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1. 별이 쏟아 지는-81- >
도훈이 일부러 소주를 적게 따르자 아영이 대번에 불평했다.
"끝까지 채워줘요. 벌주가 담겨있던 만큼."
"어, 그건 좀 많던데…."
"상관없어요."
아영은 절대 도훈에게 빚지기 싫다는 마인드였다.
'흥, 대신 흑기사 해주면 내가 감동할 줄 알았나 보지? 웃기시네.'
아영은 술이 센 편이었으므로 벌주로 준 글라스 소주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생김새와 달리 화통한 모습에 동기들이 아영의 이름을 계속 연호했다.
"박아영! 박아영!"
"와, 아영이한테 저런 면이 있었어?"
"암, 그래도 체육과 곤조가 있지."
아영은 글라스를 끝까지 비운 뒤 확인사살을 하듯 빈 잔을 머리 위로 뒤집어 탈탈 털었다. 그 모습이 몹시 깜찍했으므로 남자 동기들 몇몇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존예다, 진짜.'
'저 정도면 정음이랑 맞먹는 거 아냐?'
'앞으로 얼굴 자주 봤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태영은 그녀의 곱상한 외모에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동기들이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살짝 두렵기까지 했다.
'아영이가 생긴것만 청순하지 실제로 얼마나 표독스러운 앤 줄 모르는구나.'
태영은 어젯밤 그녀에게 수작을 거다 크게 데인 적이 있었다. 저 곱상한 얼굴에서 쏟아져나오는 독설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얼굴이 다가 아니야. 여자는 성격이 착해야지.'
물론 그런 생각마저 부질없다는 생각에 태영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번 여름방학 중 자원입대를 결심했기 때문이었다.
'에이, 내 주제에 여자는 무슨. 그냥 군대나 가야지.'
술을 모두 비워낸 아영을 보고 도훈이 말했다.
"잘 마시네. 암튼, 1년간 집행부 잘 부탁한다. 너희들도 열심히 도와줘."
"네, 회장님."
"야, 아직은 회장 아니지 않나?"
"뭘? 내일부터 회장님인데. 몇 시간 남지도 않았구만."
그 말에 도훈이 시각을 확인하는데 어느덧 밤 10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이크, 서둘러야겠다. 캠프 끝나기 전에 미션을 완수하려면.'
2박 3일의 캠프는 내일 오전 부로 종료 된다.
아침은 대충 라면으로 때우고 바로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므로, 실제로 그에게 남은 시간은 지금부터 새벽녘까지가 전부였다.
'서현이까지 마무리했으니 이제 남은 인원이 정음이, 수정이, 그리고 민주인가?'
[끝이 보이기 시작하빈다. 근데 정력이 버티시겠습니까?]
도훈은 오늘만 세 번의 섹스를 끝냈다.
대낮에 민주의 방에서 나연이랑, 술사러 나가면서 차에서 연두랑, 그리고 방금 전 폐축사에서 서현과. 평소의 정력으로 볼 때 하루 3번이면 슬슬 힘이 빠질 만도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는 3명이나 남아 있었다.
'젠장 하필 남은 멤버가 하나같이 만만치 않네.'
마조히스트 민주와 임용 준비 때문에 성욕에 굶주려 있는 수정. 그리고 옹녀의 환생이라고 불러도 좋을 끝판대장 육정음까지. 도훈이 이를 꽉 깨물었다.
'무조건 해내야지. 이것 때문에 연두랑 서현이는 후다닥 해치웠으니까.'
도훈은 일부러 앞의 멤버를 상대할 때 힘을 아꼈다.
평소 같으면 삽입 1시간도 거뜬했지만, 공간의 제약을 핑계삼아 10분 내외로 마무리했다. 당사자들에겐 아쉬웠겠지만, 후일을 도모키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도훈은 다음 순번을 정하기 위해 고심했다.
'역시 정음이를 맨 마지막으로 해야겠지?'
[육정음양요?]
'알다시피 정음이는 남자 기 빨아 먹는 타입이야. 아마 정음이를 먼저 해치웠다간 내가 나가떨어질 걸?'
[그럼 누구를….]
'민주는 새벽에 따로 방에서 보기로 했으니, 수정이부터 해치워야지. 근데 단 둘이 나갈 명분이 없네.'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 몸가짐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도훈은 마지막으로 남은 8선녀 멤버인 정음에게 다가가 술을 따르며 넌지시 사연을 보냈다.
"정음이는 오늘도 끝까지 달리는 거야?"
"네, 마지막 밤이니까요."
"그래. 같이 한 번 완주해보자. 단 둘만 남을 때까지."
"네, 선배. 회장 되신 거 축하드려요."
"앞으로 많이 도와줘."
"넵."
정음에게 암시를 주고 다시 원래 자리로 복귀한 도훈은 전임 집행부들과 어울렸다. 자리에 있던 수정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도훈에게 물었다.
"후배들 잘 챙기고 왔어?"
"응. 1년간 잘 부탁한다고 술 한잔 씩 따라줬어."
"잘했어. 근데 총무는 누구한테 맡길 예정이야?"
"총무?"
"돈 관리하는 애는 있어야 하니까."
수정은 본인이 집행부 때 역할이었으므로, 자신의 후임자가 궁금했다. 도훈도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쉽게 대답을 못했다.
"글쎄, 누굴 시켜야지 잘 하려나?"
"애들 중에서 성격 꼼꼼하고 계산 빠른 애 없어?"
"음…."
수정의 조언에 도훈은 누구를 고를지는 정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총무에 어울리지 않는 후배들은 추려낼 수 있었다.
'연두랑 나연은 놀기만 좋아해서 안될 것 같고. 정음이랑 경희는 아무래도 계산이 느리고.'
[그럼 희주양은요?]
'양희주? 쟤 평소 씀씀이 보면 빵꾸나 안 내면 다행이지.'
[그럼 남은 멤버는 효민양과 서현양, 그리고 아영양이 남는 군요.]
'아영이는 속을 모르겠어. 머리는 잘 돌아갈 것 같긴 한데, 나를 도와 열심히 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효민이랑 서현이 둘 중 하나를 골라야지.'
[그렇다면 서현양이 적격이군요. 꼼꼼하고 머리도 제법 잘 돌어가니까요.]
'역시 그렇지?'
"아마도 서…."
도훈이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데 수정이 대뜸 끼어들었다.
"이런이런, 이래서 회장 일 잘 하겠어요, 성수 오빠?"
"이제 시작인데 뭘. 집행부 구상은 좀 느긋하게 해도 돼."
"돈 관리 직접 안 하셔서 잘 모르나 본데 총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예산 빵꾸 나면 나중에 행사도 제대로 못 치러요."
"물론 그렇긴 한데, 이제 막 인수인계받는 중이니까…."
"에잇, 기분이다. 이도훈 잠깐 나좀 봐."
"어딜?"
"내가 뽑는 거 도와준다고. 1학년 애들이 누가 잇는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유난히 오버를 떠는 수정의 모습에 도훈도 곧 그녀의 속셈을 간파했다.
'나를 따로 끌어내려는 거구나. 머리 좋네.'
[수정 양이 잔머리를 굴리는 군요.]
"그래. 알았어."
수정의 강구너에 도훈이 술자리에서 일어섯다. 그리고는 곳곳에 흩어진 후배들을 한 명씩 가리키며 수정에게 안내했다.
"저기 반팔 티 입은 애가 연두고, 그 옆이 나연인데…."
"넌, 씨, 눈치도 없냐. 적당히 밖으로 나가."
"응?"
"담배 한 대 피우고 오는 척 밖으로 나가라고. 나도 화장실 가는 척하고 뒤 따라 갈테니까."
애초에 수정은 차기 총무 보직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둘이 빠질 명분을 제공했을 뿐.
도훈이 알겟따면서 민박집 밖으로 나가 담배를 태우고 있자, 곧 이어 수정이 후드를 쓴채 따라나왔다.
"얼른 차로 가자."
"지금?"
"시간 없다고!"
"나 참."
도훈과 수정은 그대로 민박집 뒤편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키가 여전히 도훈에게 있었으므로 그가 차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정이 보조석으로 쪼르르 동승했다.
차로 들어오자 바깥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잦아들었다. 특히 주차장은 민박집의 정문과 반대편에 있었으므로 누군가 일부러 뒤로 돌아오지 않은 한 보이지도 않는 장소였다.
"휴, 겨우 빠져나왔네."
"차기 총무 뽑는 거 도와준다면서?"
"그런 건 알아서 하시고요. 지금 그게 중요하니?"
"와, 너 진짜."
"나 아까부터 엄청 참았거든? 간만에 술 마시니까 더 꼴리잖아."
후드를 벗는 수정의 얼굴이 유난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도훈은 문득 수정과 처음 관계를 맺던 날 기억이 떠올랐다.
'맞다. 그때도 대면식 날 술 먹고 수정이 집에 바래다주다 유혹했었지?'
[네, 집에서 라면 먹고 가라면서요.]
'수정이도 혹시 취기가 오르면 성욕이 같이 오르는 타입인 걸까?'
[글쎄요. 어쨌든, 많이 굶주린 건 사실이니까요.]
수정이 대뜸 물었다.
"솔직히 몇 몇이야?"
"응?"
"나 공부하는 사이 만난 여자 말이야."
"별걸 다 묻네. 그게 왜 궁금한데?"
수정이 도훈의 지퍼를 끌어내리며 말했다.
"왜? 섹파로서 궁금할 수도 있지. 아무렴 내가 금욕생활 했을까봐서?"
"나참. 그럼 넌 몇 명인데?"
"뭐?"
"너도 잘 못 참잖아. 안 그래?
수정이 갑자기 주먹을 쥐더니 도훈의 복부를 갈겼다.
퍽-
"윽! 뭐야? 왜 때려?"
"야. 나도 할 땐 하는 주의거든? 내가 설마 공부하는 중에 딴 놈 만났을 까봐서 묻냐?"
"너는 물어봐 놓고 나는 질문도 안 돼?"
"너는 진짜."
수정이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팬티 속에 대물을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말했다.
"크다고 유세 떠는 거야? 응? 이것만 크면 다야?"
지퍼 밖으러 끄집어 나온 대물은 어느새 단단히 발기되어 있었다. 핏줄까지 돋아난 대물이 껄떡이는 모습에 수정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다고."
"왜 나 때문이야?"
"그럼 너 때문이지. 4학년 때 맘잡고 공부만 하려고 했는데, 너 때문에 맛을 알아버렸잖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먼저 꼬셨나. 지가 라면 먹고 가라고 했으면서."
"그럼 라면만 먹지 왜 나까지 따먹어?"
"더 맛있는 게 있는데,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있나."
"우씨, 말이나 못 하면."
수정이 눈을 흘기더니 대물을 손으로 잡고 귀두를 빨기 시작했다. 다짜고짜 들어오는 오랄에 도훈이 운전석 의자를 최대한 뒤로 밀치며 등받이를 눕혔다.
'아, 서현이랑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빨리네.'
[정말 마를 날이 없군요, 주인님의 대물은.]
'그러게 말이다. 얼마나 쥐어 짜져야 이 미션이 끝날지.'
수정은 간만에 본 도훈의 대물에 잔뜩 흥분해서 힘차게 대물을 빨았다. 동시에 자신의 손을 가랑이 사이로 넣더니 옷 위로 소중한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아아, 좆나 빨고 싶었어."
"뭐야. 너 취했냐?"
"생리 가까울 때마다 이게 눈 앞에 아른거려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너야 뭐 다른 여자 또 만나면 그만이자만, 난 이제 이거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게 되버렸단 말이야."
"얼씨구. 말은 고맙네."
"가슴 만져줘."
수정이 엉거주춤 엎드려 대물을 빠는 사이 도훈이 목덜미 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젖가슴을 어루만졌다. 단단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일품인 수정의 가슴은 오랜만에 만져도 촉감이 좋았다.
"커졌어?"
"몰라. 생리할 때 다 되긴 했어."
"그래서 꼴렸구만?"
"그래. 하고 싶어 죽겠더라. 안 그래도 땡겼는데 차기 집행부 방문하러 간다니까 니 생각만 나는 거야."
"내가 회장 될 줄 알았어?"
"아니. 어쨌든 태안에 오면 네가 있다는 거잖아. 히히."
수정이 배시시 웃었다.
미션 때문에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수정의 간절한 모습을 보니 간만에 시원하게 뚫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자리로 넘어갈래?"
"응?"
"차에 썬팅이 약해서 혹시 누가 오면 보일 거 같아서. 그나마 뒤가 안전하지 않을까?"
"그러자."
수정과 도훈이 차량 뒤로 넘어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
'또 사라졌어.'
내내 도훈을 감시하고 있던 아영은 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응? 아영이 어디가?"
"화장실 좀."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도훈을 찾아 나선 아영이 민박집 밖으로 나갔다. 아까부터 계속 도훈을 주시하고 있던 터라 그가 마지막에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얼큰하게 취했기 때문에 사람 하나 잠시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영은 도훈이 전체 술자리에서 이따끔 사라진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어디로 갔지?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수정은 도훈의 뒤를 따라 나간 후드를 뒤집어 쓴 여성을 떠올렸다. 분명 같은 동기는 아니었다.
'대체 이도훈은 몇 명을 건드리는 거지?'
아영은 도훈의 뒤를 쫓으면서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비행을 포착해 어떻게든 그를 압박하고 싶을 뿐이었다. 뻔뻔한 그의 성격에 그런 협박이 먹힐지는 모르지만, 현장을 적발당해도 과연 오리발을 내밀 수 있을지 궁금했다.
'어디로 갔을까? 분명 마땅한 장소가 없을텐데.'
아영은 어제 도훈이 효민의 팬티를 벗겼던 해변을 먼저 떠올렸다.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던 아영이 문득 멈춰섰다.
'아니야. 거긴 너무 멀어. 분명 회장 취임을 축하한다고 찾는 사람도 많을텐데 거기까지 다녀올 시간은 없을 거야. 그럼 어디지?'
아영이 추리를 시작했다. 길바닥에서 할 리가 없으니, 분명 장소가 있을 것이다. 민박집 밖에 있으면서도 섹스를 할 수 있는 장소.
아영은 순간 그가 시내를 갈 때 타던 차를 떠올렸다.
'차구나!'
아영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차장의 위치는 민박집 뒤편에 있었다. 사실 주차장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것이, 시골 노지에 대충 땅만 평평하게 골라 놓은 정도였다.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고 마는 허접한 공터.
아영이 긴장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을 옮겼다.
차가 보이기 시작하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 차다. 흰색 중고 세단.'
멀리서 보는데 차량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다. 시동도 걸지 않은 차의 움직임치고는 너무나 격렬했다.
'이도훈이 저기 있구나!'
아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 1021. 별이 쏟아지는-81- > 끝.
ⓒ 성난불기둥
작가의 말
왜 나한텐 안 박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