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6. 그해, 여름-41- >
갑작스러운 민희의 등장에 도훈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뭐야? 김민희가 코앞까지 오는데 왜 충돌경보가 안 울렸지?’
[위급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닏.]
‘응?’
[충돌경보는 어장 안에 포함된 여자들과 마주친다고 무조건 발동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인님은 캠퍼스내에서 하루 종일 경보 알람을 들어야 했겠죠. 주인님이 허은지에게서 떨어진 이후 김민희가 등장했기 때문에 별도의 경고가 발생하지 않은 겁니다.]
‘아하, 운이 좋았군.’
로시의 말대로 민희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떤 혐의도 찾을 수 없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파라솔은 왜 저렇게 됐어요?"
민희의 물음에 은지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타올 밑으로 나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뻔뻔한 태도였다.
"어, 볕이 너무 따가워서 내가 도훈씨한테 가려달라고 부탁했어."
"아…."
물론 민희는 은지의 해명이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일광욕 하겠다고 나온 사람이 햇볕을 막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하지만 물증도 못 잡은 판국에 더 따질 수도 없는 처지였다.
괜히 꼬투리를 잡아봐야 자신만 우스워질 수 있었다.
"전 이만 여자친구한테 가보겠습니다. 너무 혼자 뒀네요."
"그래요, 고마웠어요."
"별말씀을."
도훈이 사라지고 나서 은지가 민희에게 말했다.
"참, 민희씨. 나 등에 오일 좀 발라줄 수 있을까?"
"네, 뭐. 그러죠."
은지는 자연스럽게 돌아누우며 타올 밑에서 브레지어를 푸는 척했다. 사실 진즉 벗겨진 상태였지만, 민희가 알 방동가 없었다.
"다리는 혼자 발랐는데 등에는 도저히 손이 안 닿아서 말이야."
그녀의 말처럼 다리부터 엉덩이까진 오일이 잔뜩 묻은 데 반해 등허리부터는 깨끗했다. 도훈의 엉덩이까지 바르다 앞으로 돌아 누웠기 때문이었다.
민희는 등이 깨끗한 상태임을 보고 자신이 오해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일 없었나 보네. 만약 도훈이한테 오일 발라달라고 부탁했으면 등부터 했을 테니까.’
비치 베드에 엎드린 은지를 향해 민희가 오일을 발랐다. 비키니 브레지어가 풀어 헤쳐져 조금 야한 모습이었으나, 타올로 적당히 가린 상태라 딱히 이상해 보이진 않았다.
"등에 자국 남을 까봐. 누가 훔쳐 보진 않겠지?"
"뭘 이 정도 가지고요. 그리고 괜히 끈 자국 남으면 보기 흉하잖아요."
민희가 은지의 등을 마사지하며 대답했다. 피부가 너무나 보드랍고 매끈해 도저히 서른 중반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피부 야들야들한 거 봐. 이러니 상철이 자빠뜨릴려고 환장을 했구나.’
은지는 같은 여자인 민희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부잣집 사모님 특유의 여유스러움이 온몸에서 배어 나왔다. 목소리가 늘 나긋나긋하고,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넘쳤다.
"언니, 피부 너무 좋으시다. 저보다 좋은 것 같아요."
"어머, 별소리를. 참, 도련님이랑 날짜는 잡았어?"
"날짜요?"
"식 말이야."
"아…."
민희가 가족 동반 여행에 따라온 배경에는, 곧 결혼할 여자라는 상철의 소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실 민희는 스와핑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기 때무넹 은지의 질문이 낯간지럽게 느껴졌다.
‘어찌보면 불쌍한 여자네. 내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면 놀라서 까무러 칠 텐데.’
"이르면 올해 안에?"
"그렇구나. 막상 결혼 준비 들어가면 엄청 정신없을 거야."
"형님은 어떠셨어요?"
"응?"
"시아주버님이랑요."
별 뜻 없이 던진 질문이었지만, 은지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을 민희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화류계 여성이었고, 사람들의 예민한 감정을 간파해내는데 능한 편이었다.
"…뭐, 남들과 비슷했지."
"그러셨구나."
‘부부 사이가 정말 별로인가 보네. 상철의 말처럼.’
두 여자가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사이 도훈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미나에게 몰래 다가갔다.
바닷속에서 스노쿨링을 즐기고 있던 미나는 갑자기 자신의 허리를 껴안는 손길에 놀라 ‘꺄’ 비명을 질렀다.
"나야, 나. 도훈이."
허리를 붙들려 일으켜 세워진 미나가 그제야 수경을 벗고 도훈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졌다.
"아이참, 놀랬잖아!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재밌게 놀았어?"
"응. 여기 물 엄청 깨끗해. 바닥이 다 보여. 너도 한 번 해볼래?"
미나는 애처럼 신이 나서 도훈에게 수경과 스노쿨링 장비를 넘겨주었다. 도훈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바닷속 구경보다 너랑 이렇게 안고 있는 게 더 좋은데?"
"아잉, 뭐야 진짜."
도훈이 허리를 껴안은 손을 놓아주질 않자, 미나도 점점 얼굴이 빨개졌다.
"남들 보겠어."
"보라고 하지, 뭐."
현재 두 사람이 서 있는 곳은 가슴 높이까지 잠기는 수위였기 때문에 도훈은 물속에서 미나의 엉덩이에 잦이를 문질렀다. 실은 방금 전 은지와 있었던 일 때문에 자극을 받은 상태로 입수한 탓에 살짝 발기가 되어 있었다.
"앗, 뭐야 갑자기?"
미나는 엉덩이 골에 닿은 딱딱한 것의 정체를 깨닫고는 당황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보자마자 잦이가 꼴리는 도훈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다.
"그러게. 너 보니까 갑자기 이렇게 됐네."
[거짓말. 은지 때문에 꼴리신 거잖습니까?]
‘그렇다고 다른 여자한테 꼴리고 왔다고 말할 수도 없잖아?’
"대낮부터 어쩌려고…."
"그러게 아침에 했어야 한다니까? 건강한 남자에겐 모닝 발기는 당연한 거라고."
"미안. 내일 아침에는 꼭 빼줄게."
미나가 미안한 마음에 도훈에게 대답했다.
사실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하루 한 번 가지곤 부족한 게 맞지만, 어제의 경우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곯아떨어진 것 뿐이었다.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해볼까?"
"아잉…. 여행 왔는데 맨날 호텔에만 붙어있으려고?"
"그것도 나쁘진 않네?‘
도훈은 엉덩이 뒤로 잦이를 문지르면서 한 손으로는 미나의 가슴을 덥석 잡아 주물렀다. 아무리 물속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봐도 찐한 스킨쉽이었다.
"아앙, 이러면 곤란해, 도훈아."
"왜? 하고 싶어?"
"몰라."
"키스해줘."
덩달아 흥분한 미나가 고개를 돌려 도훈에게 입을 맞췄다. 도훈은 미나를 껴안은 채 물속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상철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주 바닷가에서 떡을 치지 그래?’
그는 선남선녀 커플의 진한 애정행각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도훈이 여자친구를 너무나 아끼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졌다.
‘민희가 동요하는 것 같아 불안했는데, 여자친구를 저렇게 끔찍이 아끼는 녀석이라면 크게 신경 안 써도 되겠군. 하여간 민희 고년도 나가요 출신 아니랄까 봐 잘생긴 남자만 보면 헤벌레 해가지고는.’
물론 도훈은 상철이 멀리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즉, 지금의 애정표현은 상철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다.
‘상철이가 다 봤겠지?’
[네. 그런데 왜 굳이?]
‘그래야 나에 대해 의심을 거둘 거 아니야. 지금 모습은 예쁜 여자친구에게 빠져 다른 여자는 쳐다도 안 볼 것 같은 순정남 그 자체니까.’
[김민희를 공략할 것도 아닌데 상철을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그의 파트너는 공략대상이 아니잖습니까?]
‘아니지. 김민희보단 허은지 때문이야.’
[허은지요?]
‘상철은 제 형수를 노리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은지 남편보다 더 거슬리는 놈이거든. 업적을 완수하기 위해선 계속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지.’
[그렇군요.]
키스를 마친 미나는 더욱 몸이 달아오르는지 불쑥 물 속에서 도훈의 잦이를 붙잡았다.
"아… 어쩜 좋아. 더 커져 버렸잖아?"
"그러게. 좀처럼 진정이 안 되네."
미나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도훈에게 말했다.
"이대론 물 밖으로 못 나갈 거야, 창피해서."
"그렇겠지?"
"잠깐만 이대로 서 있어봐. 내가 진정시켜 줄게."
"어쩌려고?"
"나만 믿어."
미나는 씽긋 웃더니 갑자기 물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반바지가 내려가는 느낌이 나더니 뭔가 따뜻한 것이 대물을 빨아들였다.
"흐읍!"
미나가 잠수 펠라를 시작한 것이었다.
‘아, 아니 이건 무슨….’
아무리 물속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과감한 행동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대담해진 행동에 도훈도 혀를 내둘렀다.
‘후음. 미나가 정말 작정하고 왔구나.’
[그러게요. 얌전했던 미나양이 이럴 줄은….]
미나는 한참 동안 물속에서 대물을 빨다가 물 밖으로 나오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너무 숨차."
"괜찮아. 이렇게 안 해줘도 돼."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다시."
미나가 한 번 더 입수했다. 진공 흡입기처럼 쪽쪽 잦이를 빨아들이는 솜씨에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뒤통수를 끌어 안았다.
"크흡."
두 사람을 멀리서 훔쳐보던 상철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뭐, 뭐야 저 씨벌년놈들?’
그도 눈치가 있었기 때문에 미나가 물속으로 입수한 뒤 도훈이 가만히 서서 부르르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짐작한 것이었다.
‘아무리 외국이라도 그렇지 이건 좀….’
상철은 보다 못 해 고개를 돌려 물 밖으로 나와버렸다. 계속 쳐다보기도 민망했고, 또 훔쳐보고 있다간 괜히 흥분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미 흥분해 잦이가 발기되었지만, 워낙에 작아 수영복으로 티도 나질 않았다.
‘젠장. 누군 뭐 떡칠 사람 없는 줄 아나?’
도훈과 미나 커플의 과감한 행동에 자극을 받은 상철은 급히 민희를 찾았다. 짐을 놓아둔 파라솔로 다가가자 민희와 은지가 함께 있었다.
"앗, 잠시만요.‘
상철이 다가오자 은지가 재빨리 타올로 은지의 몸을 가렸다. 여자들끼리 있을 때면 모를까, 브레지어까지 풀고 태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선텐 중이라서."
"아, 아. 이런 죄송합니다, 형수님."
"아니에요."
상철이 고개를 돌린 채 민희를 향해 말했다.
"우리 시원한 것 좀 사 가지고 올까?"
"시원한 거요?"
"응. 호텔 1층에 야외 까페테리아가 있더라고. 목도 축일 겸 말이야. 형수님은 어떤걸로?""그럼 전 맥주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함께 음료를 사온다는 핑계로 민희를 데리고 나온 상철이 물었다.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안 했어요."
"괜히 말 오래 섞지 마. 의심살 지 모르니까."
"알겠어요."
민희에게 신신당부한 상철은 다시 바닷가 쪽을 쳐다보다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아까 그 젊은 커플 있잖아."
"도후이네 커플요?"
"어, 여자친구는 필라테스 원장이라던."
"왜요?"
"둘이 아주 죽고 못 살더만."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글쎄…."
상철은 자신이 본 대로 민희에게 전했다.
민희는 살짝 놀라면서도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죠, 한창때니까요."
"누군 뭐 한창때 아닌가?"
상철이 발끈하며 소리치더니 민희의 손을 잡아 끌고 호텔로 향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카페는 저쪽 아니에요?"
"그거 보니 갑자기 나도 땡겨서 말이야. 방으로 올라가자."
"바, 방으로요?"
민희가 당황했다. 그는 스폰 계약을 맺은 뒤로도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물론 섹스를 한 번도 안 했던 것 아니지만, 거의 방치시키다시피 했던 것. 어젯밤에도 바로 옆에서 자는데도 손끝하나 건드리지도 않던 상철이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 민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자 상철이 버럭 성을 냈다.
"뭐야? 내가 내 돈 주고 산 여자 마음대로 먹지도 못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음료수 사러 간다고 했는데 늦게 오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요."
"잠깐이면 돼. 물 한 번만 빼줘."
발바닥에 묻은 모래만 씻어내고 우격다짐으로 방으로 올라간 상철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입고 있던 반바지를 훅 끌어 내렸다.
"빨아."
"아…."
민희는 물놀이를 하다 말고 다짜고짜 오랄을 시키는 상철의 태도가 못 마땅했지만, 어쨌든 돈을 받고 스폰 계약을 맺은 이상 그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었다.
"얼른, 빨아달라고."
"아, 알았어요."
문에 등을 기대고 선 상철 앞에 무릎 꿇은 민희가 오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체 물건이 작아 도무지 발기된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하-. 좆맞한 새끼가 진짜….’
나름 굵기는 봐줄만 했지만 발기된 길이가 너무 작았다.
끽해야 손가락 한 마디쯤? 남자 경험이 많은 민희에겐 코웃음을 칠 사이즈였다.
‘씨팔, 좆 같네 진짜. 이런 것도 잦이라고 달고 다니다니.’
민희가 나름 성의를 다해 오랄을 시작했다. 아물리 싫은 사람에게도 비위를 맞춰 줄 수 있는 건 그녀의 프로의식 때문이었다. 그런데 채 3분도 지나지 않아 상철이 헐떡이기 시작했다.
"하, 하읏, 앗!"
"…으음?"
찍! 찍찍!
갑작스레 사정된 정액이 민희의 입안으로 잔뜩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입싸에 민희가 당황하며 입안 가득 정액을 모으더니 곧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모두 게워냈다. 세면대에 입을 헹구며 민희가 생각했다.
‘고작 이거 하려고 나를 방으로 끌고 데려와? 혼자 딸이나 칠 것이지, 개새끼가.’
본인은 흥분조차 하기 전에 재미만 보고 끝낸 상철이 야속했지만, 민희는 역시 프로였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상철에게 물었다.
"…좋았어요?"
"으, 응."
상철이 주섬주섬 바지를 끌어 올리더니 민희에게 말했다.
"약속대로 금방 끝났지? 얼른 음료수나 사러 나가자고."
마치 일부러 빠르게 사정한 것처럼 둘러댔지만, 민희는 상철이 원래 5분도 못 버티는 토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철을 볼 때마다 계속 도훈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아…. 그냥 일이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도훈이랑 실컷 섹스나 하고 싶다. 적어도 3분 컷은 아닐 거 아니야.’
민희의 도훈에 대한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 1126. 그해, 여름-4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