? 누가 불 껐어?"

[모드 적용중입니다.]

'아니. 앞은 보여야 할 것 아니야?'

다시 밝아졌다.

일전엔 백색의 무한한 공간이었다면, 이번엔 태양과 똑같이 생긴 하나의 조명 아래 배경도 대리석 바닥 같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라? 이건 뭐야?'

[중력을 재조정하겠습니다. 구토감을 느끼실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응?'

대리석 바닥 한 가운데 서있던 도훈은 갑자기 거인이 어깨를 짓누르는 둣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바닷속 깊이 잠수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으으윽! 뭐, 뭐야 이 무게는!'

[중력이 지구보다 올라간 상태입니다.]

'아이씨. 올라간 정도가 아니잖아!'

처음엔 몸이 무거워지는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몸이 위아래로 짓눌리는 수준의 압력이었다. 어찌나 중력이 무거워졌는지 발걸음을 겨우 내딛자 바닥의 돌에 발자국이 움푹 패일 정도였다.

'미, 미친!'

[곧 정상화 됩니다.]

'으으으으! 이러다 찌그러질 것 같다고!'

도훈이 안간힘을 쓰고 버티는데 갑자기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졌다.

'얼래? 끝인가?'

[넵. 기본 모드의 싱크가 끝났습니다.]

'오. 별거 아닌데? 근데 배경이 바뀐 거 말고 정확히 뭐가 달라진 거지?'

[주인님의 사념으로 사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의자를 떠올려 보십시오.]

'의자?'

도훈이 생각을 하자 갑자기 엉덩이 밑으로 의자가 불쑥 나타났다.

'억!'

[앉아 보십시오.]

도훈이 반신반의하며 의자에 앉았다.

초등학교에서나 쓸 법한 조그만 나무 의자는 촉감이 현실과 완전히 똑같았다.

'우앗, 씨팔 이게 된다고?'

[말씀드렸듯 이곳에선 주인님이 창조주와 마찬가집니다.

사물 뿐 아니라 사람도 가능합니다.]

'사람도?'

[주인님의 수련을 돕기 위해 프로토 타입의 전사를 생성해 보겠습니다.]

'뭐야?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었어?'

[참고로 저 역시 프로그램의 관리자 권한을 동시에 부여 받습니다. 주인님의 인공지능이니까요.]

잠시 후 무시무시하게 생긴 사내 한 명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쿵-!

도훈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미친! 지가 무슨 터미네이터야?'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남자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등장장면처럼 벌거벗은 채 무릎 꿇고 있었다. 주요 부위에만 겨우 동물의 가죽을 걸치고, 온 몸은 근육질로 뒤덮여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었다.

[야만전사의 프로토 타입입니다. 주인님의 연습상대로는 제격이지요?]

'지금 저 새끼랑 싸우라고?'

[무영보를 연습해 본다지 않으셨습니까?]

'호오. 그러니까, 여기선 사람 하나 죽여도 아무 상관없다는 거네?'

[맞습니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정확히는 가상의 세계가 만들어낸 일종의 캐릭터니까요.]

도훈은 자신과 비슷한 덩치의 야만전사를 보자 갑자기 흥미가 솟구쳤다. 얼마 전에 익힌 칠성권의 진정한 위력을 실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근데 쟤 왜 계속 무릎 꿇고 있냐.'

[주인님이 명령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곳에선 주인님의 말이 곧 명령이고 법이니까요.]

'아하.'

"일어나."

"우가우가!"

근육질의 야만전사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괴상한 소리를 냈다.

'저건 뭐야?'

[야만 전사라 말을 할 줄 모른다는 컨셉입니다.]

'쓸데없이 디테일하지 말라고. 근데 약간 누굴 닮은 것 같은데?'

도훈이 유심히 보니 덩치도 그렇고 얼굴의 생김새가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았다.

"억, 성수형 아니냐? 머리 장발로 기른!"

[주인님께 최대한 익숙한 얼굴로 바꿨는데 마음에 안드십니까?]

'아씨, 싸워야할 사람을 친한 사람으로 하면 어떻게 해?

바꿔. 내가 전혀 모르는 외국인으로.'

[넵!]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야만전사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의 얼굴은 백과사전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네 안데르탈인의 복원도와 비슷했다.

'음, 딱 좋아. 무식하게도 생겼구만.'

[무엇부터 연습해 보시겠습니까?]

'일단 칠성권.'

[넵.]

"덤벼."

"우가!"

도훈의 명령에 곧바로 야만전사가 빠르게 쇄도했다.

근육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피드가 놀라울 정도였다.

도훈은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헉, 잠깐 멈춰봐."

"우가?"

야만 전사가 기립하며 멈춰 섰다.

'저 새끼 왜 이렇게 빨라?'

[야만전사니까요.]

'엥?'

[말 그대로 바바리안에서 모티브를 딴 캐릭터입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야만인 전사를 따왔기 때문에 흉폭하고 무자비합니다.]

'아씨, 초장부터 상대가 너무 세잖아. 진짜 전사랑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

[평범한 현대인과 주인님은 격이 맞지 않을텐데요?]

'그런가?'

[주인님은 현재 충분히 강합니다. 또한 앞으로 PK단을 대비하시려면 더 강한 상대와 연습하셔야 합니다.]

'흐음. 그것도 그렇네.'

[다시 시작할까요? 아무래도 주인님이 직접 컨트롤을 하니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 같아 대적자는 제가 직접 조정 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근데 이거 현실이랑 똑같다면서.'

[네.]

'그럼 맞으면 진짜로 아프냐?'

[아픕니다.]

'죽을 수도 있어?'

[가상의 세계에서 받는 고통은 현실과 같지만, 실제로 이 어지는 건 아닙니다. 죽음 또한 마찬가집니다. 죽는다고 생각되는 순간 연결이 끊어지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호오. 이런 훌륭한 기능이···.'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잠깐잠깐!'

[네?]

'생각해보니까 기왕 하는 거 여전사랑 붙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흐음···. 성별을 굳이.]

'가능하지?'

[네.]

도훈의 변덕에 야만전사의 외형이 한 번 더 바뀌었다.

이번에는 체형 자체가 바뀌어 근육질의 거대한 여전사가 되었다. 남전사와 달리 가슴을 가리고 짧은 반바지도 갖춰입고 있었다.

도훈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아, 이건 아니지."

[네?]

'야만 전사면 야만인답게 홀딱 벗고 싸워야 할 거 아냐?'

[주, 주인님···.]

'안 그래? 그리고 얼굴이 저게 뭐야? 남잔지 여잔지 구분도 안가잖아.'

[뭔가 사심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요?]

'아니. 기왕이면 좀 예쁜 여전사 있잖아. 저렇게 우락부 락한 거 말고.'

[음. 그렇다면···.]

갑자기 야만 여전사가 신기루처럼 흐려지더니 증발되고 말았다.

"응? 어디갔어?"

그리고는 갑자기 하늘에서 빛이 쏟아지더니 누군가 내려왔다.

"서, 선녀님?"

도훈이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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