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50. 남의 떡이 더 맛있어.-20- >
사실 소연은 정말 일자무식에 가까웠다.
현재 다니는 대학도 본래 전문대에서 몇 해 전 4년제로 전환된 대학으로, 과거에 2년제였다는 인식때문에 학생들로선 기피하는 학교 중 하나였다.
그녀가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바로 그녀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소연아. 여자는 얼굴만 예쁘면 된단다. 예쁜 여자는 공부를 할 필요가 없지.
미인인 어머니 밑에서 교육을 받은 소연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실제로 얼굴이 반반하다 보니 살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선생님들도 눈에 띄게 예쁜 소연에게로 함부로 하지 못했다.
또래 남학생들은 그녀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늘 친절했으며, 여학생들 역시 그녀 앞에서 주눅 들기 일 수 였다.
그녀의 목표는 매우 단순해졌다.
자신이 공부를 잘할 필요도 없었고, 좋은 대학을 가 번듯한 직장에 취직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훌륭한 직장을 다니는 남자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믿고 중학생이 된 소연에게 커다란 사건이 벌어진다.
어머니가 갑자기 이혼을 한 것이다.
그것도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딸자식을 데려가기 부담스럽다던 어머니는 순순히 양육권을 포기했고, 졸지에 이혼을 당해 홀로 딸아이를 맡게 된 아버지는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사실 이혼의 충격으로 본인의 삶마저 추스르기 힘든 실정이었다.
그녀는 겉돌기 시작했다.
무식하지만 예쁜 여학생에서 진짜로 쌩양아치로 변해갔다. 발랑 까진 소연은 어느 날 친한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에 가까운 첫 경험을 한 후 섹스에 눈을 떴다.
그 뒤로 고등학교 이후로 남자가 없는 날이 없었다.
그리고 같은 남자와 한 달 이상 간 적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불우한 가정사의 스트레스를 섹스로 풀어냈다. 자신과 한번 자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자존심 다 버리고 애걸복걸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또 실제 섹스를 하게 되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비참한 생각을 떨쳐낼 수 있었다.
그녀에게 섹스는 일종의 마약이자, 치유제였다.
그렇게 걸레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섹스에 탐닉하던 소연은, 자신이 섹스를 무척 좋아하고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당연히 그녀는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았다.
스무살이 되자 마자 곧바로 오피계로 진출을 선언한 것이었다.
유흥업계도 나름 룰이 있었기 때문에, 민짜는 절대 받지 않았다. 단속에 걸렸을 때 혹여라도 미성년자가 끼어있다간 가중처벌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오피 생활은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그녀는 어머니가 어렸을 때 해준 말을 새삼 떠올렸다.
-소연아, 예쁜 여자는 공부할 필요가 없단다.
'그래도 하나는 맞는 말 했네.'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아버지를 속인 채 다른 남자와 바람난 어머니를 뼛속 깊이 증오했지만, 그 말만은 옳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이 많이 예뻤던 소연은 또래 대학생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이었다.
한참 바쁠 때는 하루에 10명이 넘는 손님을 받는 날이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 현찰로 자신 손에 천 만원도 넘는 거금이 떨어졌다.
과시욕과 허영이 심했던 소연은 또래들에게 은연중에 있는 집 딸인 것처럼 위장했다. 늘 한 손에 명품가방을 들고 다니고, 먼 거리에도 거리낌없이 택시를 탔다.
커피 한잔 사 먹으며 현금카드를 하나씩 꺼내 더치를 하려는 친구들 앞에 당당히 "그냥 내가 살게." 라며 부를 과시했다. 그럴 때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모습을 볼때면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들은 소연을 부잣집 딸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실상은 오피를 뛰면서 몸 팔아 번 돈이었다. 일을 마치고 늦은 새벽 서울 변두리 골목에 있는 보증금 천만원짜리 싸구려 원룸에 들어갈 때마다 소연은 생각했다.
돈을 벌면 꼭 강남에 가장 비싼 오피스텔에 들어가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낭비벽이 심해 도저히 돈을 모으질 못했다.
한 달에 천 만원을 벌면 천 만원을 다 써버렸고, 이천을 벌 때면 이 천을 다 날렸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그녀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질 않았지만, 구질구질한 집구석만 벗어나면 부잣집 딸로 변신하는 소연에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중간고사를 치르고 학고의 위기를 맡게되자 소연도 슬슬 공부를 못하는 자신이 창피해졌다. 친구들이 부잣집 딸이라서 공부할 필요도 없나봐 하면서 놀리는 것도 듣기 싫었다.
안그래도 똥통학교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 똥통 속에서도 꼴등을 하는 자신을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소연은 마침 들어온 김변의 제안을 수락하게 된다. 한 달에 400. 만족스럽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매일같이 오피로 출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또한 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몰래 알바를 뛰면 그만이었다.
대타는 늘 필요햇고, 오히려 잠깐 잠깐씩 뛰는 편이 시간당 수익은 더 좋았기 때문이다.
"음…. 모, 모를수도 있죠."
도훈이 한심하게 쳐다보자 쪽팔린 소연이 얼굴이 빨개져 대꾸했다. 분명 빠른영어 바른영어 숙어집에서 일요일을 선데이라고 외웠는데 갑자기 디데이라고 하니 당황했을 뿐이다.
"암튼, 주말이라는 거지?"
"네."
도훈이 계속 설명했다.
"김변은 주로 어디서 만나?"
"그때그때 달라요."
"엉?"
"그러니까 같은 곳을 연속으로 가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매주 장소를 바꾼달까?"
소연의 말을 들은 도훈은 김변이 생각보다 용의주도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폰도 김변이 사준거라고?"
"네. 그지같은 피처폰. 이딴 걸 요새 누가 쓴다고."
"줘봐."
도훈이 폰을 받고 로시에게 말했다.
'혹시 여기 무슨 도청 장치같은 걸 설치한 건 아니겠지?'
[설마요. 그래도 불안하시면 확인해 드릴까요?]
'어떻게?'
[아이템이 있습니다.]
'아아, 맞다. 그게 있었지?'
도훈은 예전 재벌집 딸인 고은성을 만나러 갔을 때 감시카메라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스캔 장치를 쓴 기억을 떠올렸다.
로시가 확인하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별 내용 없습니다. 평범한 폰입니다.]
'그래?'
도훈이 다시 소연에게 말했다.
"이걸 김변이 사줬다고?"
"네."
"자기 명의는 아니겠지?"
"네? 무슨 소리에요?"
"그러니까 본인 명의로 개통한 폰이 아닐거란 소리야. 대포폰이지?"
"대포요? 막 펑펑 쏘는 그거요?"
"아니.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아! 그 대폿집?"
도훈은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소연을 보며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식함의 정도가 대학생의 지성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뭐야? 이거 완전 빠가잖아?'
[생각보다 심각해 보이는데요? 정음양도 이 정도로 심각하진 않은 것 같은데….]
'정음이는 가끔 푼수 같으니 백치미처럼 보이기라도 하지. 얘는 진짜 생각보다 심각하네. 작전 수행이 너무 위험한 거 아냐?'
도훈은 소연의 지적수준이 의심스러웠다.
얼굴은 멀쩡한데 비해, 너무나 무식했ㄷ. 도훈이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눈치가 빠른 소연이 발끈하며 따졌다.
"오빠, 방금 저 무식하다고 생각했죠?"
"아니야."
"웃기시네. 얼굴에 다 써있거든요? 제가 바본줄 알아요?'
흥분한 소연은 이제 도훈이 겁나지도 않은지 본색을 드러내며 대들었다. 처음엔 겉으로라도 아양을 떨더니 두 번 몸을 섞었다고 점점 기어오르는 형국이었다.
낌새를 챈 도훈이 짐짓 인상을 구겼다.
"…웃기시네?"
안면근육이 많이 풀어졌다곤 하나 도훈의 얼굴은 여전히 조폭에 가까웠다. 물론 인상더러운 조폭이라기 보단, 어떻게 보면 잘생긴.
"아, 아니 그니까."
"좋게 좋게 말해주니까 내가 우습게 보여?"
"죄, 죄송합니다."
"조소연. 분명히 말해두는 데 나는 너를 고용한거야. 너는 피고용인이고. 서열을 분명히 하라고."
"…예?"
자신이 말해놓고도 도훈은 아차 싶었다.
'설마 고용인 피고용인이라는 단어를 이해를 못 한 거냐?'
[그래보이는데요?]
'후우-. 이건 뭐 초등학생이랑 대화하는 것 같네.'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저러다 김변의 언변에 속아넘어가 주인님과의 작전을 불기라도 하면.]
'그건 아닐거야.'
[어떻게 그렇게 장담하십니까?]
'아까 못 봤어? 나한테 그렇게 당하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거. 돈에 대한 집착이 무시무시할 정도야. 완전 돈에 미친 년이라고.'
[물론 그런 부분도 잇지만 주인님이 실패할 뻔한 이유는 다른 것도 있습니다.]
'뭐?'
[몸에 좋은 크림을 직접 발라버리셨잖습니까.]
'음…. 그건 내가 생각이 짧았다.'
후장으로 보내기 전 도훈은 필살기랍시고 몸에 좋은 크림을 자신의 대물에 덕지덕지 쳐발랐다.
하지만 그것은 패착.
소연의 질 속에 듬뿍 크림을 바를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자신 또한 귀두의 민감도가 올라가면서 바르고 강한 박음질에 제약을 걸어버린 셈이었다. 한번 힘을 주고 할라치면 급격히 사정감이 올라오는 바람에 오히려 평소보다 힘을 못 쓰게 된 것이다.
[정말이지 그건 자폭행위였습니다. 다신 그러지 마십시오.]
'할말이 없다, 그건. 나도 생각이 짧았어. 어쨌든 보내긴 보냈잖아.'
[주인님같은 능력자가 풀템으로 일반인 상대로 고전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아니 근데 솔직히 말해서, 소연이 쟤 진짜 난년인거 같은데?'
[저도 동감입니다. 물론 주인님이 이제껏 상대한 여성 중에서도 뛰어난 분은 있었지만….]
명기의 육정음.
잦이분쇄기 송미나.
처녀보살 희원.
흑보 장미.
도훈도 이제껏 수많은 섹스를 하며 남다른 여자들을 많이 보았지만, 소연은 다른 의미에서 대단한 여성이었다.
무려 자신을 상대로 사정 직전까지 견뎌낸 사람이었으니까.
'저 정도면 거의 타고났다고 봐야겠지?'
[그렇죠.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개발해온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나이가 너무 어리지만요.]
'대체 무슨 과거가 있길래 저런 애가 갑툭튀 한 것인지 믿기지 않는구만.'
[일단 과거를 궁금해 하시는 것 보단 작전을 설명해 주셔야죠.]
'아, 맞다.'
잠시 딴 생각에 빠졌던 도훈이 소연에게 다시 일렀다.
"여하튼. 김변이 매주 위치를 바꾼다는 말이지?"
"네."
"그럼 그 약속 장소는 언제쯤 알 수 있는데?"
"몰라요."
"모르다니? 약속을 하고 나갈 거 아니야?"
"그냥 저보고 어디까지 오라고 알려주기만 해요."
"그리고?"
"그리고 자기 차를 태워서 가는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요. 그때그때 다르니까요."
'햐-. 이 새끼 진짜. 대포폰에 모텔 바꾸기에. 조금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구만. 그런 놈이 어떻게 최번개에게 꼬리를 잡혔지?'
[흥신소도 그걸로 먹고사는 직업이니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자기 차를 이용하니까요.]
'아, 번호판 추적. 하긴 자가용을 쓰면 흔적이 남을 수 밖에 없겠군.'
[예상보다 용의주도한 인물입니다. 그런면에서도 보면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
[아까 통화할 때 말입니다. 유독 흥분하는 것 같더라고요.]
도훈도 기억을 떠올렸다.
목소리가 워낙 커 통화내용이 밖으로 다 들릴 정도였기 때문에 도훈도 생생히 들었다.
그는 무척 조급하고 화가 난 목소리였다.
뭔가 일이 잘 안풀린 사람처럼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군.'
[네? 짚이시는 게 있으십니까?]
'홍정원한테 까인 거 같아.'
[불륜녀요?]
'그렇지. 정원이 내가 생기고 나서 김변을 손절친 것 같아.'
[아…. 그렇군요. 주인님한테 정원을 빼앗긴 셈이니까.]
'이제 남은 여자는 지방에 있다는 여친이랑, 스폰녀 소연이 뿐인데 당장 지방에 있는 여친을 부르진 못할 거 아니야.'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이제 소연양 뿐이군요.]
'차라리 잘 됐어. 놈에게 남은 여자가 소연이 밖에 없다면 더 갈구하게 만들어줘야지.'
"지금부터 내 얘기 잘 들어."
"네."
"주말에 만나기 전까지 김변을 바짝 달아오르게 만들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하고 싶어 죽게끔 흥분시키라고. 평소에도 가끔 연락할 거 아니야."
"아하. 그거야 식은 죽 먹기죠. 솔직히 말하면 변호사 오빠 저한테 완전히 빠져 있거든요."
"응? 그건 또 무슨소리야."
"아까도 보셨잖아요. 무턱대고 화를 내다가도 선 넘는다 싶으면 제 눈치 살살보는 거. 그 오빤 이제 저 없인 못 살아요."
그 말을 듣던 도훈이 풉- 하고 웃었다.
"그러니까 네 치마폭에서 헤어나지 못 한다고?"
"뭐예요? 제 말을 못 믿겠다는 거예요?"
도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야. 똑똑히 말해 두는데 나 아까 못 쌌다."
"아!"
"너만 혼자 앞뒤로 싸고 난리 브루스 쳤지."
"아, 아니 그건…."
"됐고, 하던 얘기나 마저하자."
도훈이 계속 작전을 설명하려는 데 소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빠. 지금이라도 다시 물 빼드릴까요?"
"뭔 소리야 갑자기. 얘기하다 말고 뭔 물을 빼?"
"오빠 못 쌌다니가 너무 미안해서요. 제가 은근 이런데 프로의식이 있거든요. 손님으로 왔는데 제 앞에서 못 싸고 나가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데요."
"내가 손님이냐?"
""아닌 것도 아니죠. 저한테 돈 주셨는데."
"하- 나참. 아니 지금 니 프로의식이 중요한 게 아니…, 야. 야. 갑자기 거길 왜 빨아?"
소연은 도훈의 얘기를 듣는 둥 마는 둥 갑자기 도훈의 대물을 입으로 빨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손짓으로 듣고있으니 계속 애기를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도훈은 소연의 행동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얘는 왜 지치지도 않지?'
아무리 생각해도 소연은 타고난 섹스광 같았다.
< 1050. 남의 떡이 더 맛있어.-20-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내일 연재는 하루 쉽니다.
허억허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