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5. 남의 떡이 더 맛있어.-5- >
골든 샤워.
어감은 좋은데 사실 너무나 쓰레기 같은 행위라 아무에게나 못할 짓이긴 하다. 문자 그대로 노란 오줌을 몸에 싸갈기는 거니까.
"고, 골든 샤워? 내가 생각하는 그거야?"
"그렇지. 누님도 아까 시원하게 쌌으니 나도 한번 싸봐야지 않겠어?"
"으으, 이상할 것 같은데…."
"괜찮아. 뜨뜻하니 좋을걸?"
어둠속에서 잽싸게 페니반을 치우고 덜렁거리는 대물 저격총을 정조준했다. 사람의 자존감을 극단적으로 깔아뭉개는 행위에도 정원의 목소리는 살짝 기대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아아, 이런 건 나 처음인데…."
'나도 처음이라고.'
[주인님은 정말 못 되 먹으셨습니다.]
'뭐래? 쓰레기 짓도 받아 줄 만한 사람한테나 하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교양 있는 사모에게….]
'교양 좋아하네? 굴욕당하는 걸 즐기고 자길 함부로 대해주는 남자에게 봇물 터지는 한낱 암컷일 뿐이야. 정원에겐 저게 쾌락인 거지.'
요도가 부풀었다.
참았던 소변을 정원이 누워있는 곳을 향해 힘껏 분사했다.
쏴아아아아!
"아, 아!!!"
정액과는 다른 질감. 체온을 닮아 온기가 있으며, 지린내가 나는 소변을 정원이 온몸으로 맞았다.
"거, 시원 하구만!"
"흐읏, 흣, 흑!"
어둠 속이라 보이지 않지만 사방으로 나의 오줌이 갈겨졌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그녀가 남자가 아니라 발기 상태로 불쑥 소변을 본다는 것이 굉장히 특이한 경우임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본래 사정과 방뇨는 길항 작용하는데 말이다.
오줌 샤워를 받아내던 정원이 소리쳤다.
"자, 잠깐! 얼굴로 튀어."
"그래? 아예 입에다 싸드려? 에잇."
대물을 살짝 들어 올려 발사각을 높였다. 보이지 않아 모르지만, 소변이 그녀 얼굴로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으엣, 이, 입에 들어가 버린다구!"
한바탕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고 나자 정원이 진저리를 쳤다.
"…으엑, 짜. 못살아 진짜."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창가의 암막 커튼을 활짝 걷었다. 빛이 다시 들어오자 정원이 두 팔로 햇볕을 가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몸뚱이에선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오줌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엉망진창이구나 진짜.
그러나 확실한 것은 그녀가 굉장히 만족했다는 사실이었다. 희열에 찬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저것은 결코 싫은 표정이 아니다.
"뭐야? 시트 다 더렵혀졌어."
정원이 뒤늦게 투덜거렸지만, 소소한 투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방뇨를 맞으며 극도의 수치심을 만끽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치우는 사람이 고생해 주는 수밖에. 먼저 씻어. 일단 시트라도 벗겨 놓을게."
정원이 샤워실에서 몸을 씻는 동안 뒷정리를 했다. 아무리 돈주고 빌린 공간이지만 침대에 오줌을 갈겨놓고 도망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대단하십니다. 정액 대신 오줌으로 대신하실 줄이야.]
'어차피 같은데서 나오는 건데 이걸 싸나, 저걸 싸나?'
[구멍이 다릅니다.]
'손잡이는 같잖아?'
나 역시 샤워를 마치고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왔다. 변상을 해주라고 하면 큰일인데 현금 결제를 했으니 뒷탈은 없을 것이다.
"근처에 분위기 좋은 까페 있는데 잠깐 들렀다 갈래?>"
"그러시던지."
차 두 대가 동시에 모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다시 까페에서 재회한 정원은 오줌을 맞은 주제에 뭐가 그리도 기쁜지 굉장히 들뜬 표정이었다.
"나 아까 엄청 흥분되더라."
"응?"
"아니… 너 오줌 받을 때 말이야. 실은 그런 건 상상으로만 해봤거든."
"실제로 해보니까 어땠어?"
정원이 끈끈한 눈빛으로 내 팔꿈치를 어루만졌다.
"최고였어. 김변하곤 비교가 안 돼."
"말이 나와서 말인데 누님. 김변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계획을…."
"상관없어."
"응? 설마 복수를 안 하겠다는 소리야?"
"아니. 복수해. 당연히 해야지. 하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까 어차피 그놈한테 관심 없다고."
"떡정이 어디 그리 쉽게 사라지나? 2년 넘게 몰래 만났다면서."
"그 새끼한테 바친 2년이 아까워 죽겠어. 쓰레기 같은 새끼."
정원은 김변의 '김'자만 나와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냥 네가 알아서 해. 난 너만 믿고 있으니까."
"…음.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그리고 나 이번 주말에도 시간 빌 것 같아."
"?!"
뭔 소리지 이건?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 했다.
내가 정말 자기 기둥서방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남편 또 출장 있거든. 그땐 좀 더 좋은 호텔로 가자. 여긴 김변이랑 자주 오던 곳이라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아."
"아… 저, 누님. 근데 내 시간이…."
"왜? 잔금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었어?"
잔금이란 의뢰금 3억 중 오늘 못 받은 1억을 말했다.
"그때까진 준비될 거야."
"음…."
[이거, 괜히 일만 복잡해 진 거 아닙니까?]
'그러게. 좆 맛 좀 보여줬다고 이렇게 찰거머리로 변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어쨌든 상대는 유부녑니다. 잘못 엮이면 골치 아파 질겁니다.]
'간통죄도 폐지됐잖아? 법적으로 문제만 안 되면 시스템에서도 제제 못하는 거 아냐?'
[하지만 만에 하나 걸려서 혼인 파탄의 귀책을 물을 경우 주인님의 학교생활이 위험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건 문제죠.]
'물론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1억이 작은 돈은 아닌데.'
[주인님에게 별 의미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아니. 내가 욕심나서가 아니라 OP걸 꼬시려면 현금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니.'
[흐음…. 안되면 정신조작은 어떠신가요?]
'그래 그게 좋겠다. 이쯤이면 상식개변 스킬을 쓸 호감도는 충분히 확보했겠지.'
나는 들러붙는 정원을 설득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기로 했다. 일정 호감도 이상의 상대에게 특별한 정언 명령을 주입시키는 상식개변 스킬 말이다.
"내 생각엔 말이야…"
시동어를 꺼내고 어떤 식으로 억압을 걸지 생각하던 차, 갑자기 로시가 소리쳤다.
[잠시만요! 중지! 중지! 당장 스킬을 멈추십시요!]
'왜 그래 갑자기?'
[죄송합니다. 혹시나싶어 업적을 검색해 봤더니 유부녀 관련 업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신조작을 걸게 되면 업적은 무효가 됩니다.]
'뭔데 그게?'
['그대 이름 바랄바람바람' 업적입니다. 디스플레이에 띄워드리겠습니다.]
68. 그대 이름 바람바람바람
(불륜관계의 여성의 호감도를 100으로 만들 시 달성)
-당신은 유부녀의 마음을 완벽히 훔쳤습니다.
-업적 보상 : 바람의 망토(ITEM), 반경 100M내로 점멸 가능
'엇, 이건 또 뭔데?'
[108개의 업적 중에 몇 안 남은 유부녀 관련 업적입니다. 미처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인공지능 이거 형편없구만? 이런 게 있었음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제 불찰입니다.]
'됐고, 그러니까 정원을 호감도 100으로 만들면 저 바람의 망토인가 뭔가를 받을 수 있다는 소리지?'
[네. 업적 성공 보상 아이템이니까요.]
'근데 점멸이 뭐지?'
[아…. 주인님 나이가…. 쉽게 말해 순간이동과 같은 기술입니다. 망토를 휘두르면 반경 100M 이내의 공간 어디로든 즉발이동이 가능합니다. 쿨타임이 완료된 1회에 한해서긴 하지만요.]
'오우, 완전 사기 아니냐?'
[그만큼 고급 아이템입니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한번은 목숨을 건질 수 있다는 거구만.'
[맞습니다.]
이건 무조건 받아야 한다. 또 최근 들어 업적 달성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레벨업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다.
"…자기 생각엔 뭐?"
"아냐. 당연히 시간 내야지. 우리 누님께서 보자고 하시는데."
"후후. 말 잘 듣네? 우리 도훈이."
정원은 어느샌가 내가 무척 편해진 모양이었다.
이름도 함부로 부르고 말이지.
"…뭔데 지금?"
최대한 띠꺼운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정원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고급져 보이는 얼굴에 당혹감이 드리운다.
"왜, 왜 그래? 내가 무슨 실수 했어?"
"누님은 내가 많이 편한가 봐? 그치?"
"부, 불편할 건 없잖아."
"난 말이야. 누가 내 머리 만지는 거 질색하는 사람이거든."
"미, 미안… 몰랐어."
안 그래도 사나운 인상에 눈알까지 부라리자 정원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커피잔을 든 손이 불쌍할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절대로 내 머리에 허락 없이 손대지 마쇼. 알았어?"
"아, 알았어… 미안해 도훈아. 그만 화 풀어."
"……."
기분이 상한 것처럼 일부러 대꾸도 없이 커피만 들이켰다.
[미쳤습니까! 휴먼! 갑자기 왜 발작을 하시고?]]
'아직 모르겠어?'
[네?]
'홍정원 말이야. 나를 왜 좋아 하는지.'
[왜라뇨? 당연히 대물에 중독….]
'그건 일부지. 무슨 자박꼼만 하면 헤벌레 해가지고 깜빡 죽을 까봐서? 세상에 그런 여자가 몇이나 있다고.'
[하지만 주인님께서 그러셨잖습니까? 정원 양은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몸 좋고 힘 좋은 주인님에게 푹 빠진 거라고요.]
'그건 맞지. 분명 김변의 대체제로 나를 고른 거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란 소리야.'
[그럼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지.'
[전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잘 보라고. 정원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아?'
[심부름 센터 직원?]
'그리고 또?'
[불법적인 일도 마다앉는 사람?]
'정답. 정원은 내가 범죄자일지 모른다고 생각할 거야.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심리와 똑같은 거지.'
[설마요. 그건 나쁜 남자 정도가 아니라 그냥 범죄잔데요?]
'그게 정원의 속성이야. 김변을 봐. 자길 강간한 놈이잖아. 술 먹고 뻗은 걸 모텔 업고가 홀랑 따먹었단 말이지.'
[그렇죠.]
'엄밀히 말하면 김변은 강간범이야. 변호사 이전에. 맞지?'
[그게 그렇게 되나요?]
'하지만 정원은 그런 김변에게 무려 2년간 헌신했단 말이지. 남편보다 더 떠받들면서.'
[확실히 이상한 심리군요. 보통은 화가 나야 정상인 것 같은데.]
'그렇지. 일종의 스톡홀롬 신드롬이랄까?'
[인질이 납치범에게 동화되는 증상 말입니까?]
'딱 맞아. 정원은 나쁜 남자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나쁜 놈에게 끌리는 거야. 왜, 옛날에 유명하던 범죄자들도 자길 숨겨주는 애인들이 늘 있었잖아. 그게 왜 그럴 것 같아.'
[주인님처럼 절륜해서?]
'아니지. 그런걸 은근히 좋하나는 여자들이 있는 거야. 남자가 범죄자라도 상관없다는 마인드.'
[으으,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정원은 내가 정말 배드가이기 때문에 끌리는 거야. 엘리트 변호사 김변에게 실컷 이용당했잖아. 무려 2년 넘도록. 그것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김변과 전혀 다른 나에게서 그 기억을 지우려 하는 거라고.'
[주인님이 정말로 범죄자라도 말이죠?]
'그렇지. 김변도 쓰레기였지만, 정원은 그런 김변에게서 헤어나지 못했어. 내가 아니었다면 단물 다 빨릴때까지 계속 이용만 당했겠지.'
[그러다 주인님이 나타나는 순간 갈아탄 거구요.]
'맞아. 정원이 나에게 푹 빠져든 건 내가 나쁜 놈이라서야. 나쁜 놈이라서 몸에다 잔뜩 낙서를 해도, 얼굴에 오줌을 뿌려도 용납할 수 있는 거지. 정원은 그런 남자에게 끌리거든.'
[이햐, 완전히 무슨 심리학 논문 한편 본 것 같군요.]
'어디 한번 봐봐. 호감도 몇을 기록하는지.'
[홍정원양의 정보창을 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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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홍정원 (비처녀, 24세 4개월)
나이 : 36 #유부녀 #일탈계 #메조히스트
호감도 : 87/100
개방성 : C
성감대 : 젖꼭지, 겨드랑이, 클리토리스
*애무 포인트 : 제대로 멋대로 대할 때 더욱 흥분합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임신확률 : 89%)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상당한 호감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피학적 성향의 여성입니다.
-평소엔 부잣집 마나님처럼 고급스럽고 도도해 보입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을 함부로 다뤄줄 거친 남자를 원합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강제로 당하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있습니다.
-그녀는 사납고 멋대로인 당신의 매력에서 헤어나질 못합니다.
-한 번 마음을 주면 간이고 쓸개고 모두 내줄 타입입니다.
-추천멘트 : "누님은 내 좆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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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역시 주인님 설명대로군요. 호감도가 벌써 80 후반이라니.]
'정원에겐 내가 이상형이나 마찬가지니까. 게다가 섹스까지 끝내주게 잘하니 오죽 좋겠어?'
[이번 업적을 수월하게 진행되겠군요.]
'그렇지. 앞으로 한 두 번만 더 만나면 호감도 100찍은 건 일도 아니야. 지금도 거의 대라면 벌릴 수준의 좆집이니까.'
"도, 도훈아…. 뭐라고 말 좀…."
계속 로시와 노닥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자 정원이 전전긍긍하며 꼼짝을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서 버림받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듯 보였다.
"이제 괜찮아졌어."
"아…. 다행이다 정말 미안해. 다신 허락 없이 그런 행동 안 할게."
"누님도 참 소심하긴."
"네가 아무말 없이 그런 표정 지으니까 너무 무서워서…."
"암튼 알겠소. 이번 주말이란 말이지?"
"으, 응. 남은 잔금은 그때까지 어떻게든 준비해 볼게."
"그럼 오늘 할 얘기 끝났네. 난 이만 일어나봐야 겠소."
"버, 벌써?"
"착수금을 받았으니 나도 할 일은 해야지. 그럼, 다음에 봅시다."
일방적인 작별 인사와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원과 헤어졌다. 내가 멋대로 행동할수록 그녀는 더욱 간절히 나에게 매달리게 될 것이다.
'바람의 망토는 이미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 1035. 남의 떡이 더 맛있어.-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