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7.. 2학년2학기-52-
대근이 벌떡 일어나더니 공중에 뜬 소주병과 잔을 잽싸게 낚아챘다. 동시에 스크린을 펼치듯 창범이 소연의 전방 시야를 가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갑자기 뭔 헛소리야? 너 설마 그거 마시고 취한거야?"
"아···. 내가 헛것을 봤나? 평소보다 술을 빨리 마셨더니···."
소연은 스스로 착각했다고 생각하고 손으로 눈을 마구 비볐다. 소주병과 잔이 공중에 떠다니다니···. 실제로 봤다고 해도 믿기지 않을 소리였다.
창범이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근데 밖에서 친구랑 통화하고 온다더니?"
"몰라요. 남친 왔다고 끊으라잖아요. 짜증 나게."
"저런."
"누군 뭐 만날 사람 없는 줄 아나?"
소연이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소연은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린 친구에 대한 섭섭함이 더 큰 듯했다. 대근은 민간인에게 능력을 들키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기억 소거 아이템을 함부로 썼다간 경위서 써낼 뻔.’
미호는 식탁 밑으로 신입 대원인 김 건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단단히 주의를 줬다.
그 사이 창범은 계속 소연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어쭈? 너 진짜 만나는 남자 있나보다?"
"왜요? 제가 오빠처럼 모솔인 줄 알았어요?"
"괜히 창피해서 뻥 치는 거 아니고?"
"내가 왜요?"
"사진이라도 있어 그럼? 증거 내놔봐."
점점 개인적인 질문으로 변질되어 갔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알바생인 소연의 남친 여부가 궁금해서라기보다, 방금 전 사태를 환기시키지 못하도록 창범이 아무소리나 지껄이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었다.
"오빠보다 훨씬 잘생겼을 걸요?"
"그러니까 한번 보여줘 보라니까? 말로는 나도 집에 금송아지 있어."
창범은 처음엔 의미 없이 한 질문이었으나, 어째서인지 점점 소연의 남친 여부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불신하는 창범을 보고 발끈한 소연이 핸드폰을 꺼내며 깨톡을 뒤졌다.
"진짜로 보면 비교될걸요? 키도 엄청 크고 몸도 좋거든요."
"그래. 얼마나 잘났는지 한 번 보자."
이쯤 되자 다들 소연의 폰에 주목했다. 소연은 도훈과의 깨톡을 찾던 중 불현듯 생각이 바뀌었는지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뒤집었다.
"···에이, 됐어요. 이 시간에 사진 봐봐야 괜히 보고 싶기만 하지."
"뭐야? 왜 안 보여줘? 잘난 남친 사진 한 번 보자니까?"
창범이 끈질기게 질척댔다. 미호가 그를 말렸다.
"얘한테 왜 그래, 자꾸?"
"아니, 그렇게 잘생겼다는데. 사진 구경 할 수도 있지."
"보여주고 말곤 자기 맘이지."
그때 소연이 소주를 한 잔 원샷 때리더니 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고 말했다.
"남친 아니에요 사실."
"아니라고?"
되묻는 창범의 얼굴이 환하게 변하는 걸 눈치 빠른 미호가 놓치지 않았다.
‘남친 아니라는 말에 되게 좋아하네? 저렇게 속이 훤히 보이는 타입일 줄이야.’
"제 남친도 아닌데 다른 사람 보여주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설마 짝사랑?"
이번엔 미호가 물었다.
"아뇨. 짝사랑이라곤 그렇고 뭐랄까···. 좀 복잡해요, 하여간."
"남녀 사이가 단순하기만 하면 재미없지. 신경 쓰지 말고 술이나 먹자."
"네, 언니."
미호가 이야기를 받아주자 소연도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때 대근이 따로 할 얘기가 있다며 건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능력을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 주의를 줄 모양이었다.
"사장님은 회식와서도 교육시킬 게 남았나 봐요."
밖에서 훈계 하는 장면이 가게 통유리에 비치자 소연이 한마디 했다.
"놔둬. 저 양반 꼰대 같은 건 옛날부터 유명했거든."
"아···. 맞다. 같은 길드라고 하셨죠?"
"응."
"나 근데 궁금한 거 있는데."
"뭐?"
"창범 오빠랑 미호 언니는 둘이 썸싱 같은 거 없었어요?
"
"엥?"
"나랑 창범이?"
"네. 같은 길드고 나이 차도 얼마 안 나잖아요."
"호호, 창범이가 한참 어리···."
"네? 창범 오빠가 4살 더 많지 않아요? 내가 나이를 잘 못 알았나?"
이번엔 미호가 말실수를 했다.
아차 싶었지만 미호가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다.
"아니 내 말은 창범 오빠가 한참 어린 여자들만 좋아하더라고."
"어린 여자요? 몇 살?"
"한 10살?"
"엑! 그건 도둑놈 심보잖아요. 심지어 10살 밑이면 고등 학생 아닌가? 와 창범 오빠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그러다 철컹철컹 해요?"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맞잖아. 영계 좋아하는 거. 소연이 너도 그쯤 차이 나지 않나?"
"전 9살요."
미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창범 오빠가 딱 좋아할 나이네."
"진짜로 아니라니까?"
창범이 흥분해 길길이 날뛰었다.
나이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오해 때문이라기보다 당사자 앞에서 속내를 들키는 민망함 때문으로 보였다.
"소연이 넌 어떤데?"
"네?"
"9살 차이 나는 남자 말이야. 너무 많지?"
"아뇨?"
소연이 의외의 대답을 했다.
"전 나이 같은 거 별로 안 따져요. 지금 연락하는 오빠도 그쯤 될 걸요?"
"오, 진짜?"
"뭐라고?"
이번엔 창범이 더 놀랐다. 실은 9살이란 나이 때문에 알게 모르게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소연이 10살 이상도 커버 가능하다는 소리에 반색했기 때문이었다.
"네."
"신기하네. 너 이제 스무살 아냐?"
"맞아요. 그냥···.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좀 독특해서."
"어떤 걸 주로 보는데? 막 아빠같이 자상한 스타일?"
미호가 동료인 창범의 연애 사업을 도와줄 목적으로 꼬치꼬치 캐물었다.
{잘 새겨들어. 소연이 이상형 파악하는 중이니까.}
갑자기 전음이 날아오자 창범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뭐야? 이게 전음 까지 쓸 일이야?}
{니가 눈치 없이 훼방 놓을까 봐 그렇지. 그냥 듣기만 하라고.}
{참나.}
두 사람은 근거리에선 전음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아빠까진 좀 아니고···. 굳이 따지면 상남자?"
"상남자?"
"네. 전 큰 남자가 좋더라고요."
‘큰 남자’를 말하는 소연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뭐가 큰 남자라는 거지?}
{키 큰 남자?}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센 남자도 좋구요, 히히."
"그러니까 크고 힘센 남자?"
"뭐, 따지고 보면 그렇죠?"
{느낌 딱 오지 않아?}
{싸움 잘하는 남자 말하는 건가?}
{저런 머저리 같은!}
"아항, 그렇구나."
"네. 나이 차는 그래서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널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자를 말하는 거지?
"
창범이 결국 참지 못하고 껴들었다.
겉으로만 봐선 창범은 180정도의 준수한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물리력 측면에서 일반인과 별 차이는 없지만 ‘강하다’라는 기준으로 보면 실제론 괴물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뭐···. 그런 셈이죠? 왜요, 오빠도 싸움 잘해요?"
"난 싸울 필요도 없지."
"네?"
"싸움까지 안 가고 그 전에 제압하거든."
창범이 너무 진지하게 대답하자 술에 취한 소연이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취하면 말이 많아지고 웃음도 헤퍼지는 특징이 있었다.
"푸하하. 왜요? 눈빛만으로 막 쫄게 만드시는 거예요?"
"어."
"진짜로?"
"농담 아냐."
"와하하, 이 오빠 되게 웃기네? 어디 나 한번 그럼 쫄게 해봐요."
창범이 눈을 똑바로 뜨며 소연을 노려보았다.
{미쳤어? 하지 마. 하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미호가 창범을 말렸다. 창범은 실제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도 있었다. 마인트 컨트롤이라는 독특한 최면 능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범은 선을 지킬 줄 아는 남자였다.
"에게, 하나도 안 무서운데요?"
"잘 봐. 한 번도 안 깜빡이지? 눈싸움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야."
"푸하하하! 눈싸움이래. 설마 싸움 잘한다는 게 눈싸움말하는 거였어요? 어이없어 진짜."
소연이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그냥 장난한 번 친 거야. 내가 민간인 상대로 왜 능력을 쓰겠어?}
{어휴, 진짜. 넌 소연이 쟤가 그렇게 좋니? 그냥 최면을 걸던가 그럼.}
{아니라니까?}
{말을 말지, 내가.}
그때 얘기를 끝내고 온 대근과 건이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건은 대근에게 한소리를 들었는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고, 대근은 심각한 분위기를 감추기 위해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자자, 적당히 배 좀 채웠으면 우리 2차 갈까?"
"아직 고기 다 안 먹었는데요?"
"아니, 미리 정하자는 거지."
"2차 좋아요. 어디로요?"
"노래방 어때, 노래방?"
"아이참, 그건 사장님 취향이잖아요."
"그런가? 그럼 소연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음···. 오락실 어때요?"
"오락실?"
"네. 동전 노래방에서 노래할 사람은 노래하고, 게임할 사람 게임하고. 괜찮지 않아요?"
스무살다운 유치한 대답이었으나 대근은 흔쾌히 수락했다.
"오락실, 콜!"
* * *
허리를 딱 움켜쥐는데 김양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으으으, 오, 오빠 오늘따라 너무 거칠어요."
"니가 날 자극했잖아."
김양에게 핑계를 돌렸지만, 솔직히 컨트롤이 제대로 안되는 문제가 있었다. 스파르탄 벨트를 처음 착용했을 때와 비슷하게, 천무지체로 바뀐 체질과 내공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도 살짝 허리를 잡아 들었는데 김양은 허공에 뜨다시피 발끝으로 겨우 몸을 지탱하는 중이었다.
‘힘 조절이 쉽지 않네. 역시 김양을 상대로 먼저 테스트해 보길 잘했어.’
[지금의 주인님에게 김양 정도의 무게는 어린아이처럼 가볍게 느껴질 겁니다. 최대한 빨리 적응해 보십시오.]
‘오케이.’
나는 김양의 허리를 잡고 천천히 내쪽으로 당겼다.
"영차."
나는 바닥에 엎드려 있던 김양을 반쯤 일으켜 세운 뒤 서서 뒤치기를 시작했다. 김양은 국민체조에서 등배지기 운동을 하는 것처럼 두 다리는 쭉 편 자세로, 두 손으로 바닥을 겨우 짚은 모습이었다.
퍼억퍼억-
허리를 잡고 뒤치기를 시작하자 김양이 자지러지는 신음을 토해냈다.
"엄마야! 너, 너무 깊어요, 하앗!"
김양이 상체를 바짝 숙이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마치 오나홀에 대고 박는 기분이었다.
‘으으, 근데 너무 민감한 거 아니냐. 좆끝이 바싹바싹 소름 돋는데.’
천무지체의 문제는 또 있었다.
단순히 힘만 좋아진게 아니라, 감각까지 절정으로 예민해 진 것이 문제였다. 감각이 좋아진 게 왜 문제냐면, 아직 포경도 안 한 꼬맹이처럼 귀두의 감각이 새로워진 것이었다.
이전까지 수백번의 섹스로 단련된 나의 섹스 근육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 기분이었다.
‘감각도 조절 가능합니다. 의식을 집중해 보십시오.’
[뭐라? 예민함을 컨트롤 가능하다고?]
‘어째서 무인들이 더위와 추위에 강하겠습니까? 필요에 따라 온 몸의 감각을 조절하기 때문이지요. 주인님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로시가 말하는 요체는 이랬다. 현재 나의 몸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 이 상태로 피스톤 운동을 지속 하는 건, 아다를 처음 떼는 남자가 씹물이 철철 넘치는 좁은 보짓구멍에 쑤셔 박는 것과 같다.
즉, 5분 컷이란 소리다.
하지만 로시의 조언을 듣고 난 후 귀두의 감각에 집중했다.
‘제발, 이전의 감각으로 돌아와라.’
점점 의식적으로 감각을 무디게 만들자, 놀랍게도 건들면 싸버릴 것 같던 귀두의 감각이 점점 둔해졌다.
[성공하셨군요!]
‘이게 되네?’
[당연하지요. 통증을 덜 느끼게 만드는 것도 가능한데 감각을 차단하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죠.]
‘가만, 이러면 혹시 완전히 마취된 것처럼 감각을 없앨수도 있나?’ 한 번 더 귀두의 감각에 집중했다.
그러자 정말로 박는 느낌이 현저히 줄었다.
분명 오입질을 하고 있는데, 잦이가 뻣뻣한 통나무로 변한 느낌이었다.
"하앙, 너무 세요, 하앗!"
감각의 완벽한 차단.
이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세상에! 칙칙이 뿌린 것보다 더 한데?’
[칙칙이요?]
‘아니. 국소 마취제 말이야. 오래 버티라고 잦이에 뿌리는 거.’
[아하.]
하지만 무작정 감각을 없애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섹스가 도무지 재미가 없는 것이다.
분명 힘차게 박고는 있는데, 김양만 좋아 죽지 나는 노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자연스럽게 저하된 성욕이 강직도에 영향을 주었다.
‘이건 좀 아닌 듯.’
[네?]
‘이럴거면 그냥 저번에 현타 왔을 때 불끄고 한 것처럼 페니반을 차는 거랑 다를 바 없잖아. 잦이를 박는데 느낌도 없다니.’
[아···. 또 그런 부작용이 있군요.]
‘적당한 감도를 찾아야 겠어. 섹스는 즐기되, 빨리 사정하지 않는 수준으로.’
역시 김양에게 먼저 테스트를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오늘은 김양이 몰모트를 해줘야겠다.
"흐읏, 흐읏, 오, 오빠 나 다리 후들거려."
불편한 자세로 계속 박혀서 인지 김양이 주저 앉으려 했다.
"그렇겐 안 되지."
나는 무너지는 김양을 억지로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몸을 지탱할만한 것을 찾았다.
‘저기다 엎어놓으면 되겠군.’
[책상이요?]
‘아차. 저번에 한번 무너뜨리고 나니까 살짝 겁나는데.’
장군이를 집으로 불러 따먹을 때 책상다리를 부러뜨린 기억이 났다. 가뜩이나 힘조절도 안되는 판국에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수 없었다.
‘책상이 안되면···. 의자는 어때?’
[의자에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기 위에 올라가 볼래?"
"네? 책상요?"
"아니. 의자위에."
"의자 위에 어떻게···."
김양은 내 말을 이해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친절하게 다시 설명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되잖아."
"아, 아니···"
"얼른. 내가 잡아 줄테니 안심하고."
김양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자위에 무릎을 꿇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