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9. 그해, 여름-24- >
정음은 원룸에 들어가 뻘쭘하게 서 있었다. 가정방문까지는 미처 생각 못 했는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안, 집이 좀 지저분하지?"
"아니에요. 오빠 되게 깔끔하신데요."
사실 깔끔이라는 말보다는 조촐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주로 잠만 자는 공간이다보니 가구도 하나 없어 휑할 정도였다. 엊그제 봤던 소영의 50평대 아파트와 비교하면, 거기 구석에 딸린 창고만도 못한 수준이다.
‘아…. 정음이한테 집을 보여주려니 괜히 쪽팔리네. 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했어야 했는데.’
[이 원룸도 아버님이 보내주신 보증금으로 살고있는 건데요?]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소형 아파트 전세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데.’
물론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째, 혼자 사는 남자에게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굳이 돈 많은 티를 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게 아닌 바에야, 가진 현금을 최대한 굴리는 편이 훨씬 수익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아직 제대로 된 투자처를 정한 것은 아니지만.
"덥지? 잠깐 앉아서 에어컨 쐬고 있어. 마실 것 좀 내올게."
정음을 안방 겸 거실에 앉히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내줄 것이라곤 아직 뚜껑도 안 딴 500ml 생수가 전부였다.
"손님이 올지 몰라서 마실 게 물뿐이구나. 미안."
"괜찮아요, 오빠."
정음은 찬물만 내어주는데도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오히려 텅 빈 냉장고 안을 힐끔쳐다보더니 안쓰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 이럴줄 알았음 제가 집에서 반찬이라도 좀 가져올 걸."
"반찬이라니?"
"혼자 밥 해드시기 힘들 것 같아서요."
"괜찮아. 밖에서 사 먹는 날이 더 많아."
그나저나 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할까?
정음이는 필시 우렁각시가 틀림없다.
"맞다. 아이스크림 있었지? 이건 또 언제 산 거야?"
"그냥 오는 길에 가게가 보이길래…."
"오늘 도장 쉰다고 했나?"
정음은 여름방학 동안 태권도장에서 시범 알바를 하고 있었다. 평생 배운 게 태권도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거기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워낙에 성실하고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알바를 한다기보다 자기 스스로도 즐기는 느낌이다. 일종의 재능기부랄까?
"오늘 관장님 휴가 가셔서 도장 쉬는 날이라서…."
"넌 따로 휴가 안 가?"
"저는 주말에 친척들이랑 강원도 가기로 했어요."
"주말이면…. 내일?"
"네. 오빠는요?"
정음이 냉수를 마시며 조심스레 물었다. 자신은 가족친지들과 휴가를 떠나는데,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내가 괜히 걱정되었던 모양.
‘이거 괜히 미안해지는데.’
[그러게요. 주인님이 미나양과 단둘이 해외로 나가는 건 전혀 모를 테니까요.]
‘적당히 둘러대야겠다.’
"아…. 나도 실은 내일 미국가."
"미국요? 아, 맞다. 가족분들이 거기 사신댔죠?"
"응. 방학이라 겸사겸사."
‘싸이판도 미국령이니 틀린 말은 아니지?’
[헌데 가족을 보러 가는 건 아니잖습니까?]
‘가족 보러 간다고 안 했는데?’
[네?]
‘미국 간다니까 가족을 보러 간다고 오해한 건 정음이지, 내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란 소리야.’
[아니! 그게 무슨!]
‘어쨌든 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거지.’
[교묘한 말장난입니다.]
"좋겠다. 그럼 오래 있다 오시는 거예요"
"방학도 거의 끝나가니까 일주일은 안 될 거야."
"참, 근데 아영이가…."
"아영이?"
정음의 입에서 아영의 얘기가 나오자 조심스러워졌다. 두 사람이 은근히 친하다는 게 문제다. 어쩌다 죽이 맞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영이 말론 오빠가 다음 주말에 야구 경기 보러가기로 했다는데…."
"아, 그거? 맞아. 어제 통화 했어."
"시간 괜찮으세요?"
"응. 그때 귀국해 있을 거야. 그 전 날 돌아오거든."
"아…. 안 피곤하시겠어요?"
"괜찮아. 너도 간다고 해서 승낙한 건데?"
"네?"
정음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잘못됐나?
"아니었어?"
"아, 아니. 맞는데…. 이상하다. 아영이 말로는 간다고 했는데 둘만 가기 민망해서 저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는데…."
[뭡니까 이건?]
‘나참, 아영이 고년이 중간에 장난질 했구나.’
[장난질이라뇨?]
‘정음이 한테는 내가 먼저 간다고 말해 끌어들이고, 나한테는 정음이가 간다고 끌어들인 거라고. 정황상 둘 중 한명에겐 최소한 거짓말을 한 셈이지.’
[어째서 그런 짓을….]
‘아마도 나를 끌어들이기 우해서 정음이 핑계를 댄 것 같아. 그렇다면 아영이가 나랑 정음이 사이를 이미 알고 있다는 소릴까?’
[호오, 그게 그렇게 되나요?]
‘이건 좀 골치 아픈데.’
[왜요?]
‘모르고 했다고 해도 얄팍한 술수가 괘씸하고, 알고 했다면 굳이 셋이서 만나려는 의도가 수상하다는 거지.’
[흐음. 역시 아영양은 속내를 알 수 없군요.]
‘일단은 괜히 정음이 신경쓰지 않게 돌려 말해야겠어. 괜히 오해가 생기면 더 복잡해지니까.’
"아아! 그것 때문인가 보네."
"네?"
"왜 그때 캠프에서 아영이가 술 마시다 언제 학과 사람들끼리 야구보러 가자고 하더라고."
"네."
"그때 시간 되면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걸 오해했던 모양이야."
"그렇구나. 아영이가 참 야구를 좋아하더라고요."
"나도 좋아."
"오빠도요?"
"응, 특히 동영상."
"야구 동영상요?"
"응. 줄여서."
"야구… 야동이요!?"
"푸하하. 농담이야."
"아이참, 오빠도."
정음은 제 입으로 야동을 소리내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안 그래도 남자 자취방에 단둘이 있느라 긴장하고 있을 텐데 뜬금없는 야동소리소리에 야한 상상을 했나보다.
괜히 민망할 까봐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생각해서 사 온 아이스크림인데 녹겠다. 얼른 먹자."
"…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미 아이스크림은 녹아버린 상태였다. 아무래도 정음이 껴안고 있느라 더 빨리 녹은 느낌이다.
"얼래, 이거 좀 상태가."
"아…. 어떡하죠?"
정음은 생각해서 사 온 아이스크림이 흘러내자 속상한 눈치였다. 나는 괜찮다면서 그녀를 위로했다.
"괜찮아. 후딱 먹으면 되지."
"죄송해요. 얼음을 더 많이 넣어달라고 할 걸."
"얼음이라니?"
"포장할 때 넣어주는 거 있잖아요."
"아… 드라이 아이스?""예."
"그거 얼음 아닌데?"
"아니라고요?!"
정음이 금시초문이라는듯 눈을 똥그랗게 떴다.
아…. 이런 백치 아다다 같으니.
아니, 아다는 아니고 후다구나. 백치 후다다.
"흐흐. 이건 물을 얼린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종류거든."
"아…. 어쩐지…."
정음은 20년만에 처음 드라이 아이스라는 존재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이건 좀 심하게 빡대가리.]
‘조용히 해라.’
[주인님, 무식한 사람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정음이는 무식한 게 아니라 애가 순수해서 그래. 운동만 하느라 공부를 못 했거든.’
[유독 정음양 앞에서만 관대해지시는 군요.]
‘모르냐, 백치미?’
[그냥 백치같은데….]
‘닥쳐!’
그래, 공부 좀 못하면 어떤가?
마음씨 착하고, 예쁘고, 나만 바라봐 주는데.
정음이 넌 공부 하나도 안 해도 된다. 돈은 오빠가 벌어올게.
"잘 먹을게, 정음아."
"네, 오빠가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이것저것 담았어요."
"나는 네가 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
"아…."
정음이 또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조금만 칭찬해져도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그녀가 너무 좋다. 우리 한동안 에어컨 아래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었다. 함게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그만큼 정음이 나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리라.
한참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고 있는데, 점점 녹기 시작한 아이스크림이 정음의 흰색 티에 뚝뚝 국물을 흘리고 말았다.
"앗!"
"저런."
정음이 급히 손으로 문질러 보았으나 오히려 초콜릿 색소가 번지며 배 주변이 엉망으로 변했다. 흰색의 티였기 때문에 얼룩이 지자 지저분했다.
"아…. 어뜨카지."
정음이 난처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렸다.
"물로 빨아야겠는데. 저기 화장실."
"아…. 네."
정음은 후다닥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잠시 후 정음의 푸념이 들려왔다.
"아, 이거 물로 안 지는 것 같은데요."
"안 진다고?"
나 역시 화장실로 뒤따라 들어갔다. 정음이 열심히 물을 묻혀 보았으나 여전히 얼룩은 그대로였다. 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거 세제 묻혀서 손 빨랳해야 할 것 같네."
"손빨래요?"
"응. 서둘러 안 빨면 얼룩 남을 걸."
"아…."
"벗어봐. 내가 빨아줄게."
"여, 여기서요?"
"아참, 입을 옷을 줘야지. 잠깐."
나는 후다닥 행거로 달려가 반팔 티 하나를 들고 왔다.
"이거 입고 있어."
"아…. 네."
정음은 옷을 받아들고도 우물쭈물하며 망설였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밖에 나가있을 게."
화장실 문을 닫고 잠시 기다리자 안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나와 이미 섹스를 했는데도 앞에서 옷을 벗는 게 부끄러웠나 보다.
"…오빠."
"응?"
"저 옷 다 입었어요."
"어, 그래."
다시 문을 열자 정음이 내 옷을 입고 있었다.
귀여운 정음이 박시한 티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섹시했다. 반바지를 아슬아슬 가릴 정도라 하의 탈의한 느낌마저 났다.
"잘 어울리는데."
"괜찮아요?"
"응. 귀여워."
"힛, 고마워요."
"옷 줘봐. 내가 빨아줄게."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정음은 한사코 거절하더니 자기가 직접 세면대에 물을 채웠다.
"아, 그거 구멍 안 막히는데."
"네?"
"막는 데가 고장나서 물이 안 담아질거야."
사실 처음부터 고장 나 있었지만, 딱히 고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 세탁기 옆에 세워진 플라스틱 통이 하나 떠올랐다.
"잠깐 기다려봐. 어디 손 빨래 할 수 있는 통이 있을 거야."
플라스틱 대야를 들고 오자 정음이 거기에 물을 채워 세제를 풀었다. 대야를 바닥에 놓고 해야 했기 때문에 정음은 쪼그려 앉은 자세로 얼룩이 번진 티를 조물거렸다.
"내가 해준다니까."
"아니에요. 저도 잘 빨아요."
정음은 빈말이 아닌 듯, 익숙하게 손빨래를 시작했다. 한사코 스스로 하겠다고 고집을 피워 가만히 화장실 문틀에 기대 정음을 쳐다보았다.
역시 가정적이고 착실한 아이다. 라는 생각으로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커다란 티가 목주변이 헐렁해 지면서 틈이 벌어져 가슴골이 내비치는 게 아닌가?
‘어우야…. 골짜기 무엇!’
[진짜 변태같습니다, 주인님.]
‘보이는 걸 낸들 어덯게 해?’
쪼그려 앉은 정음이 손으로 빨래를 문지르는데 그 반동에 가슴이 출렁출렁 흔들렸다. 참으로 훌륭한 슴부먼트가 아닐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빤히 골짜기에 정신이 팔려있는데, 정음이 내 시선을 의식한 듯 나를 올려다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앗, 오빠!"
정음이 헐렁하게 처진 티를 끌어 올리더니 당황해 했다.
"미안. 나도 모르게…. 그러니까 내가 빨아 준다고 했잖아."
"아니 제가 할 수 있는데…."
"아니 니 옷 말고."
"네? 그럼요?"
나는 좀 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까지 끌어들인 이상, 정해진 결론이었다.
"니 가슴."
"아, 아앗! 오, 오빠."
"보고 있으니까 꼴리는데."
"아이참, 오빠 왜 그래요 갑자기…."
정음이 잔뜩 민망해하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오늘 나를 만나 섹스까지 할 생각은 없었나 보다. 저렇게 당황한 걸 보면.
아르바이트가 쉬는 바람에 잠깐 얼굴 보러 무작정 찾아왔는데, 우연히 집까지 들어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거다.
하지만 일이 여기까지 진행된 이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정음이 같은 애가 자취방으로 제발로 굴러들어왔는데, 그냥 보내면 병신이지.
"음, 원래 안 그랬는데 급자기 가슴 보다가 이렇게 됐어."
나는 쪼그려 앉은 정음 앞에 불룩 튀어나온 바지를 내밀었다. 안에 구렁이가 한 마리 들어있는 것처럼 우뚝 솟은 잦이가 잔뜩 성을 내고 있었다.
"그, 그건 또 왜…."
"정음이 너만 보면 이렇게 되는데?"
"아…. 오빠… 진짜."
정음은 한참 부끄러워하다가 용기를 냈는지 나에게 말했다.
"오빠… 하고 싶어요?"
"응, 너는?"
"…저도요.‘
정음은 대담하게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바지 지퍼를 잡아끌어 내렸다. 그녀는 늘 이렇다. 천성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지만, 한 번 작심하면 누구나 열정적이다.
뜨거워 데일 만큼.
정음이 단단히 발기된 잦이을 꺼내더니 입가를 가져왔다.
촉촉하고 앙증맞은 입술에 귀두가 닿자, 천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 앗, 정음아 아직 샤워를…."
"괜찮아요. 오빠 꺼라면, 언제든."
외출할 일이 없어 집에서 뒹굴다 정음을 만났기 때문에 미처 샤워를 못 한 상태였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밤새 에어컨을 꺼놓고 늘어져 잤으므로 모르긴 몰라도 사타구니에 땀이 부랄 쩐내가 장난이 아닐게 뻔했다.
그런 냄새나는 잦이를 마주하고도 정음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뜸 오랄을 시작했다. 그것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았다.
정음이 강아지처럼 나를 귀엽게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헤헤, 오빠만 잘 빠는 거 아니죠?"
"응?"
"말했죠, 아까? 저도 잘 빤다고."
순진한 정음의 음탕한 농담에 잦이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 1109. 그해, 여름-24-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