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45화 (1,212/2,000)

1228.. 2학년2학기-43-

* * *

그 누가 산삼보다 고삼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건 산삼을 구할 수 없으니 내뱉는 핑계일 뿐.

당연하지만 산삼이 훨씬 귀하고 몸에 좋다.

"음, 근데 이걸 어떻게 먹는다? 그냥 우걱우걱 씹어 먹으면 되나?"

인삼의 경우엔 생뿌리를 그대로 생식하는 경우도 있다.

요리에 넣어 먹거나 약으로 달여 먹기도 한다. 근데 산삼은 어떻게 먹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흐음, 잠시만요. 영약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적절한 섭취 방법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역시 그렇겠지?’ 나는 곧바로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때 로시가 말했다.

[아뇨, 주인님. 주인님은 플레이어 시니까 플레이어에게 어울리는 방법을 찾으셔야죠.]

‘플레이어에게 어울리는 방법?’

[마켓을 뒤져보면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오케이. 찾아줘.’ 잠시 후 로시가 새로운 아이템을 소개했다.

-이건 어떻습니까? ‘포션 메이커’입니다.

‘포션 메이커?’

[힐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효험이 좋은 약초나 영약들을 포션의 형태로 압축 가공하여 섭취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즙낸다는 거지?’

[네?]

‘아니야. 일단 구매해줘.’

[이젠 가격을 묻지도 않으시는 군요.]]

‘부자가 되면 좋은 점과 유사하지.’

[그게 뭔데요?]

‘물건 살 때 가격 고려하지 않는 거.’

[오! 역시. 이번 아이템은 부피가 크기 때문에 전송 위치를 변경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 혹시 그런것도 가능한가?’

[어떤 거 말씀이시죠?]

‘가끔 섹스 중에 급하게 아이템을 꺼내야 할 때가 있잖아. 그러다 보니 벗어놓은 바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질 때도 있고, 어쩔 땐 여자의 몸에서 꺼낸 적도 있고.’

[그랬었죠.]

‘그냥 내가 가진 아공간 인벤토리로 지정해 놓으면 언제 든 허공에서 아이템을 꺼낼 수 있지 않아? 크기도 무제한에 가깝고 말이야.’

[좋은 아이디업니다. 인벤토리가 새로 생겼으니 앞으로는 쭉 인벤토리로 아이템 전송 위치를 고정시키겠습니다.]

‘좋아.’

[아이템이 전송되었습니다. 본래 사용하는 형태보다는 현 시대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되었습니다.]

‘그래?’

나는 머릿속으로 아공간을 떠올리며 공중에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내 손목 아래가 댕강 잘린 것처럼 가시영역에서 사라지고 사라진 부분이 아공간으로 넘어갔다.

언제보아도 신기한 마술이었다.

"가만있자, 이건 가?"

손에 뭔가 잡히길래 잡고 꺼내는데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었다.

"어라?"

[왜그러십니까?]

‘이거 그거 아니냐? 도깨비 방망이?’

[해당 아이템은 전설급 아이템인데요?]

‘아니 아니. 진짜로 그 아이템 말고 한마디로 믹서 같은.’

[지구에 맞게 커스텀을 했기 때문에 주인님이 보기에 익숙한 형태일 겁니다. 사용법 또한 기존의 기계와 흡사합니다.]

포션 메이커는 음식물을 블렌딩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와 생김새가 유사했다. 전체적으로 길쭉한 모습에 끝에는 회전하는 칼날이 달려있었는데, 함께 따라온 원통형의 비커에 갈려진 내용물이 담기는 구조였다.

‘산삼을 이걸로 갈아 마시는라는 건가? 영양분 다 파괴되는 것 아니냐?’

[모양만 비슷하게 바뀌었을 뿐입니다. 원리는 전혀 다르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떤 약초든 영약이든 성분 100%를 그대로 포션으로 정제시켜주는 장치니까요.]

‘알았어. 천상계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고.’

나는 길다란 비커 안에 100년 산삼을 놓고 그 위로 도깨비 방망이를 덮었다. 이제 손잡이에 달린 버튼만 누르면 무려 100년된 산삼으로 만든 레어 포션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후우-. 긴장되네 이거. 워낙에 비싼 물건이라야지."

[눈 딱감고 하십시오.]

‘좋아.’

휘이이잉!

블레이드가 돌아가자 익숙한 굉음이 들렸다.

이건 말만 아이템이지 그냥 믹서기였다.

투드드드드드드!!

회전하는 칼날에 백년 산삼이 실시간으로 해체되기 시작했다. 야채를 갈아 버리듯 무참하게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이런 값진 영약을 이런식으로 갈아버려도 되는 것일까?

도깨비 방망이의 효능이 좋았는지 불과 1분도 되지 않아 산삼은 완전히 형체를 잃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투명 비커에는 황금색의 액체만 남았다.

[끝났습니다.]

‘근데 이거 색이 왜 이래?’

[포션으로 정제되었기 때문에 색으로 효능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대체로 붉은 계열은 체력, 푸른 계열은 마나를 나타냅니다.]

‘그럼 황금색은?’

[특수 포션이라는 뜻입니다.]

‘특수 포션?’

[영구적인 능력치 향상을 의미합니다.]

‘하여튼 몸에 좋다는 거네?’

[네. 효능에 대해선 저도 아직 모릅니다. 어쨌든 주인님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입니다.]

‘좋아. 그럼.’ 나는 비커에 든 황금빛 액체가 잘 섞이도록 한 번 흔들었다. 점성을 가진 액체는 완벽히 갈아졌는지 건더기 하나 보이지 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으으. 왠지 쓸 것 같은데.’

[몸에 좋은 약이 입엔 쓰죠.]

‘에라 모르겠다.’

나는 비커를 잡고 그대로 원샷을 때렸다.

꿀떡꿀떡-

‘욱!’

마시자마자 나도 모르게 토할 뻔했다. 예상보다 훨씬 진한 맛이었다. 쓴 정도가 아니라 떨감을 100개 씹은 것처럼 떫은 맛이 혀를 마비시켰다. 하지만 이대로 뱉기엔 너무나 값비싼 영약이었기 때문에 숨을 참고 계속 마셨다.

"크으, 쓰다."

산삼으로 만든 엑기스를 다 마셨는데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뭐야? 이게 끝이야? 아무 느낌 없는데?’

[잠시 기다리셔면 됩니다.]

그 순간,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 하고 올라왔다.

"억!"

그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나도 모르게 배를 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불구덩이에서 막 꺼낸 커다란 투포환이 식도를 타고 꾸역꾸역 위장으로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몸속의 모든 장기가 고열로 녹아내리는 느낌에 나는 원룸 바닥을 뒹굴며 고통을 호소했다.

‘크흑, 로시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 너무 아픈데.’

[참으셔야 합니다. 영양의 효과가 나타나는 중입니다.]

‘아니 씹, 무슨 독약도 아니고.’

[독약과 보약은 한 끝 차이죠. 견뎌내셔야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수면 내시경을 신청했는데, 간호사가 실수로 일반 내시경으로 입속에 내시경 카메라를 밀어 넣은것보다 수백배는 더 아팠다.

"흐아아악!"

나는 창피함도 잊고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나마 주변에 아무도 없는 원룸 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인님! 조금만!]

"아악, 너무… 크흑!"

뱃속이 뜨거워져서 그런지 나중엔 온 몸에서 땀이 삐질 삐질 흘러나왔다. 옷을 입은 체 사우나에 들어간 것처럼 팬티부터 겉옷까지 땀에 흠뻑 젖었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주인님!]

"존나게 아프다고! 하악!"

나중에는 사지가 마비된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 축구공에 잦이를 맞고 쓰러졌을 때보다 더 극심한 고통이었다. 혼자선 일어설수도 없었다.

"하윽!"

나는 빠때루 자세로 방바닥에 엎드렸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주룩주룩 나고 피부는 발진이 난 것처럼 붉은 점이 올라왔다. 시야는 뿌옇게 흐려지고, 입에선 침이 줄줄 세어나왔다.

이 세상 고통이 아니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정말로 내가 잘못되서 죽어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끄아아아아!"

[주인님! 정신을!]

‘한번에 너무 많이 먹었나 봐, 역시 산삼보다는 고삼을 먹….’

[주인님!]

그리곤 의식이 끊어졌다.

* * *

"그놈한텐 아직 연락 없어?"

"문자 보냈으니 기다려봐야죠."

햇빛론 최실장의 사무실에는 김양이 침울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최실장은 한 발 빼고 나더니 나른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담배를 꼬나 물었다.

"그나저나, 봉순이 너 존나 맛있더라?"

"……."

김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좆같은 새끼. 좆도 부실한 새끼가.’

김양은 굉장히 우울했다. 협박을 당한 것은 CCTV를 인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배신의 댓가치고는 싸게 막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최실장이 정말 상부에 알렸다면, 성폭행 정도가 아니라 더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돌림빵은 물론이거니와, 어딘가 장애를 입고 사창가로 팔려나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김양은 최실장과 한 배를 타게 된 셈이었다.

‘개새끼. 이젠 나도 혼자는 못 죽어. 죽어도 너 데려갈거야.’

자신의 배신을 몰래 덮어주었으니 최실장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김양은 다소 안도했다.

"전화라도 해보지 그래?"

"전화를요?"

"그래. 문자는 못 볼 때가 많잖아."

"눈치가 빠른 사람이에요. 제 목소리만 듣고도 낌새를 눈치 챌걸요?"

"그래?"

최실장이 담배를 비벼 껐다. 도도하게 굴던 김양을 정복한 기쁨도 잠시, 이제 도훈을 불러들여 어떻게 요리할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었다.

‘싸움은 존나 잘하긴 하던데….’

하지만 최실장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제깟 놈이 주먹질을 제아무리 잘 해봐야 다구리엔 장사없지.’

주먹판에서 날고 긴다는 건달들은 대대로 있었다.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 허무했다. 술 마시다 칼 맞고 쓸쓸하게 사라진 놈들만 수 없이 봐왔다. 도훈도 그와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여간 넌 나한테 걸려서 운 좋은 줄 알어. 도끼 형님이 알았다간 니 몸에 도끼자국이 두 개는 더 생겼을 테니까."

저질스러운 농담을 지껄인 최실장이 낄낄거렸다.

김양은 더욱 모멸감을 느꼈다. 저런 놈한테 협박당해서 몸을 대줘야 했던 자신이 너무나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어때? 나도 생각보다 쓸만하지 않았어?"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화장실은 왜?"

"씻고 싶어서요."

"흥, 도망갈 생각 말라고."

"제가 왜 도망가요?"

김양은 새침하게 대꾸하더니 그대로 최실장의 방을 나가버렸다. 씰룩거리는 김양의 엉덩이를 본 최실장이 다시 입맛을 다셨다.

‘캬, 덕분에 좆집 하나 제대로 건졌네.’

동시에 핸드폰을 들어 자신이 아는 동생에게 전화했다.

정식 조폭출신은 아니지만, 힘깨나 쓴다는 길거리 양아치의 수장이었다.

"어, 난데. 잘 사냐?"

-형님,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너 아직도 애들 데리고 삥뜯고 다니냐?"

-에이, 무슨 섭섭한 말씀을. 저희도 조만간 제대로 된 스폰 하나 물어서 메이저 올라 갈겁니다.

"암튼, 오늘 니 애들 좀 빌리자."

-무슨 일 있으십니까? 형님 애들도 있지 않아요?

"자세한 사정을 알 거 없고. 우리 애들은 도끼 형님이 관리하잖아. 괜히 위에 소문 안나게 처리해야 할 일이야."

-맡겨만 주십쇼 형님. 누굽니까? 바로 잡아다가 광화문사거리에다 발가 벗겨서 묶어 놓을 테니까요.

"시간 장소 정해지면 알려줄게. 참, 그리고 연장도 좀 챙겨와라."

-연장을요? 여러놈입니까?

"아니 한놈이야."

-한 놈 상대하는데 연장을 챙기라고요? 형님, 이러시면 저도 섭섭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족보 없는 삼류라고 해도 한놈을 다구리 칠려고 연장 든 적은 없는데요.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참고로 그놈 싸움 잘한다."

-그 정도라고요?

"몰라. 소싯적에 운동 좀 배웠나 보더라고. 쓸일 없을지도 모르지만 챙겨만 와."

-알겠습니다, 형님. 준비 시키겠습니다.

"맨입으로 부탁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고."

-아이, 형님이랑 제 사이에 무슨 그런걸…. 걱정 붙들어 매십쇼. 애들 준비 시켜 놓을라니까 시간 장소만 문자로 알려주십쇼.

"그래."

* * *

한참을 죽은 듯 쓰러져있던 도훈이 다시 눈을 뜬 시각은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으헉!"

악몽이라도 꾼것처럼 벌떡 몸을 일으킨 도훈은 더 이상 배가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끝난 건가?’

[네. 흡수가 다 된 것 같습니다.]

‘근데 대체 뭐가 변한거지? 아직 잘 모르겠는데?’

[신체 스캔을 통한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는 도훈의 신체를 정교하게 스캔할 수 있었다. 도훈이 기절한 사이 로시가 이미 변화된 몸의 스캔을 완료한 상태였다.

[전 주인은 본래부터 타고난 운동 체질이었습니다. 뼈도 굵고 운동 신경도 상당히 좋았죠.]

‘그건 나도 알지. 피지컬이 남다르잖아. 그건 왜?’

[거기서 더 좋아졌습니다.]

‘여기서 더?’

[네. 혹시 환골탈태라고 아십니까?]

‘알기야 알지.’

[현재 주인님의 몸 대부분은 새롭게 다시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아까의 고통은 몸속의 장기가 새롭게 재생성되는 과정이었고요, 정신을 잃으신 사이 뼈와 근육, 피부까지 모두 새롭게 다시 재생되었습니다.]

‘어? 그럼 내 몸이 완전히 달라진건가?’

[완전히는 아닙니다. 본 바탕이 우수한 몸에 더 확실한 무골체질로 발전하신 거죠.]

‘무골이라니?’

[주인님은 이제 무협세계에서 흔히 말하는 천무지체가 되셨습니다.]

‘처, 천무지체?’ 뜬금없는 소리에 도훈이 어안이 벙벙했다. 100년 산삼을 포션으로 만들어 마신 뒤 근골이 완전히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소리였다.

[네. 아마도 주인님이 어떤식으로든 무공 스킬을 익힐 수 있다면 범인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오!’

[겉만 바뀐 게 아닙니다. 정력이라 불리는 스테미너 역시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습니다. 특히 스킬 사용에 필요한 마나량도 증가해 예전보다 훨씬 스킬 사용이 자유로울 것입니다. 쉽게 말해 내공의 총량이 몇배나 확장되었단 뜻이죠.]

‘오오. 그럼 이제부터 하루에 수십명씩 상대해도 끄떡없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저수지가 커진 것이지 물이 아직 차오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미 지금의 상태로도 일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신 겁니다.]

로시의 설명을 들은 도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분탓인지 몰라도 몸 속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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