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8. 2학년 2학기-3-
* * *
"네, 벌써부터 기대되요. 주인님 자주 볼 생각에."
민주는 무척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괜히 심술이나 괴롭히고 싶어졌다. 민주는 고통받을수록 행복해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네?"
"너 요새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야?"
"무, 무슨 말씀이에요?"
목소리를 착 깔고 분위기를 잡자 민주가 대번에 소심해졌다. 혼날 때의 민주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더 괴롭히고 싶어진다. 한마디로 괴롭히는 맛이 있었다.
"아니. 내가 올 때마다 보조샘 밖으로 심부름 보내잖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아···. 그, 그렇지 않을 거예요. 우편물 수령은 한솔 샘이 늘 상 하던 일인 걸요."
"아니지. 매번 하던 일이라도 굳이 내가 올 때만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의심할 수밖에 없지."
"그, 그건···."
"생각해봐. 한솔 샘은 이렇게 생각할 거 아니야. 도훈이만 학과실에 방문하면 자기한테 귀찮은 일이 생긴다고. 그런 일이 누적되다 보면 나를 볼때 기분이 언짢아 질거란 말이지. 내가 들어오면 자신이 하던 일도 멈추고 밖으로 쫓겨 나야 하니까. 내가 누군가에게 반갑지 않은 사람이 되어도 좋다는 거야?"
순 억지였다.
하지만 민주는 대번에 안색이 파리해지면서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했다.
"아··· 제, 제가 생각이 짧았나 봐요."
"만약에 한솔이 앙심을 품고 혹시나 우리 사이를 캔다고 생각해봐. 그러다 발각이라도 되면? 그땐 너랑 나는 끝장이야."
"끄, 끝장이요? 저랑 주인님이랑요?"
"당연하지. 같은 과 학생과 섹파사이인 조교라니. 나중엔 전공 시험 빼돌려 줬다는 소문이 돌지도 모르지. 그래서 성적 잘 받은 거라고."
"아, 아니에요! 그건 주인님이 직접!"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아···. 그, 그럼 어떡하죠?"
"뭘 어떻게 해? 일 다 벌려놓고 뒷수습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아아···. 주인님 제가 죽을 죄를···."
민주는 갑자기 의자에서 내려오더니 무릎을 꿇었다. H 라인 스커트가 밀려 올라오고 커피색 스타킹이 팽팽해졌다. 나는 겁먹은 민주 앞으로 어기적거리며 다가갔다.
"넌 꼭 혼을 나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죄송해요 주인님, 민주는 혼나야 정신을 차리는 구제불능이에요."
"뭐하고 있어? 혼날 준비 안 해?"
"네?"
조아리고 있던 민주가 고개를 드는 동안 지퍼를 내리고 양물을 꺼냈다. 아까 지희의 집에서 씻고 나왔다지만, 땀을 흘리고 돌아다니는 사이 어느새 특유의 불알 쩐내를 풍기는 대물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물어."
"아아, 주인님!"
민주가 무릎걸음으로 맨바닥을 기어 오더니 덥석 대물을 입에 담았다. 냄새가 제법 날 텐데도 아랑곳없이 힘차게 빨아재끼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니 근데 너무 억지 아닙니까?]
‘당연히 억지지.’
[근데 왜···.]
‘민주가 혼나는 상황을 즐기기 때문이야.’
[즐겨요?]
‘알고 있잖아. 민주가 변태라는 건. 그녀는 심리적으로 압박받거나 위축되는 상황을 좋아해. 그래야 흥분하거든.
뭐가 됐건 꼬투리를 잡아서 혼내면 그걸 은연중에 즐긴단 말이야. 막말로 내가 머리스타일이 마음에 안든다고 화냈어도 똑같은 반응이었을 걸?’
[아···. 전 또 주인님이 민주양을 마음에 안들어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왜? 민주처럼 말 잘 듣는 강아지가 어디 있다고?
근데 마냥 쓸데없는 소린 아니었어. 확실히 민주가 조심성이 많이 없어지긴 했거든. 표정관리도 잘 안되고.’
[흐음···.]
"똑바로 안 빨아? 깨끗이 씻겨."
"우읍! 읍!"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욱 힘차게 대물을 빨았다.
아예 엉덩이를 껴안 듯이 감싸쥐고 목구멍 깊숙이 넣기 시작했다.
‘한솔이라는 보조샘이 조금이라도 눈치가 있다면 살짝 의심할지도 몰라. 가만 보면 민주가 내가 방문할 때마다 쫓아내듯 내보내거든.’
[그건 확실히 위험하군요. 혹시나 벌써 의심하는 건 아니겠죠?]
‘그게 좀 걱정이야.’
* * *
대학 본부에 들른 한솔은 툴툴거리며 양손 가득 택배를 들고가는 중이었다.
"이런 건 나중에 한 번에 시키지, 꼭 일하는 중에···."
한솔이 우편물 수령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 오는 택배들이 또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 택배가 왔을 때 한꺼번에 가져오는 편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급한 택배가 아닌 이상 굳이 중간에 나가는 일은 별로 없었다.
"가만···. 근데 이상하네? 조교샘은 왜 도훈 학생만 오면 나를 내보내는 것 같지? 설마 둘이 비밀스러운 관계라도?"
이상하게 조교 강민주는 도훈이 학과 사무실에 방문하면 늘 자신을 다른 곳으로 심부름을 보냈다.
"흐음···. 둘이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또한 강민주 역시 티는 내지 않지만, 도훈이 오면 유독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남학생들에겐 거의 눈길도 주지 않는 것에 비하면 지나친 편애였다.
"수상해. 둘이···. 뭔가 있을지도 몰라."
도훈은 올해 스물셋. 민주 역시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조교가 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기껏해야 3살 차이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위로 3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번 의심이 들자 한솔은 점점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둘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면 나를 내보내고 대체 학과 사무실에서 무슨···.’
순간 한솔의 머릿속으로 야한 장면이 펼쳐졌다.
조교 강민주가 학과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도훈과 찐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내 눈으로 확인해야 겠어."
한솔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는데, 민주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들이 닥쳐야 현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8월 말이라 날은 여전히 더웠고, 살집이 많은 한솔은 겨드랑이에 땀이 차는 걸 느꼈다. 사범대 건물에 도착한 한솔은 급기야 양손에 든 우편물을 1층에 버려둔 채 계단을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직감대로 도훈과 민주 둘이 자신을 밖으로 내보낸 채 음탕한 짓을 벌이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한솔이 땀을 뻘뻘 흘리며 3층까지 도착했다. 어찌나 뛰었는지 겨드랑이가 흥건히 젖었고, 등줄기에 땀이 줄줄 흘렀다.
"조교 선생님!"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한솔 샘? 우편물은?"
벼락처럼 문을 벌컥 연 한솔은 의외로 차분한 광경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민주는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사무실 테이블에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고, 도훈은 구석에서 컴퓨터로 수강 신청 과목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 그, 그게···."
한솔은 대답을 못 하다가 도훈이 여전히 남아있는 걸 보고 물었다.
"그런데 도훈 학생은 여기서 뭐해요?"
"네? 아··· 곧 수강 신청기간이라 과목 좀 확인하고 있었어요. 집에 컴퓨터가 안 돼서."
"아···."
"한솔샘? 우편물은 어딨냐니까?"
민주가 재차 다그쳤다. 한솔이 궁색하게 변명했다.
"너, 너무 무거워 1층에 잠깐 내려놓고 왔어요. 같이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러자 도훈이 나섰다.
"어,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 그, 그래주면 고맙고."
도훈은 벌떡 일어나더니 한솔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갔다.
"근데 왜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셨어요?"
"아···. 바, 밖이 많이 더워서."
"그렇구나."
1층에 내려가자 우편물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하지만 혼자 들고 오기 힘들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도훈은 혼자서다 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저 혼자 들어도 될 것 같아요."
"그럼 내가 미안한데···."
"괜찮아요. 아참, 제가 너무 조교 선생님께 신세를 많이져서 커피 주문시켜 놨어요. 선생님 것도 같이 시켰으니까 같이 먹어요."
"응? 커, 커피라니? 내 것도?"
"저번에 조교 선생님께서 학교 홍보모델로 추천해 주셔서 용돈 받았거든요. 이번에 학과 회장도 되고 나니까 부탁드릴일도 많을 것 같아서요."
"아···."
그제야 한솔은 자신이 크게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네. 원래부터 친했던데다, 이제는 과회장까지 하고 있으니 조교샘이랑은 가까울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대체 무슨 망측한 생각을···.’
다시 학과실로 돌아온 한솔은 두 사람을 의심한 것에 반성했다. 둘은 학생과 조교의 선을 넘지 않으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았다. 나중에 도훈이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도착하자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잠시 티타임을 가졌다.
"1학년 때 봤을 땐 정말 어려 보였는데, 어느새 체육과 회장까지 됐구나."
"그러니까요. 시간 참 빠르죠?"
두 사람은 일부러 과거의 인연을 언급하며 한솔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한솔은 이제 완전히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민주는 필사적으로 도훈의 괴롭힘을 참아내는 중이었다.
"흐, 흐음!"
민주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자 한솔이 놀라 물었다.
"조교선생님? 괜찮으세요?"
"아, 아니야. 갑자기 배가···."
민주가 슬쩍 눈치를 주자 한솔이 알겠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배를 잡는 위치로 보아 생리통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사실 도훈이 리모컨으로 무선 바이 브레이터를 가동시켜서 였다.
실은 도훈은 한솔의 의심을 불식시킬 목적으로 그녀가 돌아오기 전 민주의 팬티 속에 무선 바이브레이터를 설치한 것이다. 그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솔이 보는 앞에서 민주를 괴롭히려는 계획을 품고 있었다.
‘흐흐. 이거 진동 너무 쎈거 아니냐?’
[당연히 천상계 아이템이니까요. 시중품이랑 차원이 다릅니다. 자극 포인트를 완벽하게 잡아 줍니다.]
‘으음, 민주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구만.’
[그런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뭘?’
[진짜로 한솔양이 두 분 사이를 의심했다는 걸요.]
‘그냥 얻어 걸린거지. 정말로 의심할 줄은 몰랐어. 그래도 이번 일로 앞으로는 의심을 안 받을 테니 다행이지.’
[참 운도 좋으십니다.]
‘그냥 좋은게 아니야.’
[네?]
‘아침에 모닝떡하고 와서 그래. 운빨 대폭발이 터진거지.
’[아하!]
도훈이 커피를 들이키며 민주를 향해 씽긋 웃어 보였다.
민주는 여전히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이 너무 큰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얼굴만 찡그리고 있었다.
천상계의 아이템인 ‘어맛, 자궁 떨려!’ 아이템은 크기가 손가락만한 사이즈였는데, 모터가 달리지 않은 하이테크놀러지가 적용되어 상당한 진동에도 무소음이라는 것이 장점이었다.
더욱이 도훈의 스마트워치와 자동 연동되어 시계에 있는 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엄청난 진동을 유발했다.
"흐, 흐읏···."
결국 참다못한 민주가 끙끙거리는 신음을 또 다시 토해냈다. 한솔은 민주가 정말 아프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가방에서 진통제를 꺼내왔다.
"조교 선생님, 이거라도 드실래요?"
"괘, 괜찮아···."
민주는 실제 생리통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솔이 주는 약을 거절했다. 도훈은 민주가 식은땀까지 흘리자 진동을 다시 약하게 조절했다.
"난 잠깐 화장실 좀···."
민주가 양해를 구하며 화장실로 향했다. 이대론 넘치는 애액이 팬티를 뚫고 치마까지 적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 다녀오세요."
한솔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밖으로 나가는 민주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흐음···. 생각보다 많이 아프신가 보네."
"왜 저러시는 거에요?"
"그런게 있어. 남자들은 모르는."
"아···."
도훈은 한솔과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며 로시에게 속으로 물었다.
‘이거 가동 범위가 얼마나 되지?’
[네?]
‘바이브레이터 말이야. 무선 거리.’
[반경 100M까지 가능합니다.]
‘벽이나 문으로 막혀있어도 상관없고?’
[천상계의 기술력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아하. 요거 좋네. 가끔 써먹어야 겠다.’
도훈은 그렇게 말하며 스마트워치의 휠을 끝까지 돌렸다.
* * *
"하아앙!!!!!!!! 흡!"
너무 물을 많이 흘리는 바람에 화장실로 잠시 피신해 있던 민주가 비명을 지르다 말고 제 입을 틀어막았다. 좌변기에 뚜껑을 닫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바이브레이터가 미친듯한 진동을 일으킨 것이었다.
민주는 전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온 몸을 덜덜 떨었다.
치마를 위로 들추자 이미 팬티는 세탁기에서 막 꺼낸 것처럼 흠뻑 젖어 있었다.
"하아··· 하아···. 주, 주인님."
민주는 떨리는 바이브레이터를 도훈의 대물이라고 상상하며 꾹 움켜쥐었다. 질 입구에 삽입된 바이브레이터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압박하자 진동이 더욱 거세게 느껴졌다.
두드드드드드!
"흐앗, 하읏, 흐윽!"
민주가 또 한 번 까무러치며 오열했다. 그렇게 혼자 몇 번이고 절정에 도달한 민주는 한참 뒤 조교 사무실로 복귀했다. 도훈은 여전히 사무실에서 한솔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휴, 이제 좀 괜찮아졌네."
한바탕 자위를 즐긴 민주가 한결 홀가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이브레이터를 중단시킨 도훈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아무튼 조교 선생님, 그럼 다음에 또 뵐게요."
"벌써 가려고?"
"네. 개강 총회 건은 다음에 또 상의드릴게요."
"그래. 일단 나도 그 날짜로 교수님께 말씀드릴게."
"네."
도훈이 인사를 마치고 나가자 한솔이 민주에게 말했다.
"도훈 학생, 보면 볼수록 참 괜찮은 거 같아요."
"어머. 한솔샘 남자친구 있지 않아?"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예의도 바르고 깍듯하다고요."
"호호 농담이야. 그치? 나도 학부생 때부터 쭉 알던 사이지만, 정말 애가 괜찮아."
"그쵸? 저런 남자는 누가 데려가려나?"
한솔이 의미 없이 던진 말에 민주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구긴 누구겠어. 내 기둥서방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