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7. 남의 떡이 더 맛있어.-17- >
***
변호사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던 김변이 잠시 바람을 쐬러 옥상에 올랐다.
"어머, 안녕하세요 김 변호사님."
"어? 미라 씨. 아직 퇴근 안 했어?"
"정 변호사님이 퇴근 직전에 일감을 어마무시하게 몰아주셨거든요. 덕분에 저도 별 보고 퇴근하게 생겼네요."
미라는 법무법인 청산의 파트너인 정 변호사의 비서였다. 말이 비서지 사실상 업무 과다에 시달린 사무장이 사정 사정해 꽂아 넣은 말단 여직원에 불과했다.
듣자하니 어디 전문대를 나왔다고 하던데, 가슴만 보고 뽑은게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할 만큼 몸매가 좋았다. 일머리는 모자랐지만, 관상용으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는 평이었다.
"캬, 또 몰래 담배 피웠나 보네. 입에서 박하사탕 냄새 나는 것 좀 봐.'
변호사 사무실의 옥상은 주로 애연가들의 흡연 장소.
정비서는 이따금 사람이 없을 만한 시간에 혼자 올라왔는데, 몰래 담배를 태운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아무튼, 전 들어가 볼게요."
"그래, 정비서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어디 김 변호사님만 하겠어요?"
찡긋 윙크를 하며 옥상문으로 사라지는 정비서를 김변이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오피스룩으로 차려입은 정장 치마로도 감추지 못한 풍만한 엉덩이가 씰룩이는 모습이 입맛을 확돋게했다.
'캬, 엉덩이 빵빵한 것 좀 봐. 뒤치기하면 딱이겠는데.'
여자를 좋아하는 김변이 이미 회식자리에서 몇차례 사인을 보냈지만 정비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번번히 그의 사인을 모른척 했다.
'여우 같은 년. 변호사 사무실에서 팔자 한번 펴 볼라고 권변 노린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네.'
권 변호사는 법인의 막내 변호사로 준수한 얼굴에 부티가 좔좔 흐르는 신입이었다. 당연히 사무실 내 처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정비서도 그 앞에서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좆같은 년. 그냥 나한테 한 번 대주면 얼마나 좋아? 꼴에 파트너 변호사 밑에 있다고 콧대 높기가 무슨. 정승 집 머슴도 어차피 머슴인걸 몰라.'
애꿎은 정비서에게 화를 내던 김변이 셔츠 포켓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유난히 이번 주는 업무가 많아 몇일 째 야근을 밥먹 듯 하고 있었다.
옥상 밑의 전경을 보며 담배를 태우던 김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씨, 이럴 때 시원하게 한 발 빼야 되는데."
먹음직스러운 젊은 여직원을 봐서 그런지 평소보다 성욕이 더욱 치솟았다. 하지만 몇일 전부터 좆집이라 여겼던 홍정원이 이상할 만큼 답변이 없었다.
'이상하네. 그날 이후 왜케 문자를 씹는 거지? 혹시 뭔가 낌새를 챈 건가?'
그날이란 바로 도훈이 수영캠프를 출발하기 전 심부름 센터 직원으로 분하여 정원을 홀랑 따먹은 날이었다. 김변이 일을 핑계 대고 후다닥 소연을 만나러 간 날이기도 했다.
'에이, 아니겠지. 멍청한 여편네 눈치가 있었음 진작 알았겠지.''
김변은 정원과 헤어지려고 생각하면서도 이따금 미련이 남아 그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많을수록 좋으며, 스페어 타이어 하나쯤은 늘 구비해둬야 한다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
'이럴 때 불러다 놓고 따먹기 딱 좋은데 말이야.'
정원을 생각하자 김변의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고된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이자 성욕으로 발산되는 것이었다.
담배를 다 태운 김변은 문자에 답신이 없는 정원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지 전화를 시도했다. 물론 그가 가진 대포폰이었다.
"왜 안 받지?"
확실히 수상했다.
정원은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제도, 또 어제도.
그때까진 집안에 행사가 있거나 남편과 함께 있어서라고 생각했지만, 부재중 전화가 분명이 뜬 걸 봤을텐데도 문자 하나 없는 태도를 보니 김변도 점점 수상한 마음이 들었다.
"씨바, 진짜 이 여편네 딴놈이랑 바람난 거 아녀?"
걸리지 않는 전화에 화를 내며 통화를 중단한 김변이 화가 나는지 다시 담배를 꼬나물었다.
"하-. 씨, 맥아리없는 남편 대신 존나게 따먹어 줬더니 이제 와 나를 배신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차더라도 자신이 먼저 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좆 같네 진짜."
그러던 김변은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가만. 혹시 남편한테 걸린 건 아니겠지?"
생각해보면 그게 더 가능성 있는 진단이었다.
그녀는 엄연히 유부녀였고, 남편도 있었다.
칠칠치 못하게 그와의 문자내역을 들키거나 전화통화 이력을 보고 추궁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씨, 잘못하면 좆되겠네. 한동안 연락 끊어야 겠다."
물론 그는 그럴 때를 대비해 늘 여자들과 연락을 할 적에 대포폰을 쓰고 있었다. 혹여나 불륜 상대가 걸리더라도 자기가 아닌 척 시치미를 떼기 좋은 것이다.
"그래 뭐. 이렇게 끝나도 나야 손해 볼 건 없지. 남의 마누라 2년간 신나게 따먹었으니까."
소연의 존재 때문에 어차피 언젠가 손절해야 할 여자였다.
젋고 탱탱한 소연에 비하면, 정원은 확실히 떨어졌다.
특히 2년간 주구장창 따먹다보니 살짝 물리는 맛도 있었다.
"내가 뭐, 지 아니면 여자 없을 줄 알고?"
김변은 정원과 통화를 포기한 채 이번엔 다른 번호를 눌렀다. 바로 자신이 몰래 스폰을 해주고 있는 여대생 소연이었다.
"아까 바빠서 답을 못했으니 전화 걸었다고 해야지."
뚜르르르-
신호가 계속 갔지만 소연도 묵묵부답이었다.
한참 핸드폰을 잡고 김변에게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된다는 메시자가 흘러나왔다.
"아 놔, 오늘 왜 이래 하나같이? 다들 연락도 안 되고."
김변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
정원은 유부녀니까 이해를 했다. 남편과 함께 있을 수도 있고, 내연남과 통화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일이 많을테니까.
하지만 소연은 그러면 안 됐다.
뻔히 혼자 자취하는 줄도 알고 있고, 시간도 널널한 여대생이다. 두 차례의 통화에도 걸리지 않는 모습에 김변은 불쑥 소연에 대한 의심이 피어올랐다.
'이 썅년, 혹시 제 버릇 개 못주고 또 오피 뛰러 간 건 아니겠지?'
소연과 김변은 우연히 만났다.
선배 변호사가 맡았던 변호를 승소하고 수당을 챙겨 쓴다며 데려간 곳에서 소연을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김변과 소연은 살을 맞대자마자 깨달았다.
정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떡감이라면서.
물론 정원도 유부녀치곤 훌륭했지만, 그간 연상녀를 상대했다는 반동 때문이지 유독 어린 소연이 마음에 쏙 든 김변이었다. 결국 그는 다음에 혼자 한 번 더 찾아가게 되고, 소연에게 스폰 제안하게 된다.
월 400.
현금으로 꽂아 줄 테니, 자기랑 스폰해 볼 생각 없냐면서.
고민하던 소연은 그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3달 째 주 2회 정도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돈을 받았으면 전화를 쳐 받아야 할 거 아냐!"
정원은 그렇다쳐도 소연은 그러면 안 됐다.
과격하게 말하면 자신은 고용인이고, 소연은 피고용 관계다.
분명히 스폰을 시작할 때 오피 일을 앞으로 관두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터라 김변의 배신감은 더 컸다.
"이 좆같은 년이 어디서 누구랑 뒹굴길래 감히 내 전화를 안 받아?"
정원부터 시작해 소연까지 2연타로 씹히자 김변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러잖아도 최근들어 되는 일이 없었다. 강민주와 엮어 보겠다던 최 사장도 갑자기 손을 터는 바람에 가뜩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였다.
그 와중에 따박따박 스폰비를 챙겨간 소연이 연락이 두절되자 배신감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것이었다.
"이 썅년.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김변이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전화를 걸었다.
심지어 소연이 들고 있는 폰은, 자신과 연락하라며 따로 사준 폰이었다. 그는 소연이 받을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걸 기세였다.
"내가 근성으로 사시 붙은 사람이야!"
***
"흐아아아아앙!"
김변이 소연에게 전화를 건 시각.
소연은 임자를 잘 못 만나 신나게 털리는 중이었다.
띠리리리리-!
벌써 6번째 울리는 핸드폰 벨.
오늘따라 집요하게 자신을 찾는 김변의 태도에 소연도 점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오빠 잠깐, 나 진짜 잠깐만!"
"왜? 도저히 못 버티겠어? 얼른 항복하라니까?"
"누, 누가 그렇데? 중요한 전화니까 그렇지!"
"누군데?"
"오빠가 담그려는 사람."
"아까부터 계속 전화 건 사람이 김 변호사였어?"
"당연하지. 저 폰은 자기랑 연락할 때 쓰라고 준 폰이라고!"
도훈이 곰곰이 생각하다 잠시 뒤치기를 멈췄다.
내기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변에게 소연이 의심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 더 우선이었다. 소연에게 주어진 임무를 위해서 김변의 의심을 피해야했던 것이다.
"받아, 지금."
"고, 고마워요."
도훈이 뒷치기를 멈춘 사이 소연이 잽싸게 폰을 받았다. 일부러 눈을 감으며 나른한 목소리를 내는 소연이었다.
"하으응~ 이 시간에 왠일이야, 오빠?"
그러자 반대편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야! 씨발 년아! 너 지금 어디야?
소연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알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자신이 없었다.
"으응, 당연히 집이지. 폰 진동으로 바꿔놓고 깜빡 잠들어 버렸어. 근데 왜 갑자기 욕이에요?"
소연의 필사의 연기력으로 자다 깬 목소리를 내었지만, 김변은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는지 계속 퍼부었다.
-내가 3번 안에 무조건 전화 받으랬지? 지금 내가 몇 번 전화했는지 알아
"아니 진짜로 잠들었다니까 그래? 오빠 왜 내 말 못 믿는데?"
-돈을 받았으면 돈 값을 쳐 하라고 이 썅년이 진짜! 어따대고 말 대꾸야?-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우레와 같은 고성에 소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수화기를 멀리했다. 뒷치기 자세로 있던 도훈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성질머리하고는. 곧 뒤질 새끼가 발악을 하는구나.'
[김변이 의외로 다혈질이었군요. 아무리 스폰이라지만 저런 막말을.]
'이제껏 홍정원에게 한 짓 보면 몰라? 자기 밥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겐 피도 눈물도 없이 잔인해 지는 놈이야.'
[저런 사람이 민주양을 노렸다니….]
'그러니까 내가 열 받는 거지. 좆같은 새끼. 감히 누구 여잘 작업쳐? 확 뒤지게 패버리고 싶네.'
[자중하십시오. 폭력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왜? 저번에 조폭이랑도 싸웠잖아. 김민수인가 뭔가 하는.'
[그거야 자기방어 차원이니까요. 정당방위는 상관없습니다.]
'하여간 내가 저놈을 그냥 두나 봐. 아주 좆되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
도훈은 문득 재밌는 생각이 났다.
소연과 통화를 하고 있는 김변을 골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 니 스폰 내 밑에 깔려서 헐떡이고 있지롱.'
도훈이 살짝 힘을 주어 튕기자 전화를 받고 있던 소연이 흠칫 놀랏다.
"흡!!"
그녀는 고개를 훽 돌리며 도훈을 향해 마구 고개를 가로 저었다. 들키면 끝장이지 건드리지 말라는 제스처였다.
도훈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저리니까 더 놀리고 싶어지네.'
[주인님. 장난은 자중하십시오. 만약 소연양이 들킨다면 다음 계획도 수포로 돌아갑니다.]
'알아. 하지만 그러면 소연도 더 힘들지 않겠어?'
도훈은 사실 소연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초대물로 확장한 상태에 몸에 좋은 크림을 듬뿍 발라 대물을 때려 박았으나 10분 동안 끝끝내 버텨냈던 것이다.
그녀는 의지가 약해지려 할 때마다 테이블 위에 수북히 쌓인 현금을 쳐다보며 버텨냈다. 그 모습에 도훈마저 기가 질릴 정도였다. 아무리 돈을 좋아해도 인간이 저렇게까지 의지를 보일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사실 또 다른 문제는 몸에 좋은 크림이 도훈에게도 적용되어 민감도가 너무나 올라간데 있었다.
대물 전체에 펴 발라진 크림이 도훈의 성기를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고, 지나치게 민감도가 끓어오르자 도훈도 폭발적인 스퍼트를 할 수 없었던 것.
자칫하면 자신이 먼저 싸버릴지도 모른다는 압박 때문에 자연스럽게 힘이 빠졌고 잦이 껍딱이 벗겨질 정도로 강하게 쑤셔대질 못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통화로 잠시 뒷치기가 중단되자 도훈은 얄궂은 마음에 소연을 괴롭히고 싶어졌다.
"소리 내면 우리 계약도 끝장이야."
"무, 무슨!"
도훈이 핸드폰에 들리지 않게 소곤거렸다.
"김변을 꾀어내지 못하면 어차피 계약은 파기라고. 안 그래? 그럼 너에게 준 돈은 무효가 되는 거지."
"마, 말도 안 돼!"
소연은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차마 김변에게 들킬까봐 저항할 수 없었다. 여전히 화가 난 김변은 앞에서 소연을 들들 볶았고, 이제는 도훈이 뒤에서 소연을 들들 볶기 시작했다.
뿍찍뿍찍-!
대물이 왕복을 재개하자 소연이 입을 틀어막았다.
"흡!"
-뭐야? 너 왜 자꾸 이상한 소리내?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따, 딸꾹질 흑! 하는 거라고요!"
-이상한데? 야. 당장 영상통화 켜봐.
"무, 무슨 소리에요! 2g폰 사줘놓구선!"
대포폰은 전화와 문자만 이용할 목적이었으므로, 김변이 2g로 맞췄다. 김변은 아차 싶었는지 다시 물었다.
-암튼, 오늘 시간 돼, 안 돼?
"오, 오늘요? 갑자기? 흑!"
-아씨 진짜 전화 통화하는데 계속 딸꾹질은!
도훈은 소연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에 더욱 가열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김변이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따먹히는 것도 모르고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통쾌했다.
'크크크, 바로 이맛이지. 하여간 남의 여자가 제일 맛있단 말이야?'
흥분한 도훈이 짝 소리나게 소연의 엉덩이를 때렸다.
그 소리는 고스란히 수화기로 흘러들어갔다.
철썩!
< 1047. 남의 떡이 더 맛있어.-1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