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8. 그해, 여름. -53-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저 그게···."
도훈이 난처한 얼굴로 옷장에서 걸어 나오는 은지를 맞이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계속 주판알을 튕기는 중이었다.
"머리 굴리지 말고 똑바로 대답해. 나 방금 다 들었으니까."
"민희 누나가 저를 먼저 유혹했어요."
"그래. 그건 나도 알겠어. 하지만 언제? 넌 어제 하루 종일 카지노에 있었잖아? 그 뒤로는 술 마시러 이동했고."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도훈은 어제 오전 렌트카를 빌리러 갈 때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은지가 팔짱을 끼우며 콧방귀를 꼈다.
"하-. 민희 요년 봐라? 암 코양이 같이 생긴 게, 얼굴값 제대로 하네?"
"저는 일방적으로 당한 거예요. 방금도 보셨겠지만, 먼저 덤벼드는 통에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웃기지 마. 넌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어. 저 밑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놀고 있는 여자 친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말이야."
은지가 도훈을 꾸짖었다. 하지만 어차피 내로남불에 가까운 비난이었다. 민희와 똑같은 논리로 도훈을 협박했던 건 자신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을 내뱉고 나니 뻘쭘하게 된 은지가 다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제보니 너 영 못쓰겠구나? 여자 친구를 엄청 사랑하는 척 하더니 달려드는 여자 하나 쳐내지 못 하고."
도훈이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미나도···."
"응?"
"실은 미나도 여자 친구 아니에요."
"뭐라고?"
"미나도 그냥 아는 누나예요. 일종의 여사친 같은."
"잠깐, 미나랑 사귀는 게 아니라고?"
"네."
[주인님. 다 발설해도 상관없는 겁니까?]
‘솔직하게 패를 오픈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뭐야 대체? 언제는 여자 친구라더니? 다 거짓말이었어?"
"그게 설명하기 좀 복잡해요. 단둘이 해외로 여행 왔는데 여사친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사람들 앞에선 애인인 척하기로 했어요. 이건 정말이에요."
"하-. 이제보니 너 진짜 바람둥이구나? 진짜 여친은 그럼 한국에 있니?"
"없어요."
"없다고?"
"현재 사귀는 사람은 없어요."
은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잠시 후 도훈의 말귀를 알아들은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제 알겠네. 사귀는 여자는 없지만, 아무 여자나 기분 내키면 자고 다닌다는 거잖아?"
"아무 여자까진 아니고···."
"오케이. 무슨 뜻인지 알겠어. 난 또."
도훈이 솔직히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왠지 은지는 기분이 한결 좋아진 듯했다.
"뭐야? 그럼 괜히 미안해했잖아? 순진한 남자애 꼬시는 줄 알고."
"아니···."
"어차피 내가 너랑 자도 아무것도 걸릴 것 없는데. 그치?"
"형철 형님은 어쩌고요?"
"그 인간은 신경 쓰지 마. 업무 핑계로 접대하고 다니면서 허구한 날 술집 여자들이랑 떡치고 다니는 줄 내가 모를 줄 알고?
난 하나도 안 미안해. 어차피 피장파장이야."
"음···."
"그러니 너도 죄책감 느낄 필요 없어. 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나도 네 비밀 지켜줄게. 미나가 진짜 여자 친구는 아니라지만 어쨌든 서로 호감이 있었으니 이번 여행도 같이 왔을 거 아니야? 적어도 내가 둘 사이를 방해하는 일은 없을 거야.
미나한테도 절대 안 들키게 할 테고."
도훈은 은지의 태도에 만족했다. 여기까지는 원하는 대로였다. 이제 은지를 따먹는 일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 되었다.
또 그로 인해 미나가 상처받을 일도 없었다.
"근데···. 민희 누나는 어떡하죠?"
"민희?"
"네. 아까 다 보셨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저를 덮치려 들잖아요. 걸릴까 봐 걱정돼 죽겠어요. 혹시나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흠. 근데 민희가 이상한 말을 하던데?"
"네?"
"너도 같이 듣지 않았어? 도련님이랑 결혼할 생각 없다고."
"네."
"그게 무슨 뜻일까?"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는 거 아닐까요? 원래 여자들은 결혼전 하루에도 열두번씩 생각이 바뀐다잖아요. 저는 그렇게 이해 했는데."
"아니야. 절대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어. 도련님 부탁을 받고 따라왔다고 했거든. 마치 돈 받고 고용된 사람처럼."
"민희 누나가요?"
은지가 뭔가 짚이는 게 있는지 눈을 가늘 게 떴다.
"도훈아. 내가 방금 일 모른 척 해줄 테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부탁이요?"
"그래. 민희가 너한테만큼은 솔직하게 말해줄 것 같아서. 도련님의 부탁이란 게 뭐였는지 알아봐 줘."
"저보고 지금 그걸 알아내라고요?"
"그래."
"그치만···."
도훈이 주춤하는 기색을 보이자 은지가 계속 밀어붙였다.
"어차피 둘이 할 거 다 했잖아. 이제와 아니라고 발뺌하려고?"
"그게 아니라 민희 누나는···. 누나랑은 달라요. 저만 보면 계속 덤빌 생각만 하니까···. 이대로는 다른 사람한테 걸리고 말 거라고요."
"그러니까 더더욱 무슨 속셈인지 알아봐야지. 눈 딱 감고 한번이면 돼.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할 게."
"알아서 하신다뇨?"
"거기까진 네가 알 필요 없고."
도훈은 말을 아끼는 은지를 보고 생각했다.
‘경철의 속셈을 파볼 생각인가?’
[뭔가 생각하는 게 있나 본데요? 어쩌실 겁니까?]
‘나보고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라는 건데 맨입으로 해줄 순없지. 일단 어디까지 딜을 거는지 지켜보자고.’
"너무 위험한 것 같아요."
"웃긴다, 진짜. 나랑도 자고 민희한테도 바로 전에 박았으면서 뭘 또 이제 와서···."
은지는 도훈의 바지춤이 여전히 부풀어 있다는 걸 보더니 피식 웃었다.
"아하. 이게 아직도 이렇게 돼 있었네?"
"네?"
은지가 도훈의 부푼 바지춤을 어루만졌다.
"남자들이 제일 힘든 게 그거라며? 꼴리게 해놓고 빼주지도 않는 거. 이거 못 빼서 서운했니?"
"잠깐만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가만 있어. 민희 고년 훼방 때문에 못 한거 마저 해줄 테니까."
"아···."
은지가 다시 도훈의 바지를 내렸다.
하루 종일 이리 빨렸다 저리 박혔다 하던 도훈의 잦이는 여전히 성이 나 있었다. 스프링처럼 튀어나온 도훈의 대물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던 은지가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도훈의 대물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어때? 나 맨입으로 하는 소리 아니야. 도련님이 민희한테 부탁한 게 뭐였는지만 알아봐 주면 내가 언제든 니 좆물 받아 줄게."
탁탁탁그러면서 대딸을 쳐주는데 도훈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뭔 개소리야? 내 좆물 받고 싶어하는 건 오히려 본인이면서.’
자신의 욕망을 도훈이 원하는 것처럼 전가시키는 태도에 도훈이 어처구니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괜히 일이 복잡해질 것 같은데 전 그냥 빠지는 게···.
윽!"
그러나 대딸을 하던 은지가 귀두를 입안에 쏙 넣고 혀를 돌리는 바람에 도훈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그러지 마세요."
도훈이 만류했지만 이미 좆 맛을 본 은지는 막무가내였다.
민희와의 뒷치기 장면을 보고 흥분했는지 아까보다 더욱 거칠게 대물을 빨아 재꼈다.
"아흣!"
"이렇게 좋아하면서 뭘 자꾸 빼는데? 내가 대 준다니까? 싸이판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가서도."
"한국에서도요?"
"그래. 농담하는 거 아냐. 너도 어차피 여친 없고 나도 섹파 구하는데 나쁠 거 있니?"
은지는 이번엔 한국에 가서도 섹파를 해주겠다며 딜을 걸어왔지만, 도훈은 그 제의가 딱히 당기지 않았다.
‘한국 가면 어리고 예쁜 애들 한 트럭은 넘을 텐데 굳이 서른 넘은 유부녀랑···.’
[주인님이 여자면 사족을 못 쓰는 분인 줄 아나보죠.]
‘일단 적당히 넘어가 줄까? 어차피 공략을 위해서라도 민희도 어차피 한 번은 눌러줘야 하는데.’
도훈이 오랄을 멈추지 않는 은지를 살짝 밀어냈다.
"왜?"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근데 일단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시간을 지체했어요."
"아···. 하다가 관두면 아쉬운데···."
"어차피 시간은 많잖아요."
도훈의 설득에 은지가 겨우 납득 했는지 입가에 침을 훔쳤다. 그러면서도 다시 바지 속으로 쏙 들어가는 도훈의 대물을 보고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아무튼 민희한테 접근해서 상철이 형님 부탁이 뭐였는지만 알아내라는 거죠?"
"그래."
"해줄 테니까 누님도 하나만 약속해줘요."
"뭐?"
"미나가 제가 다른 여자랑 잤다는 사실을 절대 모르게요."
"그건 걱정 마. 나 입 무거운 여자야."
"아니, 민희랑 할 때요. 누나가 미나를 커버해주세요."
"그래. 알았어. 참, 도훈이 너 폰 번호 뭐야? 몰래 연락할 수 단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 싸이판 올 때 폰 정지시켜 놓고 왔어요. 연락 안 돼요."
"깨톡은 될 거 아니야? 여기 와이파이 잡히니까 깨톡으로 연락해도 되잖아."
"아···."
"내 폰에 아이디 적어주고 가."
은지가 폰을 내밀자 도훈이 자신의 깨톡 아이디를 적어주었다. 친구등록을 마친 은지가 말했다.
"사람들 앞에서 너한테 말 거는 일 없을 거야. 대신 톡으로 쪽지 할 테니 폰은 항상 들고 다니도록 해."
"네."
도훈이 방을 나서려는데 마지막으로 은지가 물었다.
"맞다. 민희 걔는 어땠니?"
"네?"
"방금 박아봤잖아. 맛이 어땠냐고. 나보다 좋았어? 어린년봊이라 더 쫄깃하던?"
질투하는 은지의 모습에 도훈이 대답을 얼버무렸다.
"잘 모르겠어요. 너무 후다닥 끝내서."
"흥, 좋았네. 좋았으니까 말 못 하지."
"······."
"됐어. 얼른 가봐."
"네."
* * *
도훈이 다시 풀장으로 내려갔을 때 미나가 민희의 등에 오일을 바르는 중이었다.
"미안, 좀 늦었지.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 다녀왔어?"
"응."
"미나야. 나 이제 그만해줘도 돼. 나머진 알아서 바를게. 남친 왔으니까 너도 얼른 발라 달라고 해."
민희는 도훈과 방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더니 쿨하게 말했다.
"그럴까?"
미나가 비치 베드에 드러눕자 도훈이 미나의 등에 오일을 발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희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미나는 좋겠네. 잘생긴 남친이 오일도 직접 발라주고. 상철이 오빠는 뭐하는 줄 몰라?"
일견 미나를 부러워하는 말투였으나, 사실은 은근슬쩍 미나를 놀리는 민희였다.
‘흐흐, 잘생긴 니 남친 내가 잘 먹을 게.’
도훈이 그 뜻을 깨닫고 하지 말라는 식으로 민희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민희는 도훈을 골리고 싶은지 미나가 못 볼 때 손가락으로 흰자를 드러내며 혀를 삐죽 내밀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하긴 미나가 오죽 몸매가 좋아야지."
"아이, 왜 그래. 민망하게."
연거푸 이어지는 칭찬에 미나가 쑥스러워했다. 민희는 엎드려 있는 미나가 자신을 못 본다는 걸 이용해 도훈을 쳐다보며 일부러 제 가슴을 어루만졌다.
"가슴도 빵빵하지, 다리도 늘씬하지."
이번엔 오일로 허벅지를 문지르더니 팬티를 젖혀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민희의 과감한 도발에 도훈이 하지 말라며 강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민희의 행동은 더욱 심해질 뿐이었다.
"도훈이 진짜 땡잡았네! 밤마다 호강하겠어, 아주."
"어우야! 하지마."
민희는 미나가 엎드려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해 건너편 비치 베드 위에서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자위까지 감행했다. 손가락으로 제 봊이를 쑤셔 박으며 가슴을 왈칵 주무르는 동작에 도훈이 기가 차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완전 또라이네, 저거.’
[아무리 미나양이 못 본다고 바로 옆에서 아주 난리를 피우는군요.]
‘일부러 저러는 거야.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으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거지. 미나 네가 아무리 예뻐도 도훈이는 내가 몰래 먹었다는 걸 과시하듯.’
[정말이지 그냥 둬선 안 될 여자군요.]
그때 뒤쪽 오일 작업이 마무리 된 미나가 앞으로 몸을 돌리며 도훈에게 말했다.
"고마워 도훈아. 나머진 내가 바를 게."
미나가 다시 앞을 보자 민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며 바로 앉았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 보는 사람 부러우니까 적당히 해."
"알았어요."
오일을 발라준 도훈이 벌떡 일어서더니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난 수영 좀 하고 있을게."
"많이 더워?"
"아니. 운동을 못 했더니 몸이 좀 찌뿌둥 한 것 같아서."
도훈이 크게 스트로크를 하며 풀장을 가로질렀다. 실내에 설치된 조그만 풀장이었지만, 도훈의 뛰어난 수영 실력을 뽐내기엔 충분했다. 순식간에 도훈이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자 민희가 감탄하며 말했다.
"네 남친 수영도 잘하니?"
"응, 체육교육과라서 어지간한 운동은 거진 다 하는 것 같아."
"부럽다. 경철 씨는 운동이라곤 전혀 못 하던데."
"에이, 운동 잘하는 게 뭐라고. 경철 오빠는 돈 잘 버시잖아."
"참, 미나야.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응?"
"운동 잘하면 정력도 좋다는 데 그거 정말이야?"
"어, 어?"
미나는 갑자기 훅 들어오는 민희의 물음에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리 친해졌어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남자친구와의 성생활을 말하는 것이 쑥쓰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머, 진짠가보네."
"아, 아니야."
"그럼 빛좋은 개살구야?"
"아니 그것도 아니지만···."
"흐음. 도훈이 같은 애들은 왠지 섹스도 잘 할 것 같아. 내 말맞지?"
"아이참, 그만 해. 민망하단 말이야."
"뭐 내가 못할 말 했니? 다 큰 성인끼리 그런 말 좀 할 수 있지."
"도훈이가 듣잖아."
"알았어. 그럼 그 얘기는 나중에 여자들끼리 있을 때 하는 걸로?"
순진한 미나를 골리며 민희가 씩 웃었다.
‘잦이도 큰 게 정력도 좋단 말이지? 오케이. 오늘 밤 도훈이 실컷 맛봐야 겠다. 미안해 미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