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8. 그해, 여름-33- >
‘지금 달성 가능한 업적 뭐지?’
[바람바람바람과 뻐꾸기 업적 가능합니다.]
‘잘만하면 1타 2피라는 소리로군.’
[한데 탁란은 싫다지 않으셨나요?]
‘하는 짓이 너무 얄미워 그냥은 못 넘어가겠어서. 감히 나를 협박해?’
[역시 주인님은 명분만 갖춰지면 전혀 거리낌이 없으시군요.]
‘명분을 제공한 건 허은지 본인이야. 아무리 내가 마음에 들었어도 상대가 거절하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지. 완전 제멋대로잖아? 게다가 협박이라니. 죄질이 사악해.’
[아무튼, 주인님께서 업적을 노리신다니 저로선 환영할 따름입니다. 주인님의 성장이 곧 저의 기쁨이니까요.]
"아아아! 너무 좋아, 이제 니가 위에서 해봐."
말타기를 하던 은지가 잦이를 빼더니 벌러덩 옆으로 누웠다. 그러면서 가랑이를 활짝 벌리는데 도통 부끄러움이란 모르는 여자 같았다.
나는 정상위로 자세를 바꿔 묵직하게 대물을 박아 넣었다.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아 조금은 거칠었다.
"학!"
"살살 할까요?"
"아니. 세게. 더 세게 해도 괜찮아."
은지는 굉장히 섹스에 고픈 것 같았다.
어쩌면 남편과는 섹스 리스이려나? 잦이 끝에 바짝 힘을 준 뒤 깊이 밀어넣자, 은지가 자지러지면서 신음했다.
"흐으앗! 깊어! 진짜로 깊어!"
‘제대로 발정이 난 여자구나. 내가 아니었어도 무조건 바람을 피웠겠어.’
[하필 그 타이밍에 주인님이 눈에 들어온 것이군요.]
‘그렇지. 게다가 같은 호텔에 옆방으로 배치받은 것까지. 우연이 연속으로 곂쳤달까? 하긴 남녀가 바람이 나려면 그런 조건들이 연달아 맞아야 하는 법이지.’
바람이란 쉽게 나는 게 아니다.
바람을 피우고 싶은 남녀가 우연히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대에 함께해야 한다. 남자가 원해도 여자가 싫으면 성사가 안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설사 둘 다 원한다 한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역시 불가.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처럼, 바람도 수 많은 우연의 총합인 것이다.
그렇게 박음질을 이어가는 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허은지가 나를 유혹하는 과정을 보면, 오히려 운수대통이라고 해도 무방한 흐름이다. 심지어 알아서 나를 자극해 업적달성의 명분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왜 귀기묘묘 스킬에선 대흉이라는 점괘가 나온 것일까?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봐선 대길이라고 해도 하나도 어색할게 없는데.
정상위로 몇 번 조져놓았더니 은지의 젖꼭지가 발딱 섰다. 커다란 젖통에 버튼처럼 솟아오른 젖꼭지가 유난히 인상적이었다. 한참 위아래로 슴부먼트를 일으키던 은지가 절정에 달해 소리쳤다.
"아, 아아! 안에 싸줘, 가득!"
안 그래도 찔싸를 하려는데 오히려 은지가 먼저 질싸를 요구해왔다. 이건 너무 거져먹기 아닌가? 호사다마라고 덜컥 의구심이 들었다.
"…괜찮겠어요?"
"응. 나 피임약 먹고 있어서 괜찮아."
아차! 이건 예상 못했다. 생각해보면 유부녀가 외간 남자랑 관계하면서 콘돔도 찾지 않을 때 미리 의심했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젠장, 로시 이러면 임신은 어렵지 않나?’
[다른 것도 아님 피임약이라면…. 많이 힘들죠.]
‘이러면 질싸도 답이 없지?’
[아주 확률이 없진 않은데, 99% 이상 어렵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경구피임약은 콘돔보다 롹률이 더 높은 피임법이니까요.]
1%의 임신 확률.
젠장. 탁란은 역시 무리인가?
일단 첫 번째 시도는 실패를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쌀게요!"
"하읏!"
찍, 찍!
한 시간 전 미나에게 잔뜩 발사를 했음에도 또 다시 정액이 벌컥벌컥 쏟아졌다. 정력이 강화될수록 내 부랄이 정액 공장이 된 것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은지가 나를 꼭 껴안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생각외로 잘하는데?"
"감사합니다."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씻고 올 테니까."
은지는 줄줄 흐르는 정액을 티슈로 닦아내더니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아직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다행히 핸드폰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미나가 잠이 깨진 않았던 모양이다.
‘젠장, 그나저나 피임약은 생각도 못 했네. 이걸 어쩐다?’
[호르몬 주기를 변경하는 피임약은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여행 기간 동안 피임약을 못 먹게 된다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약을 없애 버리면 된다는 소리야?’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좋아. 그렇다면.’
나는 허은지가 씻고 있는 틈을 타 방안을 뒤졌다. 짐을 잔뜩 싸 들고 호텔에 투숙할 경우 여자들은 자신들의 기본적인 물품부터 먼저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화장대를 주의 깊게 살피니 한쪽에 가지런히 정돈해온 은지의 화장품이 보였다.
‘이쯤 어디에 있을 것 같은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것이라면 분명 손 닿기 편한 곳에 두었을 것이다. 매일 화장을 하는 은지라면 화장품 가방에다 약을 챙겨왔을 가능성이 컸다.
‘찾았다!’
가방을 뒤지자 예상대로 경구피임약이 보였다. D데이가 표기된 제품으로 날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먹은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긴 남편과 섹스리스인데 다른 사람과 바람을 계속 피워왔다면 피임약은 필수였겠지. 임신을 하는 순간 외도를 의심받을 테니.
나는 몰래 피임약을 주머니에 챙긴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침대에 걸터앉았다.
[한데 피임약이 없어지면 허은지가 주인님을 의심하지 않을까요?]
‘설마 짐 싸다 깜빡 흘렸다고 생각하겠지. 막말로 내가 뭔가를 훔쳐 간다면 그건 피임약이 아니고 차라리 귀중품일 확률이 더 높으니까.’
[하긴 주인님에겐 동기가 없긴 하겠네요.]
잠시 후 샤워를 마친 은지가 타올도 걸치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아직 몸에 물방을이 뚝뚝 떨어지는 데 닦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너도 씻어야지?"
"아뇨. 전 제 방으로 가서 씻을게요."
"훗. 남편 오려면 아직 멀었대두 그래? 사내애가 겁도 많아서는."
은지는 그 말을 확인시키라도 하는 것처럼 전화기를 들더니 갑자기 남편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내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어, 엇! 지금 뭐 하시는!"
"조용히 있어. 들키고 싶지 않으면."
통화가 연결되자 수화기에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은직가 나보고 들으라는 식으로 스피커 폰을 돌려놓은 것이었다.
-어, 왜? 아직 안잤어?
"언제 들어와? 나 잠자리가 바껴서 잠이 잘 안 오는데…."
-금방 올라가. 지금 한창 끝발 받았어. 그렇지, 한 장 더! …아, 미안. 한 시간 내로 올라갈게. 먼저 자고 있어.
"적당히 좀 해요. 도련님 아직 같이 있죠?‘
-어, 어. 내가 돈 따서 맛있는 거 사줄게. 기대하고 있으라고.
전화를 끊은 은지가 사근한 목소리와 달리 냉소적인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들었지? 한 번 카지노 절대 안 일어선다니까? 그러니까 전혀 쫄 필요 없어."
"네. 안 쫄았어요."
"풉-. 끝까지 자존심은. 너 근데 섹스 좀 하더라? 여자 많이 만나봤니?"
"아니에요. 그냥…."
"하긴 지금 여자친구도 되게 예쁘던데. 직장인이야?"
"네."
"넌? 아직 취업하긴 이른 나이 같은데. 혹시 고졸?"
"저요? 아뇨 저 아직 학생이에요."
"엥? 학생? 대학생이야?"
"네."
"아하, 여자친구는 직장인인데 너는 대학생이란 소리였구나? 야, 너 좀 능력 있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은지는 에어컨을 세게 켜더니 몸에 젖은 물기를 말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몸매에 자부심이 넘치는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보란 듯 가슴을 내민 상태였다.
내 시선을 의식한 은지가 말했다.
"아줌만데 아직 봐줄만 하지? 물로 네 여친만 못하겠지만."
"아니에요. 충분히 예쁘세요."
"훗-. 아부는. 애를 안 낳아서 그래."
"아…. 아이가 없으세요?"
"응. 오해는 말고. 남편이나 나나 둘 다 불임같은 거 아니니까. 그냥 낳기 싫어서."
"애를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 인간 애는 낳기 싫어."
이건 또 무슨 소릴까?
"내 남편, 한마디로 쓰레기야."
"네?"
"가세가 기울었을 때, 팔려 오다시피 결혼했어. 울 아버지가 울면서 통사정을 하더라고. 제발 자기 한 번만 살려달라고. 어차피 사랑 같은 거 시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함께 살붙이고 살다 보면 정도 들거라면서."
"아…."
"지나고 보니 아버지 말이 한가지는 맞았어. 사랑 그거, 아무것도 아니더라. 네 나이 땐 나도 그 사람 아니면 죽을 것 같았거든. 근데 지금은 얼굴조차 생각 안 나는걸 보면."
"음."
"근데 나머진 다 틀렸어. 아무리 같이 살아도 정이 안 들더라. 돈만 밝히고, 여자 좋아하고, 도박에 술에…. 정말이지 속물 같은 인간이랄까. 쓰레기란 말도 아깝지."
[남편을 참으로 증오하는 군요.]
‘그러게. 본인도 딱히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나를 모순적이라고 생각하지?"
"네?"
뜨끔했다.
은지가 나를 꿰뚫어 본 것처럼 속마음을 짚은 것이다.
"아니에요."
"아니야. 나도 남편 때문에 이젠 타락해 버렸으니까. 맨날 회식 핑계로, 접대 핑계로 다른 여자 냄새 묻혀 오는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봐. 사람 병신으로 봐도 유분수지."
"……."
"그래서 홧김에 맞바람 폈어. 남편이랑 정반대의 남자들하고. 도훈이 너처럼 키도 크고, 좆도 크고, 잘생긴 애들만 골라서."
"…네."
"대전에서 만났다는 애 있지?"
"대전이요? 아…. 저보고 처음에 대전이 고향이냐고…."
"맞아. 나이는 다른데 너랑 많이 닮았거든. 실은 너를 꼬시려고 마음 먹은 게 그때 만났던 섹파랑 비슷해서였어."
"그랬군요. 근데 저 외람되지만…."
"응?"
"그렇게 남편과 안 맞으시면 그냥 이혼을 하시는 게…."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요. 저렇게 서로 증오하고 살 바에야 이혼을 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뭔가 사정이 있나? 아까 그 가세가 기울었다는.’
"이혼도 생각했지.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 같을 때는.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처럼 스트레스 풀고 살면 나쁠 게 없겠더라고. 집안끼리 너무 사업으로 얽혀서 복잡하기도 하고."
"네."
"이런. 내가 재미없는 얘길 했구나.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을텐데."
"아니에요."
"도훈이 네 얘길 들려줘."
"제 얘기요?"
"응."
"어떤…."
"그냥 뭐든. 아무거나. 지금 여자친구랑 만난 이야기라던지."
"아, 그게…."
나는 한참 동안 미나 이야기를 했다.
헬스장에서 PT강사와 회원으로 처음 만나던 때, 미나가 나중에 독립해 필라테스 학원을 차린 일. 그리고 중간에 몇가지 에피소드까지.
허은지는 의외로 진지하게 내 얘기를 경청했다.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때론 자기 일처럼 웃으며 좋아하고, 때론 안타까움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 은지를 보고 있자니, 뭔가 전형적인 악녀라기보다 마음에 상처를 받아 타락해 버린 불쌍한 여자 같다는 동정심이 들었다.
그녀도 억지로 떠밀려 결혼하지 않고 그때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했다면 지금보단 훨씬 좋은 사람이 되었을텐데.
"…그러다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된 거에요."
"부럽네."
"네?"
"아니. 두 사람 너무 풋풋해서. 한창 뜨거울 때라서."
"…누나도 아직 젊으세요."
호칭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 그냥 누나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줌마라기엔 너무 젊어 보였고, 말을 놓기도 부담스러웠다.
"아부는 그만 해. 나도 내가 나이 들었다는 건 아니까."
"아니에요. 피부만 보면 20대인 줄 알거에요."
"비싼 화장품 쓰고 관리받으면 누구다 다 할 수 있어."
"그래도요."
"물론 내가 속살이 유난히 부드러운 편이긴 하지."
은지가 내 손을 잡아 끌더니 자기 가슴위에 올렸다. 브라도 안한 커다란 가슴 위를 천천히 쓸어내리는데, 피부결이 정말 비단결처럼 부드러웠다.
"아…. 그렇네요."
"그치? 남자들이 다 좋아하더라. 피부가 참 느낌 좋다고."
"그런 것 같아요."
"꼭지 만져 줘."
"네?"
"나 거기 성감대라서."
"지, 지금요?"
"응. 다시 하고 싶어졌어."
훈훈한 속얘기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은지가 다시 불이 붙었다. 30대 중반 여성의 성욕이란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아니, 이제 곧 남편분 돌아오실 시간이…."
"충분하잖아. 이제 겨우 3신데."
은지가 벽시계를 가리키며 고집을 피웠다.
[주인님. 너무 위험합니다.]
‘알아. 은지 남편이 무조건 카지노 마치고 온다는 법도 없잖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너무 위험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분명 한 번만 하기로 했잖아요."
"한번이락 말한 적 없어."
"뭐라고요?"
"내가 만족할 때까지라고 했지. 난 아직 고프거든."
"아니!"
은지는 막무가내였다. 눈빛이 돌변하자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했다. 평상시의 모습과 성욕이 차올랐을 때의 모습이 전혀 딴판이었다.
‘아니 무슨 이런 미친년이 다있어?’
"가야 해요."
"가지마."
"정말로 위험해요."
"금방 끝내면 되잖아. 애무도 필요 없어. 벌써 축축하니까."
은지가 제 손으로 가랑이를 쓱 한 번 훑었다.
그러자 손가락 두 개가 축축히 젖어 나왔다.
"보여?"
"아, 아니 이게 왜?"
"몰라. 그냥 너랑 같이 얘기만 하는데 이렇게 젖어버렸어."
‘아니 미친. 무슨 이런 여자가?’
[주인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도망치시던지, 아니면 후딱 정리를 하시던지요.]
‘아 놔, 진짜!’
< 1118. 그해, 여름-3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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