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57화 (1,124/2,000)

1140. 그해, 여름. -55-

* * *

"저, 근데 누나. 진짜 상철이 형이랑 결혼 안 하시는 거 맞아요?"

"가, 갑자기 하다 말고 그런 걸 물어?"

은지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답변을 유도해야 했다.

"아니···. 솔직히 마음에 걸려서요. 곧 결혼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몹쓸짓을 하는 건데, 그게 아니라고 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일부러 박음질을 중단하자 갈증이 난 민희가 대답했다.

"안해."

"정말요?"

"진심."

"혹시 저 때문에···."

좀 더 명확한 답변이 필요했다.

일부러 유도심문을 던지자 민희가 답답했는지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도훈이 너랑은 상관없는 문제야. 솔직히 말하면 난 상철씨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야."

"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일부러 놀라는 척했다. 나는 안놀랐어도 숨어서 훔쳐보던 은지는 정말로 놀랐을 것이다.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요?"

"그래, 상철씨 부탁받고 따라 온 거야."

"무슨 부탁요?"

민희는 제법 술이 취하기도 했고, 섹스가 중단된 것이 답답했는지 갑자기 술술 불기 시작했다. 사실대로 이실직고하면 남의 약혼녀를 몰래 따먹고 있다는 나의 심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보고 여친 행세를 해달라더라고."

"여친 행세요? 그럼 진짜로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다는 말이에요?"

"상철씨와 그냥. 그래, 비즈니스로 알게 된 사이야."

"비지니스요?"

유흥업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민희는 거기까진 밝히지 않았다. 아마도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심어주긴 싫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일 때문에 알게 된 사인데, 돈을 많이 준대서 따라온 것 뿐이야. 그러니 도훈이 넌 전혀 죄책감 안 가져도 돼."

"아···. 이럴수가."

"너 이 얘긴 절대로 비밀이다?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네 여친한테도."

민희가 신신당부했지만, 이미 그땐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은지가 불쑥 몸을 일으킨 뒤였다.

"뭐라고?"

귀신처럼 등장한 은지에 민희가 놀라 까무러쳤다.

"혀, 형님!"

"형님 같은 소리하네. 결혼할 사이도 아니라면서."

민희는 은지에게 들켰다는 생각에 몸 둘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나에게 박힌 상태였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나 역시 숨어 있던 은지가 모습을 드러낼 줄을 예상 못했기 때문에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은지가 그 모습을 경멸스럽게 쳐다보았다.

"잘하는 짓이다. 여친 놔두고 바람피우는 놈이나, 돈 받고 여친 행세하러 와서 딴 놈한테 대주고 있는 년이나. 아주 쌍으로 지랄을 하는 구나?"

은지는 일부러 나와 선을 긋기 위해 싸잡아 비난하는 모습이었다. 나와 미리 짰다는 것을 민희가 알았다간 괜히 일이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그에 호응하며 당황하는 척 했다.

"아, 아니 저, 저는 그게···."

"넌 입 다물어! 미나한테 다 불어 버리기 전에!"

"죄, 죄송합니다."

은지는 나의 사과를 일축시키더니 여전히 뒤치기 자세로 어쩔 줄 몰라하는 민희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민희를 협박했다.

"나 다 들었어. 너 똑바로 얘기해. 도련님, 아니 상철이 그 새끼가 너한테 대체 뭘 부탁한 거야?"

궁지에 몰린 민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섹스하다 남에게 발각되기만 해도 혼비백산하며 당황할 텐데, 상철과 몰래 꾸민 흉계까지 걸린 마당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죄, 죄송 합니다···."

급기야 민희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민희의 눈물에도 은지가 아랑곳하지 않고 표독스러운 얼굴로 쏘아붙였다.

"어디서 질질 짜고 지랄이야?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순순히 대답 안 하면 너 내가 보고 들은 거 우리 남편한테 다 일러바칠 거야. 그러면 상철이가 널 지켜줄 거 같아?"

확실히 협박에 일가견이 있는 은지였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민희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나 역시 은지를 거들었다.

"누, 누나. 그냥 다 말해버려요. 이거 다 까발려지면 저도 미나를 볼 면목이 없단 말이에요."

나의 부추김에 민희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작전은 엎어졌다. 은지의 말처럼 지금 일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 상철은 그녀를 외면할 것이다.

민희가 입술을 깨물더니 은지를 향해 말했다.

"제, 제가 사실대로 다 얘기하면요? 절 용서해 주실 건가요?"

"들어보고 나서. 그리고 너희들 언제까지 그렇게 붙어 있을 거야? 안 떨어져?"

"죄, 죄송합니다."

그제야 민희 봊이에서 대물을 꺼냈다. 씹물에 절인 대물이 바지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모습이 우스꽝 스럽기 짝이 없었다. 나는 급히 바지춤으로 밀어 넣는 시늉을 했지만, 이미 발기된 물건이 쉽게 들어갈 리 없었다. 급한 대로 옆에 있던 바가지를 들어 대물을 감추었다.

"그게··· 사실은···."

은지의 협박에 굴한 민희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상철이 두어 달 전 자신을 섭외해 음모를 기획했고, 그 결과 이렇게 가족 동반 여행까지 따라오게 된 것이라고.

"음모? 그게 뭔데?"

민희는 거기서부터 입을 움찔거리며 내 눈치를 보았다.

마치 도훈이 옆에 있는데 모든 걸 까발려도 괜찮겠냐는 모습이었다. 은지가 쿨하게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도훈이도 잘못한 게 있으니 어디가서 입도 뻥긋 못 할 테니까."

"절대로 말 안할게요."

내가 겁먹은 시늉을 하자 민희가 그제야 상철의 계획을 털어 놓았다.

"상철씨는···. 부부스와핑을 하려고 했어요."

"스와핑? 설마!"

"네, 저를 아주버님에게 바치고 자신은 형님을···."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내가 미쳤다고 도련님이랑."

은지가 버럭 성을 내자 민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술에 잔뜩 취하게 하겠다고···. 자기 형은 만취하면 아무 여자나 데리고 자는 버릇이 있어서···. 저를 안고 자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줘서 형수님이 홧김에···."

"개수작 부리고 있네. 그 인간이랑 너랑 눈앞에서 백번천번 씹질을 해봐. 내가 퍽이나 질투를···."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저도 그럴 생각까진 아니었는데·

··."

마침내 상철의 흉계를 알게 된 은지가 이를 부득 갈았다. 평소에도 자신을 몰래 흠모한다는 건 대강 짐작하고 있었지만, 더러운 흉계를 꾸며 자신을 덮치려 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 모습이었다.

"이 미친 새끼를 진짜!"

"죄송해요, 제가 빚이 너무 많아서···. 자기 형을 유혹해 한번만 자면 다 갚아 준다고 해서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미친년. 너 대체 뭐 하는 년이야? 돈만 주면 아무 남자랑 자고 다니니? 너 창녀야?"

창녀라는 말에 민희가 눈에 띄게 동요했다. 그녀는 그 와중에도 나를 의식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룸싸롱 출신임이 밝혀지는 걸 부끄러워 하는 듯 했다.

[민희가 주인님을 정말로 좋아했나 보군요. 끝까지 숨기는 걸 보면.]

‘그래 봐야 어쩔 수 없지.’ 민희는 결국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는 기가 찬 듯 허탈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썅년. 하여간 싼티나게 입고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 데···. 질질 흘리고 다니기나 하고."

"······."

민희에게 면박을 준 은지가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도훈이 얘는 뭔데?"

"그건···."

"얘한테도 돈 받고 대줬니?"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고···."

"닥쳐!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 아주 신이 나셨더만?"

은지는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한참 민희에게 독설을 퍼붓더니 나와 민희를 향해 말했다.

"너희 둘 다 잘 들어. 나 이번 일 절대 이대로는 못 넘어가."

"제,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이거 까발려지고 한국 가면 저 상철씨한테 맞아 죽어요. 그 사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무서운 사람이에요."

"누가 까발린데?"

"네?"

은지가 표정을 싹 바꾸더니 말했다.

"도련님, 아니 상철이 그 새끼가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으니 나도 똑같이 돌려줘야지."

"도, 돌려준다는 말은···."

"너. 상철이한테 일 끝나고 얼마 받기로 했어?"

"네?"

"어차피 돈 받고 시작한 일이라며? 얼마면 돼? 내가 너 지금 사려는 거야."

[와! 지금 돈으로 다시 매수를 하는 겁니까?]

‘대단하군. 은지 저년도 만만치 않은 년이네. 여기서 역공을?’

"사, 삼천요."

"좋아. 내가 그 돈 대신 줄게. 아니, 얹어서 오천 줄게."

"저, 정말이세요?"

"난 두 번 제안 안 해. 할 거야 말거야?"

"할게요. 무슨 일이든 시키는대로 할 게요."

"그리고 너."

이번엔 은지가 나를 가리켰다.

"네?"

"너도 나 도와."

"저는 왜···."

"너는 잘못 없어? 니 여친 놔두고 창녀랑 몰래 놀아난 주제에?"

"아니 그건···."

"너희 둘 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럼 오늘 일은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줄테니까."

[은지양이 설마 배신을 때린 겁니까? 이대로 그냥 당하시려고요?]

‘뭔지 모르지만, 생각이 있겠지. 일단 당해주는 척 하자.’

나도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대답만가지곤 믿을 수 없지. 나도 담보를 받아 놔야겠어."

"담보라뇨?"

은지가 갑자기 사악하게 웃더니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켰는지 갑자기 나와 민희를 촬영하기 시작했다.

"나도 너희들 약점을 잡고 있어야 할 거 아니야. 특히 민희저년은 돈만 더 주면 어디로든 붙을 수 있는 년이니."

"아, 아니에요."

민희가 세차게 부정했지만, 은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잔소리 말고. 아까 하던 거 마저 해. 내가 너희 년 놈들 다 찍어 놓을 거야. 만약 나 배신하면 남편한테 죄다 불어 버리게."

"아, 아니!"

[주인님, 영상물이 남으면 위험한 거 아닙니까? 허은지가 그걸 이용해 주인님을 옭아매면 어쩌려고요?]

‘당연히 안되지.’

그때 주머니에 있던 폰이 부르르 울리자 은지가 말했다.

"뭐야. 도훈이 너 여친에게 전화 온 거 아니야?"

그것은 짧은 울림 한 번으로 누가봐도 문자메시지였다. 하지만 은지는 계속 전화를 받으라고 종용했다.

"얼른 받아. 괜히 의심하기 전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서 폰을 들어 몰래 확인하자 허은지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허은지 : 촬영하는 거 아니야. 민희 저년이 배신할까봐 어쩔 수 없이 찍는 척하는 거니 안심해도 돼.

알고 보니 은지는 카메라를 찍는 척하면서 나에게 몰래 톡으로 메시지를 남긴 것이었다.

[은지양이 은근히 머릴 썼군요.]

‘저 말을 순순히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폰을 확인한 나는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전화 온 게 아니라 톡이었어요. 한국에서 친구한테 온."

"그럼 후딱 시작해 볼까? 설거지하는데 너무 오래 걸리면 의심받을 테니까."

은지가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섹스를 종용했다.

‘민희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나까지 이용할 줄이야.’

[정말이지 악랄한 심보군요. 주인님에겐 무슨 부탁이었는지 알아보라고만 해놓구선.]

‘일단 들어주는 척하자. 어쨌든 셋이 한 배를 타게 되면 미션수행하는 데 불리할 건 없으니까.’

내가 머뭇거리자 어느새 민희가 결심을 굳혔는지 나를 향해 말했다.

"미안해, 도훈아. 나 때문에 너까지."

"괜찮아요. 저도 잘한 건 없으니까."

"얼른 시작 안 해? 이것들이 지금."

은지의 독촉에 결국 하다가 중단 되었던 섹스가 재개되었다.

바가지로 감추고 있던 대물은 그 사이 석이 죽어 축 늘어졌있었다. 민희는 그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바닥에 무릎 꿇더니 빨기 시작했다.

"흡!"

은지가 그 모습을 카메라로 들이대며 비아냥거렸다.

"창녀라 그런지 부끄러움도 없구나."

그렇게 말하는 은지는 어딘가 들뜬 목소리였다. 어쩌면 그녀가 나와 민희의 영상을 확보하는 목적이, 단순히 민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관음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

‘저 변태년 근데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히 흥분해 있군요. 원래부터 관전플레이를 즐겼던 걸까요?]

‘그것보다는 아까 옷장에 숨어서 구경하다가 뭔가 삘이 꽂힌 모양이야. 엄청나게 흥분됐나 보지.’

민희가 열심히 잦이를 빨아대자 대물이 다시 부풀었다. 그때 은지를 슬쩍 쳐다보는데 발기된 대물을 보며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맞네. 저 변태년. 찍는다는 건 순 핑계고 지가 보고 싶은 거였어.’

"하루 종일 빨기만 할 거야? 그리고 무슨 섹스를 옷 입고 해? 둘 다 싹 벗어."

"여, 여기서요?"

민희가 당혹스럽게 반문했으나 은지가 버럭 성을 냈다.

"시키는 대로 못해?"

"아, 알았어요."

민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도훈이 너도."

"저까지요?"

"말했지. 너도 이번 일에 책임 있다고."

나 역시 옷을 벗었다. 여름 옷이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나와 민희가 알몸이 되었다. 은지는 홀딱 벗은 나신에 흡족해하며 계속 명령했다.

"식탁 위에 앉아."

은지의 명령에 민희가 넓은 10인용 식탁 위에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거기 누워."

민희는 이미 체념한 듯 은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대리석으로 된 식탁은 크고 단단했기 때문에 민희가 벌러덩 드러누워도 절반넘게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많이 해본 솜씨네. 얼마나 음탕하게 놀았으면···."

은지는 제가 시켜놓고 민희를 비난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나에게 명령했다.

"뭐해 넌? 가서 안 박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