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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49화 (1,216/2,000)

1232.. 2학년2학기-47-

* * *

"대장, 신입 들어왔다면서요?"

오늘 따라 창범이 일찍 PC방에 들렀다. 평소 잔업을 끝내고 오던 시간에 비하면 무척이나 이른 방문이었다.

카운터에 않아 있던 대근이 눈치를 주더니, 입단속을 시켰다.

"인마, 소연이 아직 퇴근 안 했다. 입조심 해."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고 카운터로 돌아오던 소연이 창범을 보더니 아는 척을 했다.

"오늘 쉬시는 날이신가 봐요? 사복을 다 입고 오고?"

"어, 뭐…. 그렇지."

창범이 쑥스러운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소연은 그런 창범을 향해 피식 웃더니 잠시도 쉬지 않고 곧바로 빨래 장갑을 꼈다.

"사장님. 저 흡연실만 청소하고 퇴근할게요."

"안 그래도 돼."

"에이, 아직 5분 남았잖아요."

이어 소연이 흡연실로 청소하러 들어가는데 창범이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대근이 어이 없어 하며 물었다.

"야, 너 소연이 볼라고 일찍왔지?"

"예? 뭔 소리예요? 신입 왔다고 해서 잔업도 포기하고 왔구만."

"새끼야, 근데 왜 평소처럼 공장 작업복도 아니고 옷까지 갈아입고 와?"

"그럼 신입한테 현실에 찌든 모습을 보여야겠습니까? 업계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지."

"웃기고 있네. 이 새끼 수상하긴 한데…."

"그게 아니고 기름때가 많이 껴서 세탁소에 맡기고 오는 길이에요. 근데 신입이는 어디갔어요? 벌써 집에 간 건 아니죠?"

"잠깐 심부름 보냈어."

"무슨 심부름이요?"

"어. 은행 문 닫기 전에 공과금 좀 내고 오라고. 근데 올때가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안오지?"

"잠깐만요."

창범이 따지듯 물었다.

"아니, 대장. 이거 갑질 아닙니까? 왜 신입한테 공과금을 내게 시켜요? 사적인 일과 임무는 구분하시죠?"

"뭔 소리야? 걔 오늘부터 여기 야간 알바해."

"네? 정말이요?"

"위에서 하는 말이 막 적응 끝나고 지부 배치받은 거래.

현장 적응시키려면 내가 옆에 데리고 가르치는 게 낫지."

"공짜로 부려먹을 알바를 뽑으려고 머리 쓴게 아니고요?

"

"이 새끼가 말이면 단 줄 아나?"

"왜 그렇게들 싸워요? 전생에 원수도 아니고 맨날 티격태격."

"나는 지금 악덕 사장의 갑질에 대해서 성토하는 거라고."

"악덕은 무슨. 사장님처럼 훌륭하신 분이 어딨다고. 흡연실 청소는 다 했어요. 그리고 오빠."

"…오, 오빠?"

"왜요? 다시 아저씨라고 불러 드려요?"

"음, 아니."

창범은 소연이 자신을 보고 말을 걸 때마다 얼굴이 빨개졌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뒤로 묶고 앞머리를 내린 스타일이 너무나 청순하고 깜찍했기 때문이었다.

‘와씨, 쟤는 PC방 알바하면서 왜 저렇게 예쁘게 다니는 거야?’

"나중에 흡연실에서 담배 피울 때 재 좀 아무 데나 떨지 마요. 바닥에 다 뿌리고 간 놈들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난 재떨이에 떨어."

"웃기고 있네. 꽁초나 던지지 마 인마."

"왜 저한테만 그래요?"

"그럼 누구한테 그럴까?"

창범과 대근이 다시 옥신각신하는 사이 심부름을 다녀온건이 돌아왔다. 그는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대근에게 말했다.

"다, 다녀 뜨잇, 왔습니다."

창범이 그 모습을 보더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신입 왔다고 좋아했는데 왠 병신이 왔어?’

창범은 건에게 슬쩍 물었다.

"안녕. 난 창범이라고 해. 네가 오늘부터 야간알바 한다는 얘구나."

"아, 안녕 하세… 따흣!"

"…너 혹시 담배 피우니?"

"예. 히끗."

"어, 그래 앞으로 자주 보게 될 텐데 잠깐 흡연실 가서한 대 피울까?"

창범이 건과 함께 흡연실로 이동했다.

"신입이. 너 위장이냐?"

"예?"

"목소리 똑바로 못내? 왜 육갑을 떨고 있어?"

"아… 그게…."

건은 어쩔 수 없이 힘을 개방했다. 신기하게도 힘을 쓸 때는 평소 그를 괴롭히던 뚜렛증후군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김 건이라고 합니다."

"뭐야? 너 지금 개방한 거야? 그래도 돼?"

PK단은 위급할 때를 제외하면 평소 힘을 숨기는 것이 조직의 룰이었다. 창범은 그의 몸에 흐르는 마나를 감지하고 놀라 물은 것이다.

"네. 틱 증상 때문에 평소에도 필요할 때 개방해도 된다고 상부에서 특별 허가를 받았습니다."

"아니 근데 함부로 각성하다 폭주하면…. 아, 너 컨트롤제법이구나?"

"네."

담담하게 말했지만, 창범은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막 각성자 트레이닝을 마치고 지부 배치를 받는 신입이라기엔 마나 컨트롤이 너무나 우수했다.

PK단이라고 언제나 능력을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각성이라는 특수한 상태에서 스킬이 개방되는데 일상적인 생활에서 상시로 각성을 유지하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했다.

‘이 새끼 뭐지? 역대급 재능러인가?’

"주특기는 뭔데?"

"염력입니다."

"염력? 막 사물을 마음대로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거?"

"네."

건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듯 테이블에 놓인 재떨이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이어 재떨이가 건의 머리 위를 위성처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오, 염동술사는 간만에 보는데?"

"선배님은 현혹술사 계열이라고 들었습니만."

"나에 대해 알아?"

"네. 협회에선 유명하시니까요. 이곳 지부에 배치된 선배님들에 대해선 사전에 프리젠테이션 받았습니다."

"새끼, 이거 은근 FM이네. 참, 난 스물 아홉이니까 말 놓는다?"

"스물 셋입니다, 선배님. 편하게 말하세요."

"그래. 대장이랑은 얘기했고?"

"조대근 지부장님이랑은 오전에 말씀 나눴습니다."

"하-. 근데 여기 알바는 왜 한다고 한거야?"

"네?"

"보나 마나 저 대머리가 너 등쳐 먹으려고 일 시키는 거잖아. 신입 적응 훈련이다 뭐다 입털면서. 맞지?"

"아닙니다. 어차피 이곳이 지부 사무실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상주해 있는 편이 저는 편합니다."

그때 흡연실로 대근이 들어왔다.

"야. 너 또 뒤에서 나 욕했냐? 귀가 아주 근질근질 하다?

"

"소연이는요?"

"알바 끝나고 갔어인마."

"그럼 카운터에 아무도 없다는 소린데 상관없어요?"

"무인 정산기 모르냐? 음식 주문만 아니면 굳이 카운터안 지켜도 돼."

대근이 건의 머리 궤도를 돌고 있던 재떨이를 허공에서 붙잡았다.

"넌 그리고 아무 데서나 능력 쓰지 마라. 누가 보면 어쩌려고?"

대근이 다시 재떨이를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그 순간 건은 무척 당황했는데, 자신의 염력을 짓누르는 강력한 힘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지부장님이 신력이 가졌다더니 정말이구나. 저건 어른 셋이서 당겨도 오히려 끌려갈 정도의 염력인데….’

재떨이를 내려놓은 대근이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좀 있다 미호도 올 거야. 브리핑을 그때…."

"사장님, 여기 킹뚜껑요!"

"아, 네 갑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응?"

"저 이제 알바할 시간 아닙니까?"

"그렇지. 건이 니가 다녀와라."

김 건이 손님의 호출로 나가자 창범이 물었다.

"쟤 뭐예요?"

"왜?"

"신입이라고 얼빵하게 봤는데 능력이 장난이 아니던데요? S랭크에요?"

"느꼈냐? 아까 재떨이 잡는데 팔이 막 욱씬거리더라. 보통내기가 아니야."

"진짜로요?"

"어. 협회장한테 어제 연락받았어. 이번년도 훈련 기수중에 수석으로 졸업했다더라."

"와! 대장! 대체 어떻게 저런 괴물을!"

"니가 하도 인원 확충 해달라고 징징대서 지부장 회의 나갈때마다 졸랐거든. 쓸만해 보이지?"

"네. 엄청요. 딜러가 미호말고 한 명 더 늘었는데요?"

"뭐야? 나는 뭐 그럼 꿔다 놓은 보릿자루냐?"

"에이, 대장은 그냥 탱커잖아요."

"웃기고 있네. 내가 소싯적에는…."

"꼰대 같은 소리 그만하고요. 근데 지부에서 저런 에이 스를 보낸 거 보면 조만간 뭔가 큰 건이 터지는 거 아니에요?"

"큰 건이라니?"

"그 왜 인원 배치할 때 누구냐, 예지력 있다고 유명한 그 … 이름이 뭐였더라?"

"김에스더?"

"네네, 그분이 직접 편성하잖아요. 어쩌면 우리 지부에서 나중에 큰 일 벌어질 줄 알고 미리 에이스급을 내려 보낸게 아니냐는 거죠."

"흐음…. 그럼 곤란한데."

"왜요? 악당을 물리칠 기회가 온다는 건데 저희에겐 좋은 일 아닌가요?"

대근이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하긴. 우리 사명이 그런거니까."

"참, 신입왔는데 우리도 언제 한 번 회식한번 해요."

"회식?"

"맨날 피씨방에서 분식 시켜 먹지 말고요. 나도 고기 좀 먹고 싶다고요."

"그럼 가게 비워야 하는데…."

"알바한테 잠깐 부탇하면 되잖아요. 새벽 알바."

"2학기 복학한다고 어제부로 그만 뒀어."

"그만둬요?"

"그래서 건이 야간에 앉힌 거 아냐. 당분간 새벽은 내가 뛰려고."

"아…."

"아, 소연이한테 부탁하면 되겠네."

"소연이요?"

"주간끝나고 2시간 정도면 더 봐달라고 하면 되니까."

창범은 소연이 이름이 거론되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소연이가 알면 삐질 것 같은데요."

"응?"

"아니 대장이랑 건이도 가는데 자기만 빼놓는다고 섭섭해 할수도 있잖아요.

"이 새끼 진짜 안 되겠네?"

"네?"

"정신차려 인마. 소연이 올해 스물이야."

"그게 뭐요? 저도 같은 이십댄데."

"얼레? 진짜로 관심있냐?"

"아니 누가 뭐 관심있데요? 그냥 같은 이십대라는 거지.

"

"허어. 완전 도둑놈이었네 이거?"

"됐고. 암튼 소연이는 좀 그래요. 괜히 미안하니까."

"그럼 니가 대신 가게 봐 인마."

"그냥 하루 쉬고 소연이도 같이 가면 돼죠."

"우리끼리 모임에 소연이를?"

"회식 자리서 일 얘기 할 일 있습니까?"

대근은 자꾸 소연을 끌어들이는 창범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늘 외톨이처럼 다니며, PC방에서 죽치던 그가 이성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창범이가 소연이한테 관심을 보이는 건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군. 지키고 싶은 게 생기면 저번처럼 죽으면 그만이라는 쓸데없는 소리는 안 할테니까.’

"그러자 그럼. 피씨방 몇 시간 문닫는 다고 가게 망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요?"

"새끼, 너무 속보이게 좋아하는 거 아니냐?"

"뭐래요? 고기 먹는다니까 좋아서 그렇지. 그럼 언제요?

오늘은 소연이 퇴근했으니까 내일 쯤?"

"얼씨구? 조만간 내가 알아서 날 잡을 테니 설레발이나 치지 마."

"거 진짜 지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업무추친비로 대원들 고기 한 번 사준다고 생색은!"

"뭐 인마? 이 새끼가 진짜 터진 입이라고."

두 사람은 또 옥신각신 했다.

* * *

"똑바로 꿇어 새끼야! 처 맞기 싫으면."

의자에 앉은 도훈이 팔을 들어 위협하자 최실장이 금세자세 고쳤다. 이미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퉁퉁 부운 상태였지만, 허리를 꼿꼿이 펴고 주먹을 허벅지 위에 올린 자세가 도훈에게 바짝 쫀 상태였다.

[너무 겁주시는 거 아닙니까? 이미 많이 상한 거 같은데 ….]

‘저 새낀 당해도 싸. 감히 내 여잘 건드려? 협박까지 해서? 강냉이 몇 개로 끝난 게 다행인 줄 알아야지.’ 마음 같아선 최실장이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뒤수습이 어려웠기에 도훈은 간신히 자제하고 있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음으로서 갚는게 맞는 거 아니냐?"

"제, 제발 자비를…."

"자비는 니미, 부처님 앞에서 찾으시고. 너 내가 묻는 말에 하나도 숨김없이 똑바로 대답해. 안 그러면 알지?"

도훈이 손가락을 들어 기둥에 박힌 단검을 가리켰다. 콘크리트를 뚫어버린 무지막지한 괴력에 최실장은 다시 한번 오금을 저렸다. 거짓을 말했다간 다음 번 칼을 맞는 사람은 자신일 것 같았다.

"네, 넵!"

"오늘 일부터 가자. 아까 부른 새끼들은 뭐야? 너네 조직아니지?"

도훈은 아까 김양에게 들은 바가 있었으므로 넌지시 떠봤다.

"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동생들입니다."

"왜? 너네 회사에 덩어리들 많더만 걔들 놔두고 다른 애들 불러 나를 작업하려고 했을까?"

"그, 그게…."

"똑바로 대답 안 하면 진짜 죽여 버린다."

역용 마스크로 성난 도훈으로 변신한 도훈의 협박은 곧바로 먹혀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전 최실장은 무기를 든 양아치 패거리들과 도훈의 싸움을 직접 목도 했기 때문에 그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깨달은 탓이었다.

"실은 제가 김양을 속여서…."

최실장은 도훈에게 얻어맞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사실을 전달했다. 얘기를 모두 종합하자 김양이 아까 전달 했던 내용과 일치 했으므로 도훈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건 너네 조직은 모르고, 네 놈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다?"

"네, 넵!"

"그리고 아직 내가 장부를 빼 돌린건 조직에서도 모른다?"

"네. 맞습니다."

"그럼 넌 여기서 죽어야겠네."

"…예?"

사실대로 이실직고를 했더니 죽이겠다는 말에 최실장이 펄쩍 뛰었다.

"혀, 형님 저는 추호도 거짓말 없이 진실만을!"

"알아. 믿으니까 그렇지. 너만 없어지면 너네 조직에선 내가 장부를 빼돌린 것에 대해 절대 모를 거 아냐. 본래 최고의 입단속은 당사자를 지워버리는 거거든."

"저,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말은 쉽지. 돌아서서 뒤통수치는 놈 한두 번 본 줄 알아?"

"정말입니다. 오늘 일에 대해선, 아니 형님에 대해선 입도 뻥긋 않겠습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의자 위에 앉아있던 도훈이 허리를 굽혀 최실장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대답이 틀렸어."

"예, 예?"

"너는 지금 네가 어떤 식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에 대해 말했어야 했어. 죽이든 살리든 결과적으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할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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