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6. 그해, 여름. -51-
* * *
다들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이 상철은 홀로 요리 준비에 한창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여섯으로 늘다 보니 준비해야 할 고기나 야채의 양이 상당했다.
그는 일찍부터 야외용 화로에 불을 지핀 후, 바비큐 할 등갈비를 양념에 재웠다. 동시에 고기와 함께 곁들일 길다란 소시지에 사선으로 칼집을 내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그때 뒤편 정원에서 허은지가 나타났다. 어깨에 타올을 둘렀지만, 젖은 머리칼로 보아 막 물속에서 걸어 나온 모습이었다.
"늘 열심히 시네요, 도련님은."
은지의 깜짝 등장에 상철이 하던 일을 멈추고 벌떡 일어섰다.
"형수님."
"뭐 좀 도와드려요?"
"아뇨. 편히 쉬세요. 전 혼자 하는 게 편합니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인데도, 상철은 늘 형수 앞에서 깍듯이 대했다. 가족 간의 예의를 차리는 것인지, 은지를 여자로서 느끼고 부담스러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태도였다.
은지는 그런 상철의 모습에 묘한 표정을 짓더니 캠핑용 의자에 걸터앉았다. 수영복만 입은 그녀의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팬티만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라 허벅지 안 쪽까지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그냥 사람 하나 부르시지."
상철이 다시 소시지에 칼집을 내며 대답했다.
"식구들 먹이는 음식만큼은, 제가 직접 준비하는 게 마음 편해서요."
상철은 일에 집중하는 척 은지로서부터 시선을 돌렸다. 수영복을 입은 형수를 바라보는 게 못내 부담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은지는 그런 상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발적으로 다리를 꼬았다. 타올로 적당히 가릴 법도 한 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식구라···. 진짜 민희씨랑 결혼할 생각이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상철이 동작을 멈췄다.
잠시 허를 찔린 표정을 짓던 상철은 은지를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무리 봐도, 민희씨는 도련님 취향은 아니던데?"
"···제 취향요?"
상철이 마지 못해 자신을 돌아보자 은지는 그나마 어깨를 두르고 있던 타올마저 던져 버렸다. 비키니로도 가릴 수 없는 깊은 가슴골에 상철의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
가족 간이라지만 실상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터질 것 같은 몸매를 조그만 천쪼까리 하나로 가리고 있는 성숙한 여인을 마주한다는 것은 상철에겐 숨이 덜컥막히는 경험이었다.
‘어우씨, 저 빨통 확 그냥···.’
은지는 상철이 자신의 가슴에 눈을 못 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보란 듯 허리를 세워 가슴을 내밀었다. 가슴의 크기에 비해서 유독 작아 보이는 젖가리개 때문에 꼭지만 아슬아슬 감추고 있었다.
"아닌가? 내가 잘 못 알았나?"
"형수님, 언제 제 취향도 연구하셨어요?"
상철이 침을 꿀꺽 삼키고 대답했다.
"난 도련님이 그렇게 어린 여자 좋아하는 줄은 몰랐지."
늘 존댓말로 예의를 차리는 상철에 비해, 은지는 가끔 저렇게 반말 비슷하게 말을 놓았다. 상철은 그런 반말투의 하대에서 도리어 흥분을 느끼는 편이었다.
"어릴수록 좋지 않을까요, 여자는?"
"글쎄요. 전 도련님은 성숙한 타입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도련님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상철은 혼란을 느꼈다. 허은지는 그에게 한 번도 다정한 태도를 보인 적이 거의 없었다. 도리어 자신의 흑심을 눈치챈 것처럼 늘 거리를 두었고, 선 긋기가 확실한 여자였다.
그런데 오늘은 마치 자신을 도발하듯 야한 수영복 차림으로 찾아와 말을 걸어 오는 것이다.
‘대체 뭐지? 김민희 이년이 혹시 말실수라도 한 거 아냐?’
상철은 은지가 룸사롱 출신 나가요 걸인 김민희의 정체를 간파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우회적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 음모를 들킨다면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
상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뇨. 형수님께서 아직 제 취향을 잘 모르시나 봐요. 전 어린 게 좋습니다."
"그래요?"
"왜 고기도 어릴수록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잖아요. 닭은 영계가, 소는 송아지고기를 최고로 치는 것처럼. 살이 야들야들하고 육질이 부드러운 게 씹는 맛도 일품이거든요."
"흐음, 사람이랑 고기는 좀···."
"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죠. 암튼, 전 민희랑 결혼할 겁니다."
상철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겼다.
만에 하나 김민희의 정체를 의심받았다가, 은지가 형에게 일러바치는 날엔 계획이 모두 틀어질 판이었다. 은지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어릴수록 좋다. 새겨들을게요."
은지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타올을 다시 어깨에 둘렀다.
그리고는 상철이 들고 있는 소시지를 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그 소시지, 참 굵고 실해 보이네. 그것도 어린 고기로 만들었나 봐."
"···네, 네?"
그러면서 휙 돌아서 빌라 안으로 들어가는데, 맨발로 잔디를 걷는 뒷태가 놀랍도록 섹시했다. 씰룩이는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상철은, 형수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자기도 모르게 양물을 움켜쥐었다.
나이 먹으니 좆도 잘 안선다던 그의 잦이는 터질 것처럼 부풀어 있었다.
"···으 씨발··· 진짜 좆나 따먹고 싶게 만드네."
은지의 갑작스런 난입에 상철의 가슴은 좀처럼 진정하지 못했다.
* * *
‘아니야. 도련님은 민희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
집 안으로 들어온 은지가 젖은 머리를 말리며 생각했다. 직감이 뛰어난 은지는 상철에게 민희의 얘기를 꺼내며 동시에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태도로는 전혀 볼 수 없는 눈빛.
오히려 눈앞의 자신에게 어쩔줄 몰라하며 사내로서 욕망을 드러냈다.
‘···여전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고.’
은지는 사실 상철의 마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처음 시집와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 날,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 갈망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 은지는 일부러 상철을 멀리했다. 본인은 예의 바른 말투와 태도로 감정을 숨긴다고 여겼겠지만, 늙은 여우인 은지는 이미 그의 속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결혼할 여자라면서 민희를 데려왔을 때 은지는 속으로 의아해했다. 상철이 좋아할 만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여자. 그리고 이번 여행을 동행하면서 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상철은 민희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아. 심지어 민희도 상철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본인이 쇼윈도 부부였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아는 걸지도 몰랐다.
사랑하는 연인사이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다. 미나가 남자친구인 도훈을 바라볼 때 보면 눈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애정이 넘쳤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그런 감정의 교류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럼 대체 두 사람은 뭐지?’
은지는 이쯤에서 의문이 들었다.
여전히 형수를 눈독 들이는 상철.
나이 많은 남자친구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민희.
그러면서도 서로 결혼할 사이라고 거짓 연인 행세를 하는 두 사람.
‘설마 나처럼 위장? 하지만 대체 왜?’
은지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상철과 민희의 관계를 알기 어려웠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추측은, 민희가 상철의 돈을 보고 접근한 꽃뱀이며 상철은 형수를 흠모하는 그릇된 생각을 고치고자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짜 맞춘다 한들 그런 추리엔 빈틈이 숭숭 뚫려 있었다. 은지가 머리를 말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수상하단 말이지. 아주 수상해.’
은지가 거실에 서서 머리를 말리는데 본관 뒷문이 열리며 도훈이 들어왔다. 그는 은지를 보더니 깜짝 놀라 물었다.
"어? 여기 계셨어요? 전 상철 형님한테 가신 줄."
"잠깐 들렀는데 도와줄 필요 없다고 해서. 근데 무슨 일이야?"
"아···. 민희 누나가 오일 좀 가져다 달래서···."
"그래? 내가 같이 찾아 줘?"
"아, 아니에요. 제가 찾을게요. 2층 방에 있을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여자 물건을 함부로 뒤지면 안되지. 같이 가줄게."
도훈은 물놀이를 마치고 이제부터 태닝을 하겠다는 민희와 미나를 위해 오일을 가지러 들렀다 먼저 집으로 들어와 있던 은지와 마주쳤다. 은지가 한사코 도와주겠노라며 도훈을 따라 나섰다.
도훈은 이미 집 안에 형철이 들어왔다는 걸 의식하고 은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형철이 형님은 먼저 들어와 쉬고 계시겠네요."
"글쎄? 방에 있으려나? 아직 못 봤는데."
민희의 방으로 뒤따라 들어간 은지는, 도훈이 오일을 찾고 있는 사이 조용히 방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도훈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방문은 왜···."
"남편이 맞은 편 방에서 쉬고 있는 것 같아서. 소리 들릴 까봐."
"네?"
은지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 따윈 상관없다는 투였다. 손을 뒤로 해 방문을 걸어 잠근 은지가 도훈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민희한테도 오일 발라주려고?"
"아뇨. 여자친구도 같이 있는데···."
"여자친구가 없었으면 해주고 싶다는 투네?"
"아니에요. 저, 누님··· 흡!"
방문을 걸어 잠근 은지가 다짜고짜 도훈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도훈이 당황하며 은지를 만류했다.
"자, 잠시만요. 건넛방에 형철이 형님이···."
"알아 나도. 그러니까 조용히 말해."
"누나. 이러시면 제가 굉장히 곤란해요. 저 잠깐 오일만 가지러 온 건데···."
도훈이 난처함을 표했지만, 은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확실히 어린게 맛있긴 해. 이렇게 실한 걸 보면? 그치?"
"네, 네?"
"아니야. 아무것도. 너 나 뒤 따라온 거 아냐?"
은지는 여전히 도훈의 바지 속에서 손을 빼지 않고 대물을 주물 거리며 물었다. 도훈이 절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저는 그냥 심부름을···."
"흐, 상관없어. 이렇게 단 둘이 만났다는 게 중요하지."
"잠시만요. 여기 상철이 형 방이잖아요."
도훈이 한사코 거부하는데도 은지는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뭐? 남의 방에서 몰래 떡치면 더 스릴있지 않아?"
"건넛방에 형철이 형님도 계시고."
"몰라. 술 처먹고 낮 잠자는 사람 왜 신경써?"
"진짜 저한테 왜 그러세요?"
도훈이 계속 말리는데도 은지는 아예 도훈의 바지를 밑으로 벗겨버렸다. 물놀이를 위해 상의까지 탈의한 상태에서 반바지가 벗겨지자 도훈은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아, 아니!"
"쉿. 소리 내다 들키면 너나 나나 끝장이야. 그냥 잠자코 있어."
"저는 오일을··· 어, 엇!"
도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은지가 다짜고짜 도훈을 침대에 눕히더니 그대로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으며 대물을 빨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아, 아흣."
하루 사이 현자타임의 부작용이 끝났는 지 쪼그라 들어있던 대물이 뜨거운 허은지의 입속에서 부풀기 시작했다. 도훈은 황망한 표정으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아할 거면서."
은지는 눈을 감고 채념하는 도훈의 잦이를 신나게 빨아댔다.
[대단한 연기력이군요. 강제로 당하는 컨셉이라니.]
‘은지가 갑툭튀 할 줄은 몰랐지. 아주 기회만 있으면 달려드는구나.’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형철이 맞은 편 방에 있다는 걸 잊으시면 안됩니다.]
‘위험할 일은 없어. 섹스까지 갈 생각도 없으니까. 잠깐 입가 심만 시키고 멈출거야.’ 대물이 발딱 꼴리자 은지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역시 실하단 말이야. 어젯밤에도 미나랑 했니?"
"아뇨. 어젠 술을 많이 마셔서 일찍 잠들었어요."
"그럼 오늘은 무조건 하겠네?"
"아니 그건···."
"난 여기 와서 남편이랑 한 번도 안 하고 너한테만 대주고 있는 거 알지?"
"잠깐만요. 저 지금 내려가봐야 해요. 여기 오래 있으면 민희랑 미나가 의심할 거예요."
"의심? 너랑 나랑 몰래 붙어먹는다고? 남편도 있는데?"
"그래도 오일 하나 가져오는데 말이 안 되잖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답답해서 올라올지도 모르고."
"흠."
은지도 듣고보니 도훈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낮잠에 빠진 남편 몰래 섹스를 할 순 있어도, 밑에서 도훈을 기다리는 두 여자들의 감시까지 피할 자신은 없었다.
"···쳇. 간만 보다 끝났네."
잦이를 빨던 은지가 몸을 일으키자 도훈도 서둘러 일어나며 바지를 추슬렀다. 하지만 이미 발기된 대물이 툭 튀어나와 몹시 민망한 모습이었다.
"하여간 오늘 밤은 발뺌할 생각 마. 안 그럼 내가 니 방으로 쳐들어 갈 테니까."
"미나도 있는데···."
"그러니 적당히 재우고 눈칫 껏 빈방으로 오란 말이야. 2층에 빈방 두 개 더 있잖아."
"아···."
"근데 조심해야 할 거야."
"뭘요?"
"나 어제 숙소에서 피임약을 깜빡 잊어버린 것 같아. 실수하면 임신할지도 몰라."
"네?!"
도훈은 자신이 피임약을 버려놓고 뜻밖이란 것처럼 물었다.
은지는 상관없다는 투로 말했다.
"괜찮아. 조심하면 돼."
"그럼 콘돔이라도···."
"아니."
은지가 단호히 거부했다.
"콘돔 쓰면 느낌 별로야. 생잦이로 먹고 싶어."
"너무 위험한데요, 그건."
"후후. 왜? 걱정마. 설사 임신해도 너한테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적어도 지금 남편보다는 씨가 좋겠지. 도훈이 너 닮은 아이면."
"아니 저 그건···."
그때였다.
[충돌경보! 충돌경보입니다! 김민희가 이곳으로 접근 중입니다!]
민희의 숙소 안에서 허은지와 함께 있는 도훈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