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062화 (1,029/2,000)

< 1045. 남의 떡이 더 맛있어.-15- >

절구질을 연상시키는 기괴한 체위에 마침내 소연이 항복을 선언했다.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너 방금 천만원 날린 거야."

"흡!"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했던가.

이번 경우는 말 한마디로 천만원을 태운 셈일까?

"자, 잠깐 나 아직!"

"늦었어."

두두두두두!

절구찧기로 한 번 더 소연을 보냈다. 그녀는 오피룸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더니 다시 한 번 절정을 맞이하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아직 사정을 못한 나는 손으로 빠르게 털어내며 널 부러진 소연의 얼굴을 겨냥했다.

"눈 감아."

"흐, 흑, 뭐에요?"

뭐긴 뭐야 얼싸지.

찍- 찍찍!

패자에게 치욕적인 얼싸를 선물했다.

양도 상당했는데, 소연의 얼굴이 진한 백탁액으로 엉망으로 변했다.

"하흑, 내 화장."

"아, 시원하네."

얼싸를 마친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소연이 아까 돈을 챙겨둔 가방을 뒤졌다. 티슈로 얼굴을 닦고 있던 소연이 질겁하며 소리쳤다.

"뭐, 뭐하는 데요!"

"약속했잖아. 느끼면 천만원 주기로."

"아, 아니 그렇다고 진짜!"

소연은 마지막까지도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설마하니 떡을 쳐놓고 화대를 내기는 커녕 도로 뺏어가는 악당이 있을거라곤 예상치 못한 눈치였다.

나는 테이블 위에 둔 계약서를 잡고 흔들었다.

"여기 썼잖아. 뭐야? 설마 나한테 공수표 날린 거야?"

"오빠는 돈도 많으면서 어떻게…."

"너도 많네. 여기."

나는 소연의 가방에서 정확하게 500만원 묶음 두 덩이를 꺼냈다.

"난 딴 돈만 가져가."

그리고 천만원을 도로 내 가방으로 옮겼다.

소연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억울해요!"

"뭐가? 공평한 내기였잖아?"

"아니, 조건 말이에요. 오빠도 결국 쌌잖아. 처음엔 싸게 하면 지는 거라면서요?"

결국 나도 쌌으니 비긴 거 아니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거야 처음 제안했을 때고, 나중에는 네가 느끼는 걸로 바꿨잖아. 그리고 솔직히 나는 끝까지 못 싸고 내 손으로 흔들었거든?"

나는 질싸를 못하고 스스로 얼싸를 한 것을 꼬집었다.

돈을 잃은 소연이 억울함에 빼액 소릴 질렀다.

"다, 다시해!"

"다시?"

"어차피 우리 8시간 끊었잖아요. 긴 밤.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난 거 알죠?"

"그거야 니가 멋대로 늘린 거고. 나는 이미 이겼는데?"

"그러니까 한 번 더 하자고요. 설마 한 번이 끝이에요?"

소연은 은근슬쩍 자존심을 긁어싿.

딴에는 나를 다시 승부로 끌어들일 심산인가 본데, 그거야 말로 내가 의도한 바였다.

'걸려들었어'

[걸려들다뇨?]

'설마 내가 거금 1억을 주고 꼴랑 천만원 회수하고 끝낼 줄 알았어?'

[설마 한 번 더 털어 먹겠다는 소립니까?]

'당연하지. 창녀에게도 화대를 뜯어내는 프로 중 프로가 뭔지 보여주지.'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이젠 내가 불리하잖아?"

"왜요?"

"여자는 몇 번을 해도 안 지칠지 몰라도, 남자는 한 번 힘을 쓰고 나면 체력이 고갈된다고. 세상에 창녀는 많아도 창남은 없는 이유지."

"무슨 소리예요? 호빠 오빠들 보니까 하루 3번도 너끈하던데?"

"그렇게 치면 여잔 10번도 가능하잖아."

"아무튼요. 할 거에요, 말 거에요?"

"좋아. 그럼 할거면 더 크게 걸어."

"천만원보다 더요?"

"어차피 네가 이겨도 본전이잖아. 나도 져봐야 본전이고."

"그거야 그렇죠."

"그럴바에야 그냥 한 번 크게 가자고. 괜히 미련 남기지 말고."

나의 역제안에 소연이 동요했다.

섹스 한 번에 천만원.

화대치곤 엄청난 금액이다. 근데 이번엔 그것보다 더 크게 건다고 하니 적잖이 갈등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따봐야 본전이라는 내 말에 소연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럼 얼마나 걸건 데요?"

"지금 너랑 나랑 대충 1억씩 들고 있잖아."

"전 이제 그것도 안 돼요."

"너가 구천만원이고 내가 일억 일천이라고 쳐."

"암튼 그래서요?"

"누가 이기든 한쪽에 몰아줘야 하지 않겠어?"

"저, 전부 다 걸으라고요?"

"물론 그건 심하지."

"그러니까 얼마요?"

"절반씩만 딱 걸자."

"오천요?"

"그래. 그 정도는 걸어야 해볼 만 하지 않겠어?"

무려 오천만원 짜리 섹스.

기가 막힌 금액에 소연이 장고에 빠졌다.

소연이 긴장감을 못 이기고 나에게 물었다.

"오빠, 나 담배 한 대만 피울게요."

"얼마든지."

소연은 가방에서 얇고 긴 담배 하나를 꺼내 들었다.

저게 뭐더라? 버지니아 슬림? 직업은 창녀인데 처녀를 뜻하는 버진을 피고 있는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후-. 진짜로 오천이요?"

"왜? 쫄리면 하지마. 다시 하자고 말한 건 너야. 나는 안 해도 상관없어."

원래 세상에서 제일 얄미운 것은 줬다 뺐는 것이다.

로또를 수십만원어치 사서 꽝이 나와도 사람들은 적당히 실망하고 만다.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로또에 당첨된 걸 알고 희망에 부풀었는데, 나중에 시금으로 30%를 뜯어가는 걸 알게 되면 울화통이 터진다. 말 그대로 줬다 뺏기는 감정이 들기 때문이다.

본래 소연은 2억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괜한 허세를 부리다 눈앞에서 1억을 놓치고 말았다.

아마 그것이 말도 안되는 내기를 수락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대결에서 쌩돈 천만원을 날리자 현실감이 사라졌다. 이젠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고 칩처럼 인식된다. 욕심만 덜 냈으면 오롯이 자기 것이 될 수 있었던 돈을 배팅하고 마는 것이다.

담배를 필터까지 피우던 소연이 재떨이에 비벼끄더니 말했다.

"후-. 좋아요. 해요. 오천 걸고."

"진짜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저도 자존심이 있거든요? 아깐 방심한 것 뿐이에요."

그래. 6.25도 방심하다 일어났지.

그것 참 편리한 핑계다.

방심이라는 말.

"오빠만큼 큰 사람을 못 만나서 조금 당황했을 뿐이에요. 제대로 붙으면 오빤 저한테 못 이겨요."

"섹스를 이기려고 하는 것도 웃기지 않아?"

"어쨌든. 내기는 내기니가요."

"다시 계약서 쓸까?"

"써요."

소연은 오늘만 3번째 계약서를 작성했다.

역시나 조건은 처음과 같았다.

소연이 항복을 외치기 전에 내가 먼저 싸면 지는 것이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뭘?'

[소연양이 독기가 바짝 오른 거 같은데요?]

'그러라지 뭐.'

[솔직히 오천만원이 걸렸는데 처음처럼 쉽게 항복 선언을 할까요? 입만 꾹 다물면 그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면 되지.'

[자신 있으십니까?]

'이건 어차피 미션도 업적도 아니야. 쉽게 말해 어떤 제약도 걸려있지 않다는 소리지.'

[아아, 그렇다면.]

'가용한 모든 스킬과 아이템을 이용한다.'

[그건 좀… 반칙 아닙니까?]

'승부이 세계는 냉정한 거야. 게다가 오천이 걸린 판에 뭘 못 하겠어?'

[아까는 돈에 욕심 안 내신다더니.]

'안 내려고 했지. 소연이 쓸데없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정말로 2억을 다 줬을지도 몰라. 어차피 나중에 받을 잔금 1억은 내차지였으니까.'

[그런데요?]

'너무 돈을 밝히더라고.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참교육 해 주는 거야.'

[참 잔인하신 분.]

'어쨌든 본인이 자초한 일이야. 첫 번째 결과를 승복했으면 구천은 건질 수 있었을 거라고.'

[저는 왠지 주인님이 의도하신 느김을 지울 수 없군요.]

'나도 공떡은 안 쳐준다 이거지. 대물맛 보는 게 쉬운 일인가?'

"이제 시작할까요?"

계약서가 완료되자 소연이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나를 먼저 쓰러뜨릴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싿.

"잠깐."

"또 왜요?"

"나중에 맘 바뀌면 곤란하니까 미리 돈을 빼놓는 게 어때?"

"미리요?"

"서로 가방에서 빼가는 것도 우습잖아. 판돈 걸듯 테이블 위에 올리고 시작하자는 거지. 눈에 보여야 더 갖고 싶은 욕심도 날 거고."

"좋아요."

소연과 나는 각각 가방에서 오천만원을 꺼냈다.

5만원 다발 10묶음이 벽돌처럼 쌓였다.

"합이 1억이군."

"나중에 딴 소리하기 없기에요? 여기 보호해 주는 사람들 있는 거 알죠?"

소연은 은연중에 나를 협박했다. 혹시나 수 틀리면 돈을 들고 튀거나 완력으로 제압하려 할 경우를 대비한 경고였다.

"뭔 소리야? 너랑 나랑 맺은 다른 계약도 있는데."

"알았어요. 그럼 이제 시작해요."

"뭐가 그렇게 급해? 씻고 해야지."

이미 질펀하게 한 번 굴렀기 때문에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구멍을 넘나든 대물은 특히 지저분했다.

"이것 보라고."

내가 대물을 가리키자 소연이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입으로 씻겨드림 돼요?"\

"어?"

소연은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분비물이 묻어 더러워진 대물을 빨기 시작했다. 기습에 가까운 펠라치오였다.

'이것 봐라?'

[드디어 2라운드 시작인가요?]

'그래, 어디 한 번 재롱잔치 보자.'

나는 여유있게 펠라를 즐겼다.

+5를 받는 특급 오피녀의 세척 서비스는 받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크크.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좋은 애가 잘 빨기까지 하네.'

[어찌보면 좀 안타깝습니다.]

'왜?'

[너무 이른 나이에 안 좋은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아서요.]

'놔 둬. 어차피 자진해서 시작한 일 후회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야. 그리고 오히려 저런 애들이 나중에 시집도 더 잘가고 잘 살더라.'

[정말입니까?]

'말했잖아. 이건 그냥 자의에 의한 고액 알바나 마찬가지라고. 그냥 어리고 예쁠 때 몸좀 굴리면서 목돈 챙기려는 거야.'

[하지만…. 과거가 너무 남지 않을까요?]

'요샌 수술도 발달해서 예쁜이 수술 같은 걸로 질 축소 시키고, 심하면 처녀막 재생수술도 가능하지. 20대 초반에 현금 확 땡긴 다음에 나중에 적당히 미용샵 같은 가게 하나 차려서 신분세탁 하는 거야.'

[아아….]

'그러나 호구같은 놈 하나 물어서 결혼하는 거지. 남자를 하도 겪다보니 이런 애들이 오히려 남자를 볼 줄 알거든.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없는 놈들하곤 연애만 즐기다가, 외모는 좀 떨어져도 성실하고 직장 번듯하고 집안도 알짜인 남자를 채가는 거야.'

[속은 남자들만 불쌍하군요.]

'그것도 자업자득이야.'

[어째서요? 속인 건 소연양과 같은 여자들인데요.]

'세상 물정 모르고 자기만 착실하게 살면 행복할 거라고 믿은 죄.'

[설마 그건 주인님 얘깁니까?]

'맞아. 내가 그렇게 살다 죽어보니, 내 잘못도 없지 않았어. 열심히만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지.'

[왠지 씁쓸하군요.]

'차라리 젊어서 허송세월하는 것 같아도 연애를 많이 해봐야 해. 그래야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고를 안목도 생기는 거지. 그걸 못하면 저렇게 신분세탁한 애한테 꼼짝없이 호구 잡히는 거고.'

"아이고, 잘 빤다."

나는 오랄을 해주는 소연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오빠. 침대로 가요."

무릎 꿇고 앉아 있던 소연이 자세가 불편했는지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

소연은 속으로 침을 삼키며 생각했다.

'완전히 방심했어. 저 물건이 저렇게 깊이 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녀는 첫 번째 승부의 패배를 대물의 크기를 가늠 못한 자신의 불찰이라 여겼다. 거대한 성기가 자신이 전혀 알지 못했던 자궁 입구를 두들겼고, 거기를 직접 강타당하자 도저히 당해낼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 몰라서 당한 거야. 알면 절대 두 번은 안 통하지.'

소연은 섹스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잘한다는 자부심도 강했다. 특히 손님에 맞춰 사정시간을 용수철처럼 조절하는 능력이 있었는데, 상대가 조루다 싶으면 최대한 삽입을 늦추며 애무로 시간을 끌었고 상대가 버틴다 싶으면 조이기로 단숨에 숨통을 끊는 재주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정이 끝나고 나면 도망치듯 나가버리는 다른 오피녀들에 비해 늘 손님의 만족도가 높았다. 비싼 돈을 내고 충분히 즐겼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또한 사전에 야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도 좋았고, 끝나고 나서도 시간이 끝날 때까지 안마를 해주거나 같이 담배를 태우며 시시콜콜한 신변잡기식 잡담을 나누며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도 그녀가 지닌 재주 중 하나였다.

쉽게 말해 그녀는 오피계의 에이스.

김변의 스폰 제안만 없어도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얼마든지 잘나갈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여자였다. 그런데 그 높디높은 자부심이 오늘 망나니 같은 사채업자에게 깨진 것이다.

상대가 아무리 보기 드문 물건의 소유자라도, 자신은 남자를 밥먹듯이 해치운 프로중의 프로. 다른 것도 아니고 섹스 대결에서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두고봐. 저 돈은 내가 먹고 말겠어.'

테이블 위에 쌓아둔 현금이 아른거렸다.

무려 1억. 아무일도 안하고 너끈하게 2년여를 호화롭게 살 수 있는 거금이다.

특히 김변을 함정에 빠뜨리고 받는 보수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은퇴자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물건 좀 크다고 기고만장했겠다. 아주 혼을 쏙 빼주지.'

도훈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혓바닥에 움찔 놀라자, 소연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혹시나 싶어 찌른 곳이 바로 도훈의 성감대였던 것이다.

'오호라, 여기였어? 기대해. 아주 똥꼬가 헐게 빨아 버릴 테니까.'

< 1045. 남의 떡이 더 맛있어.-15-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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