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40화 (1,107/2,000)

< 1123. 그해, 여름-38- >

***

"…난 그 사람 좀 불편하던데."

"응?"

다시 숙소로 돌아와 물놀이 채비를 갖추던 미나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랑 동갑이라던 그 여자. 너한테 괜히 찝쩍대는 거 같길래."

미나는 상철의 여자친구 민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 못지않게 예쁘장하게 생긴 것도 신경 쓰이는데, 도훈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미나가 성격이 유순하다고 한들 자기 남자에게 대놓고 흘리는 여자를 가만히 두고 볼 성격은 아니었다.

도훈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또래를 만나니 반가워서 그랬겠지. 같이 여행 온 사람들이 다들 나이가 많아 보였잖아."

도훈은 민희의 속셈을 알면서도 애써 그녀를 변호했다. 앞으로 해결할 업적을 위해선 당장 그들과 척을 질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솔직히 기분 나빠. 도훈이 네가 받아주는 것도 그렇고."

"난 조금도 관심 없어. 어떤 여자가 들이댄들 미나 너한테 비비겠어?"

도훈은 기분이 상한 미나를 위로하기 위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백허깅에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려던 미나가 얼굴이 빨개졌다.

"아이, 참…."

도훈이 뒤에서 가슴을 감싸 쥐었다. 한 손에 다 잡히지도 않는 풍만한 가슴이 두 손을 가득 채웠다. 호빵처럼 빵빵한 미나의 가슴은 모양이 참 예뻤다.

"이 가슴이 내 거라고."

"아앙."

미나는 ‘내 거’ 라는 도훈의 표현에 몸 둘 바를 모르며 좋아했다.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교태를 부리며 또 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미나 니 가슴 내 꺼라고."

"가슴만?"

도훈이 이번엔 손을 내리더니 미나의 팬티 위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손가락 끝에 힘을 준 상태로 지긋이 원을 그리며 클리를 자극하는 수법이었다.

"물론 이것도."

"아, 하앙… 도훈아. 나 그럼 젖어 버린단 말이야."

"왜? 아침 먹고 왔으니 한 판 할까?"

도훈이 발기된 대물을 엉덩이에 살짝 비비자 미나가 애써 몸을 돌려 빠져나왔다.

"지금은 안 돼. 나중에."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너 한 번 하면 최소 한 시간이잖아. 이러다 우리 호텔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

미나도 당연히 하고 싶었지만, 외국에 놀러 온 공식적인 첫날부터 일정을 망칠 수 없었다. 더구나 아침 식사 후 같이 해변에 나가기로 다른 일행들과 약속까지 한 상황이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밑에서 기다리겠다."

"그래."

미나가 수영복을 챙기며 도훈에게 말했다.

"암튼, 나 그 여자 마음에 안 드니까 도훈이 너도 괜히 말 섞지마. 알았지?"

"당연하지. 네가 싫어하면 절대 안 할 거야."

도훈은 미나가 질투하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 편으로 이번 여행에서 업적을 해치우는 데 또 다른 걸림돌이 있음을 깨달았다.

‘의외군. 미나는 질투 같은 건 별로 없을지 알았는데.’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요? 아침 식사 때 민희양이 너무 티나게 들이대긴 했습니다.]

‘하긴. 여자들이 그런 쪽엔 더 눈치가 빠르지.’

[오히려 어제 두 번이나 관계를 했던 허은지가 굉장히 조용하더군요.]

‘맞아. 굉장히 탈이 좋은 사람같아. 몇 번 눈만 마주치고 나서는 나를 아는 척도 안 하더라고. 전혀 관심없는 것처럼. 난 테이블 밑에서 발딸이라도 쳐줄 줄?’

[그런 짓을 하기엔 테이블 밑이 훤히 뚫려 있었죠. 아무튼 미나양의 경각심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나양이 계속 신경을 쓰면 이번 업적 달성은 무척 고달픈 일이 될 테니까요.]

‘차라리 밤에만 움직이는 방법은 어떨까?’

[밤에 만요?]

‘어제보니 미나가 뻑쩍지근하게 섹스를 마치고 나면 그대로 꿀잠을 자는 타입 같더라고. 수면 패턴도 은근 규칙적이고.’

[트레이너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매일같이 아침 일찍 출근했을 테니까요. 필라테스 학원도 당연히 직장인을 위한 새벽반이 있을 테고.]

‘그렇지. 그러니 미나를 밤 10시쯤에만 재워도 은지를 공략하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을거란 말이지.’

[허은지 남편은 어떻던가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요?]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야. 어딘지 모르게 음험해 보인달까? 난 동생보다 그놈이 더 위험하다고 봐.’

[아무쪼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허은지를 통해 업적을 이루는 것도 좋지만 운세가 몹시 사나우니까. 아까 마음의 소리로 들으니 서로들 꿍꿍이를 감추고 있더라고요.]

‘그게 좀 웃겼어. 겉으로는 단란하게 가족 여행을 온 것 같은데 속내는 제 각기 딴판이랄까? 아주 가족 코스프레 놀이를 하고 있더군. 가족같은 사람들이야 정말. 가, 족같은.’

도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새 비키니로 갈아 입은 미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옷 맵시를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나온 참이었다.

"도훈아, 나 어때? 괜찮아?"

비키니를 입은 미나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도훈 앞에 섰다.

도훈은 그녀를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와…. 말도 안 나오게 예쁘네!"

"히히. 일부러 너 보여주려고 예쁜 걸로 골랐어."

미나의 비키니는 평범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우월한 몸매 덕에 화보에나 나올 것 같은 그림이 완성되었다. 순백의 비키니와 티없이 맑은 피부가 그림처럼 어울렸다.

"남자들이 다 너만 쳐다보겠는데."

"그러려나? 막 야한 디자인은 아닌데."

"그냥 니 몸이 야해."

"앗! 무슨…."

미나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도훈이 자신을 섹시하게 봐주는 데 무한한 기쁨을 느꼈다.

‘확실히 직업이 운동 가르치는 사람이다 보니 몸매만큼은 압도적이구나. 신이 내린 몸매라는 희주에게도 꿀리지 않겠어.’

[희주양은 혼혈로 타고난 체형이 좋은 타입이라면 미나양은 운동을 다듬은 노력의 성과가 아닐지.]

‘그런 면도 있지. 어쨌든 타고 났건, 만들었건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건 확실해. 미나가 괜히 잦이 분쇄기가 아니거든.’

도훈도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을 것도 없이 상의를 훌렁 벗고, 밑에는 무릎까지 오는 와이키키스타일 반바지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쓰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벗으면 벗을수록 빛이 나는 도훈의 훌륭한 근육질 몸매를 보던 미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휴, 나보다 니가 더 걱정이야."

"무슨 걱정?"

"다른 여자들이 다 너만 쳐다볼까 봐."

"상관없어. 누가 날 보던 난 오직 너만 보니까."

도훈이 느끼한 대사를 내뱉으며 미나의 볼에 키스했다.

미나는 그런 도훈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두사람이 채비를 갖추고 내려가자 미리 도착한 상철 커플과 허은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을 나가자 마자 해변과 연결된 구조였으므로 이미 수영복 차림이었다.

"왔네? 옷만 갈아 입는데 왜 그리 늦었을까나? 흐흐."

민희가 지각한 두 사람에게 야한 농담을 던졌다. 그녀는 과감하게 몸매를 드러낸 호피 비키니에 티팬티를 입고 있었다. 소위 한뼘 비키니라고 불리는, 지극히 면적이 좁은 야한 디자인이었다.

지나친 노출에 미나는 어이가 없는 듯 시선을 돌렸고, 도훈 역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 아주 허벌창이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구만 그래.’

[외국이라 더 과감한 것도 있지 않을까요?]

‘팬티 좀 보라고. 제모 안 했으면 백퍼 털까지 다 보였을 걸. 도끼 자국까지 다 비치게 진짜.’

도훈은 진한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민희를 위아래로 훑어보는데도 전혀 시선을 감지할 수 없었다.

한편 민희와 달리 은지는 예상보다 점잖은 차림이었다. 비키니 위로 얇은 가디건을 걸쳐 몸매를 숨겼고, 머리 위엔 챙이 넓은 모자에 커다란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어 얼굴도 반쯤 가린 상태였다.

물론 도훈은 어젯밤 그녀의 나신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녀의 우월한 몸매를 뻔히 알고 있는 상황.

다른 여자들에 비해 전혀 꿀릴 것 없는 그녀가 일부러 꽁꽁 감싼 이유가 궁금했다.

‘허은지는 왜 또 저렇게 입었지? 바스트는 셋 중에서 가장 큰 것 같더만.’

[그러니까요.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스타일일지도. 어젯밤의 끈적했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요.]

‘흐음, 아마도 저 남자 때문이려나.’

[박상철이요?]

‘응. 상철이 자기한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일부러 안 보여 주려고 꽁꽁 싸매는 거지.’

[왜요?]

‘그래야 더 갈망하게 될 테니.’

[설마 은지가 상철의 욕망을 뻔히 알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는 소립니까?]

‘물론 이건 내 추측이야. 하지만 은지 같은 여우가 모르고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글머 가볼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상철은 그냥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 차림이었다. 위에 하와이안 셔cm와 반바지를 입고 일본식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그는 키가 작고 배가 나왔기 때문에 굳이 도훈과 비교될까봐 옷을 전혀 벗지 않은 것이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운동 좀 했나보군. 복근이 무슨….’

물론 같은 남자로서 도훈의 우월한 몸매에 부러움을 느낀 것은 사실이었다. 자기가 도훈의 나이라고 해도 그를 이겼을 것 같진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부러움이 열등감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봐야, 너는 빈털터리 애송이 새끼지. 가진 건 젊은 몸뚱이 하나뿐인 너랑, 30대 중반에 프렌차이즈 대표에 오른 나랑 하늘과 땅 차이거든.’

상철이 느끼는 드높은 자부심의 대부분은 자신이 이룬 성공과 부에 기반하고 있었다. 특히, 집안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준 형과 달리 맨땅에서 스스로 노력만으로 회사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늘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도훈은 여유를 부리는 상철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꼽게 느꼈다.

‘저것도 웃긴 새끼네.’

[네?]

‘사람을 졸로 보고 있는 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잖아. 난쟁이 똥자루 같이 생긴 새끼가.’

[뭐, 부자로서 당연한 거드름 같은 거겠죠. 주인님 말마따나 성공한 남자는 외모만 잘난 남자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흥, 그래 봐야 저것도 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덕이지.’

[아까 식사할 때 하는 얘기로는 집안 도움 하나 없이 자수성가햇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상철은 자기 자랑을 했다.

도훈 보고 들으라는 건지, 옆에 앉은 미나에게 과시하려고 했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이 노리고 있는 형수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한참 동안 자신의 성공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이는 TV에서도 소개 될만큼 드라마틱한 내용이긴 했다. 요약하면 부모의 지원없이 혼자 힘으로 사업체를 일구었다는.

하지만 도훈은 그것조차 고까웠다.

‘상처릉 자신의 자수성가가 정말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이룬 거라고 생각하나보지?’

[그럼 아닌가요?]

‘전혀. 막말로 상철처럼 젊은 날에 모든 걸 올인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상철은 자신의 투자나 사업이 실패해도 비빌 언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뒷배가 든든하니까 과감하게 덤벼들 수 있었고, 운이 좋아 얻어걸린 것 뿐이지.’

[호오.]

‘보통 사람에겐 저러다 망하면 인생기 끝장나는 거지만, 상철같은 금수저는 설사 엎어져도 집안의 후원으로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사실상 자신의 성공 뒤엔 집안의 후광이 있다고 봐야해. 주변에 조력자들도 집안을 믿고 투자했던 것이고. 그건 엄밀히 말하면 자수성가가 아니지.’

[주인님처럼 해석할 수도 있겠군요.]

‘하여간 재수 없는 놈이야. 저 새끼 열 받아서라도 은지 존나게 따먹어야지.’

해변에 도착하자 뜨거운 햇살이 그들을 맞았다.

고운 백사장 에메랄드 빛 연녹색의 바다는 한국에선 접하기 힘든 멋진 풍광을 연출했다.

"우아! 바다다!"

미나가 아이처럼 신이나서 뛰어들었다. 그녀는 여름 내내 힘들게 일을 했기 때문에 올해 처음 바다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미나가 물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자, 민희도 뒤따랐다. 확실히 어린 두 여자는 바다만 보고도 신이 나 달려드는데 나이가 있는 은지는 조용히 바닷가를 구경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상철이 넌지시 물었다.

"형수님은 별로 안 좋으세요?"

"흥미없어요. 전 썬탠 하러 온 거라서."

은지는 해변에 설치된 비치베드에 드러눕더니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놀다 오세요. 잠깐 햇볕 좀 쬐고 있을 게요."

베드에 누운 은지는 그제야 겉에 걸친 가디건을 벗었는데, 가슴이 어찌나 큰지 누워있는데도 풍만한 가슴이 출렁하고 솟아올랐다. 상철은 형수의 풍만한 가슴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와, 하여간 가슴 하나는 진국이라니까. 존난 먹음직스럽네.’

그는 도훈이 아직 주변에 있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자네도 물놀이 안 하나?"

"저도 최근에 바닷가에서 놀다 왔거든요."

"그래?"

"네. 대학교에서 여름 수영 캠프를 열어가지고. 좀만 쉬었다가 들어가려고요."

"그렇구만."

상철은 물속에서 자신을 부르는 민희를 보고 윗옷을 벗고 물속으로 걸어갔다.

"그럼 좀있다 보자고."

"네."

상철마저 물속으로 뛰어들자 이제 해변에는 비치베드에 누운 은지와 그 옆 파라솔에 앉은 도훈만 남았다. 은지는 모자를 슬쩍 들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걸 보고는 도훈에게 말했다.

"물에 안 들어 간다고?‘

"네. 아직은요."

"그럼 나 등에 오일 좀 발라줄래?"

은지가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도훈을 보고 물었다.

둘만 남으면 언제든 도훈을 잡아먹을 것처럼 돌변하는 그녀였다.

< 1123. 그해, 여름-3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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