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7. 별이 쏟아 지는-47- >
"오빠 손 되게 따뜻하다."
"그래?"
"네, 겨울에 잡으면 손난로 같아서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여름에는 별로라는 말 아니야?"
"괜찮아요. 제가 차가우니까요."
"어?"
"여름엔 시원한 여자가 인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헤헤."
효민이 혀를 빼꼼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색드립에 당황했지만, 도훈은 순진한 척 되물었다.
"무슨 뜻이야 그게?"
"에에? 오빠 정말 몰라요?"
"어. 손이 차갑다는 의민가?"
"아뇨. 손만 차가운걸로 되겠어요? 몸이 차야죠."
"몸이? 무슨··· 아··· 아이고, 난 또."
도훈이 멋쩍은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효민은 도훈이 의외로 쑥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계속 물었다.
"이해했어요?"
"뭐 대충은."
"무슨 뜻인데요?"
효민이 자꾸 도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깔짝거렸다. 단둘이 있다고 이젠 대놓고 도훈에게 혹심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진짜로 이해한 거 맞아요?"
"왜 자꾸 물어?"
"오빠가 너무 쑥쓰러워하는 것 같아서 재밌어서요."
[와, 순진한 연기도 잘하시는 군요.]
‘내가 은근 연기파거든 또.’
"민망하다야, 너랑 이런 얘기 하니까."
"뭐 어때요?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니고. 오빠도 나도 둘 다 성인이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도···."
"풉-. 오빠 혹시 숫총각은 아니죠?"
"어?!"
도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도없이 여자를 따먹고 다니던 카사노바라곤 믿을 수 없는 연기였다.
"야, 야 갑자기 무슨 그런 질문을···."
"오빠가 너무 당황하니까 그랬죠. 진짜에요?"
"노코멘트 할게."
"와! 대박. 진짜구나."
"아니 왜 그런 게 궁금한데?"
"이상하잖아요. 오빠는 겉모습만 보면 여자들 엄청 후리고 다닐 것 같은데···."
"에이, 무슨 또 말도 안되는 소릴."
"저도 실은 오해했거든요. 오빠가 바람둥인 줄 알고."
"아니야."
"그런 거 같아요. 오빠 이번에 전장 받으셨다면서요. 과 수석. 공부 엄청 열심히 하셨나 봐요?"
"그냥 최선을 다하는 거지."
"그러니 연애할 시간이 없겠죠. 맨날 집이랑 학교, 도서관만 다니실 테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진짜로 여자에 관심 없다니까?"
"여자한테 관심 없는 남자 어딨어요?"
"있을 수도 있지."
"안 그런 거 같은데요?"
"왜 자꾸 그런 말을 해?"
효민이 베시시 웃더니 눈짓으로 도훈의 바지를 가리켰다.
"그거 보고요."
"뭐? 어, 엇 너 어딜 봐?"
"안 봐도 보이는데요 뭘."
도훈이 급하게 잡던 손을 놓고 가랑이 사이를 가렸다.
그의 대물이 살짝 부풀어 바지위가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이건 진짜 오해야."
"무슨 오해요? 제가 잘 못 본거 아니죠?"
"아니 그게 아니라···."
[설마 일부러 세우신 겁니까?]
‘어.’
[왜요?]
‘그래야 효민이가 수작을 부릴테니까.’
[수작요?]
‘손만 잡아도 꼴리는 남자. 얼마나 순진해 보이겠냐?’
[와, 진짜 주인님 잔머리는···.]
효민은 도훈이 부끄러워자 더욱 몰아붙였다.
"혹시 저 때문이에요?"
"아, 아냐. 그런거."
"맞잖아요. 제가 손잡아서?"
"너 왜 자꾸 그런 걸 물어, 사람 민망하게."
"궁금하니까 그쵸."
"뭐가?"
"···오빠가요."
효민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도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달빛을 등진 그녀는 몹시도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초롱초롱 뜨며 물었다.
"나, 오빠가 궁금해요."
"효, 효민아."
"오빠. 아까 1학년에서 오빠 좋아하던 사람이요, 바로 저였어요."
"아, 아니 효민아···."
도훈이 난처한 듯 시선을 피하자 효민이 계속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오빠보고 나 좋아해 달라는 의미는 아니니까. 그냥 오빠한테 제 마음 전하고 싶었어요."
"아니 왜 날···."
"제가 오빠 좋아하면 안 되나요?"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너무 갑작스럽고···."
"피-. 오빠 눈치도 너무 없다, 정말."
"눈치라니?"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손 잡아 주는 여자가 세상에 어딨어요? 당연히 마음이 있으니까 허락한거지."
"그랬어?"
"오빠는 진짜 보기보다 너무 순진하신 것 같아요."
"아, 아니야."
효민이 얼굴을 붉히더니 사타구니를 보며 말했다.
"무척 건강한것도 같고."
"아, 앗 이건."
[아주 진짜 지랄을 하시는 군요.]
‘너무 가증스럽냐?’
[뻔뻔함이 극치에 달했으니, 신께서 노하실 정돕니다.]
‘그 정도면 정말 엄청난 칭찬이군.’
"미안해. 이건 나도 모르게···."
"이해해요. 나 사실 별로 안 순진해요."
"네가?"
"네. 저 고등학교 때부터 남자친구 있었어요."
"아···."
"안 그렇게 생겼어요?"
"아, 아니. 예쁘니까 뭐."
"암튼 그때 남친이랑은 잠깐 사귀다 헤어지긴 했는데···. 걔가 딱 오빠처럼 그랬거든요."
"어떤?"
"저랑 손만 잡아도 꼴린다고."
"으읏. 야 너 어떻게 그런 말을···."
"많이 힘드세요?"
효민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도훈은 움찔하며 두 걸음 물러섰다.
적극적인 효민 앞에서 최대한 발빼는 연기를 하는 도훈이었다.
"뭐, 뭐가."
"그때 남친 말로는 계속 그 상태로 있으면 되게 아프다던데?"
"아, 아니야. 괜찮아. 정말로."
"그때 걔가 막 그러더라고요. 다섯 시간쯤 같이 데이트 했나? 나랑 손만 잡아도 너무 힘들다면서···. 나중에는 부탁을 하더라고요."
"무슨 부탁?"
"한번만 빼달라고."
"헉! 지, 진짜로?"
"네. 부탁이니까 한 번만 도와달라고."
"그래서 뭐랬어?"
"제가 어땠을 것 같아요?"
효민이 다시 얄밉게 웃더니 도훈의 주위를 돌았다.
마치 장난기 많은 소녀처럼 도훈을 골리는 데 재미를 붙인 것 같았다.
"모, 모르지 난."
"빼줬어요."
"으악!"
"말했잖아요. 나 하나도 안 순진 하다고."
"아, 아니 그런 얘기를 왜 나한테···."
"그때는 남자친구였으니까요."
"그럼 고등학교 때···."
"네."
"음···. 그, 그렇구나."
"오빠 혹시 처녀 아니면 싫고 막 그런 거 아니죠?"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그런 남자들도 있잖아요. 뭐라더라? 처녀충?"
"아, 아니야 그런거."
효민이 민망한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는 지들은 뭐 다 숫총각인가? 근데 막 문란하게 논 것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으, 응."
"오빠는 근데 왜 안 했어요?"
"뭐가?"
"군대 가지 전에 씨씨 하셨다면서요."
"그때는···."
"음, 뭐 하긴. 오빠는 순진했을 테니까.""근데 나한테 왜 그런 얘기까지 다 하는 거야?"
도훈이 의도를 물었다.
효민이 민망해 하며 대답했다.
"오빠가 실망할까 봐 미리 선수 치는 거예요."
"실망이라니?"
"나중에요. 혹시나 우리가 잘 되면···. 아니다. 괜히 서둘러 김칫국 드링킹 했네요. 미안요. 제가 좀 횡설수설하죠? 나 조금 취했나봐요."
도훈이 다시 진지하게 물었다.
"말돌리지 말고 말해봐. 정확하게."
"···음. 오빠가 숫총각이라고 하니까 약간 부담됐어요."
"왜?"
"나중에 내가 피가 안나면···. 오빠가 나한테 정떨어질까봐요."
"아···."
"그래서 미리 밝히는 거예요. 나 안순진 여자니까, 미리 알고 거를 거면 일찍 거르라고요."
"무, 무슨 그런 말을 해?"
"미안해요. 나 미쳤나 봐. 술 깨면 분명 후회하겠죠?"
"효민아. 괜찮아, 난. 그런 거 개의치도 않고 신경안 써. 처녀고 아니 고가 뭐가 그리 중요해?"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다행이다. 난 엄청 부담됐단 말이에요."
"왜?"
"그냥요. 죄지은 것도 아닌데···. 고등학교 때부터 경험있다고 하면 남자들이 별로 안 좋아할까 봐서. 심지어 오빠는 한 번도 안 해봤다니까 더 미안하잖아요."
"뭐가 미안해.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런 사이도 아닌데."
"그니까요. 취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괜한 말 했나 봐. 나 쪽팔려서 죽을 것 같은데 한 번만 안아주심 안 돼요?"
효민이 갑자기 울먹거렸다.
감정의 기복이 들쑥날쑥한 것이 아무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포시 그녀를 안았다.
밤바다, 파도가 철썩이는 그림같은 여름밤에 두 사람이 해변 위에서 포옹했다.
"아···. 좀만 더 꽉 안아주세요."
"효, 효민아."
"오빠 냄새 너무 좋아요. 오빤 왜 냄새까지 좋아요?"
"무, 무슨 소리야. 그냥 배구하고 흘린 땀 냄새인데···."
"그니까요. 땀 냄새까지 좋으니 어떡하죠?"
도훈은 거의 팔만 걸치는 식으로 가볍게 안았지만, 효민이 더욱 안으로 파고들며 허리를 휘감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가슴이 도훈의 가슴에 맞닿으며 물컹하는 촉감이 전해져왔다.
도훈은 숫총각 연기를 하고 있었으므로 엉덩이를 뒤로 살짝 빼며 엉거주춤하게 섰다. 이를 눈치챈 효민이 도훈에게 물었다.
"오빠 또 섰어요?"
"아, 아니야."
"근데 왜 뒤로 빼는데요? 섰죠? 그쵸?"
"아으, 진짜. 니가 먼저 안아달라고 했잖아."
"그렇다고 바로 서요? 오빤 왜 그렇게 건강해요?"
"모, 몰라 나도."
도훈의 품에 안긴 효민이 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며 그의 목덜미에 뜨거운 김을 불어넣었다. 도훈이 당황해하자 효민이 속삭였다.
"···오빠 힘들면 제가 도와드릴까요?"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괜찮아요. 여기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
깊은 밤 해변에는 정말로 두 사람뿐이었다.
먼저 앞서 간 태영과 아영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아, 아니 우리가 무슨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그거 하자는 게 아니고요. 물만 빼 드리면 되잖아요."
"아, 아니 그래도 어떻게···."
"사양 마세요. 오빠 발목 잡으려고 그런 거 아니니까."
도훈이 말을 못 잇고 머뭇거리자 효민이 계속 유혹했다.
"이대로 두면 오빠 아플까봐 그래요."
"아, 아니 나는···."
덥썩!
그때 효민이 손을 내리더니 바지위에서 도훈의 대물을 더듬거렸다.
"아, 아 효민아!"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헉. 오, 오빠? 왜 이렇게 커요?"
"뭐, 뭐가?"
"엄청 커요. 와···. 오빠 진짜 이런 걸 감추고 있었다니."
효민이 깜짝 놀라며 츄리닝 고무줄을 들춰 바지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팬티 안에 대물을 손을 움켜쥐더니 갑자기 엄지를 치켜들었다.
"우아! 오빠 최고!"
"야, 야 갑자기 만지면···."
"왜요. 만지니까 더 커지는 것 같은데요? 답답하니까 꺼내드릴까요?"
"여, 여기서?"
"뭐 어때요. 진짜로 우리 둘 뿐인데."
효민이 과감하게 바지를 쓱 내리더니 잦이만 바깥으로 살짝 끄집어 냈다. 어둠 속에서 홀로 독야청청 빛나는 대물의 위용에 효민이 눈을 커다랗게 떴다.
‘세, 세상에 진짜로 엄청 크잖아?’
그 순간 효민은 기이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근데 이상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이 느낌 뭐지? 내가 사귀었던 애들 중에서 이렇게 큰 애는 없었는데?’
효민의 기억 속에 꽁꽁 봉인되어있던 도훈과의 기억의 파편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새터의 기억을 되살릴 순 없었다.
"효, 효민아. 이건 아닌 거 같아."
"오빠. 어디가서 절대로 말 안할게요."
"아니 그래도···. 너랑 이런 걸 하면···."
"쉿-! 가만히 계시면 제가 알아서 해드릴게요."
효민이 갑자기 해변에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더니 도훈의 커다란 대물을 한입에 삼켰다.
***
"다시 말해봐. 도훈 오빠가 픽업 뭐라고?"
조용하던 아영이 갑자기 공격적으로 따지고 들자 태영은 뜨끔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술에 취한 상태라 제대로 사리 분별이 어려운 상태라 냉큼 대답했다.
"픽업 아티스트. 몰라? 길거리에서 여자들 헌팅하는 게 취미인 사람들."
"너 정말이야?"
"그렇다니까. 이건 형이 나한테만 직접 얘기해 준 거야. 그러니까 어디 가서 절대로 소문내면 안 돼."
"······."
"알았지, 아영아?"
"근데 나한테 그런 비밀을 왜 얘기해 주는데?"
"음···. 그냥···. 사실 난 좀 불만이었거든."
"어떤게?"
"도훈이 형 말이야. 겉으로는 근사해 보이잖아. 공부도 잘하지 운동도 잘하지. 심지어 여친도 없지. 근데 솔직히 그런식으로 여자 후리고 다니는 사람이란 걸 아무도 모르니까."
"······."
태영의 폭로를 듣던 아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찌질한 새끼네. 자기 믿고 비밀을 얘기 준 사람 몰래 흉이나 보고.’
"무, 물론 도훈이 형은 좋은 사람이야. 근데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순진한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거지."
태영이 계속 씨부려댔지만 이미 아영은 태영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의왼데? 생각보다 복잡한 사람이었네. 도훈 오빠는.’
놀랍게도 태영의 폭로에도 아영은 부쩍 도훈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그 오빠 뭔가 있을 것 같았다니까?’
"예전에 군대 있을 때 선임한테 배웠다던가? 물론 우리 과 애들한테는 쓰지 않은걸로 알고 있어 난. 근데 효민이랑 갑자기 사라진 걸 보면 또···."
‘흐음. 픽업 아티스트라···. 점점 더 마음에 드네. 어떤 비밀을 더 숨기고 있을지 캐보고 싶은데?’
아영이 갑자기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어, 어디가게?"
"도훈 오빠 찾으러."
"지금?"
"네 말대로면 효민이가 곤란한 상황일지도 모르잖아. 그러니 얼른 찾아봐야지."
"야야, 넵 둬. 도훈이 형이 강제로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둘이 좋아서 그런거면···."
"아니."
아영이 태영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거슬려."
< 987. 별이 쏟아 지는-47-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