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56화 (1,123/2,000)

1139. 그해, 여름. -54-

* * *

오후의 물놀이가 끝나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수영복 차림에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일행들은, 상철이 2시간 동안 준비한 야외 바비큐 파티장으로 향했다.

"간만에 실력 발휘 했으니까 많이들 먹으라고."

다른 사람이 쉬는 동안 내내 화로 앞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상철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다들 상철의 수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와, 엄청 많이 준비하셨네요?"

"도련님, 고생하셨어요."

"거참, 사람 불러서 하라니까 굳이."

도훈 역시 상철의 곁에 다가가 그의 노고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와, 고생 많으셨어요. 이렇게 많이 차리실 줄 알았음 옆에서 도와드릴걸 그랬어요."

빈말이 아니었다.

상철은 혼자서 6인분의 식사와 안주거릴 혼자 다 만든 것이었다.

새우나 조개같은 각종 해산물부터, 칼질을 해 재워둔 양념등갈비, 그리고 야채 샐러드부터 식전으로 먹을 스튜까지. 완벽한 한 상차림이었다.

도구나 재료도 변변치 않았을 텐데, 야외 테이블이 가득 찰만큼 준비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하하, 어제 술 대접도 받았는데 이쯤이야. 그리고 난 보기보다 요리를 좋아해서 말이야. 자, 그리고 오늘의 특별 요리."

상철은 아까부터 불에 올려둔 냄비 뚜껑을 열어 보이며 모두에게 자랑했다.

"엇, 저거 김치찌개 아니에요?"

"우아! 저 한식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어떻게 만드신 거에요?"

김치찌게가 대단한 요리는 아니었으나, 장소가 장소다 보니 평소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특히 3일 째 느끼한 서양식만 먹던 일행들에게는 보글보글 끓면서 피어오르는 냄새 만으로도 식욕을 북돋았다.

"요, 근처 한인 마트에서 재료를 팔더라고. 재료가 다 있어서 수월하게 만들었어."

"와! 진짜 맛있겠다."

상철이 정성들여 만든 식사로 인해 저녁 시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고기나 해산물등은 외식으로 사먹어도 그만이지만, 그가 만든 김치찌게 만큼은 돈 주고도 못 먹을 특급메뉴였다.

오전부터 신나게 놀았던 일행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시작하며 반주도 곁들였다. 특히 상철이 한인마트에서 사온 소주가 있어 더욱 반가웠다.

"외국 나오니까 소주가 굉장히 비싼 술이더라고. 이거 한 병에 10달러나 하더라니까?"

"10달러면 만원 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여기선 소주가 양주나 마찬가지니까."

도훈은 외국의 경우 알콜 도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서 비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다.

[상철이 엄청 고생했겠군요. 요리 솜씨도 마음껏 뽐내고요.]

‘잘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겠지.’

[허은지 말입니까?]

‘아마도. 솔직히 상철이 형하고 비교했을 때 특출난 부분이 있는 건 아니잖아. 둘 다 외모로는 평범한 30대 남성보다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그렇죠. 키도, 얼굴도.]

‘유일하게 잘난 점은 성공한 사업가라는 타이틀인데, 어차피 그건 형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거든. 그게 물려받은 유산으로 인해서든, 자수성가든 결과는 똑같으니까.’

[그래서 형철에겐 없는 가정적인 모습을 어필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솔직히 형철이 싸이판 와서 한 거라곤 밤 새 도박하다 남들 놀 때 방에서 낮잠이나 처 잔것 말곤 없잖아. 운전도 상철이 다 하는 것 같던데.’

[호오.]

‘상철은 그래도 꾸준히 뭔가를 하는 느낌이거든. 그 차이를 은지가 인정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무슨 뜻입니까?]

‘사실 상철이 이미지 관리 하나는 진국이야. 가식적이긴 해도 자기보다 못 난 사람들에게 늘 친절하고, 부자건 아니건 솔선수범해서 요리도 직접 차리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남편감으로선 믿음직 스럽달까?’

[근데요?]

‘여자들은 성실한 남자를 좋아하긴 하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

[아니라고요?]

‘왜 꼭 단체로 모임같은 거 하면 묵묵하고 성실한 캐릭터 있잖아. 우리과로 예로 들면 우선이 같은 애들. 누가 보든 안 보든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모임에선 없어서는 안 될 소금같은 존재야. 그런 애들이 없으면 모임이 잘 안 돌아가거든.’

[굉장한 장점 아닌가요? 모임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은.’

‘하지만 소금이 꼭 필요하다고 해서 소금만 집어먹는 등신은 없단 말이지. 정확히 말하면 소금은 간을 맞추는 조미료일뿐, 메인은 어차피 따로 있는 거니까.’

[아하.]

‘은지도 물론 성철의 희생이 고맙지. 하지만 그게 남자로서 매력적이란 뜻은 아니야.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기적인 존재라서 남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차피 섹스하고 싶은 남성은 따로 있는 거거든. 그건 별개야.’

[그게 주인님이고요?]

‘빙고.’

"자, 우리 술도 좋고 안주도 좋은데 한 잔씩 해요."

누군가의 건배제의에 모두 잔을 채웠다. 도훈은 이미 사전에 알콜분해 아이템을 복용한 상태였으므로 술잔을 채우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평소 도훈의 주량을 알고 있던 미나가 그 모습에 우려를 표했다.

"도훈아, 마셔도 괜찮겠어? 못 먹겠음 내가 대신 마셔줄게.

마시는 척만 해."

"아니야. 오늘 컨디션 좋아."

"그러다 괜히 무리하지 말고."

미나는 도훈이 술에 취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것보다는 특유의 주사 때문에 깊은 잠에 들것이 더 걱정이었다.어젯밤도 둘 다 술이 취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잠든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응, 적당히 조절할게."

도훈이 미나의 진의를 파악하고는 내심 웃었다.

다들 술이 조금 씩 들어가다 보니 분위기가 금새 훈훈해졌다.

저녁 날씨는 바람이 간간히 불어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좋았다. 거기에 야자수와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지자 정말로 바캉스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도훈 역시 기분이 좋아져 옆에 있던 미나에게 말했다.

"너랑 여기 오길 정말 잘 한것 같아."

"나도, 도훈아. 고마워."

미나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술자리에 무척 만족했다. 또래들끼리였다면 괜히 신경 쓰였겠지만, 다들 짝이 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이 편했다.

동갑인 민희도 결혼할 사람이 있었고, 심지어 허은지는 유부 녀였다. 형철, 상철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어설픈 수작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미나는 지금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도훈은 그 와중에도 여러 사람의 말과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며 인물 사이의 관계도를 파악하느라 분주히 물밑에서 움직이는 중이었다.

‘정말이지 폭풍 전야 같은 저녁 식사로군.’

[폭풍 전야요? 이렇게 화기애애한데요?]

‘원래 폭풍이 몰아치기 전까지는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거든.

지금의 분위기가 딱 그래. 다들 스스로 욕망을 가슴 속 깊이 숨겨놓고 때만 기다리고 있거든.’

도훈은 여자들에게서 그런 느낌을 먼저 받고 있었다.

특히 민희는 살짝 노골적일 정도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중에도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는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도훈은 몇번이고 민희의 끈적한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만 술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민희는 주체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민희는 술이 취할수록 성욕이 오르는 타입 같아. 아까부터 계속 사인을 주는 게 틈만 보이면 언제든 덤벼들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

[위험하군요.]

‘그리고 내막을 알게 된 은지는 계속 견제중이고.’

도훈의 말대로 은지는 민희를 저지하며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가끔 선을 넘는 발언이 터지려 할 때마다 강제로 잔을 부딪혀 입을 틀어 막은 것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 오해할만한 상황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도훈에게 몰래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은지 : 도훈아, 얘 지금 감당안될 것 같으니까 얼른 데려가서 한 판 해주고와.

-이도훈 : 기회가 안 나요.

-허은지 : 내가 만들어 줄게.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쯤 되었을 때 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맛있게 드셨죠? 음식 차리느라 도련님이 고생하셨으니까 이건 제가 치울게요."

여자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은 은지가 먼저 나서는 바람에 다른 여자들도 눈치가 보였는지 덩달아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앗, 저도 도울게요."

"같이 해요."

테이블 위를 치우느라 설거지할 그릇을 한 데 모으는 데 은지가 미나에게 말했다.

"미나씨는 좀 쉬어요."

"아뇨, 같이 도와드릴게요."

"그래도 초대한 손님인데 일을 시킬 순 없죠. 이건 저랑 민희씨 둘이서 할게요."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미나가 한사코 일을 거든다고 했지만, 은지는 딱 잘라 거절했다.

"어차피 여러명이 같이 붙어서 못해요. 후딱 끝내고 올테니 편히 쉬고 있어요."

"아."

은지의 완곡한 거절에 미나도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먹고 남은 빈 그릇과 냄비를 치우는데 은지와 민희 두 사람만으로는 손이 모자랐다.

은지가 자연스럽게 도훈에게 부탁했다.

"도훈씨 미안한데, 그 큰 냄비 좀 같이 주방으로 옮겨 줄래요?"

"아, 네."

도훈이 빈 그릇이 가득 담긴 냄비를 들고 건물 내 주방으로 뒤따랐다. 남자 중에서 일을 거들어야 한다면 막내인 도훈이 나서는 게 가장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았다.

더욱이 미나 역시 아무리 손님이라도 일을 거들고 싶어 했기 때문에 자기 대신에 도훈이 나서는 것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주방 설거지 통에 그릇을 옮기는 데 은지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맞다. 설거지 하는 김에 술 마시면서 곁들일 안주도 만들어가는 게 좋겠구나. 민희씨. 잠깐만 설거지 좀 부탁해. 내가 밖에서 재료 좀 챙겨올게."

6명이 푸짐하게 식사를 마치고 남은 그릇이었기 때문에 설거지 양이 상당했다. 도훈은 은지의 의도를 알아채고 먼저 제의했다.

"그럼 제가 민희 누나랑 같이 설거지 도울게요."

"아이참, 손님한테 이런 거 부탁하면 안 되는데."

"괜찮아요. 이래야 마음이 덜 불편해서요."

"그래주면 고맙고. 금방 올게."

은지가 다시 밖으로 나가자 커다란 주방에 둘 만 남게 된 민희는 모처럼 찾아온 기회에 화색을 띄었다. 그녀는 은지가 문을 닫는 소리를 듣고는 갑자기 도훈에게 달려들었다.

"아앙, 드디어 둘만 남았네?"

"누, 누나."

"나 아까부터 참느라 죽는 줄 알았잖어. 이거 봐."

민희가 도훈의 손을 잡고 치마 속으로 손을 끌어들였다.

그녀는 평상복으로 편한 짧은 치마를 입고 있어서서 치마 밑으로 손을 넣자 곧바로 팬티가 닿았다.

"어? 이거 왜 이렇게 됐어요?"

"몰라. 아까 하다 말아서 그런지 진정이 안 됐나봐. 술 마시는 내내 이렇게 젖어있었어. 눈치 줬는데 계속 모른척 하더라 너?"

"다른 사람들 다 보는데 그럼 어떻게 해요."

"이젠 둘 만 있으니까 상관없지?"

"은지 누님 금방 돌아오실 텐데."

"오기 전까지라도."

민희는 어찌나 젖어 있었는지 팬티가 축축해 겉으로 물이 배어 나올 정도였다. 도훈은 손가락 끝으로 팬티를 옆으로 젖히더니 손가락 끝을 살짝 밀어 넣었다.

"하, 하읏."

민희가 대번에 자세가 흐트러지더니 도훈의 어깨를 지탱하며 부들거렸다.

"급한대로 손가락으로 해드릴게요."

도훈이 마주 선 채로 손가락을 박아 올리는데 이미 성욕이 폭발해 있던 민희로서는 쉽게 만족할 수 없었다.

"그냥 넣어주면 안 돼?"

"지금요? 여기서요?"

"응, 형님 올 때까지만."

"자세 안 나올 것 같은데요."

"잠깐만 있어봐."

민희는 서둘러 다리를 들더니 순식간에 팬티를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치마만 입고 노팬티가 된 민희가 싱크대를 잡더니 엉덩이를 뒤로 내민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박아줘."

"정말 괜찮을까요? 이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넌 바지 벗지 말고 그냥 지퍼 사이로 꺼내. 그럼 후딱 정리 할 수 있으니까."

민희의 아이디어에 도훈이 불안한 표정으로 바지 지퍼를 내렸다. 이미 발기가 된 그의 대물이 지퍼 사이의 틈으로 불룩 튀어나왔다.

바지를 입은 상태였지만 워낙에 출중한 사이즈 였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도훈은 삽입을 하기 전 뒤를 살짝 돌아보다 깜짝 놀랐다.

밖으로 나간 줄 알았던 은지가 주방 뒤 테이블 뒤에 숨어 둘을 훔쳐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헉!]

‘뭐야? 밖으로 나간 거 아니었어?’

[문 소리만 나게 나간 척 한 것 같습니다.]

도훈이 깜짝 놀라 멈칫하자 은지는 답답해 하며 손바닥을 주먹으로 땅땅 내리치는 시늉을 했다. 신경쓰지 말고 박으라는 제스쳐였다.

‘와, 이씨 무슨 변태도 아니고 남의 섹스를 관전하는 거야?’

[은지양이 변태가 아닌건 아니죠.]

‘나참.’

도훈은 어쩔 수 없이 치마를 등 뒤로 걷어 올리고 이미 축축한 민희의 구멍을 향해 대물을 박아 넣었다.

"헉!"

벌써 두번째 맞는 뒤치기였지만 민희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거렸다.

"조, 좋아. 꽉 채우는 이 느낌."

"어유, 진짜. 딱 한 번만이에요."

"알았어. 나도 오죽하면 이러겠니. 아까 하다 말아서 미치겠단 말이야."

싱크대를 잡고 뒤치기를 시작하던 도훈은 힘차게 박음질을 이어갔다. 몰래하는 섹스라 그런지 긴장감 때문에 민희의 보짓물이 콸콸 쏟아졌다.

"허읏, 어뜨케. 너무 좋아. 하앗."

그때 뒤를 돌아본 도훈은 은지가 불같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걸 깨달았다. 자신이 시켜놓고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나 모순적이었지만, 어쨌든 은지가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도훈이 슬쩍 물었다.

"저, 근데 누나. 진짜 상철이 형이랑 결혼 안 하시는 거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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