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114화 (1,081/2,000)

< 1097. 그해, 여름-12- >

소영은 물음과 동시에 지난 진료 기록을 눈으로 확인했다.

경험상 대부분 병인(病因 ; 병의 원인)은 기저질환과 가족력을 제외하면 직전 질환의 악화나 전이가 태반이었다.

'발목 인대 손상 의심이라…. X-ray도 찍었구나?'

소영은 그제야 도훈을 정확하게 떠올렸다.

'맞다. 그때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면서 등록금 번다던 대학생이었지?'

하루 진료 보는 환자 수가 100여명 육박하는 그녀로선, 개개의 환자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도훈은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때도 아파서 진료실에서 주저앉았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부상 정도가 심할지도 모르겠는데….'

"발목이 여전히 아파서요."

"음, 그때와 동일 부윈가요?"

"네."

"잠깐 보죠. 베드에 앉아보실래요?"

도훈은 소영이 시키는 대로 검진용 병상에 앉았다. 소영이 침상 밑에서 발받침대를 꺼내 도훈 앞에 놓았다.

"아픈 발 이쪽에 올리시고."

"네"

여름이다 보니 도훈은 반바지를 입은 상태. 거기에 발목 양말이라 지난 번처럼 바지를 걷을 필요는 없었다. 소영이 허리를 숙이며 도훈의 복숭아뼈를 육안 관찰했다.

"흠…. 딱히 부은 것 같진 않은데."

발목 부상의 경우 열에 아홉은 염좌였다.

소위 삐어서 온 환자들. 염좌 증세는 부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한눈에 보아도 정상인 곳에 비해 크게 부풀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도훈은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이에 소영은 손가락으로 복숭아 뼈 부근을 꾹 눌렀다.

"아프면 말해보세요."

"네."

"여긴 어때요?"

"괜찮습니다."

"이쪽은요?"

"아, 살짝 통증이…."

"그럼 이쪽은?"

마지막 환자다 보니 소영은 시간을 들여가며 꼼꼼이 진료했다. 어차피 대기 현황판은 도훈을 마지막으로 멈춰있었다.

"음. 저번 엑스레이에서도 별다른 이상 소견은 없었거든요. 이런 경우 CT나 MRI촬영까지 고려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아, 저기."

도훈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왜요?"

"발목이 아프다 보니 자세가 좀 불편해지더라고요."

"네."

"그래서 최대한 안 아프게 일하려다 보니 처음에 무릎이 아프더니…."

"아프더니?"

"최근 들어선 골반도 살짝…."

"골반까지요?"

"네."

"음, 아마도 통증 때문에 자세가 틀어져서 위로 계속 부담을 줘서 그럴 거예요. 지속 되면 허리까지 아플 수 있어요."

"네."

"지금도 골반이 안 좋은가요?"

"네. 약간 삐그덕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음. 침대에 잠시만 누워볼래요?"

"네."

소영은 젊고 잘생긴 도훈이 병을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

'그러게 그때 그냥 반깁스 하고 가라니까. 미련하게 아픈데 참으면서 일을 했나 보네.'

현대 의학이라고 해서 아픈 곳을 순식간에 치료하는 방법은 없었다. 특히 뼈나 근육에 관련해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아픈 곳을 무리하게 움직이다 보면 오히려 그로 인해 병을 더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 아프다는 거죠?"

"저기… 골반 안쪽이요."

"안쪽?"

골반은 인체에서 가장 큰 근육덩어리인 대퇴부와 연결되어 다리 전체를 가동하는 중요 관절 부위, 내회전 시 고통이 수반된다면 생각보다 골치 아플 수 있었다.

"아픈 쪽 다리 들어봐요."

"네."

도훈이 침상에 누운 상태로 한쪽 무릎을 구부렸다.

그때.

'응?'

반바지를 입고 있던 도훈의 바지춤 사이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바지 속에 뱀이 한 마리 숨어있었다.

'윽, 저게 뭐람?'

소영은 일순 당황했지만, 진료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시선을 바로 돌렸다. 하지만 자신이 본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설마 노팬티?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소영은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지 속에 보이는 뱀의 정체는 바로 밑으로 빠져 나온 대물의 머리 부분이었던 것.

도훈은 멈칫하는 소영을 보고 속으로 씩 웃었다.

'본 것 같지?

[네. 의도한 대로군요.]

'흐흐. 일단 봤으니 반응이 오겠지.'

실은 도훈이 노팬티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소영에게 섹스어필을 하기 위해 일부러 대물을 노출 시킨 것이었다. 도훈의 의도 대로 검진을 하는 소영은 무척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근데 아무리 노팬티라고 그게 밖으로 보일 수가 있나?'

소영이 놀란 것은 노팬티라는 사실보다, 늘어진 잦이가 반바지 끝에 살짝 보일 만큼 커다란 도훈의 물건 사이즈 때문이었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자 바지 밖으로 물건의 윤곽이 점차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훈의 바지 속에 똬리를 튼 뱀은 중심에서부터 오른쪽 다리를 향해 산맥처럼 뻗어 있었다. 그녀가 본 것은 산맥의 끝자락인 뱀의 머리 부분이었다.

'고놈 참 실하기도 하지. 유학할 때도 저만한 물건은 몇 못 봤는데….'

소영은 일부러 못 본 척 시치미를 떼고 골반 안쪽을 손으로 꾹 누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쪽이 아프다는 거죠?"

"아니 더 안쪽이요."

"더 안쪽?"

소영의 손이 점점 아슬아슬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여기요?"

"아… 여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말해봐요. 괜찮으니까."

도훈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다리 벌렸을 때 사타구니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쪽이요."

"아. 사타구니."

소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러니까 고환 바로 옆이라는 거죠?"

"아…. 네."

"음…."

소영이 한쪽 팔로 턱을 괴더니 도훈에게 말했다.

"지금 아픈 부위가 되게 안 좋은 위치에요. X-ray를 찍어보는 게 가장 좋은데 아마 퇴근 시간 다 되서 방사선과도 마감했을 거예요."

"아…."

"일단 제가 직접 만져 볼게요. 뼈가 틀어졌으면 촉진으로 확인이 가능하거든요."

"네."

"조금 불편해도 바지 한 번 내려 보실래요?"

"바, 바지를요?"

"입은 채 확인할 순 없잖아요?"

"아, 저기…."

도훈이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저, 죄송한데 다음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왜 그러시죠?"

"아… 그게…. 제가 어제 세탁을 못해서…."

"못해서?"

"그 속옷을…."

"괜찮아요. 이해할게요.

"아니, 안 갈아입은 게 아니라 못 입었…."

"아!"

소영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금시초문이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속옷을 안 입으셨구나."

"네."

도훈 역시 그녀의 뻔뻔한 태도에 흥미를 느꼈다.

'뭐야? 빤히 알고 있었으면서 전혀 몰랐다는 듯이. 이 아줌마 재밌는데?'

[아줌마는 아니지 않습니까? 엄청 동안인데.]

'나이가 서른 넷이던가? 암튼, 음흉한 성격인 것은 확실해. 전에 정보창으로 봤을 때도 엄청 변태지 않았어?'

[겉과 속이 다른 타입은 맞죠. 겉으론 상냥하고 능력 있는 유학파 재원이지만, 속은 펨돔 성향의 변녀니까요.]

'그러니까. 저 성격에 한 번 맞춰줘 볼까?'

[어떻게 말입니까?]

'어쩌긴? 최대한 순진한 척 당해줘야지. 욕망을 끌어낼 수 있도록 말이야.'

"이를 어쩐다…."

"그냥 다음에 다시 올게요."

"다음에 언제요?"

"어…. 내일도 상하차가 있어서 음…. 빠르면 다음 주?"

"안돼요."

소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

"저번에도 말했듯이 지금 몸 상태로 일을 계속했다간 병을 키우는 행동이에요.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실까?"

"아, 아니 그게…."

"물론 도훈 학생이…. 이름이 도훈 학생 맞죠?"

"네."

"학비라든가 여러 사정 때문에 일을 쉴 수 없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잖아요. 아프면 쉬어야죠. 어디가 왜 아픈지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더 빨리 나을 수 있구요. 관절 부위는 한번 손상되면 평생 고생하는거 알죠?"

도훈은 꾸중을 들은 학생처럼 의기소침해져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번에도 발목 아프다더니 한참 만에 다시 온 거잖아요. 다음 주 지나면 더 악화 될 거예요. 치료비만 더 들어요."

"네."

"다 학생 생각해서 하는 말이에요. 환자가 의사 말을 안 믿으면 어떻게 진료를 보겠어요?"

"음, 알겠습니다. 근데 바지를 다 내려야 하나요?"

"환부 위치가 위치다 보니…. 그런 것에 너무 의식하지 말아요. 저 의사예요."

소영은 집요하게 환자와 의사라는 수직적인 관계를 각인시키며 도훈을 설득했다.

하지만 속내는 내심 달랐다.

'키는 멀대같이 큰데 의외로 쑥맥이네? 순진하니까 좀 골려줘 볼까?'

소영은 자신의 성벽을 결코 직장에서 드러내는 타입은 아니었다. 주변 동료들은 다들 그녀가 친절하고 능력 있는 의사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일부는 맞는 말이었다.

실제 그녀는 미국의 존스홉킨스 의대를 나온 우수한 재원이었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을 제시하여 환자들에게 명망이 높았다. 그렇다고 권위를 앞세워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늘 겸손하고 예의까지 바른 완벽한 의사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피상일 뿐.

그저 완벽해 보이기 위한 껍데기였다.

그녀 또한 성욕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었고, 의사라는 직업의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며 정신적 밸런스를 맞추고 있었다.

'흐흐. 이런 커다란 얘를 짓밟으면 어떤 느낌일까나?'

소영은 전형적인 도미넌트 성향이었다. 학창시절에도 늘 최상위권 남학생들을 짓밟고 올라섰다. 비록 육체로 앞서진 못했지만 두뇌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남자를 만날 때에도 자신보다 더 못난 남자를 원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밟으면 밟히는 대로. 자기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찌그러져 있는 남자를 볼 때 그녀는 더할 나위 없는 충족감을 느꼈다.

이는 마치 마초같은 남자들의 이성관과도 흡사했다.

여자는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지.

어디서 감히 여자가?

여자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잘 따르기만 하면 행복한 거야.

이것의 여성형 컨버젼이 바로 소영인 것이었다.

그녀는 스르로 능력 있는 알파걸이었고, 남자의 경제적 도움같은 건 조금도 원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남자는, 쉽게 말해 감정의 쓰레기통이었다.

자신의 업무 스트레스를 받아줄 수 있는 사내.

시키는 대로 찍소리도 못하고 군말 없이 따르는 사내.

그러면서 자신이 원할 땐 늘 열정적으로 봉사해주는 사내.

그랬다.

그녀는 현대판 머슴을 원하고 있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벗어봐요. 다 진찰을 위해서니까."

"알겠습니다."

'흐흐. 순진한 거야 멍청한 거야? 아무리 의사가 시킨다고 다 큰 성인이 바지를 내리다니.'

소영은 반바지를 벗는 도훈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병원에선 성향을 숨기려 했지만, 너무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에 자제력이 풀린 것이었다. 더구나 뒤에 대기하는 환자가 없다는 것도 그녀의 탈선을 부추겼다.

진료실은 CCTV 설치가 의무도 아니었고, 진료 중에는 별도 요청 없이는 간호사가 들어오지도 못했다. 의사의 권위를 이용해 누구든 부릴 수 있는 공간.

한마디로 그곳은 그녀의 왕국이었다.

"음…."

소영은 점점 드러나는 도훈의 대물에 눈이 커졌다.

확실히 의사다 보니 객관적인 관찰 자세를 유지했다.

'노발기 상태로 12cm 정도려나? 한국인이 맞는 건가? 어떻게 이렇게 크지?'

그녀는 서른 네 살에 이르기까지 많은 남자를 만나왔다. 하지만 한국사람 중에 저만한 사이즈가 보기 드문 것은 확실했다.

'커지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걸.'

"잠시만 촉진할게요. 부끄러우면 눈을 감고 있어도 좋아요."

"네."

소영이 검진을 빙자해 도훈의 사타구니를 더듬기 시작했다.

'으음…. 골반 안쪽을 누르는 척 하면서 살살 건드려볼까?'

소영은 도훈의 발기 사이즈가 궁금했기 때문에 일부러 동작을 크게하며 대물을 자극시켰다. 물론 도훈도 이에 호응하며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지배적인 그녀의 성향에 맞춰, 최대한 찐따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녀를 공략하기 위해 정보창을 띄우고 있었다.

'로시, 지금'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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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안소영, (비처녀, 일시 24세 5개월)

나이 : 34 #여의사#알파걸#센 누나

호감도 : 68/100

개방성 : A

성감대 : 엉덩이, 발바닥, 뒷덜미

*애무 포인트 : 펨돔 타입의 여성입니다. 남자를 짓밟거나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낍니다.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해 철저한 노예가 되어야 합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공략팁

*그녀는 철저하게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를 나온 우수한 제원인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난 여의사입니다.

-어려서부터 완벽주의적 기질이 강했으며 그 강박으로 왜곡된 성욕이 생겼습니다.

-특히 유학 시절 사귄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지배적인 성향에 눈을 떴으며, 소프트한 SM플레이를 즐긴 경험이 있습니다.

-1년 전 귀국한 그녀는 바쁜 일정 탓에 솔로로 지낸 기간이 오래되어 욕구 불만에 가득 차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상냥하고 환자에게 친절한 의사지만, 남자와 단둘이 있을 때는 지배적이고 독단적인 성향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타입입니다.

-그녀는 간만에 맛있는 먹잇감을 보고 평소보다 흥분한 상태입니다.

-절제력이 떨어진 그녀를 유혹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추천행동 : "서, 선생님. 기분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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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7. 그해, 여름-12-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아앙, 기분이가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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