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040화 (1,007/2,000)

< 1023. 별이 쏟아 지는-83- >

안 그래도 큰 아영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확장되었다. 차량 사이로 도훈이 비릿하게 웃으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뭘 쳐다 봐? 너도 박히고 싶어?

라고 묻듯이.

아영은 순간 옴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는 훔쳐보는 자신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영은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온 몸이 덜덜 떨렸다. 궁지에 몰린 쥐가 된 기분. 숨던가 아니면 도망쳐야 하는데 딱딱하게 굳은 근육이 도무지 움직이질 않았다.

도훈은 그 와중에도 박음질을 계속 이어갔다.

본넷에 등지고 누운 4학년 선배를 신나게 따먹었다. 경사진 본넷 위를 수정의 몸이 오르락내리락 차량과 함께 흔들렸다.

"아앙! 하앙! 도, 도훈아 나 죽을 거 같아!!"

수정이 부끄러움도 잊고 비명을 토해냈다. 도훈은 수정의 비명에도 묵묵히 좆 대가리를 밀어 넣었다.

푸욱-

쿵!

푸욱-

쿵!

반복적이며 기계적인 피스톤 질에 아영이 경악했다.

도훈의 행위는 명백한 무력시위였다.

보아라.

내가 이 정도다, 라는.

아영은 그제야 자신이 덫에 걸렸음을 깨달았다. 이는 자신의 관음증이 아니었다. 바로 도훈의 노출증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자신의 접근을 알고 있었다. 중간 중간 그가 아무렇게 내뱉었던 말들은 자신을 향한 비아냥거림이었다.

-여기 누가 온다고 그래. 이 시간에? 바람 통하게 네 쪽도 열어버려.

-어차피 아무도 없을 텐데, 뭘. 설마 누가 쥐새끼처럼 훔쳐보고 있을까봐?

'…알고 있었다고!?'

그제야 아영은 자신이 처음 차에 다가갈 때 잠깐 흔들림이 멈췄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때부터였구나! 내가 훔쳐보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보란 듯이….

"하아아아앙! 도훈아, 나, 나 갈 것 같아."

"그래? 그럼 보내드려야지."

도훈은 여전히 아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본넷에 누워있던 수정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도훈의 절기 중 하나인 들쳐 박기를 시작했다.

쿵-떡 쿵!

쿵-떡 쿵!

수정을 감싸 안은 도훈이 힘차게 들었다 매치기를 반복했다. 트렁크 위로 살짝 머리만 내밀고 있던 아영에게 씨알 굵은 대물이 구멍 속으로 게 눈 감추듯 사라지는 장면이 똑똑히 보였다. 도훈이 일부러 살짝 옆으로 몸을 비튼 자세였기 때문에 삽입 장면이 온전히 드러났다.

'저, 저렇게 커다란 것이 끝까지!'

아영은 눈으로 보고도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애액에 번들거리는 대물이 뽑힐 것처럼 밖으로 뽑혀 나왔다가, 다시 수정의 질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때마다 들쳐 안은 수정의 몸이 위아래로 크게 들썩였다.

"하악, 하악, 도, 도훈아, 흐아아아아앙!"

주륵-

훔쳐보던 아영의 팬티 속에서 애액이 줄줄 흘렀다.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사타구니를 더듬더니 바지 밖으로 흥건히 묻어나온 애액의 양에 놀라 까무러쳤다.

'왜, 왜 이러지? 내 몸이….'

단지 섹스를 훔쳐봤다고 이렇게 될 리 만무했다.

아영의 몸은 원하고 있었다.

도훈의 씨알 굵고 큼직한 것이 수정에게처럼 자신의 몸이 들어와 주기를.

'아, 안 돼!'

아영은 더 지켜 보고 있다간 큰 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도망치는 아영을 보며 도훈이 가소롭다는 듯 비웃었다. 수정은 완전히 등진 자세였므로 그녀의 뒤통수만 보일 뿐이었다.

차량에서 벗어난 아영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시골길을 마구 내달렸다. 잠시 후 귓가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마을을 벗어나 해변가에 다다른 것이다.

아영은 등판이 흠뻑 젖은 자신을 발견했다.

식은땀으로 인해 앞머리가 미역처럼 들러 붙어있었다.

'내, 내가 대체 뭘 본 거지?'

믿을 수 없었다.

아영은 악마라도 본 기분이었다. 악마와 악마에게 매혹당해 몸을 바치는 의식을 본 것 같았다.

'이도훈… 그는 대체….'

겨우 숨을 돌리던 아영이 무심결에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넣었다. 여전히 축축했다. 온 몸에 흘린 땀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촉감이었다. 젖은 것을 확인한 아영이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하아-. 이게 뭐람…."

아영은 분명 그럴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었다. 도훈의 비행장면을 현장에서 적발하고 싶었고, 그에게 창피를 주고 싶었다. 그를 곤란하게 만들어 자신의 통제력 안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훈은 미끼를 뿌렸고, 아영은 걸려들고 말았다.

지독한 늪과 같은 수렁 속으로.

'가만, 도훈은 분명 내가 오는 걸 알고 있었어. 대체 어떻게?'

뜨거웠던 몸이 식자 아영은 의문이 들었다. 도훈은 어떻게 자신의 접근을 눈치 챘을가하는 점이었다. 트렁크 뒤에 숨은 자신을 보던 도훈의 눈빛은 명백한 도발에 가까웠다.

'족므도 놀라지 않았어. 내가 빤히 쳐다보는데도.'

오히려 그는 아영이 보는 앞에서 더 힘차게 박음질을 이어갔다. 자신의 대물을 과시하듯이.

도훈의 대물을 떠올리자 다시 아영의 팬티가 축축해졌다.

만지지도 않았는데도 상상하는 것만으로 심장이 빨라졌다.

'크흣. 그, 그런 징그런 물건을….'

아영은 도훈이 차량에 달린 사이드 미러로 우연히 자신을 본 것이라 결론 내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괘씸한 것은 들킨 줄 뻔히 알면서도 섹스를 밀어붙이는 그의 배짱이었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조용히 입 다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영이 허탈하게 웃었다.

얕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불쑥 승부욕이 솟구쳤다.

"…나를 우습게 보고 있어."

아영은 당장이라도 민박집으로 달려가 만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도훈이 차에서 몰래 섹스를 했다고. 그것도 사귀지도 않는 여자랑. 과에서 당한 애들이 한두명이 아니라면서.

하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던 아영은 갑자기 의기소침해졌다.

'근데 도훈이 강제로 한 것도 아니잖아?'

아영은 똑똑히 들었다.

수정의 행복한 목소리를.

그녀는 간만에 임용공부의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고 했다. 이는 도훈과 자주 보는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반증임과 동시에, 두 사람이 가끔 만나 육체적인 쾌락만 즐기는 섹파라는 증거였다.

'섹파라….'

수정은 도훈에게 기만당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저 섹스 파트너였고, 오랜만에 재회해 회포를 풀었을 뿐이다. 이를 사람들에게 공개한들 도훈을 매장시킬 수 있을까? 아니 그를 매장시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다른 여자들과도 수정과 같은 관계가 아닐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도훈이 바람둥이며, 다른 여자랑 자기도 하면서 자신과 만난다는 사실을.

그것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것이다.

'그게 소름끼치게 좋아서?'

분명 수정은 오르가즘을 느꼈을 것이다.

헐떡거리던 그 숨소리는 연기로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훔쳐보던 자신마저 흠뻑젖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섹스였다. 도훈은 그런 짓을 일상처럼 손 쉽게 벌이는 것이다.

만약 도훈이 모든 여자들에게 그런 만족감을 준다면?

사귀지 않아도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자기만 입 다물면 누구나 꿈꾸는 멋진 사내와 가끔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어쩌면 나만?'

고민에 빠져있던 아영은 이상한 결론에 다다랐다.

영특했던 두뇌가 격정으로 혼란을 일으키며 이상한 피해의식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설마 이도훈이 나만 따 시킨거야? 모두가 짜고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거라고?'

한때 추리소설 마니아였던 아영은 중학교 시절 읽던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오리엔탈 특급열차]를 떠올렸다.

장시간 운행되는 열차 안에서 누군가 살해당하지만, 아무도 범인을 목격한 사람 없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설마 모두가 공범이란 소린가?'

아영은 순간 소름이 돋아 두 팔로 스스로를 감싸 안았다.

바닷바람이 유난히 서늘하게 느껴졌다.

'그래. 이제 알겠어. 이도훈이 제멋대로 사라지고, 아무나 따먹고 다니는데도 누구도 의문을 품지 못했던 이유를! 모두가 공범이었던 거야!'

아영은 영화 [트루먼 쇼]처럼 자신이 거대한 연극판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진실을 눈 감은 채 외면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참가자들의 암묵적인 승인하에 이루어진 행위였고 자신이 뒤늦게 그 속으로 휘말린 것 뿐이었다.

마침내 진실을 깨닫게 된 아영이 두 주먹을 부르르 쥐었다.

"이게 무슨 대학이야! 이건 그냥 짐승의 왕국이잖아!!!"

혼자 착각으로 울부짖던 아영이 성난 표정으로 민박집으로 달려갔다. 울컥하는 마음에 당장이라도 술상을 뒤엎고 싶었지만, 숙소로 돌아가면서 곰곰이 따져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근데 정말로 모두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걸까?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만약 이도훈이 학과내 '공공의 좆'이라면 보안이 무엇보다 생명이다. 일본 망가에나 나오는 공공변소9육변기)의 남자 버전인 셈이니까.

'하지만 대부분 이도훈을 존경하는 눈빛이었다고.'

회장에 올랐을 때 학생들이 보여준 반응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는 진짜로 인기가 좋았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모두가 경청했다. 만약 그가 공공변소에 가까운 인간 딜도라면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는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아니야. 내가 흥분해서 성급하게 결론 내린 거 같아. 어쩌면 내가 틀렸을지도 몰라.'

아영은 평소에도 침착하고 분석적인 성격이었다.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추기를 싫어했고, 확증 편향을 늘 경계했다.

'근거, 팩트. 확실한 게 필요해. 이건 나의 억측일 뿐이야.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납득하기 위해 논리를 끌어다 쓴 것뿐이라고.'

범인은 모두가 공범.

이것은 추리소설에는 참신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종의 사고 실험이다. 끼워 맞추면 모든 음모론에 들어갈 수 있는 허울뿐인 만능키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헛다리 짚었어. 이도훈은 공공재가 아니야. 아니 실제로는 공공재처럼 굴지만, 당사자들은 대부분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확률이 오히려 더 커.'

아영은 추리를 이어갔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불가해한 방식으로 모두의 눈과 귀를 속인 걸 수도 있어. 뭔가 알 수 없는….'

아영은 그 비밀이 뭔지 궁금했지만 도무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숙소에 거의 도착한 아영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알아내고 말겠어. 이도훈의 비밀. 그가 어떻게 해서 난봉꾼처럼 살면서도 학과에서 절대 걸리지 않는지를.'

이는 아영의 자기합리화였다.

도훈에게 다가가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변명에 불과했다. 어쨌든 다시 술자리로 복귀한 아영은 도훈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동기가 잠시 사라졌다 돌아온 아영을 향해 물었다.

"응? 박아영. 어디 갔었어? 웬 땀을 그렇게…."

"아…. 좀 몸이 찌뿌둥해서 운동 좀 하고 왔어."

"이 밤에? 어딜 가서?"

"그냥 바닷가엘 좀."

"위험해. 아무리 관광지라도 밤에는 사람도 잘 안다니는데. 다음부턴 애들하고 같이 가자고 해."

"응."

얼렁뚱땅 넘기면서 아영이 도훈을 힐끔거렸다. 섹스 중 눈이 마주친 도훈이 돌아온 자신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도훈은 아영을 보고 씩 웃더니 한마디 했다.

"더워 보이는데 시원하게 맥주 한 잔 줄까?"

"……."

아영은 도훈이 갑자기 말을 걸지 몰랐으므로 대답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도훈이 뒤이어 덧붙였다.

"…흠뻑 젖은 거 같은데 말잊."

그 말을 하던 도훈이 위아래로 아영을 훑었다. 아영은 대번에 그것이 자신을 희롱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 날 놀리고 있어.'

"고마워요."

"별말을."

"선배님은 정말 후배위하는 선배님이시네요. 후배위하는."

아영도 지지 않고 거들었다. 도훈의 뒤치기를 목격했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도훈도 맞받았다.

"후배도 위하지만 선배도 늘 위하지. 과 회장은 두루두루 챙겨야 하니까. 안 그래?"

오수정이 4학년 졸업반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꾸였다.

'이이! 뻔뻔한 자식. 방금 전에 그렇게 음란한 짓을 하고 와놓고.'

아영이 이를 부득 깨물었다. 어떻게든 도훈을 창피주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 우리 후배님 수분 충분히 채우시라고."

도훈이 맥주를 콸콸 따랐다. 멈추지 않고 따라진 술은 금방 맥주잔을 넘치고 말았다.

"아이코, 이런. 줄줄 넘치네."

"…괘, 괜찮아요."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아영이 보기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 계속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흠뻑 젖었다는 것부터 줄줄 넘친다는 말까지.

오로지 아영을 희롱하기 위한 멘트였다.

'나쁜 새끼. 두고 봐. 내가 저….'

아영은 무심결에 도훈의 바지춤을 쳐다보다가 흠칫 놀랐다. 반바지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일부러 세운 것도 아닌데, 밖으로 윤곽이 보일만큼 거대한 물건이었다.

'저, 저건….'

순간 아영의 눈앞에 잔상처럼 우뚝 솟은 대물이 떠올랐다.

힘줄이 돋아난 몽둥이 같은 그것.

수정을 본 넷 위에 눕혀놓고 사정없이 폭격하던 그것.

그때 도훈이 아영에게 뭔가를 불쑥 내밀었다.

"이거 안주해."

아영은 순간 놀라서 술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눈앞에 정말로 대물이 나타난 것이었다.

"아, 아니!"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것은 숯불에 구운 커다란 소시지였다. 바나나처럼 휘고 칼집이 난 그것은 마치 도훈의 육봉을 닮아있었다.

"뭘 그렇게 놀래니? 소시지 별로 안 좋아해? 좋아 할 줄 알았는데."

도훈이 무심하게 말했다.

< 1020. 별이 쏟아지는-83-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공공의 좆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