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6. 그해, 여름-31- >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평균 섹스 시간은 최소 1시간.
삽입만으로 40분이 넘는 롱타임 노싸이다.(이번엔 질싸였다만.)
그렇다면 허은지가 최소 1시간 넘게 밖에서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미친 건가?’
싸이판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
때문에 저녁이면 육지를 향해 불어오는 해풍으로 밤공기가 서늘한 축에 속한다. 건장한 사내도 저렇게 얇은 옷차림으론 30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에이, 설마. 안에 있다가 타이밍 맞춰 나온 거겠지.’
"후훗. 그나저나 너무 자유로운 거 아니에요? 일종의 자기과시?"
"…예?"
은지의 지적에 놀라 내 참을 살피니 걸쳐 입은 가운 끈을 헐겁게 매어 가운데가 벌어진 상태였다. 오 마이 갓! 어둠 속에서도 대물이 슬쩍 비쳤을 게 분명했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돌아 가운을 여몄다.
"아차,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보기 좋기만 한데, 뭘."
은지는 이제 대놓고 뻔뻔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외모는 여전히 미스(Miss)인데, 입담은 엄연한 미씨였다.
겨우 옷을 정비해 돌아 은지에게 물었다.
"설마 아직 안 주무실 줄은…."
"도통 잠을 잘 수가 있어야 말이죠."
"그게 무슨…."
"데칼코마니더라고요."
"데칼코마니요?"
뜬금없는 미술용어에 되물었다.
"우리방하고 도훈씨 방 구조 말이에요. 서로 대칭이라고요."
"그럼 설마…."
"네. 그쪽 침대가 놓인 위차랑 우리 방 침대가 놓인 곳이랑 딱 붙어 있어요. 벽에서 소리가 어찌나 잘 들리는지…."
아차!
이건 미처 생각 못 했다. 나는 당연히 호텔 방 구조가 동일할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지의 말대로라면 벽 하나를 마주한 채 미나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셈이었다. 벽을 치우고 나면 물리적으로 1M도 안 되는 지근거리에서.
민망함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에요. 무슨 사과까지? 젊은 남녀가 외국으로 놀러온 첫날밤인데 그럴 수도 있죠. 당연히 이해하죠."
"……."
"근데 벽이 되게 얇나 보더라고요. 소리가 정말 다 들리더라니까?"
"…예."
나는 민폐를 끼친 것 같아 거듭 사과했다. 층간소음도 아닌 옆방 소음이라니. 절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은지가 계속 말했다.
"여자 친구는 이제 뭐해요?"
"아…, 방금 잠들었어요."
"하긴. 그렇게 몰아붙였으니,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
[대체 왜 저러는 겁니까? 사람 민망하게서리.}
‘그러게.’
"그나저나 도훈씨 여자친구는 좋겠어요."
"아닙니다."
"그이는 여전히 카지노에요. 또 모르지? 아직까지 안 들어오는 거 보면 바(Bar)에서 외국 여자나 꼬시고 있을지도?"
"…예?"
"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도훈씨는 보기보다 순진하네."
"아, 예…. 그럼 전 이만. 안녕히 주무십시오."
"잠시만요.‘
말려드는 기분에 방으로 들어가려는 데 은지가 돌아서는 나를 붙잡았다.
"네?"
"혹시 실례가 안 되면…. 방에 비상 금고 사용하는 법 좀 알려줄래요?"
"금고요?"
"네. 달러를 제법 많이 들고 왔는데, 사용법을 몰라서 보관을 못 하고 있어서.‘
"프론트에 연락하면 직원이 올 거예요."
"그럴까 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또 괜히 여자 혼자 있다 보니 좀 그렇잖아ㅇ요. 더구나 한국말도 안 통할 텐데."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우리가 머무르는 홀리데이 인 싸이판은 나름 4성급 호텔이다. 잠깐 겪어본 것이지만 직원들 매너도 훌륭하고, 프론트 응대나 서비스 또한 수준급이었다. 더구나 은지는 아까 영어도 유창하게 말했다. 언어의 장벽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것은 필시 나를 끌어들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주인님. 응대하지 마십시오.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함정이라니?’
[은지 남편이 어느 틈에 올라올지 모르니까요. 대흉이라는 점괘가 어쩌면 이것을 가리키는 것이었을지도….]
대흉.
은지네 커플과 엮였을 때 나의 운세다.
최악의 경우, 남편 없는 유부녀 방에 들어가 흉계를 꾸민 범죄자로 몰릴지 모른다. 유일한 증인인 은지가 갑자기 말을 바꾸는 순간, 누구도 나를 지켜줄 수 없는 것이다.
정말로 대흉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었을까?
"저, 그게…."
거절하려는데 은지는 거듭 청했다.
"잠깐이면 돼요. 어려운 부탁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아….‘
은지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유부녀 주제에 너무나 도발적인 입술이었다. 갑자기 점괘에 붙어 있던 사주풀이가 떠올랐다.
‘로시, 점괘에서 분명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겠다.?’
[네? 설마 주인님 지금.]
‘그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생각해 보니 너무 쉽게 포기하는 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하고 똑같아.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앞뒤 재고 행동했다고?’
[하지만 주인님. 이건 너무 무모한 결정입니다. 허은지는 위험한 여잡니다.]
‘까짓 거 위험해 봐야 발정난 암컷밖에 더 돼? 남편도 돈 좀 있다고 젠체하는 좆밥 새끼에 불과하고.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시도도 않고 포기하는 건 적성에 영 안 맞는다는 말이지.’
[아…. 그래도 너무 무모한 결정이 아닐지….]
‘위험하다는 것도 결국 남편이 갑작스레 들이닥쳐 오해를 받는 경우잖아.’
[그렇죠.]
‘그렇다면 미리 대비를 해 놓으면 그만이지.’
[문패 바꿔주는 아이템 있잖아. 나이트 룸에서 써먹었던.‘
[아!]
‘그걸로 남편을 헛갈리게 만들면 시간을 벌 수 있어. 그렇다면 내가 위기에 빠질 일은 전혀 없지.’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로시 내가 그랬잖아. 운명이란 완벽히 정해진 게 아니라고. 변수는 창출하면 그만이야.’
각오를 다진 나는 마지못한 척 은지의 요구를 승낙했다.
"알겠어요. 잠깐이면 되니까…."
"어머, 정말이에요? 바로 문 열어 드릴게요."
은지가 신이나 발코니에서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 역시 담배를 비벼 끄고 방으로 들어갔다. 미나는 여전히 기절한 듯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미나 몰래 살금살금 빠져나가 옆 호실 문을 노크했다. 문과 문이 딱 붙어있어 그 폭이 1M 밖에 되지 않았다. 이래서 대칭이라는 소리였구나.
똑똑-
"저 옆 방…."
"들어와요."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며 은지가 나를 맞이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착각의 문패’ 아이템을 호실이 양각된 번호위에 붙이며 방으로 입장했다. 아마 은지의 남편은 방을 찾으려고 한동안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호텔 들어오자마자 카지노로 향했다면 더더욱 방을 못 찾을 가능성이 컸다. 호실의 위치보다는 룸 넘버 정도만 외우고 있을 테니까.
방의 구조는 허은지가 말한 그대로였다.
우리 방을 데칼코마니로 찍은 것처럼 모든 비품이 반대로 놓여 있었다. 당연히 금고의 위치도 금새 찾을수 있었다.
"여긴가요?"
방에 입장하자마자 금고부터 보려는데 은지가 갑자기 나를 막아섰다.
"잠깐만요. 뭐가 그렇게 급해요? 온 김에 음료라도 한 잔 내줄까 했는데."
"괜찮습니다."
한사코 거절했지만, 은지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성의를 너무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구요. 시원하게 맥주로?"
은지는 이미 호텔에 비치된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들고 있었다. 정말이지 막무가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럼 생수로 주세요."
"왜요? 도훈씨 술 잘 못해요?"
"네."
"아…. 그렇다면야 뭐."
은지가 생수가 든 PET병을 따 컵에 따랐다. 그리고는 자신은 캔 맥주를 고르더니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급할 것 없으니 목이나 축이고 해요."
"괜찮은데…."
"정말? 들리는 소리로 봐선 땀 좀 제법 흘렸을 것 같던데?‘
"아, 아니 그건…."
"풉- 농담이에요, 농담. 하여간 순진하다니까?"
은지가 입을 가리며 깔깔 거렸다. 다리를 꼬아 앉은 그녀의 이브닝 드레스가 아찔한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은근한 간접조명까지 더해지자 유부녀 특유의 농밀함이 지독스럽게 뿜어졌다.
[아주 작정을 하고 덤비는 군요.]
‘그러게. 무슨 꿍꿍인지 알아봐야겠어.’
나는 맞은편에 앉아 은지가 내 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은지는 나의 목 넘김을 쳐다보았다.
"역시 사내답게 시원시원 마시네요."
"네?"
"아니. 우리 그이랑 비교하니까…. 아니에요, 아무것도."
단순히 물 마시는 것만으로 남성다움을 추켜세우는 은지의 속셈이 너무 속보였다. 대체 저 유부녀는 무슨 연유로 나를 유혹하려는 것일까?
"실은 심심해서 불렀어요."
"예?"
"아니 뭐, 금고 사용법도 익힐 겸요."
"맞다. 지금 알려드릴게요."
나는 벌떡 일어아 다시 금고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지가 내 손목을 붙잡으며 만류했다.
"쉬엄쉬엄하리니까 그러네.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네. 여자 친구 때문에 그래요? 지금 잔다면서요?"
"네, 자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부군께서 혹시 방으로 돌아오시면 괜한 오해를…."
"호호호! 걱정 마요. 남편은 도박 좋아해서 카지노 닫을 때까지 죽치고 있을 테니까."
"카지노도 닫나요?‘
24시간 아니었나?
"네. 아까 프론트에 영업시간 물어보니 새벽 4시면 닫는다더라고요. 마카오 같은 데야 밤새서 하겠지만."
"그렇군요."
확실히, 4시까지라면 남편이 돌아오기까지는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만약을 대비해 착각의 문패마저 설치해 두었으므로, 남편의 등장으로 위기에 빠질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후훗, 왜요? 나랑 있다 오해받을 까봐 겁나요?"
"아뇨. 겁나는 건 아닌데…."
"아니면?"
은지가 갑자기 훅 들어왔다. 지나치게 접근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움찔 물러섰다. 몸에서 풍기는 끈적한 살 냄새가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어우, 뭐야. 이 아줌마 진짜.’
[조심하십시오. 위험합니다.]
‘알지. 내가 궁금한 건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가 하는 점이야.’
"어쨌든,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싫으니까요."
"호호. 겁나진 않은 모양이네?"
"겁나다뇨?"
"아니에요. 아참, 그래. 금고 한 번 봐주세요."
은지가 몸을 일으키더니 옷장 밑에 설치된 금고로 향했다.
금고는 바닥 쪽에 있었으므로 은지가 무릎을 꿇으며 금고 문을 열었다.
"아까 대충 설명을 듣긴 했는데 도통 문이 안 잠기더라고요."
"비번을 새로 설정하셔야 돼요."
"어떻게요?"
"잠시만요."
나는 은지 옆에 쪼그려 앉아 금고 번호키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때 안에 넣어둔 달러가 눈에 들어왔는데, 너무도 많은 돈이라 나도 모르게 놀라고 말았다.
‘뭐야? 무슨 달러가 뭉텅이로….’
금고 안에 든 지폐는 개인이 환전할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마치 돈 가방을 따로 들고와 안에 풀어 놓은 느낌이었다. 은지가 나에게 설명했다.
"제법 많죠? 놀라지마요. 남편이 수입 오퍼상이라 평소에도 달러를 많이 들고 있거든요. 이러니 금고가 안 잠기는 게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제가."
"그렇겠네요. 자 이제 비번 새로 설정해 보세요."
나는 준비를 마친 뒤 은지에게 새롭게 설정할 비번을 누르게 시켰다. 은지는 빤히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도훈씨 보는데서요?"
"아, 맞다. 죄송합니다."
나느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은지는 배시시 웃더니 금고에 비번을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쪼그린 자세가 불편했던지 갑자기,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는 자세로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짧은 이브닝 드레스가 허벅지 위로 말아 올라가며 그녀의 엉밑살이 훤히 비치기 시작했다.
‘억, 뭐야 이건!’
다분히 의도적인 포즈.
그러나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그녀가 팬티조차 안 입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흡!"
나는 헛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 외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은지가 나를 유혹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진짜, 사람 가지고 놀고 있구나! 감히 누구 앞에서.’
[이제 슬슬 정체를 파악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오케이. 정보창 준비해.’
[넵.]
은지가 엎드린 자세로 비번을 설정하는 동안 나는 그녀의 정보창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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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허은지 (비처녀, 22세 1개월)
나이 : 35#유부녀 #도발적 #꼬리치기
호감도 : 74/100
개방성 : S
성감대 : 클리토리스, 젖꼭지, 허벅지
*애무 포인트 : 유두를 빨아주는 걸 좋아합니다.
성욕지수 : 매우높음 (임신확률 : 45%)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대상은 바람바람바람 업적을 달성하고 있는 대상입니다.
*위 대상은 뻐꾸기 둥지 위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상이비낟.
-집안 사정에 의해 떠밀린 결혼을 강제당한 그녀는 현재 남편과 사이가 매우 안좋습니다.
-남편의 바람기에 원망이 쌓인 그녀는, 맞바람이라는 초강수로 응대해 왔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불륜을 저지르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음탕한 기질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최근 관계를 맺어오던 파트너와 헤어진 뒤 그녀는 굉장한 욕구불만에 싸여 있습니다.
-공항에서 당신을 처음 본 뒤 그녀는 당신을 유혹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키 작고 볼품없는 남편에 비해 출중한 외모와 몸매를 가진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합니다.
-그녀는 매우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행이 들통 날 경우 당신을 언제든 배신할 사람입니다.
-추천멘트 : "혹시…. 제가 한 번 따먹어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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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6. 그해, 여름-31-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주말에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