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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003화 (970/2,000)

< 986. 별이 쏟아 지는-46- >

문제는 나의 남은 정력이다.

만약 정력을 오락실 대전격투 게임에서의 체력 게이지처럼 표시할 수 있다면, 현재 빨간불이 들어와 간당간당한 상태다. 괜히 오늘 무리했다가 내일 아무 것도 못 하는 사태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 되겠어. 그냥 넣다 뺀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미션이든 업적이든 공략 규칙은 그거잖아. 유사 성행위가 아니라 삽입 그리고 사정.’

[그렇죠.]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5분 컷 뿐이야. 농구에서 레이업 슛의 교본이 공을 링 위에 놓고 온다는 거잖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레이업 슛을 하듯 가볍게 넣다 빼겠다는 소리지.’

[그건 거의 조루 아닙니까?]

‘상황이 상황이니 조루라고 모욕을 당하더라도 그게 최선이야.’

[아···. 대물의 명성에 이렇게 또 오점을 남기는군요.]

‘그렇다면, 잠깐 실수해도 괜찮을 애로 골라야지.’

[둘 중 누가 허용할 것 같습니까?]

‘효민이?’

[효민양이요? 쓰리썸까지 했던 효민양이 과연 넣다 빼는 정도로 만족할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효민은 나와 섹스한 기억을 완전히 날려버린 상태야. 그러니 좀 미숙한 척해도 이해할 거야.’

[아하, 그러니까 그냥 초보인 척 흉내를 내겠다는 거군요? 그렇게 빠르게 미션만 해결하는 식으로.]

‘그렇지. 딱 그 계획이야.’

타겟을 잡았다.

아영과 효민 중에서 고민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영은 소중이 위에 나비 문신을 할 정도로 경험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보통의 경험을 가진 효민이 상대하기 좋을 것 같았다.

"헤헤, 오빠 취했나봐요. 얼굴 빨개졌다."

효민은 술이 취할수록 적극적으로 나에게 관심을 표현했다. 이젠 바보가 아니면 누구라도 눈치챌 정도였다. 게다가 태영은 아영에게 완전히 꽂힌 상황. 견제 없는 거저 먹기 공략인 셈이다.

"몰랐어? 도훈이형 술 약하잖아. 새터에서도 사발주 마시고 뻗었었는데."

태영이 굳이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나에게 꼽사리를 줬다. 새끼,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남을 깎아서 자신을 세우는 건 미련한 행동인데.

"인마, 언제적 일을."

"아, 죄송요

"······."

아영은 묵묵히 술만 마셨다. 의외로 주당인 그녀는 여전히 술에 취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다들 취해야 뭔가를 시도해 볼텐데 아영이 너무 쌩쌩한 것 같아서 쉽게 기회가 보이질 않았다.

"맞다. 우리 밤바다 보러 갈래요?"

"바다?"

"지금?"

"네. 저 밤바다 구경하고 싶었는데···."

"여수~ 밤바다~."

음치인 태영이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만취한 녀석의 노래를 들어주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흥분한 태영은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래, 우리 바다나 보러 가자!"

"그럴까?"

우리 네 사람은 갑자기 술 먹다 말고 의기투합해 밤바다를 구경하기로 했다. 왠지 장소를 이동하면 기회가 보일 것 같아 흔쾌히 동의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고 있었다. 먼저 취한 이들은 방에 쓰러져 자고, 남은 이들은 날을 샐 각오로 퍼마시고 있었다. 멀리서 성수와 함께 있는 정음이 보였다. 미소를 띄며 술을 마시는 그녀를 보자 안심하며 밖으로 나갔다. 잘 놀고 있군.

"산책이나 하러 가요."

"태영이 너 맥주는 왜 챙기는데?"

태영이 캔맥주를 바리바리 싸더니 봉지에 넣었다.

"바다 보면서 맥주 마시는 게 또 꿀맛이란 말이지."

네 사람은 마을 어귀를 지나 바다로 향했다. 이젠 밤이 깊어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바닷가 근처로는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검은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구름에 반쯤 가린 달빛과 어우러진 저녁 바다의 풍광은 몹시도 낭만적이었다.

"와, 멋있다."

"나오길 잘했네요."

우리 네 사람은 만조가 되어 줄어든 해변을 거닐었다. 자연스럽게 남녀남여 둘둘 짝을 이루게 되었는데, 태영이 적극적으로 아영에게 들러붙는 바람에 효민이 나와 단둘이 붙게 되었다.

효민은 맨발로 걷고 싶다며 쪼리를 손에 들었다. 그 모습이 신이 난 초등학생 같아 퍽 귀여웠다.

"이번 수영 캠프 오길 정말 잘한 거 같아요."

"재밌나 보네."

"오빠는 별로에요?"

"나는 뭐···. 조교로 온 셈이니까, 마냥 즐길 순 없지."

"아, 맞다. 오빠 내년에 과회장 한다고 하던데 정말이에요?"

"누가 그래?"

"아까 태영이가요."

태영은 우리와 5m쯤 앞서가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뭐라고 아영에게 지껄였으나, 아영은 영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자식, 별말을 다했네. 아직 결정은 안 했어."

"그래요? 전 오빠가 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았는데."

"왜?"

"음, 오빠는 잘하시는 것도 많고 또 학과 활동에 열정적이시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죠."

효민은 앞서가는 커플의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점점 늦추었다. 그 결과 거리는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오빠, 좀 천천히 가요."

"응?"

"발이 아파요. 바닥에 날카로운 걸 찔린 것 같아요."

"조개껍데기 밟은 거 아냐?"

효민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 앉았다. 태영과 아영은 우리가 뒤처지는 지도 모르는 지 계속 앞서 나아갔다.

"어디 봐봐."

효민이 모래를 털더니 맨 발을 내밀었다. 발목을 잡고 발바닥을 보는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후레쉬 좀 비춰 볼게."

"네."

핸드폰 후레쉬로 효민의 발바닥을 비추는데 너무 작고 앙증맞았다. 마치 초등학생의 발을 보는 것 같았다.

"딱히 박힌 건 없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발꿈치 쪽에 뭔가 있어요."

[효민양이 괜히 주인님과 단둘이 있고 싶어 머리 굴리는 거 아닙니까?]

‘네가 봐도 그렇지?’

[얄팍한 데가 있군요.]

‘딱 스무살 계집애같이 행동하는 군.’

한참을 찾았지만, 딱히 조각은 발견되지 않았다. 효민은 태영과 아영이 멀리서 점처럼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나에게 말했다.

"그냥 밟기만 했나봐요. 박히진 않고."

"그렇구나."

"일으켜주세요."

주저앉아있던 효민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일으키는데, 갑자기 그녀가 기우뚱하더니 나에게 폭 안겼다.

"아이코, 실수."

[아주 수가 뻔히 보이는데요?]

‘이 정도면 너무 티나는 거 아니냐.’

"괜찮아?"

"죄송해요, 조금 취했나봐요."

"조심해야지."

"근데 오빠 냄새 좋다."

"응?"

가슴팍에 안긴 효민이 갑자기 코를 킁킁거리더니 셔츠의 땀냄새를 맡았다. 적극적인 행동에 살짝 놀라는데 효민이 고개를 들더니 나를 빤히 올려다보며 물었다.

"참, 오빠 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줄까요?"

"뭐?"

"1학년 여자애 중에 오빠 좋아하는 사람 누군지 알려준다고 했잖아요."

나는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괜히 들어서 뭐하게."

"왜요? 오빠는 안 궁금해요? 오빠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굳이 싫다는 데도 효민은 꿋꿋이 알려주겠노라며 떼를 썼다.

"그냥. 알게 되면 괜히 신경쓰일 것 같아서."

"오빤 누가 오빠 좋아하면 불편해요?"

"불편한 게 아니라···."

"그럼요?"

"그냥 어색해 질까봐. 괜히 신경쓰일 것 같고."

"왜요? 그 사람이 좋을수도 있잖아요."

"아직 연애할 마음이 없거든."

"아···."

효민이 적잖이 실망한 표정이었다.

나는 계속 말했다.

"군대 가기 전에 과씨씨를 한 적이 있었어. 그때 기억이 별로 안 좋아서 제대 후에는 아직 누굴 만나고 싶지 않거든."

"그러셨구나. 근데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잖아요."

"응?"

"세상 모든 여자들이 오빠가 전에 사귀었단 사람같진 않으니까요."

"물론 그렇지. 그냥 내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된거지."

"흐음. 그래서 그랬구나."

"뭐가?"

"저희들끼리 사실 궁금했거든요. 왜 오빠가 여자친구를 안 사귀는지."

"그랬어?"

"별 얘기가 다 있었어요. 오빠가 숨겨둔 애인이 있다는 둥, 바람둥이라는 둥."

"에이, 설마. 난 여자 손도 제대로 안 잡아본 걸?"

[와, 거짓말.]

‘가슴을 움켜 잡긴 했지.’

"정말요? 오빠 의외로 순진하네요?"

"하하. 순진하긴. 그냥 여자를 별로 안 만나봐서 그렇지."

"진짜요? 와, 이 오빠 은근히 순딩이구나. 전혀 안 그렇게 생겨놓구선."

"내가 어떤데?"

"막, 술도 잘 마실거 같고, 여자도 잘 꼬시걸 거 같고."

"내가?"

"근데 술은 조금만 마셔도 얼굴 빨개지고, 여자 손도 안 잡아 봤다고 그렇고···."

"하하. 보기랑은 좀 다르지?"

[와씨, 너무 뻔뻔한 거 아닙니까? 주인님이요?]

‘일단 초보인 척 하는 거야. 그래야 넣다 빼기를 해도 이해할테니까.’

[주인님은 이런말하기 그렇지만 정말 가증스럽군요.]

"자요."

"응?"

효민이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제가 잡게 해줄게요. 여자 손."

"갑자기 왜 그래?"

"얼른요. 내민 손 부끄럽게 할 거에요?"

"나참."

나는 마지못한 척 손을 잡았다. 발바닥처럼 조그만 효민은 손도 조그마해서 내 손에 꽉 잡혔다.

"따뜻하네."

"그죠? 이건 어디가서 말하지 마요? 내가 특별히 오빠를 위해 해준 거니까."

"고마운데?"

손을 잡으며 밤바다를 걷다보니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효민도 그러했을 것이다.

"근데 태영이랑 아영이는 어디갔지?"

"둘이 응큼한짓 하러 간 거 아닐까요?"

"둘이?"

***

"그러니까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거든? 근데 코치가 막 나보고 타고난 투수라면서 막 스카우트 하려고 하는 거야."

"······."

태영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아영은 듣고 있다가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무슨 남자가 촉새처럼 저렇게 말이 많은지···.

"아 근데, 그땐 내가 또 축구를 더 하고 싶더라고."

"그 얘길 나한테 왜 하는 거야?"

"어?"

"···난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결국 참다 못한 아영이 한마디 했다.

머쓱해진 태영은 시선을 피하며 갑자기 봉지에서 맥주캔을 꺼냈다.

"우리 저기 앉아서 맥주나 한 캔 할래?"

"도훈 선배랑 효민이가 안 보이네."

"뭐지? 분명 우리 뒤에 따라오고 있었는데···."

태영은 그들이 언제부턴가 안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른 척 했다. 그래야 아영이 도훈에게 관심을 끊고 자신에게 집중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맥주 마시면서 기다리다 보면 알아서 오지 않을까?"

벤치에 태영이 걸터앉자, 아영도 어쩔 수 없이 떨어져서 앉았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위치에 설치된 벤치는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쉬어가는 장소처럼 보였다.

"여수~ 밤바다~"

흥이 오른 태영이 갑자기 맥주 캔을 까다 말고 또 노래를 불렀다. 돼지 멱따는 것 같은 소리에 아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쟤는 눈치도 없나? 뭐야 대체.’

아영은 사실 태영과 단둘이 밤바다를 보게 될 줄 알았으면 따라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엉겹결에 두 사람씩 짝이 나눠져 버렸고 태영이 하도 거머리처럼 들러붙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따로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아싸, 분위기 좋고~!"

태영은 아영의 마음도 모르는지 혼자 흥을 냈다.

아영은 아예 상대해주기도 귀찮아졌는지 혼자 꾸역꾸역 맥주만 마셨다. 그나마 술이라도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끔찍했다.

태영이 혼자 떠드는 사이 아영은 휴대폰을 켜 야구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야구 광팬인 그녀는 자기가 좋아하는 팀뿐만 아니라 상대편 팀의 선수의 기록까지도 꼼꼼히 살피는 편이었다.

단둘이 있는데도 아영이 폰만 보며 딴짓을 하자 태영도 슬슬 조바심이 났다.

‘쓰읍, 이게 아닌데. 밖으로 나와서 아영이를 슬쩍 떠볼려고 했는데 영 분위기가 안나네.’

맥주를 마시고 있지만 태영은 점점 목이 타들어갔다.

자발적 왕따인 그녀에게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 단짝친구가 되려던 계획이 생각만큼 통하지 않고 있었다.

"아 맞다. 아영아."

"어."

아영이 여전히 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두 사람 안올지도 몰라."

"뭐라고?"

아영이 고개를 들더니 태영을 쳐다보았다.

반응이 있자 태영이 계속 떠들었다.

"아니, 도훈이형이랑 효민이 말이야. 아마 샛길로 빠졌을 걸?"

"왜?"

태영은 아영이 갑자기 반응을 보이자 점점 재미가 들리기 시작했다. 목석처럼 꿈쩍도 안하던 그녀가 왜 갑자기 흥미를 보이는 지는 알수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것 같았다.

그는 만취해있었고, 아영의 관심을 끌고 싶은 나머지 점점 뇌를 거치지 않고 지껄이기 시작했다.

"흐흐, 내가 도훈이 형을 잘 알거든."

"무슨 소리야 갑자기?"

도훈의 얘기가 나오자 아영이 귀를 쫑긋했다.

"그 형 아티스트야."

"아티스트?"

"어."

태영도 이쯤에서 살짝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이미 제동을 걸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픽업 아티스트."

"픽업?"

"쉽게 말해서 여자들 꼬시는 바람둥이라고."

"뭐라고?"

아영이 눈을 치켜뜨며 태영에게 따지듯 물었다.

"자세히 말해봐."

"그러니까···."

입 싼 태영이 술술 불기 시작했다.

***

‘음, 뭔가 귀가 좀 간지러운데.’

[누가 주인님 흉보는 게 아닐까요?]

‘누가?’

[주인한테 당해서 숙소로 먼저 들어간 여자들이요.]

‘에이, 설마 걔들이 서로 내 얘기 할까봐서. 다들 입다물고 있을 걸.’

[언제까지 계속되는 비밀은 없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터뜨리는 날엔 그냥 주인님은 개새끼 되는 겁니다.]

‘괜찮아. 입단속은 철저히 시키는 편이니까. 막말로 소문 잘 못 냈다간 내가 다신 만나주지 않을텐데 어떻게 나를 배신하겠어?’

도훈은 여자들을 굳게 믿었다.

좆막음만큼 강력한 제제수단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좆막음이 통하지 않는 상대가 있다고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 986. 별이 쏟아 지는-4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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