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5. 별이 쏟아 지는-25- >
그나저나 민주는 대관절 어디로 사라진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태영의 말대로 신호만 울리다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갈 뿐이었다.
"음, 민주가 내 전화를 피할 리는 없을 텐데."
[걱정되시는 모양입니다? 태영 군에겐 신경 쓰지 말라더니.]
‘걱정은 무슨. 그냥 한 번 걸어본 거지. 태영이 전화는 안 받아도 내 전화는 받을 테니까.’
[그런데 주인님 전화도 안 받는 군요.]
‘그러게. 뭔가 진짜 일이 있는 건가?’
걱정까진 아니지만, 살짝 신경이 쓰이긴 했다. 오전에 양아치 3인조 사건도 있다 보니 혹여라도 곤경에 처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로시가 조언했다.
[주인님께서 호감도를 관리하는 인물이라면 언제든 대략적인 위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 어장관리 어플?’
[빙고.]
‘봐보자. 강민주 지금 어딨는지.’
오랜만에 어장관리 어플을 실행시켰다. 어장에 속한 상당수의 여자들이 태안 해변으로 찍혀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디 보자, 강민주···. 엉? 해변에 있는 거 맞는데?’
민주의 현위치는 여전히 바닷가였다.
다만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놀지 않고, 어딘가로 혼자 사라진 모양이었다.
‘흐음, 이상하긴 하네. 태영이 빨빨거리며 온 동네를 뒤지고 다녔는데 못 찾았다고?’
흥미를 느낀 나는 기왕 산책 나온 김에 좀 더 해변을 뒤져보기로 했다. 민주 정도의 미모라면 금새 눈에 띌 것이다.
하지만 한참을 찾아다녀도 민주가 보이질 않았다. 어플에선 분명 이곳이라고 나오는데 종적을 감춘 것처럼 사라진 것이다.
‘이상하긴 하네. 태영이가 걱정할 만도 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글쎄···. 해변이 아무리 길어도 한바퀴 돌면 30분인데.’
그때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나는 아까 파라솔이 놓여있던 곳이 떠올랐다. 파라솔 아래 비치 배드에는 선탠을 즐기는 젊은 여자들이 엎드려 있었다. 다시 그곳으로 찾아가 유심히 보는데, 밀집 모자를 얼굴에 덮은 여자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영복으로보나 몸매로 보나 분명히 민주였다.
‘하아, 여기서 선탠하고 있으니 몰랐구만.’
가까이 다가간 나는 배드에 누운 민주에게 목소리를 변조해 물었다.
"저기··· 혼자 오셨나요?"
"태닝 하는 중이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가세요, 그냥."
민주는 얼굴에 쓴 모자를 치우지도 않고 쌀쌀맞게 대답했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일단 무시하고 보는 것이다.
‘어쭈? 제법 튕기는데?’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제가 등에 오일이라도 발라드릴까 해서."
"뭐라고요? 아니, 이 사람이 진짜!"
열 받은 민주가 갑자기 모자를 치우더니 벌떡 배드에서 일어났다.
***
민주는 아까부터 추파를 던져대는 남자들 때문에 귀찮을 지경이었다. 물론 자신이 예쁘다는 것도 알고, 뛰어난 몸매로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불나방처럼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대는 남자들이 좋을리 없었다.
평소라면 그저 쓱 뒤돌아보고 말텐데, 한 여름의 바닷가에선 남자들 자신감이 특수한 버프를 받는 모양이었다. 6번째 연락처를 물어보는 남자를 쳐내고 나서 민주는 아예 상대하기 귀찮다는 듯 모자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어차피 태닝을 하더라도 얼굴은 보호하려고 했으니까.
‘뭐? 등에 오일을? 완전히 성추행아니야 이건?’
아무리 민주가 성격이 좋다해도 초면에 그런 얘길 듣고 참는 사람은 아니었다. 따금하게 혼내 주어야겠다고 모자를 치우고 일어서자 역광에 비친 거대한 실루엣이 시야를 가렸다.
‘어엇, 모, 몸이 왜 이렇게 좋담?’
역광에 가려진 상대는 굉장한 근육질이었다.
바닷가 오기전에 단기 헬스로 만든 몸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랜 쇠질을 통해 코어까지 다듬어야 나올 수 있는 탄탄하면서도 탄력적인 몸이었다.
‘쳇, 몸뚱이 하나 믿고 설치는 무식한 애들이 제일···.’
그러다 역광이 점점 가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도, 도훈아?"
"하하. 선생님 여기 계셨구나."
"세상에 깜짝 놀랐어. 난 완전히 다른 사람 목소린 줄 알았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훈이 가진 특수 아이템을 이용해 음성변조를 했기 때문이었다.
"저 성대모사 잘하죠."
"와··· 그런 재능이 있는 줄은···."
민주는 뜻밖에 만난 도훈에 반가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동시에 주변을 불안한 시선으로 두리번 거렸다. 혹시나 도훈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왔을까봐 주변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걱정 마요. 바닷가 돌아 다니 혼자 왔으니까."
"아···. 주인님 혹시 저 찾아 다니신 거예요?"
민주가 감격에 벅찬 목소리로 물었다.
"찾으려고 한 건 아닌데, 너무 눈에 띄어야 말이지."
도훈이 민주의 비키니를 가리켰다. 기품있어 보이면서도 묘하게 커다란 가슴을 부각시키는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어느 남자라도 한 번 보는 순간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
"아···."
"혼자 여기서 뭐해 근데? 애들하고 노는 줄 알았는데."
민주가 옆에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세요. 더운데 서계시지 말고."
"응."
도훈이 걸터 앉자 민주가 사정을 설명했다.
"아까 기마전 이긴 기쁨에 한참 애들하고 놀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주인님이 안보이더라고요."
‘내가 정음이란 산책했을 때로구나.’
"그래서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한 참 주인님을 찾았는데 못 찾겠더라고요. 사람들도 너무 많고."
"전화도 안 받던데?"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응, 아까."
"아, 방수가 안되는 폰이라 그냥 숙소에 두고 왔거든요. 전화하셨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그래서 나 찾다가 그냥 여기 드러눕기로 한 거야?"
"아 그게 실은···."
도훈은 찾아다니던 민주에게 지나가는 남자들이 걸핏하면 말을 걸었다. 시간은 있느냐, 혼자 왔느냐, 왜 이렇게 예쁘냐, 번호 좀 줄 수 있느냐···. 처음엔 헌팅이 들어오는 게 싫진 않다가도 마음도 없는데 자꾸 귀찮게 구는 남자들을 피해 비치 배드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보니까 음료수를 팔더라고요. 주인님도 모히또 한 잔 마실래요?"
"몰디브는 없어?"
"예?"
"아니야. 그냥 같이 나눠 먹자."
민주가 옆에 둔 파란색의 음료를 도훈에게 건넸다. 빨대가 하나만 꽂혀있어 도훈은 그대로 민주가 마시던 빨대를 입에 물고 마셨다.
"음, 맛있네. 여기 음료수 잘 만든다."
"그렇죠?"
간접키스에 만족한 민주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암튼 여기 앉아있으니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그늘도 있고. 그러다 문득 태닝이 하고 싶어 졌어요."
"태닝? 왜?"
"왜, 아까 경희 보니까 살짝 까만게 더 섹시해 보이더라고요."
"그랬어?"
"네, 좀 태우고 나면 주인님이 좋아하실지도 몰라서···."
민주가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그녀가 하는 모든 행동은 도훈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다. 더 섹시하게, 더 야하게, 더 순종적으로.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간 도훈이 자신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까 하는 생각.
도훈은 민주의 진심을 알고 나자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흠. 난 민주를 항상 괴롭히기만 했는데, 민주는 늘 내 생각만 하는구나.’
[민주양 정도면 정음양과 맞먹을 정도로 주인님께 헌신적이긴 하죠. 성벽이 좀 특이한 거 말고는 모자랄 것 없는 여성이고요.]
‘왜? 집안이 금수저라서?’
[아뇨. 민주양이 그런 걸 티내거나 주인님께 과시한 적 없지 않았나요?]
‘하긴 그렇긴 하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아서 최근에야 알았으니까.’
생각하면 할수록 민주에게도 점점 마음이 움직이는 도훈이었다. 이번 여름 캠프에 체육과 여학생들을 모두 한 데 모아놓고 나니 자신이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와, 또 그저 미션을 위해 스쳐간 여자들이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음···. 방금 본처 만나고 와서 그렇긴 하지만···.’
민주의 갸륵한 마음씨에 감동한 도훈이 옆에 있던 오일통을 들더니 민주에게 말했다.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엎드려봐. 내가 오일 발라줄게."
"지, 진짜요? 괜찮으시겠어요?"
"뭔 상관이야? 어차피 우리가 여기있는 거 아무도 모를텐데."
"아···. 주인님이 그렇게 말하시니 기뻐요, 민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선글라스랑 모자를 좀 써야겠다. 아까 그 밀짚모자 나한테 줘."
도훈은 밀짚모자를 쓰고 쓰리사이즈 스카우터를 꺼내 얼굴을 가렸다. 그 사이 비키니를 입은 민주가 소파 배드를 평평히 펼치더니 배를 깔고 엎드렸다.
하필 선글라스가 스카우터였기 때문에 누워있는 민주의 몸매가 수치로 표시되었다.
36-23-37
‘와우, 씹. 미친 몸매네 민주도.’
[민주양도 전혀 꿀리지 않죠. 학부생이 아닐 뿐, 체육과 3대장안에 들지 않겠습니까?]
‘누구? 희주, 정음이랑 같이?’
[네.]
도훈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체육과 여자애들 대부분이 늘씬하고 쭉쭉빵빵이지만 비율로 치면 그 셋이 가장 비율이 좋긴 하지.’
가슴이 더 큰 여자도 있었고, 유독 말라서 옷빨이 좋은 타입도 있었다. 그러나 타고난 쓰리사이즈로 비교하자면 그 셋에 견줄 여자는 없었다.
도훈이 오일을 발라주기 위해 손에 듬뿍 짜고 있는데 갑자기 민주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아, 주인님."
"응?"
"죄송한데 비키니 브라 끈좀 풀어주실래요?"
"끈을 왜?"
"나중에 태닝 끝나면 자국 남을까 봐요. 등에 자국 나면 촌스럽거든요."
"아니 그래도···."
외국도 아니고 한국에서 브라끈까지 풀고 태닝하는 경우는 자주 접하지 못했기에 도훈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는 괜찮다는 듯 도훈을 계속 설득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엎드려 있어서 보이지도 않는데요 뭘."
"그런가?"
도훈이 손가락을 끈을 잡아 옆으로 끝까지 당기자 리본으로 묶여있던 브라끈이 좌우로 툭 벌어졌다. 옆 가슴을 가리고 있던 비키니가 흘러내리자 바닥에 짓눌린 공기밥 모양의 젖가슴이 대놓고 윤곽을 드러냈다.
‘어으···. 젖탱이 보니까 또 꼴리네.’
민주의 눌린 가슴이 도훈의 음욕을 자극했다.
꼭지가 보이는 것보다 눌린 형태를 측면에서 보는 것이 훨씬 야하게 느껴졌다.
"자, 이제 발라주세요."
"그, 그래."
도훈은 두 손에 오일을 고르게 묻히더니 민주의 아담한 등판을 향해 천천히 문질렀다. 피부가 어찌나 부드러운지 손이 닿는 곳마다 쭉쭉 미끄러졌다. 그러다 실수로 겨드랑이 쪽을 한다는 게 옆가슴을 문지르고 말았다.
"하읏, 주, 주인님."
"미안. 손이 너무 미끄러워서."
"여기서 그러시면 민주···. 큰일나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왠지 즐기는 느낌이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도훈은 두 번째는 고의로 옆 가슴을 공략했다.
쓰윽-쓰윽-.
"흐, 흐읍."
그의 손가락은 이제 가슴 밑으로 파고들어 아예 꼭지 근처까지 근접할 정도였다. 꼭지에 가까워질수록 신음이 점점 커져, 민주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입을 틀어 막아야 했다.
"흐···주인니임~."
민주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움찔거리자 도훈은 이제 본격적인 오일마사지에 들어갔다. 콜라병처럼 잘록한 등을 타고 내려간 도훈은 엉덩이 주변을 펴 바르기 위해 비키니 팬티 안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
"학!"
티팬티가 아니었기에 오일을 바르기 위해선 팬티를 살짝 접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러면 오일 바르기가 힘들겠다. 살짝만 재껴볼까?"
"재, 재끼다뇨?"
"이렇게 말이야."
도훈이 엉덩이를 가린 면을 잡아서 가운데 골짜기로 밀어 넣었다. 졸지에 T팬티로 변한 비키니에 민주가 몸둘바를 몰라했다.
"하, 하앗, 사람들이 보면 어쩌죠?"
"원래 티팬티줄 알겠지, 뭐."
도훈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쳤다. 그럴수록 민주는 점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노출증, 피학본능, 그리고 수치심. 민주를 미치게 만드는 발동기제였다.
‘하, 아앙···. 사람들이 발랑까진 내 엉덩이를 다 쳐다볼 거야. 이러다 가운데가 젖어버리면···.’
도훈이 둔부를 한참 마사지하듯 펴바르자 민주도 점점 강한 자극이 밀려왔다. 특히 엉덩이 깊숙한 곳을 마사지하는 척 하면서 간간이 회음부를 찌르는 도훈의 손길에 민주는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흑, 어떻게···. 젖고 있어. 주인님 때문에···.’
엎드려 있던 민주는 옴짝달싹 오일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놀라운 것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추행에 가까운 마사지를 받으면서 흥분하기 시작한 자신의 변태적인 성욕이었다.
‘하윽, 나도 이젠 몰라···.’
"주, 주인님."
"응?"
민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 손가락 한 번만···."
"손가락? 이거?"
도훈이 씩 웃으며 중지 손가락을 세웠다.
마디가 굵직하면서도 거칠어 보이는 남자의 손.
민주에겐 그것이 그 어떤 딜도보다 탐스럽게 느껴졌다.
"···네, 손가락으로 한번만 쑤셔주세요."
"여기서? 사람들이 볼지도 모르는데?"
"···제발."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허벅지를 마사지하는 척하더니 팬티를 살짝 들쳐 중지 손가락 첫마디를 쑤셔 넣었다.
푹-
놀랍게도 애액이 흥건해 있던 민주의 구멍 속으로 손가락이 쏙 들어박혔다.
"학!"
"좋아?"
"조, 좋아요 주인님."
"좋아도 여긴 너무 위험해."
도훈은 곧바로 손가락을 꺼내더니 애액에 젖은 중지 끝을 입으로 쏙 빨았다. 그 모습에 흥분한 민주가 덜덜 몸을 떨었다.
"흐으으으응, 주인님 진짜로 못 참겠어요."
"안돼, 참아."
도훈은 아랑곳 하지 않고 다시 오일을 펴바르기 시작했다.
< 965. 별이 쏟아 지는-25-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