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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96화 (1,163/2,000)

1179. 질투는 나의것-34-

도훈은 영철이 얼마나 허세를 부리는지 궁금한 마음에 일부러 캐물었다.

"정말? 어디까지 갔는데?"

"그게···."

순간 영철은 어둠 속에서 들었던 물방울 튀는 소리를 떠올렸다. 그것은 흠뻑 젖은 봊이를 손바닥으로 두드릴 때 나는 소리였다.

이미 손가락으로 신나게 보짓구멍을 들쑤신 후, 부풀어 오른 보짓두덩을 밖에서 마찰을 시키며 자극하는 지극히 음란한 수법.

‘도훈이 형은 벌써 밑까지 싹 다 훑은 모양인데 나도 비슷하게 진도를 맞춰야겠지?’

영철은 도훈에게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체육과에선 적수가 없던 그였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야말로 황금기를 구가하던 영철의 입장에선 새롭게 등장한 도훈의 존재는 거대한 벽이자, 넘고 싶은 산이었다.

얼굴이면 얼굴, 몸이면 몸.

심지어 후배들의 존경과 선배들의 인정까지 두루 받는 그야말로 전천후 인싸 캐릭.

태어나 처음으로 강한 열등감에 빠진 영철은, 도훈에게 꿀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다.

"형은 시엘 누나한테 집중하느라 못 들으셨나 봐요. 저희 아까 진짜로 후끈했는데···."

"…후끈했다고?"

도훈은 비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딱 봐도 거짓말이라는 게 얼굴에 표가 났지만, 영철은 필사적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연기력은 빵점에 가까웠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도훈이 재차 묻자 영철이 상상의 섹스를 떠올렸다.

‘물고 빤 것만으론 부족해. 도훈이 형도 어차피 거기까진다 했단 말이지. 어차피 증거도 없고 물어 확인할 것도 아닌데 막 질러 버려야지.’

"와···. 지희 걔, 진짜 장난 아니더라고요."

"아니 정확히 말을 해줘야 알지. 장난인지 아닌지."

"그게 그러니까···."

이쯤 되자 영철은 더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

스스로 배수진을 치며 퇴로를 막아선 꼴이었다.

"갑자기 제 허벅지 위로 올라타는 거 있죠?"

도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희가 네 허벅지 위에 올라탔다고?"

"네."

"그러니까···."

"팬티까지 싹 다 벗고."

"헐!"

도훈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어둠 속에서 면벽 수련을 하며 고개를 떨구던 영철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혼자 자책하고 있는 그 모습은 찐따 그 자체였는데.

‘풉, 지랄하고 자빠졌네.’

[대체 왜 저러는 걸까요?]

‘밑져야 본전이니 자존심이라도 챙기겠다는 얄팍한 수지.’

[영철군도 분명 주인님이 여자들을 농락하는 소릴 들었을 텐데 말이죠.]

‘영철이는 거기에 지희가 포함되었을 거라곤 생각 못 했을 거야. 아마도 내가 시엘이랑 물고 빤다고 착각했겠지.

지희는 가만히 있고.’

[어차피 안 보였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동시에 두 사람을 농락한다는 생각은 보통 사람이면 죽었다 깨도 못 할 테니까요.]

‘아무튼, 그런 소리를 들은 영철은 자신은 아무것도 못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엄청 상했거야. 그러니 막 질러버리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검증할 방법도 없으니.’

[영철군도 상당히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군요.]

‘귀엽네 뭐. 남자한테 저 정도 허세는 애교지. 종특에 가깝잖아.’

도훈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영철을 부추겼다.

"그럼 진짜로 해버린 거야? 술집에서?"

영철은 차마 그 말은 못 하겠던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보면 인정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직접적인 언급은 안 했기 때문에 그저 고갯짓이라고 우겨도 될 법한 애매한 동작이었다.

말을 하면 인정이지만, 침묵은 늘 여지를 남기는 법이니.

도훈이 과장되게 영철을 추어올렸다.

"와!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거기서 그런 짓을!"

"흠흠···. 암튼 이 얘기는 민망할지 모르니까··· 아시죠?"

"당연하지. 내가 어디 가서 그런 말을 하겠어. 나도 한 짓이 있는데."

"형도 대단하세요. 그 철벽같은 시엘 누나를···."

"하하, 안 보이니까 사람이 대범해지더라고."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까요? 이젠 분위기 봐서 찢어져도 될 것 같은데."

영철은 암흑 까페에선 별 재미를 못 봤기 때문에 얼른 자리를 파하고 싶었다. 현재의 구도상 네 사람이 함께 있으면 될 것도 안 될 분위기였다. 어떻게든 둘만 남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를 볼 방법은 그것뿐이엇다.

‘난 절대 거짓말을 한게 아냐. 어차피 나중에 따먹으면, 순서의 문제지 결국엔 지희랑 잔 건 사실이 되니까.’

영철은 어떻게 해서든 오늘 밤 지희를 자빠뜨림으로써, 자신이 부린 허세를 사실로 만들 계획이었다. 도훈도 도훈대로 작전을 세웠다.

‘대충 간 보기는 끝난 거 같으니, 후다닥 업적이나 마무리해볼까? 시엘이는 바로 모텔각 나오겠지?’

[충분하죠. 그 정도까지 건드렸는데 오히려 안 가면 마음도 없으면서 가지고 놀았다고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래. 예열만 시켜놓고 팽개치면 예의가 아니지.

시동을 걸었으면 풀 악셀 한 번 밟아줘야지.’

[한데 지희양은 어쩌시려고요?]

‘지희는···. 후식으로 먹을 거야. 잠깐 놔둬야지.’

[잠깐 놔둬요?]

‘나에게 다 생각이 있어.’

"그럼 다시 돌아가서 적당히 핑계 대고 빠지자."

"제가 집에 들어가 봐야 한다고 구라칠게요."

"벌써? 아직 막차 끊길 시간도 아닌데? 넘 시간이 애매하지 않냐?"

"집에 제사 있는데 깜빡했다고 하면 되죠."

"제사? 크크. 오케이. 그 핑계로 적당히 찢어지자."

"네. 형은 시엘이 누나랑 따로 빠지세요. 저는 지희랑 흩어질 테니까."

"멋진 녀석. 건투를 빈다."

도훈이 주먹을 쥐고 내밀자, 영철이 나란히 주먹을 내밀며 부딪혔다. 도훈은 여유가 넘쳤고, 영철은 어딘가 조바심이 난 모습이었다.

* * *

한편 남자들이 화장실을 간다며 빠져나간 룸 안은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특히 시엘은 지희가 영철과 몹시도 음란한 행동을 했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말을 꺼내기 민망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둘은 구단 스텝이라는 같은 직장을 가진 선후배 사이일 뿐. 사적으로 밀접한 사이도 아닌데 남녀 간 일을 사사롭게 얘기할 정도로 가깝진 않았다.

"으, 음···. 여긴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치?"

"그러니까요."

폭풍우가 훑고 지나간 지희는 한결 차분해진 음성. 도훈의 손가락으로 이미 절정을 맛본 그녀는, 잠깐 흐름이 깨지자 현 상황을 냉정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대체 도훈 오빠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지?’

처음엔 은밀하게 엉덩이를 만지던 도훈은, 지희가 밑을 내주는 순간 아예 작정한 사람처럼 거칠게 그녀를 다루었다. 지희는 도훈에게 완전히 휘둘리며 가랑이를 활짝 벌린채 강제로 오나니를 당해야 했다. 아무리 어둠 속이라 해도 수치심과 굴욕감이 느껴질 만한 행위.

문제는 지희가 그러는 와중에 평소보다 흠뻑 느껴버렸다는 데 있었다.

평소 치녀 기질이 있는 지희에게는 공공장소에서 지인들이 있는 곳에서 수음을 당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강한 쾌감을 선사했던 것.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리자 지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아아···. 미쳐버릴 것 같아. 이럴 거면 그냥 해버리던가.’

도훈의 손장난 스킬이 대단한 것이긴 했지만, 흥분이 차오른 지희는 이젠 손가락만으론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보다 굵고 단단한 것이 필요했다.

클 게 분명한 도훈의 대물이.

"음, 영철이 괜찮더라 애가. 성격도 싹싹하고."

침묵이 부담스러웠는지 시엘이 이번엔 영철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희가 도훈에게서 영철로 마음을 돌렸다고 착각하고, 그를 칭찬함으로써 지희의 민망함을 덜어줄 생각이었다. 물론 본인이 도훈과 이어졌다는 죄책감도 덜어낼 겸.

"영철이요? 뭐, 그렇죠."

반면 지희 역시 속으로는 시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괜히 시엘 언니한테는 미안하네. 도훈 오빠가 정작 속으로 찍은 것은 난 줄도 모르고.’

술집에 오기 전 영철은 도훈이 시엘에게 관심이 있노라고 전했다. 처음엔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던 지희지만, 어둠속에서 도훈이 한 짓을 보고 깨달았다.

실은 도훈은 처음부터 지희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영철 또한 지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일부러 시엘이 더 마음에 든다고 후배한테 양보를 한 것이라고.

결국 지희의 관점에서 보면 시엘은 그저 도훈이 본심을 감추려는 위장일 뿐이었다. 만약 진실을 안다면 시엘은 분명 상처받을 것이다.

‘이게 다 결국 영철이 때문이야. 아니지. 어떻게 보면 내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두 남자 모두 나를 고른 거구나. 내가 잘못했네.’

서로가 착각 속에 빠져 있을 때, 입구의 커튼이 열리며 도훈과 영철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말을 맞춘 것처럼 들어오자 마자 말했다.

"저, 미안한데 생각해보니까 오늘 저희 집 제사가 있어가지고요."

"제사라고?"

"요즘 같은 때 무슨 제사를 지내?"

"아…. 저희 집 나름 뼈대 있는 집안이라."

"풉-!"

"그럼 뼈대가 없는 집안도 있니?"

"흠흠, 아무튼 지금 가봐야 늦지 않을 것 같아요."

도훈도 옆에서 거들었다.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남자들이 갈라지기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엘과 지희는 마침내 시간이 왔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래요. 다음에 또 보면 되지."

"나중에 폰 받으면 연락처 교환해요 우리."

술집을 나가기로 결심한 네 사람은 점원을 호출했다.

점원은 손에 LED 후레쉬를 들고 입구쪽으로 네 사람을 안내했다. 암막 커튼을 걷고 나가자 카운터 쪽은 빛이 들어와 환했다.

"어우, 여긴 이렇게 밝네?"

"그러니까. 깜깜해서 답답해 죽는 줄."

서로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계산이 끝나고 네 사람은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가게 밖으로 나와 번호를 교환한 네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만 헤어질까요?"

"밤도 늦었는데 여자만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 다들 집이 어느 쪽이야?"

시엘과 지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말하자 도훈이 말했다.

"집 방향으로 봐선 내가 시엘 누나 바래다주면 되겠다."

영철도 호응했다.

"그럼 전 지희 데려다 줄게요."

"너 집에 제사 있다며?"

"데려다 주고 바로 집으로 가도 늦진 않을 거야."

지희는 파트너가 갈리자 당황했다.

당연히 도훈이 자신을 선택할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시엘을 고른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뭐지 이건?’

그때 지희의 폰으로 깨톡이 왔다.

도훈이 몰래 보낸 메시지였다.

-이도훈 : 애들 눈치 보이니까 집에 갔다가 다시 만나자.

무슨 소린 줄 알지?

메시지를 확인한 지희는 그제야 도훈의 작전을 이해했다.

‘아하. 한참 시엘 언니랑 놀다가 갑자기 나를 바래다 준다고 하면 어색할 까봐 그렇구나. 후배인 영철도 오해할 테고. 맞아. 차라리 집으로 갔다가 다시 나오는 게 낫겠어. 아니, 그냥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야겠다.’

지희는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텔을 갈 필요 없이 도훈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싶었다. 모텔은 원나잇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지만, 집으로 부른 남자는 연어처럼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그렇게 해요 그럼."

"택시 잡을까?"

도훈과 시엘이 먼저 택시를 잡고 떠난 뒤 지희와 영철이 남았다. 영철은 마침내 둘만 남게 된 상황에서 지희에게 넌지시 말했다.

"와…. 근데 아까 두사람 엄청 나더라. 너도 들었지?"

"뭐가?"

"아니…. 난 딱 들으니까 알겠던데? 둘이 막 만지고 다하는 것 같더라고."

"……."

지희는 영철이 오해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저런. 도훈 오빠가 나한테 한 짓을 시엘 언니한테 한 거라고 믿는 모양이구나. 그래, 차라리 그렇게 오해하게 두는 게 낫겠지.’

"뭐… 서로 좋았나 보지."

"그래도 처음 만난 건데 그렇게 까지 화끈하게 놀다니."

"처음 소개팅한 날 자는 사람들도 있다는 데 뭘."

"하긴. 눈 맞으면 뭘 못할까."

영철은 은근슬쩍 지희를 자극하기 위해 말했다.

"저 두 사람 집으로 가는 건 맞을까?"

"뭐?"

"아까 분위기 봐선 그냥 모텔 들어갈 분위기던데."

‘멍청이. 도훈 오빠가 만지던 사람은 나야. 시엘 언니가 아니라. 그리고 네가 들었던 신음도 내가 낸 소리고.’ 지희는 오해하는 영철이 답답했지만, 그렇게 믿게 만드는 편이 본인에게 더 유리했기 때문에 반박하지 않았다.

"뭐 알아서 할 일이지. 어린애들도 아니고."

"하긴. 어, 택시왔다."

마침 택시가 서자 영철과 지희가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지희는 일부러 영철의 시선을 피하며 반대쪽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영철에게 떡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미련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사님. 개포동 주민센터요."

"네, 두 분 같은 방향이신가요?"

경험 많은 기사는 둘이 같은 곳에 내릴지, 경유지를 먼저 말하는 것인지 물었다. 지희는 단박에 대답했다.

"아뇨. 저 먼저 내릴 거예요."

"남자 손님은 그럼 어디로?"

영철은 지희와 함께 내릴 생각이었으므로 적당히 둘러댔다.

"일단 개포동 갔다가 말씀드릴게요."

"그래요, 그럼."

차가 출발하자 영철이 고개 돌려 앉은 지희를 바라보았다.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보자 성욕이 솟구쳤다.

‘으으, 내가 오늘 무조건 따먹고 만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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