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056화 (1,023/2,000)

< 1039. 남의 떡이 더 맛있어.-9- >

***

"허억, 허억- 당신 정체가 뭐예요 대체?"

30분 뒤 완전히 나가떨어진 관리사가 숨을 헐떡거렸다. 그년는 누가 관리사고 누가 손님인지도 까먹은 듯 마사지 베드 위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사, 사람도 아니야. 대체 몇 번이나 까무러친 거지?'

도훈은 관리사를 관광 보내버렸다. 대물에 융단 폭격을 맞은 관리사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이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어댈 수 밖에 없었다. 가랑이 사이에선 희멀건 정액이 승전보를 울리듯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안, 나도 모르게 안에 발사해 버렸네?"

전혀 미안하지 않은 투로 중얼거리는 도훈을 보며 관리사는 제대로 한 방 먹은 표정이었다. 고자는 무슨, 강쇠 중의 강쇠였다.

"흐윽, 흐윽… 말도 안돼……."

"서비스 비용은 두고 갈게."

도훈은 벗어놓은 바지에서 5만원 짜리 한 장을 꺼내 올렸다.

[아까 3만원이라지 않았습니까?]

'떡 값을 깎기는 좀 그래서.'

[그럼 왜 흥정하셨습니까? 돈도 많은 분이.]

'그냥. 흥정은 늘 재밌잖아.'

마사지 숍을 나온 도훈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음양보합으로 관리사의 정기를 빨아들인 도훈은 평소의 몸상태로 완전히 회복했다.

'기운이 흘러넘치는군. 다시 돌아왔다.'

[음양보합 스킬 덕분입니다. 바닥 쳤던 정력의 위기상황을 인식했는지 평소보다 흡정율을 높였습니다.]

'그럼 내가 마사지사 기를 빨어먹었다는 소리야? 뱀파이어 처럼?'

[그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론 비슷하게 됐군요.]

'그럼 저 관리사 오늘 하루는 공치겠는 걸? 돈을 더 얹어주고 왔어야하나?'

[본인도 만족해하는 눈치였으니 상관없지 않을까요?]

도훈은 관리사를 몇 번이고 절정으로 보내주었다. 기계적으로 섹스를 하는 관리사로선 간만에 밑이 빠질 것 같은 뻐근한 섹스를 치른 셈.

'하긴 뭐. 다 박고 싸자고 하는 짓이니.'

[잘먹고 잘살자가 아니라요?]

'잘먹고 잘사는 게 뭐겠어? 결국 여자 잘 먹고, 정액 잘 싸는 걸 얘기하는 거잖아.'

[언제나 궤변이로군요.]

'어쨌든, 다시 기운 충전했으니 덕자나 덕자나 만나러 가볼까? 그나저나 덕자가 뭐람? 촌스럽게. 예명하고는.'

기운을 완전히 회복한 도훈은 업소를 뒤지며 덕자를 찾았다.

그녀는 땜빵을 뛰기 때문에 오늘 일을 할지 안 할지, 혹은 어디서 할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덕자가 평소 출근하던 업소 3군데를 연락한 끝에 실장 하나가 답했다.

-덕자요? 네, 오늘 있습니다.

"가게에 있다고요?"

-네,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은….

"싸이트 프로필 보고요."

-아, 저번에 안 내렸나? 암튼 있습니다. 그럼 덕자로 예약해 드릴까요?

"네. 몇 시부터 가능해요?"

-막 출근해서 아직 예약 없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

-바로요? 어디신데요?

"10분 안에 갑니다."

-혹시 싸이트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죠?

"불기둥입니다."

-불기둥… 불기둥…. 아 네. 인증되셨습니다. 그럼 10분 안에 역삼 오피스텔 정문으로 오세요. 전화하면 문 열어드릴게요.

"네. 이따 뵙겠습니다."

대포폰을 끊은 도훈이 쾌좨를 불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덕자가 오늘 대타를 뛰는 가게를 찾은 것이었다.

'행운이 따르는군.'

[그거 아닐까요?]

'뭐?'

[운빨 대폭발요. 관리사와 섹스를 마친 직후라서 주인님 행운도가 상승 했잖습니까?]

'아하! 그 영향도 있겠네. 이거 참 섹스가 이리도 좋구나. 역시 여자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더니.'

[자꾸 속담을 멋대로 바꾸지 마시죠?]

'내 맘이다, 인마'

차에서 내리기 직전 도훈은 룸미러를 통해 얼굴을 점검했다.

역용 마스크가 적용된 그의 얼굴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됐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굳었던 근육이 풀어졌는지 사납던 인상이 다소 풀어졌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처음엔 정말 사람 하나 담그고 온 야차같은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인상이 제법 강한 정도로 순화되어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상당히 위협적인 마스크였다. 검은 정장만 입혀 놓으면 여전히 조폭으로 의심받아도 아무렇지 않았다.

"뭐, 일단은 탐색전이니."

도훈이 오피스텔 앞에서 전화를 걸자, 번호 키로 열리는 유리문이 열렸다. 이어서 대포폰으로 룸넘버와 함게 대금 결제는 아가씨에게 직접 부탁한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호. 실장도 안 거치고 다이렉트구나. 포주 안끼고 산지 직거래하는 기분인데.'

[근데 이 큰 건물이 전부 이런 불법 영업소인가요?]

'아니. 그냥 일반 직장인들도 살고 사무실도 있을 거야. 그중에 방 몇 개를 이런 식으로 임대해서 쓰는 거지. 단속이 심해지니까 이런 형태로 변형됐어. 막말로 현장에서 걸려도 여자 친구랑 연애 중이었다고 뻥칠 수도 있고.'

[대단하군요. 포주들의 꼼수란.]

'솔직히 말해 이런 업소 절대로 근절 못 해. 무당이랑 창녀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인 건 알지? 차라리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공창제 운영하면서 세금이나 걷는 편이 훨 낫지.'

[그거야 주인님처럼 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하는 발상이겠죠. 평범한 사람 대부분은 정상적인 연애와 단란한 가정생활을 더 좋아할 겁니다.]

'그런 사람도 물론 있고.'

도훈이 한 손에 돈 가방을 들고 실장이 알려준 방문 앞에 섰다. 소연을 처음 만난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되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설득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벨을 누르고 한참 기다리자 오피스텔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굉장히 앳된 느낌이었다. 도훈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소연이 어두운 조명 아래 서 있었다. 프로필 사진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실물이 훨씬 보기 좋았다.

'미인은 미인이네.'

"안녕하세요."

소연이 꾸벅 인사를 하며 도훈의 짐을 거들었다. 도훈은 돈 가방을 건네고 싶지 않았으므로 사양했다.

"아냐. 내가 들게."

"아…. 네. 그럼 신발 벗고 들어오세요."

도훈은 한참 어린 소연에게 곧바로 하대를 했다.

[컨셉 잡으신 겁니까?]

'그렇지. 오늘은 주먹세계 건달이다.'

소연은 도훈의 무서운 인상을 보고 살짝 쫄았다.

'뭐지? 혹시 깡패인가? 아님 사채?'

그도 그럴 것이 도훈은 아무리 봐도 직장인스럽지 않았다. 나이는 잘쳐 주면 20대ㅐ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입고 있는 복장 또한 너무나 프리했다.

'학생처럼 옷을 차려 입긴 했는데…. 생긴 건 무슨….'

"마실 거 드릴까요?"

"뭐 있는데?"

도훈이 과장되게 거들먹거리며 소파에 앉았다. 원룸처럼 생긴 오피스텔은 벽면에 침대하나와 2인용 소파와 응접 테이블. 그리고 벽걸이 티비와 미니 냉장고 하나가 전부였다. 모텔이라기엔 좀 비좁고, 원룸으로 쓰기에 딱 알맞은 구성이었다.

"음, 오렌지 주스랑…. 커피랑…."

"물 줘."

"물요?"

"못 들었어?"

도훈이 괜히 신경질을 부리자 소연이 움찔 놀라며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

'씨뎅, 처음부터 그럼 물을 주라고 하면 되지 왜 물어보고 지랄이야?'

소연도 한 성깔 했지만 조폭으로 추정되는 도훈 앞에서 함부로 본색을 드러낼 순 없었다. 만약 진짜로 그쪽 업계 사람이라면 괜히 일만 복잡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녀는 굉장히 눈치가 빨랐다. 만만한 상대라면 껍데기까지 홀랑 벗겨먹었지만, 센 상대앞에선 바짝 엎드릴 줄 알았다. 그녀가 보기에 도훈은 센 상대였다.

"여기요."

소연이 생수에서 물을 따라 물컵을 건네며 도훈 옆에 앉았다. 도훈은 컵은 받을 생각도 않고 곧바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재떨이 줘."

"아, 네."

소연은 다짜고짜 명령을 하는 도훈이 못 마땅했지만, 특유의 가식적인 태도로 내색조차 않았다. 그저 오늘은 첫손님부터 운도 없거니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좆같은 새끼. 언제 봤다고 계속 반말을 찍찍 거려? 하, 진짜 오늘 일진도 사납네.'

"여기요."

점점 부아가 치민 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실린 상태로 재떨이를 내려놓고 말았다.

원목으로 된 테이블에 유리 재떨이가 떨어지자 딱- 하고 큰 소리가 울렸다. 그 모습을 본 도훈이 눈을 부라리며 소연을 노려보았다.

"뭐햐냐?"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소연이 뒤늦게 후회했지만, 애교로 적당히 넘기려고 도훈에게 철썩 달라붙었다.

"오빠 보니까 긴장해서 손이 떨려가지고용."

"하-. 이 년 이빨 잘 터는 거 보소?"

'이, 이년? 이 쌍판 좆같은 새끼가 진짜 말끝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연은 표정변화 없이 태연했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여자였다.

"아잉, 오빠 진짜 남자답게 생기셔서요."

"그거 좆같이 생겼다는 말 아니냐?"

"아, 아니에요. 무슨…."

[주인님, 컨셉이 좀….]

'있어봐. 일단 겁 좀 주고 시작할 거니까

"불이나 붙여봐라"

도훈은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전형적인 꼰대 모습에 소연이 치를 떨었으나 예의 바르게 불을 붙여주었다. 그런데….

화르륵!

라이터 불길이 갑자기 솟구치며 도훈의 이마까지 올라왔다. 도훈이 반사적으로 피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앞머리가 탈 뻔했다.

"에이, 씨발 진짜!"

담배를 뱉어낸 도훈이 다짜고짜 쌍욕을 퍼부었다.

일이 이쯤되자 지은 죄가 있는 소연이 바짝 엎드렸다.

"죄, 죄송해요 갑자기 불이…."

"내 머리 타면 니가 책임질 거여? 어?"

"아니 저는…."

소연은 억울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한 라이터였다. 자신이 처음 방에 들어와서 미리 한 대 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갑자기 불이….'

소연이 영문을 모른채 쫄아 있는데 도훈이 속으로 실실 웃었다.

'크크. 봤냐?'

[어떻게 하신 겁니까?]

'아까 냉장고에서 물 꺼낼 때 살짝 만졌지.'

도훈은 짧은 틈에 테이블 위에 놓인 라이터의 알루미늄 캡을 뜯고 가스 조절기를 끝가지 돌려둔 것이었다. 가스조절기의 분사량이 올라가며 불길이 15cm이상 치솟도록 말이다.

"아놔, 존나 열 받네 진짜. 야. 너네 사장 나오라고 해봐."

"죄송해요. 정말 실수에요."

"실수?"

"네…. 죄송합니다."

소연은 사정했다. 대타로 왔다가 손님에게 컴플레인을 맞으면 자신의 입지만 좁아질 거란 계산이었다. 정보가 쉽게 공유되는 이곳에서 진상으로 찍히면 자기만 손해였다. 평점관리를 신경 쓰기는 콜센타 직원 못지 않았다.

도훈은 한껏 씩씩거리다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화를 식혔다.

"내가 너 어려보여서 한 번 봐주는 거야, 알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사장은 무슨. 너 이름이 뭐야?"

"덕자에요."

"예명 말고 본명."

"보, 본명요?"

"그래. 왜 촌스럽게 그딴 이름을 붙였냐?"

"절 지명하셨다고 들었는데…."

"누가?"

"저희 실장오빠가요."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한 번 불러봤지."

"아…."

"얼마나 좆같이 생겼으면 덕자인가 해서. 크크 덕자가 뭐야? 촌스럽게."

"…예?"

"근데 생각보다 반반하네."

"가, 감사합니다."

소연은 이것이 자기를 맥이는 것인지 칭찬하는 것인지 헛갈렸다. 하지만 이미 도훈에게 실수를 저지르면서 기선제압을 당한 터라 쉽게 대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본명이 뭐냐고."

"친해지면 알려드리면 안 될까요?"

"왜? 나랑 친해지고 싶어?"

도훈이 빈틈을 보이자 소연이 잽싸게 도훈의 팔에 팔짱을 키우며 들러붙었다.

"아잉, 전 오빠같은 상남자 스타일 좋아하거든요. 단골 만들면 저도 좋죠."

소연의 가슴은 상당히 커서 팔꿈치에 닿는 촉감이 묵직했다.

'오피년 아니랄까봐 빨통 하난 오지네.'

하지만 말의 태도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상남자라고 해놓고 속으론 쌍남자라고 생각하는 거 아녀?"

"아, 아니에요."

'귀신같은 새끼, 눈치 빠른 거 보소.'

"그리고 말이 단골이지 그냥 나한테 피 빨아먹겠다는 소리 아녀? 모기처럼. 너 그거 아냐? 피빠는 모기는 죄다 암컷인거."

"아잉 사장님도 참, 무슨 말씀을…."

그때 도훈이 돈가방을 만지작 거리며 물었다.

"너 근데 한 달에 얼마씩 버냐?"

"…예?"

"이 일해서 얼마나 버냐고. 갑자기 궁금해서."

도훈이 시건방지게 물었다. 자칫 자존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특히 수입에 대해 직접 묻는 것은 몸을 파는 창녀에게는 터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몸을 팔았다는 소리니까.

시종일관 저자세로 나가던 덕자도 슬슬 본성이 튀어나왔다.

"오빤 참 별 걸 다 문데. 그럼 오빠는 얼마나 버는데요?"

따지고 드는 소연의 태도에 도훈이 피식 웃으며 소파에 있던 가방을 테이블 위로 올렸다.

"열어."

"가방을요?"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이새끼? 남자 새끼가 뭔 이런 가죽가방을….'

덕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가방의 지퍼를 슬쩍 열었다.

"세, 세상에!"

가방이 옆으로 넘어지며 돈이 우르르 쏟아졌다. 5만원이 100장 묶음이 수십 개. 덕자는 생전 처음보는 거금에 눈이 돌아갔다.

"이거 다 오빠 돈이에요?"

도훈이 담배를 비벼 끄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지."

"아앙, 나 오빠 진짜 단골 만들어야 겠엉~"

덕자가 콧소리를 내며 도훈에게 육탄돌격했다. 덕자는 그제야 도훈의 정체에 대해 짐작했다.

'이제 보니 사채꾼새끼였네. 어디서 수금하고 왔나보지?'

첫 손님부터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기분이었다. 보통 저런 큰 돈이 생기면 자신에게도 뽀찌가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덕자가 아양을 떨며 달려드는데 도훈을 저지하며 물었다.

"잠깐."

"에, 에?"

"너, 이 돈 갖고 싶냐?"

< 1039. 남의 떡이 더 맛있어.-9-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얼마면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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