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2. 회장의 자격.-20- >
"뭐라고요?"
어두컴컴한 DVD방 내부에서도 아영의 놀라는 표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닌 척 잡아떼는 모습에도 도훈이 확신을 가지고 다시 물었다.
"들어오자 마자 무슨 냄새가 나던데?"
"냄새라뇨? 무슨 소리예요 그게?"
아영이 그녀답지 않게 당황했다.
칠칠치 못하게 증거를 남긴 것일까? 스스로 반문해 보았지만, 두 세번 재차 확인한 바였다. 벗었던 속옷은 분명 다시 껴입었고, 흘러내린 애액은 물티슈로 깨끗이 닦은 뒤 휴지통에 쳐박았다. 증거가 남아 있을 리 없다. 아영이 당치도 않는다는 듯 오히려 역정을 냈다.
"오빤 세상 여자들이 다 오빠 같은 줄 아나 보죠?"
"나 같은 게 뭔데?"
"섹스에 미쳐서 아무 데서나 자위하는 거요. 제가 그런 여자로 보여요/"
도훈이 피식 웃었다.
"난 자위 같은 거 할 필요가 없는데?"
"뭐요?"
"대주는 여자들이 하도 많아서."
"미친!"
아영은 뻔뻔한 도훈의 태도에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껏 그딴 식으로 사람을 음해햇나 보죠?"
"음해?"
"그래요. 증거도 없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나 하고!"
"냄새가 난다고 했잖아."
도훈은 코를 킁킁거리더니 아영에게 바싹 다가갔다. 아영은 엉겁결에 뒤로 물러나더니 등받이가 기울러진 리크랄이너 소파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꺄아!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마치 도훈이 자신을 덮칠 것 같은 자세였기 때문에 아영이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아까 자위할 때까지만 해도 도훈이 와서 덮치길 바랐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이미 폭풍같은 시기는 지나고 성욕이 어느 정도 해소된 그녀의 마음속엔 평온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남자처럼 완전하게 현타가 온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한 번 밀물이 들어왔다 나간 직후 였다.
또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상상 속에선 도훈이 강제로 자신을 겁탈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그런 위기가 실제로 닥치자 본능적으로 도훈을 밀어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아영이 두 팔로 몸을 감싸며 저항하는데도 도훈은 아랑곳 없이 그녀의 위를 덮쳤다. 아영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하, 하지마요! 소리지를 거예요!"
"오버 그만하지?"
"네?"
도훈의 심드렁한 대답에 아영이 눈을 떠보니 도훈은 뒤로 쓰러진 자신을 넘어가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것 좀 확인하려는데 웬 호들갑이야?'
도훈이 쓰레기통을 뒤진다는 소리에 아영이 대경실색했다.
"쓰레기통은 갑자기 왜요!"
"왜 그렇게 놀래? 넌 아무것도 안 했다면서?"
"아, 아니 그래도! 더, 더럽게!"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설마하니 도훈이 자신의 자위행위를 눈치챌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도훈이 조그만 쓰레기통을 한 손에 든 채 중얼거렸다.
"난 말이지, 어려서부터 유난히 후각이 발달했거든. 그래서 한 때 별명이 개코였어. 물론 난 최자를 더 좋아하지만."
도훈이 쓸데없는 농담을 지껄인뒤 아영을 놀리려는 듯 쓰레기통 입구에 대고 코를 킁킁댔다.
"……."
"암튼, 여기서 알싸한 냄새가 난단 말이지?"
"그니까 무슨 냄새요?"
"여자 보짓물 냄새."
"…흡!"
물론 거짓이었다.
도훈은 후각이 그렇게 발달한 편도 아니거니와, 설사 그렇다 해도 남자의 밤꽃 냄새와 달리 여성의 질 분비액 냄새는 쓰레기통 바깥으로 흘러나올 만큼 강렬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싸이코메트리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통해 이 방에서 있었던 일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자신감있게 말하는 것 뿐이었다.
"네 말대로 이 안에 아무것도 없다면 내가 사과하지. 밤늦게 나를 기다린 너에게 큰 결례를 저지른 셈이니까."
"……."
"하지만 정말로 뭔가 나온다면 나한테 왜 거짓말을 했는지 따져야겠어."
도훈이 쓰레기통에 손을 집어 넣으려는 순간 아영이 소리쳤다.
"자, 잠시만요!"
쓰레기통 안으로 손을 넣던 도훈이 동작을 방해했다.
도훈이 마지못해 손을 거두었다.
"왜?"
"그 쓰레기통에 든 것이 제 것이라는 보장도 없잖아요?"
"좋은 지적이군. 하지만 보통 DVD방 같은 곳은 손님이 나가고 나면 제일 먼저 쓰레기통부터 비워. 아까 말한 것처럼 별의별 냄새 나는 것들이 처박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뒤에 오는 손님들이 몹시 불쾌해 하거든. 내가 소싯적에 여기서 알바를 해봤으니까 묻어도 좋아."
"그, 그런…."
"게다가 또. 물티슈는 네 입으로 분명 가게에 있던 것이라고 했고, 또 새것이었어. 새 걸 뜯으면 100매가 들어있어야 하니 남은 것과 휴지통에 들어간 숫자를 맞추면 누가 쓴 것인지 확인할 수 있겠지."
도훈의 말은 너무나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아영은 도저히 반박할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몰래 자위를 했다는 사실을 들키는 것도 너무도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모를가 아니라고 닥 잡아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주인님. 아영양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시는 것 아닙니까?]
'수치스럽게 만드는 거야. 저 고고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야 기가 꺾일 테니까.'
[과연 그게 호감도 증진에 효과가 있을까요? 자칫 역효과가 나기라도 하면.]
'내 직감을 믿어봐. 아영이가 과연 이 방에 혼자 누워 누굴 생각하면서 자기 봊이를 쑤셨을 것 같아?'
[그게 주인님이라고요?]
'그렇지. 내가 희주 따먹는 동안 아영이는 나를 상상하면서 신나게 봊이를 쑤셔댄 거라고. 그래놓고선 막상 내가 나타나니까 전혀 안 그런 것처럼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잖아.'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사람을 핍박하면….]
'아니. 아영이가 도저히 어쩔수 없게 몰아세우는 거야.'
[그건 무슨 뜻이죠?]
'잘 생각해봐. 아영이는 아까 둘이서 술 마실 때도 나랑 할 생각이 있었어. 애초에 오늘 밤 단둘이 만나려고 했던 목적이 나랑 끝장을 보려고 만난 거거든. 근데 그 와중에도 자존심을 챙기려고 갑자기 생각을 바꿨잖아.'
[그건 그렇죠.]
'아영이는 제 입으론 절대 먼저 섹스를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을 사람이야. 방금 전 희주랑은 정 반대랄까? 방금 전 희주랑은 정 반대랄까? 그러니 섹스를 할 수밖에 없게끔 궁지로 몰아넣는 거지. 불가항력적 상황을 유도해 내는 거랄까?'
[오호, 그렇게 깊은 뜻이.]
"어디 그럼."
"하, 하지마요!"
아영이 뒤늦게 도훈에게 달려들었지만 이미 도훈은 쓰레기통에 처박힌 물티슈를 끄집어낸 후였다. 도훈은 달려드는 아영을 한 팔로 저지하며 쓰레기통에서 꺼내 든 물티슈를 코로 가져가 냄새를 깊게 흡입했다.
"쓰읍- 하."
"흐, 흐윽!"
"스멜! 지독한 냄새가 올라오는군!"
"제, 제거 아니에요! 절대 아니야!"
아영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 강하게 부정했다. 도훈이 아는 바로는 평소 냉철한 성격의 아영이 이토록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주 독해. 뭐랄까…. 섹스를 하고 싶어 안달 난 암캐에서나 날 법한 냄새군."
"진짜로 제거 아니라고요!"
"누가 뭐래? 왜? 찔리나 보지?"
"흐, 흐윽!!"
아영이 끝내 주저앉았다. 그녀는 도훈의 집요한 추적에 끝내 무릎 꿇고 만것이다.
[근데 정말로 냄새가 나는 건가요?]
'아니. 별로 심하진 않아. 여자의 애액은 남자랑은 또 다르거든.'
[근데 아영양이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거죠?]
'지은 죄가 있으니 알아서 찔리는 거겠지.'
도훈은 자포자기한 아영 앞에서 보란 듯이 쓰레기통을 뒤져 물티슈를 더 꺼냈다.
"한장, 두장, 세장, 네장…. 어휴, 얼마나 질질 쌌으면 이렇게나 많이…."
"오, 오빤 진짜로 변태에요!"
그 말에 도훈이 표정을 싹 바꿨다.
"변태라고? 물티슈에서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보짓물을 싸대며 자위를 한 사람의 입에서 할 소리야?"
"지, 진짜 저 아니라니…."
"이제 그만 솔직해지시지? 하고 싶었다고 말하면 되잖아?"
"……."
"어서 말해봐. 원하면 자위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을 줄 테니까."
"……."
"말해보라고."
도훈의 겁박에 아영은 완전히 패닉에 빠져 버렸다.
실은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도훈이 처음 술자리에 부를 때만 해도 그와 오늘 결판을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특히 캠프에선 그렇게 자신을 무시하던 도훈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마음이 동했다. 둘이서 술을 마실 때는 정말로 그의 감언이설에 넘어갈 뻔했다. 머리로는 강력히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이끌린 것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냉정을 되찾고 거절하려던 찰나, 이번엔 도훈이 더욱 간절히 그녀를 붙잡았다. 그렇게 DVD방에서 홀로 기다리다 욕망을 참지 못하고 자위까지 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한 것이 한 번 질펀하게 물을 빼고 나니 금세 마음이 달라졌다. 육체의 욕망이란 물이 담긴 그릇과 같아서 한번 비워지면 다시 또 채워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해서 도훈이 돌아온 직후 그녀는 영화만 보고 헤어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설마 혼자 몰래 자위한 것을 들킬 줄이야. 그 순간 그녀의 모든 계획이 엉망진창으로 변해버렸다.
대답을 회피하는 아영을 향해 도훈이 계속 밀어붙였다.
"이렇게 질질 싸댈 정도면 너도 속으로 안달 난 거 아니야?"
"저질스러워!"
"글쎄. 난 누가 더 저질인지 모르겠군. 겉으론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척하면서도 속으론 따먹히고 싶어하는 주제에."
"제, 제가 언제요!"
도훈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난 그날 똑똑히 봤거든. 수정이랑 차에서 할 때."
"흐, 흡!"
"내 말 맞지 않아? 내 잦이 보고 꿀꺽 군침을 삼키는 모습을."
"아니야!"
"그게 너였으면 좋았겠어? 그래?"
"아, 아니라고!"
"이게 끝까지!"
[주인님! 명심하셔야 합니다. 호감도 90입니다. 아영양 미션은 호감도 90에서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알고 있어. 확인해 정보창.'
도훈의 명령에 로시가 빠르게 정보창을 스캔했다.
놀랍게도 아영의 호감도는 92까지 치솟아 있었다.
[너, 넘겼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내 말 맞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니까 섹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감도가 터져버린 거라고.'
[과연 주인님은….]
'됐어. 조건 달성했으니 이제 내 식대로 간다.'
[뭘 어쩌시려고요? 강제로 덮치기라도 하시게요?]
'아니. 스스로 덤비게 만들어야지.'
도훈이 갑자기 소파에 쓰러진 아영의 앞에서 지퍼를 쓱 내렸다. 아영이 아연실색하는데 도훈은 아랑곳 않고 팬티 안에서 대물을 끄집어냈다.
어느새 정기를 회복한 대물이 두둥-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하는 짓이에요!"
"고개 돌리지 말고 똑바로 봐."
"어, 얼른 집어 넣으라고요!"
"처음 본 것도 아니잖아. 똑똑히 보라고."
재차 요구하는 도훈의 명령에 고개를 돌리던 아영이 얼굴을 가린 손가락틈으로 대물을 응시했다.
거무튀튀하고 거대한 대물이 자신을 향해 발딱 꼴려있었다.
'세, 세상에!'
도훈의 말마따나 아영이 대물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캠프에서 수정을 따먹을 때 차 뒤에서 이미 훔쳐본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그땐 거리가 상당히 멀었고, 지금은 고작 1m 앞이었다.
코앞에서 본 대물은 자신이 상상했던 그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너무나 크고 묵직하여 가녀린 자신의 손가락 두 개가 우습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저렇게 컸다고? 그렇게나….'
처음엔 못 쳐다보던 아영이었지만, 어느새 홀릿 듯이 대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성은 거부했으되 본능은 갈망했다.
도훈이 나직히 말했다.
"나는 너와 강제로 할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어."
"……."
"하지만 네가 너와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겠어. 그러니 네가 스스로 결정해."
"……."
"진짜로 나랑 하고 싶으면…."
"……."
"빨아, 당장."
[아니 미쳤습니까 휴먼!]
'왜?'
[저 자존심 높은 아영 양이 그런 얼토당토 않은 요구를 들어줄 리 없잖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네?]
'이미 자위를 발각된 것으로 자존심은 깔아 뭉개졌어. 지금 남은 고민은 오직 딱 하나지.'
[어, 어떤?]
'끝까지 머릿속으로 거부하느냐, 아니면 본능이 시키는대로 따를 것이냐.'
[그럼 설마 일부러?]
'눈앞에 잦이를 들이미는 것만큼 확실한 유혹은 없으니까.'
아영은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굳은 듯 보였지만 머릿속에선 폭발할 것처럼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것도 도훈이 내는 시험.
저것을 입에 무는 순간, 다른 여자들처럼 육노예로 전락할지도 몰랐다. 그녀가 가장 혐오하는 바람둥이의 노리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DVD방이라는 어두컴컴한 밀실. 누구도 자신이 도훈과 섹스한 사실을 모를 것이라는 안도감이 그녀를 마구 흔들었다. 자위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그것을 도훈의 물건이 채워줄 거라는 갈망이 그녀를 잠식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아영은 소파위를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곤 뭔가 홀린 사람처럼 도훈의 빳빳한 잦이로 얼굴을 들이밀더니 덥썩 귀두를 입에 물었다.
도훈이 그 모습에 심히 흡족해하며 아영을 향해 말했다.
"잘했어. 말 잘 듣는 아이에겐 상을 줘야지."
도훈이 귀여운 강아지처럼 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1082. 회장의 자격.-2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