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98화 (1,165/2,000)

1181. 질투는 나의것.-36-

영철과 지희의 다툼은 제법 심각했기에 당연히 답변은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며 도훈이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짰다.

‘지희를 다시 보려면 넉넉히 두 시간은 걸리겠지?’

[그렇다고 봐야죠. 주인님이 워낙에 정력이 좋으시니 말입니다.]

‘5분 컷하고 찍 싸는 방법도 있긴 한데, 그건 공략 대상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좀 있다 지희한테 연락오면 쌩까고 있다고 실수로 핸드폰을 택시에 흘렸다고 거짓말해야겠어. 다시 찾느라 늦었다고.’

[좋은 핑계군요. 하지만 지희양이 중간에 시엘양에게 확인 전화라도 하면요?]

‘확인 전화라니? 지희는 내가 시엘을 따먹고 있을 거라곤 조금도 의심 못할 걸?’

도훈은 사전에 완벽한 알리바이를 구축했다.

암흑 까페에서 두 여자는 도훈이 오로지 자기랑만 놀아난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이는 아주 당연한 반응으로, 생전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추행에 가까운 스킨십을 하는 것도 모자라, 하물며 두 여자를 옆에 끼고 동시에 떡주무르듯 주물렀다는 사실을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주인님의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지 않습니까?]

‘누구? 영철이?’

[네, 영철군이 만에 하나 두 분이 여자들을 서로 갈라치기 한 사실을 발설해 버리면 주인님도 무척 난감해질 텐데요.]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 녀석이 태영이처럼 의리가 없어 보이진 않지만, 혹시라도 지희랑 잘 해보려고 나를 팔아 먹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도훈도 그 부분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철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지희는 오히려 나를 더 믿어 줄걸.’

[그렇게 확신하는 근거라도?]

‘원래 사람이란 게 그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보지. 지희는 이미 나한테 꽂혔거든.’

어둠속에서 지희는 떡 실신 지경에 이르렀다.

나중에 밝은 데서 보니 손끝이 온탕에 오래 몸을 담근 것처럼 쭈굴쭈구 해졌을 정도였다. 아마도 손가락만으로 절 정을 맛보았을 테고, 한 번 맛을 본 이상 분명 2차전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옆에서 껄떡대봐야 귀찮은 날파리처럼 느껴질 뿐. 이제와서는 영철이 아무리 감언이설로 구슬려본들 버스는 떠난 셈이었다.

‘오히려 영철이가 그런 말을 해버리면, 그냥 놈만 찌질이 되는 거야. 난 솔직히 거기까진 안 갔으면 좋겠어.’

[에휴, 영철군이 하필 주인님을 만나는 바람에 얼굴값도 못했군요.]

‘원래 세상일이란 게 그래. 다 상대적인 거지. 위너 테잌스 올, 루저 스탠딩 스몰이랄까?’

[위너는 자주 하시던 말인데 뒤에 루저는 또 뭡니까?]

‘ABBA 노래 가사야. 승자는 다 가지고, 패자는 찌그러지는 거라는 뜻이지. 아쉽지만, 영철은 오늘 철저하게 패배했거든.’

[하필 주인님 같은 분을 만나가지고. 암튼 지희양이 시엘 양에게 확인 전화를 걸 수 있으니 미리 말을 맞추시는 게 좋겠습니다.]

‘당연하지. 그리고 시엘이도 눈치가 있으니 적당히 둘러 댈거야.’

도훈이 로시와 작전회의를 하는 중 화장실로 숨었던 시엘이 문을 열며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음…. 씨, 씻을 거야?"

"어? 씻고 나오려는 거 아니었어?"

모텔에 입성하고도 시엘은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았다.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대답했다.

"아니야. 화장실이 급해서…. 음. 알았어 그럼 씻고 나갈게."

시엘은 다시 문을 닫더니 안에서 걸어 잠궜다.

도훈이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푸하. 모텔까지 와서도 여전하네."

[생긴것과 달리 은근 순진한 타입인 것 같습니다. 내숭이 아니라요.]

‘맞아. 그런 것 같더라. 아까 오랄하는 것도 어설프더라고.’

[오늘은 주인님이 고생좀 하시겠군요.]

‘뭐 가끔은 교육시켜주는 것도 재밌긴 하지.’

도훈이 무료함을 달래며 모텔방에서 혼자 기다리는데 짜맞춘 것처럼 동시에 두 사람에게 깨톡이 날아 왔다. 한 명은 아까 미리 연락했던 지희였고, 나머지 한 명은 영철이었다.

도훈은 폰을 잃어 버린 것으로 위장할 계획이었으므로 지희의 톡을 읽지도 않았다.

-김영철 : 형, 바쁘실 것 같은데 죄송해요. 제가 실수한 것 같아서 연락드려요. 제가 아까 술김에 지희한테….

장문을 깨톡을 보낸 영철을 메시지를 보는 순간 도훈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너 뭔 소리야 갑자기?"

-앗, 형 지금 통화 되세요? 전 방해될 줄 알고.

시엘이 샤워를 시작했는지 물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훈은 최대한 샤워실에서 멀리 떨어져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시엘이랑 모텔 갔다고 지희한테 말해 버렸다고?"

-…네.

"하-. 이 자식 진짜."

영철은 혹시나 나중에라도 도훈이 알면 배신감을 느낄까봐 미리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도훈은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나마 뒷수습을 시도한 영철의 배려가 느껴져 조금은 기분이 풀렸다.

-어쩌죠? 둘이 같은 직장이라 나중에 서로 곤란한 일 생기면. 형 근데 지금 시엘 누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요?

도훈은 머리를 굴렸다.

‘아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냥 영철이 한테도 사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어. 내가 처음 만난 여자랑 원나잇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봐야 좋을 건 없으니까.’

"뭘 같이 있어 인마.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지."

-헉! 진짜요?

왠지 영철의 목소리가 한결 밝아진 느낌이었지만 도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저는 형은 성공하실 줄 알았는데.

"나는? 뭔 소린데?"

-형. 저 보기 좋게 까였어요. 진짜 구질구질 매달렸는데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아…. 차라리 형이 지희를 노렸으면 오늘 밤 가능했을 수도 있는데.

"지희라니?"

-제가 보니까 지희가 형이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더라고요. 확실할 거예요. 아, 파트너가 서로 바뀌었어야 했는데 ….

영철은 여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도훈은 설사 파트너가 바뀌었더라도 순서가 바뀌는 것일 뿐 결국 혼자 독식하는 결과는 바뀌지 않았을 거라고 생가 갷ㅆ다.

"나도 술집에서는 분위기 좋았지. 그래서 가능할 줄 알았는데 밝은 데로 나오니까 사람이 확 바뀌더라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딱 봐도 시엘이 원나잇같은 거 하고 그럴 타입처럼 보이진 않았잖아."

-맞아요. 저도 지켜보니까 엄청 순진하시더라고요. 보통 클럽 좋아하는 여자들 되게 헤픈데 전혀 아니었어요.

"암튼 그래서 나는 다음에 혹시 시간되면 보자고 하고 집으로 온 거야."

-그러셨구나. 암튼 죄송해요 형.

"됐어. 그냥 시엘이 한테는 내가 잘 말할게. 영철이 네가 오해해서 헛소리 한 것 같다고."

-네, 형. 꼭 그래주세요. 아니면 제가 따로 나중에 시엘이 누나한테 연락해서 사과드릴게요.

"뭘 굳이 그렇게까지. 그냥 신경 안써도 돼. 앞으로 잘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네.

"기운내라. 뭐 오늘만 날이냐. 잘되는 날도 있고 안되는 날도 있지. 그래도 재밌었잖아."

-맞아요. 치어리더랑 소개팅도 해보고 나름 괜찮았어요.

"그래. 그럼 쉬어라."

-네. 형, 아 저 곧 휴가 복귀 하는데, 복귀하기 전에 연락드릴게요.

"그래."

영철과 통화를 마친 도훈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영철이는 애가 못된 건 아닌거 같아.’

[그러게요. 곧바로 실수를 바로 잡으려고 전화까지 하는 걸 보면요.]

‘아무튼 지희가 괜히 신경쓰이겠군. 영철이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해가지고.’

[잘 둘러대십시오.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요.]

‘당연하지. 공략은 해도, 뒤끝은 남기지 않는다. 내 신조잖아.’

그때 샤워를 다 마친 시엘이 머리에 수건을 두루고 밖으로 나왔다. 샤워를 해놓고도 다시 옷을 입고 나온 시엘을 보고 도훈이 의아해 물었다.

"옷은 왜?"

"응?"

"샤워 한 거 아니었어?"

"아…. 어."

"그 안에 가운 같은 거 있지 않나?"

"미, 민망해서."

시엘은 부끄러워하더니 곧바로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저렇게 부끄러움이 많은데 아까 술집에선 어떻게 잦이를 빨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럼 나도 씻고 올게."

"으, 응."

도훈이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맞다. 방금 영철이한테 전화왔었어."

"영철이? 네 후배?"

"응. 걔가 지희한테 말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도훈이 상황을 요약해 전달했다. 내용을 들은 시엘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 어떡하지, 그럼? 지희가 직장에 이상한 소문이라도 내면."

"그냥 집에 혼자 갔다고 해."

"집에?"

"응. 내가 집으로 바래다 주고 바로 갔다고. 아마 영철이가 오해해서 헛소리 했을 거라고."

"으응. 그렇게 할게."

도훈이 샤워실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엘의 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지희였다.

시엘은 최대한 졸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으응, 지희야. 무슨 일이야?"

-아, 언니 집에 잘 들어가셨는지 걱정돼서요.

"당연히 집이지. 지금 자려고 씻고 누웠어. 너?"

-저도 집에 왔어요. 언니, 영철이 걔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응? 왜? 두사람 분위기 괜찮지 않았어?"

내막을 모두 파악한 시엘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되물었다.

-아니, 아까 택시 타고 가는데 막 이상한 소릴 하더라고요.

"무슨?"

-아니에요. 하여간 좀 별로였어요.

"그래? 난 괜찮던데."

-그냥 생긴 것만 멀쩡해요. 얘기해 보시면 좀 깰걸요.

"으응."

그때 지희가 막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언니, 그럼 도훈 오빠는 바로 집으로 돌아가셨겠네요?

"으응. 나 바래다주고 바로 택시 타고 갔어. 왜?"

-아, 아니에요. 그럼 쉬세요.

전화를 끊은 시엘은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생각했다.

‘흠…. 지희가 도훈이한테 진짜로 마음이 있었나 보네.

어쩌지 미안해서. 도훈이는 지금 나랑 같이 있는데….’

샤워실에서 물소리가 그치자 시엘이 바짝 긴장했다.

어쩌다 보니 모텔까지 와버렸지만, 사실 시엘은 도훈과 이렇게 될 것이라곤 예상도 못했다.

‘아…. 긴장돼 죽겠네. 나 진짜 오랜만인데….’

시엘은 마지막으로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거의 2년 넘게 섹스리스였다. 젊은 아름다운 그녀가 그동안 성욕을 억제하고 살 수 있었던 건, 본래부터 성욕이 강한편은 아닌데다, 평소 클럽에서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해 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도훈에게 완전히 자극을 받은 터라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도훈이가 날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가장 우려되는 건 시엘이 섹스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섹스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딱히 오르가즘을 느껴본 기억이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남자들이 왜 그렇게 섹스를 밝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만났던 남자친구들이 너무 그녀를 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맞춰준 것 뿐이었다.

‘후우-. 도훈이 경험이 많은 것 같으니 알아서 잘 리드해 주겠지?’

시엘은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은지 옷을 입은 채 이불을 턱 밑까지 당겨 꽁꽁 숨어있었다.

그때 샤워실 문이 열리며 도훈이 나왔다.

"으, 으아아!"

주요부위에 수건만 걸치고 나온 도훈을 보며 시엘이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뭘 그렇게 놀래?"

"아, 아니 옷을…."

"풉-. 남자 벗은 몸 처음 봐?"

"몰라. 민망하니까 불 좀 꺼줘."

시엘은 불을 켜놓고 섹스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상하게 불을 켜면 부끄럽고 민망해 도저히 섹스에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알았어."

도훈이 순순히 알겠다면서 전등 스위치로 걸어갔다.

그러자 아슬아슬 걸쳐두었던 수건이 흘러내리며 그의 굵은 잦이가 드러나고 말았다.

방심하고 있던 시엘은 도훈의 잦이를 보자 경악했다.

"아아악!"

그곳엔 아나콘다가 달려있었다. 도훈은 샤워실에서 살짝 발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의 크기는 노발기 시보다 더 커진 상태.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란 시엘은 차마 고개를 돌릴 생각도 못했다.

"응? 왜 그래?"

"아, 아니 너…. 너 그거 왜 그렇게 커?"

"왜 그렇게 크냐니? 아까 만져보지 않았어?"

"그땐… 깜깜해서 잘 안보였잖아."

"빨아주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 그건 너가 시켜서…."

"암튼 크기는 대충 알았을 거 아니야."

"몰랐어. 이렇게 클 줄은."

소등을 하러가던 도훈이 갑자기 발길을 돌리더니 침대에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있는 시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수건까지 벗어던진 그는 거대한 대물을 달랑거리고 있었다.

"꺄아, 뭐, 뭐야. 불 꺼달라니까."

"그냥 불 안 끄고 싶어서."

"왜, 왜?"

"너가 남자 몸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구석구석 보여주려고."

"안 그래도 돼. 정말로 괜찮으니까 불 좀 꺼줘."

시엘은 급기야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더니 완전히 숨어 버렸다. 도훈은 그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와, 생각했던 이상인데. 무슨 결벽증 같은 거 있나?’

[그러게요. 너무 순진한데요. 처녀도 아니지 않았습니까? 염색한 머리만 보면 남자 꽤나 밝힐 것 같이 생겼는데.]

‘음, 치어리더 일 때문에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나봐.

실상은 저렇게 겁도 많고 부끄러움도 많은데 말이야. 그리고 섹스 경험이 있다고 다 섹스를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네? 그럴수도 있습니까?]

‘뭐 상황에 따라서는? 암튼 근데 의외긴 해. 나이로 보나, 외모로 보나 경험이 적기가 쉽지 않을텐데.’

도훈이 시엘이 덮고 있던 이불을 잡고는 확 걷어 버렸다.

"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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