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9. 회장의 자격-17- >
" 뭐래요?"
"응?"
"뭔데 그렇게 실실 웃냐고요. 우선 오빠랑 태영이 홈런 쳤데요?"
"홈런이라니? 넌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남자애들 원나잇 성공하면 그렇게 말하던데요?"
아, 잊고 있었다.
희주가 한때 원나잇도 자주 즐기고 섹파도 여럿 거느렸다는 사실을. 왠지 씁쓸하구만.
"그나저나 애들 나한테는 답장도 없네? 진짜로 하는 건가?'
희주가 깨톡을 들여다보다 갑자기 소리쳤다.
"억!"
"왜?"
"우선 오빠 모텔 입성!!!"
"지, 진짜?"
애들하고 연락했다는 말은 뻥이었으므로 사실 나도 굉장히 놀랐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우선이 원나잇이라니.
"봐요. 모텔 인증샷. 우선 오빠 지금 씻고 있다는 데요?"
말을 하던 희주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떴다.
"가만. 우선 오빠는 지금 샤워 중인데 누구랑 연락한거예요?'
과연 눈치가 빨랐다.
나는 급히 둘러댔다.
"어, 태영이."
"아…. 설마 태영이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직까지 분위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태영이랑 같이 간 친구가 소연이랬나?"
"네, 맞아요."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직까지 분위기는 괜찮은 것 같은데? 태영이랑 같이 간 친구가 소연이랬나?"
"네, 맞아요."
"소연이는 뭐라는데."
"글쎄요. 단톡방을 아예 안 보는 거 같은데…."
나는 얼씨구나 하고 화제를 돌렸다.
몰래 아영이랑 연락한 것이 찔려서였다.
"그게 단톡방이었어? 방금 모텔 방 사진 올라온 데가?"
"네. 셋이 같이 있어요."
"아니 잠깐. 난 이해가 잘 안되는데. 설마 셋이 누구랑 자는지도 공유하고 있는 거야?"
"아…. 그게…."
그제야 희주도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다 싶어 희주를 몰아 붙였다.
"설마 나랑 있던 일도?"
"아, 아니에요! 진짜로 맹세해요! 오빠랑 있었던 일 누구한테도 말 안했어요."
"모르지, 나야. 단톡방으로 서로 사진까지 돌려보는 사이라면…."
"아니 그, 그건…."
희주는 억울했는지 얼굴이 순간 벌게졌다.
"오빠. 진짜로 아니에요. 이 방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게…."
"그게?"
"실은 오빠랑 이런 사이가 되기 전에 아까 그 친구들이랑 자주 어울렸거든요."
"으음."
"셋이서 클럽도 자주 가고, 헌팅 포차도 다니고…. 술 마실 일 있으면 서로 부르고."
"돈독하겠네 아주."
"그치만, 이제 다 끊었어요."
"뭘 끊어?"
희주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이런 말 해도 안 믿으시겠지만, 저 오빠 만나고부턴 다른 사람 이제 안 만나고 있거든요."
"저번에 노래방에서. 그때 남자친구 있지 않았어?"
"헤어졌어요."
"헤어져?"
"네. 물론 오빠랑 처음 하고 바로 그렇진 않았어요."
희주를 처음 따먹은 날은 1학기 수강신청 때문에 PC방에 모였다 멀티방에 갔던 날이었다. 단둘이 보드게임을 하게 된 희주와 나는 옷 벗기 젠가를 하다 눈이 맞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 제가 남자 관계가 복잡했던 건 인정해요. 오빠랑 그런 일이 있고도 남친도 사귀고 그랬으니까."
"흐음…."
나는 팔짱을 끼고 희주의 독백을 경청했다.
"처음에는 저도 가볍게 생각했거든요. 다른 섹파들처럼. 오빠도 그냥 그런 남자 중에 한명이겠거니…. 근데 한 번 만나고, 두 번 만나고. 몇 차례 이어지다보니까 갑자기 다른 남자를 못 만나겠더라고요."
"왜?"
"그걸 왜냐고 물으시면…."
물론 나는 이유를 알고 있다.
나의 정액은 마법의 정액인 동시에 중독의 정액. 나와 관계한 여자들은 횟수가 거듭될수록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뺏기는 효용이 있다.
즉, 처음엔 가볍게 몸을 섞었더라도 점점 대물에 중독되면서 마음까지 홀라당 빼앗기고 마는 것이다. 지금 희주의 경우가 바로 그런 사례였다.
"이유가 궁금하잖아. 우린 분명히 섹파로 만난 거잖아. 맞지?"
"네."
"서로 개인사는 터치하지 않기로 했었고."
"네."
"다른 사람에게도 우리 관계를 비밀로 하기로 했고."
"맞아요, 오빠 말이 다 맞아요. 제가 그냥 오빠를…."
희주가 갑자기 눈시울이 촉촉해지더니 말을 멈추었다.
나는 그런 희주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오빠를 사랑하게 됐나 봐요."
[!?]
'자, 잠깐. 이게 뭐야? 왜 이 타이밍에 고백을 해버리는 건데?'
[희주 양의 호감도가 일정 수준을 돌파해 버린 것 같습니다만….]
'아니 근데 에반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갑작스러운 희주의 고백.
나는 나답지 않게 당황했고, 해서 대답할 타이밍을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잠시 멋쩍은 시간이 흐른 뒤, 희주가 글썽이는 눈믈을 닦으며 수습했다.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서…."
"아니 나는…."
"죄송해요.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빠에게 부담을 줄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오빠가 아직도 절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이젠 그렇게 살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희주야, 나는…."
"대답하지 마세요. 제발요."
"응"
"그냥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나 지금 오빠랑 눈도 못 마주칠 만큼 부끄러우니까."
'아놔, 이게 왜 또 이렇게 됐지?'
[정음양에 민주양에 이어 희주양까지… 아주 학과를 하렘 왕국으로 만드시는군요.]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희주는 안 그럴줄 알았는데…. 뭔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솔직히 예상치 못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희주라니.
어찌나 발랑 까졌는지 MT 가는 버스에서 다른 사람 잠들어 있는데 가슴을 훌렁 까대고 흔들어 대던 희주가 이렇게 여성스럽게 변해버리다니….
[어쩔 수 없습니다. 주인님이 업보랄까요.]
'업보라니?'
[미션이나 업적에 상관없이 너무 많은 관계를 이어왔다는 말씀입니다. 특히 빻은 얼굴을 갱생시켜준다는 목적으로 만남이 잦다보니 호감도가 필요 이상으로 누적된 모양입니다. 그러니 주인님의 인과지요.]
'하아…. 내가 희주를 너무 아꼈구나.'
[누가나 마찬가집니다. 주인님이 지닌 마성의 매력은 여자들로선 헤어나기 힘든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어쩌면 희주양이 좋은 본보기가 된 셈이랄까?]
'본보기?'
[앞으로 관계를 적당히 끊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희주양처럼 주인님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겁니다. 그리고 늘어난 만큼 주인님은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 질 거구요.]
'이건 좀 고민해봐야 할 문제군. 그나저나 희주가 저렇게 민망해 하는데 가만 있을 순 없는데.'
나는 어느덧 눈에 띄는 미인으로 거듭난 희주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오케이! 그럼 못 들은걸로."
"…네?"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아무것도 기억 안나."
"오, 오빠…."
"희주야. 이럴 때가 아니야. 다들 재미보러 가는데, 우리도 얼른 입성해야지."
"피-."
희주가 힘없이 웃었다.
그것이 고백 후의 허탈함 때문인지, 그로 인해 나와의 관계가 단절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얼렁뚱땅 넘어간 나로 인해 섹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안도감인지는 정확히 몰랐다.
다만, 그녀의 진심을 듣고 난 후라 그런지 괜히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팔선녀 최고의 못난이에서 어느덧 정음이를 위협할 만큼 존재감을 뽐내게 성장해버린 희주에게 말이다.
***
-박아영 : 네, 아직 영화 남았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답장을 보낸 아영은 다시 자위에 몰입했다. 실은 그녀에게 이미 영화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어두컴컴한 암실 속에 조명등과 같은 역할이랄까?
답장을 보낸 아영은 다시 자위에 몰입했다. 실은 그녀에게 이미 영화는 관심 밖이었다. 그저 어두컴컴한 암실 속에 조명등과 같은 역할이랄까?
'하아…. 지금 오면 바로 대줄 수도 있는데….'
찌꺽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질수록 아영의 간절함은 더해갔다. 당장이라도 도훈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면, 자신을 강간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아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지…."
손가락 두 개가 물에 불린 것처럼 쭈글쭈글해졌다. 젖꼭지를 세게 꼬집을때만다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하아, 박히고 싶어. 도훈 오빠한테 마구마구 뚫리고 싶어."
넣은 건 자신의 손가락이었으나, 머릿속으론 도훈의 굵직한 대물이 들어오는 상상을 했다. 눈을 감으면 팔뚝만큼 커다란 그것이 그녀의 봊이를 사정없이 폭격하고 있었다.
"하앗, 하앗! 미, 미칠 것 같아."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아영의 손가락이 이번에 그녀의 성감대인 항문으로 내려갔다. 늦은 새벽, 낯선 DVD방에서 홀로 자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여기도…."
질질 흘러내린 보짓물을 윤활제 삼아 항문 주변을 문지르자, 자극을 받은 똥구멍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애널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곧바로 손가락 하나가 쑥 하고 밀려 들어갔다.
"학!!"
제 스스스로 손가락을 박아 넣은 아영이 움찔 몸을 튕겼다.
질구멍에 대한 삽입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항문에 비할바는 아니어싿. 유독 그곳의 성감이 발달한 아영에겐 두배 이상의 전율이 느껴졌다.
'오빠도 애널을 해봤을까? 아냐, 그런 바람둥이가 평범한 것만 해봤을 리 없어. 이 구멍 저 구멍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박았을 거야.'
도훈의 바람기를 비난할수록 그를 향한 갈증이 더더욱 커져갔다. 얼른 도훈이 방문을 열고 뛰쳐 들어와 자신을 뒤집어 놓고 개처럼 따먹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 뿐이었다.
마구 헐떡거릴 수 있게.
"하아아아아앙!!"
항문을 들락이는 속도로 빨라질수록 아영의 신음도 덩달아 커져갔다. 옆방의 신음도 서라운드처럼 섞여, 자신이 관람하는 영화가 12세 판타지 물인지 19금 성인물인지도 애매모호할 지경이었다.
'미적대지 말고 얼른 오라고…. 얼른 와서 나 좀 어떻게 좀….'
아영은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다.
***
어색한 분위기를 딛고 모텔로 입성한 희주는, 겨우 평소의 활달한 기운을 되찾았다.
"아, 얼마나 오빠랑 여기 오고 싶었다고요!"
"그래서 왔잖아. 근데 왜?"
"왜냐뇨? 오빠랑 편한 장소에서 해본 기억이 없잖아요."
"아, 그랬나?"
도훈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희주와의 섹스는 늘 평범하지 않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첫 관계는 젠가를 하던 멀티게임방. 두 번째는 노래방에 불러다가. 그리고 언젠가는 대학교 빈 창고에 들어가 한 전도 있었다. 가장 최근인 여름 캠프에서는 허름한 창고에서 개처럼 따먹었고.
그 생각에 도훈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희주는 섹스 후에 한 번도 제대로 씻은 적이 없었구나.'
[그걸 이제 아셨습니까?]
'아니, 나도 급한 마음에 따먹기에 급급하다 보니….'
[희주양의 진심을 알았으니 이젠 좀 아껴주시죠.]
'그래야겠어.'
이제껏 수 많은 여자들을 만났지만 도훈에게 희주는 나름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엔 그저 몸매만 좋고 얼굴은 빻은 언밸런스의 끝판왕이었다. 그 와중에 정조관념은 엿바꿔 먹었는지 남친을 사귀면서도 섹파도 여럿 만나는 걸레 중에 걸레였다.
당연히 도훈의 입장에선 미션 한 번으로 치워버릴 그저 그런 학과 후배.
하지만 언젠가부터 눈앞에 자꾸 알장거리는 희주가 가여워, 부족한 얼굴을 고쳐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법의 정액을 얼굴에 뿌리자 희주는 점점 예뻐졌고, 지금은 신이 내린 바디라는 엄청난 몸매와 더불어 손꼽히는 미인으로 거듭났다.
쉽게 말해 희주는 도훈이 업어키운 존재였다.
못생긴 빻녀 시절부터 쭉 레벨업을 거듭해 지금은 체육과에서도 손에 꼽히는 미녀가 된 희주를 볼 때마다 도훈은 뿌듯함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공들여 키운 캐릭터와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희주가 자신을 만난 뒤 사랑에 빠져 개과천선을 했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뭉클함이 느껴졌다. 어찌보면 희주는 자신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
도훈은 그녀를 보다 아껴주고 싶어졌다.
"같이 씻을래??"
"같이요?"
"응. 내가 씻겨주고 싶어."
"아…. 갑자기 민망해지네요."
"왜 또 그래? 넌 뻔뻔할 때가 더 매력있다니까?"
"히히. 알았어요."
희주가 헤벌쭉 웃으며 옷을 벗었다.
훌렁훌렁 벗으며 드러난 몸메는 과연 신이 빚은 최고의 작품 다웠다. 특히 러시아인 피가 섞인 새하얀 피부는 백인처럼 맑고 투명했다.
"밝은 데서 보니까 진짜 하얗네."
"히히. 오빠도 피부 하얀 여자 좋아하는 구나?"
"뭐, 남자들은 다 그렇지 않을까?"
상의를 모두 벗자 새하얀 가슴 위에 핑크빛 유륜과 젖꼭지가 유난히 탐스러워 보였다. 게다가 머리까지 노랗게 염색한 터라 얼핏 보면 외국인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와, 너 근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우리나라 사람 안 같아."
"그래요? 사실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젖은 귀지 거든요."
"젖은 귀지?"
"원래 동양인들은 귀를 파면 마른 귀지가 나오잖아요."
"그렇지."
"저는 피가 섞여서 그런지 젖은 귀지가 나와요."
도훈도 잘 모르는 정보였으므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어때서?"
희주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음, 그래서인지 저도 서양인처럼 몸에서 살짝 냄새가 나더라고요."
"응? 진짜? 전혀 몰랐는데?"
"당연히 모르죠. 맨날 데오도란토하고, 씻고 만났으니까요."
"아!"
도훈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희주가 서양인 혼혈로 아시아인 같지 않은 피부색과 우월한 몸매를 갖게 되었지만, 덩달아 서양인 특유의 암내까지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제껏 냄새를 잘 감춰왔기에 몰랐을 뿐.
자신이 비밀을 밝힌 희주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실망했죠? 원래 말 안 하려고 했는데 혹시나 오빠가 나중에 알면 속았다고 생각할까 봐서…."
그 말을 들은 호쾌하게 웃었다. 그는 오히려 희주가 자신의 약점까지 알려줬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그만큼 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반증이었기 때문이었다.
"뭐래? 맛만 있으면 그만이지. 얼른 씻자."
도훈이 싱글벙글 웃으며 희주를 샤워실로 이끌었다.
< 1079. 회장의 자격-1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