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0. 별이 쏟아 지는-10- >
‘핫, 조교 선생님이라고?’
태영은 조교 강민주를 떠올리자 남녀 분리정책에 대해 설움이 일순간에 씻겨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 생각해보니 동기들 비키니 구경해봐야 좋을 게 뭐람? 어차피 우리과 남자애들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는 싸가지들 뿐인데. 걔들보다 성숙한 민주샘이 훨씬 낫지.’
"제가 갈게요. 어디로 가면 돼요?"
"지금 숙소로 출발하면 얼추 맞을 거야. 내가 마중 가야 하는데 보다시피 할 일이 많아서."
"괜찮습니다, 회장님."
"역시 태영이 너밖에 없구나."
태영은 신이 나서 숙소로 날 듯이 뛰었다.
바닷가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 민박을 싸게 구하느라 좁은 어촌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야 했음에도, 민주를 맞이한다는 생각에 태영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흐흐. 조교샘은 수영복 어떤 거 가져왔으려나?’
태영의 머릿속엔 온통 야한 비키니를 입은 강민주뿐이었다.
‘민주샘도 은근 몸매 쩐단 말이지. 동기들한테 없는 성숙미도 넘치고.’
태영은 해변에 비키니를 입고 엎드린 민주를 떠올렸다.
-등에 오일 좀 발라줄래, 태영군?
-아앗, 제, 제가요?
-으응. 끈 자국 남으면 지저분하니까 끈은 풀어 버리고.
-하악!
이미 상상만으로 발기 탱천해 버리는 태영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침 민주의 차가 보였다. 마교수와 함께 내린 민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민박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조교 선생님!"
"어, 태영이니? 애들이 별로 안 보이네?"
"다들 오전 교육 나갔어요. 성수형이 조교 선생님 숙소 안내 해 드리라고 해서."
"아, 그냥 방만 알려주면 되는데···. 우리 방은 어디야?"
태영은 마교수와 민주에게 각각 지낼 독방을 안내했다.
"이쪽이 교수님 방이고요, 이쪽은 조교 선생님 방이에요."
민주는 알겠거니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교수는 숙소의 컨디션이 영 마음에 안 드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으음···. 남은 방이 이곳밖에 없나?"
"네. 학생들은 큰 방에서 몰아 자거든요."
교수에게 독방을 내주기 위해 학생들이 희생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지만, 마교수는 그마저도 탐탁지 않은 모양이었다.
"난 침대 없이 잘 못 자는데···."
"아···. 그러세요?"
‘뭐야? 자기한테 독방 하나 내주느라 콩나물 대가리처럼 빽빽이 자야 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반면 민주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태영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방이 너무 아담하고 좋구나. 마중 나와줘서 고마워."
민주의 손길이 너무 부드러운 나머지 태영은 얼굴이 빨개져 몸 둘 바를 몰랐다.
"아, 앗. 아니에요. 조교샘, 짐 나르는 거 도와드릴게요. 어디 있어요?"
"아니야, 내가 할 게."
"내 짐 좀 갖다 주게나. 트렁크 열면 회색 캐리어 있네. 크흠."
숙소 상태가 불만이었던 마교수는 태영에게 지시를 내리고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태영은 어이가 없어서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뭐야? 지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내가 무슨 호텔 벨보이야?’
태영이 잔뜩 불만 어린 표정으로 쏘아보자 민주가 그를 달랬다.
"차 타고 오는데 교수님께서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더라. 나랑 같이 하자."
"조, 조교 선생님···."
태영은 민주의 상냥함에 완전히 감동했다.
‘역시 성숙한 여인이 보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랄까? 동기년들 하고는 비교도 안 되네. 민주샘 진짜 최고다.’
민주와 태영은 트렁크를 열어 하나씩 짐을 꺼냈다. 민주가 태영에게 물었다.
"아까 들어보니까 남학생들은 그럼 한방에서 모두 자는 거야?"
"네. 여학생들도요."
"저런, 많이 불편하겠구나. 성수한테 숙박비가 부담돼서 싼 곳으로 구했다는 얘긴 듣긴 했는데 이 정도 일줄 몰랐어."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녁에 술 먹다 보면 아무 데나 퍼 자고 있을걸요? 앗, 선생님 주세요. 제가 들게요."
태영이 민주가 든 가방을 빼앗아 들었다. 양어깨에 가방을 메고 손에도 커다란 캐리어를 끄는 모습은 누가 봐도 무리였다.
"아니 괜찮은데···."
"아니에요. 저 힘세요. 하핫!"
태영은 칭찬받고 싶어 안달 난 강아지처럼 굴었다.
민주가 환히 웃으며 태영을 칭찬했다.
"태영이는 참 친절한 하구나."
"별말씀을요."
노예를 자처하는 태영을 보며 민주가 생각했다.
‘너무 속 보이는 아이네. 여자친구 사귀기는 참 힘들겠다.’
"이건 어디로 둘까요?"
"응, 저쪽 구석에 쌓아 주면 돼. 짐 정리는 내가 할게."
"제가 도와드려도 되는데···."
1분이라도 더 민주와 같이 있고 싶었던 태영이 매달렸다.
"여성의 가방 속은 함부로 보여주는 게 아니야. 말로만으로도 고맙구나."
"아, 앗. 네. 실수했습니다."
"아니야. 그럼 저쪽 방가서 교수님 짐 푸는 것 도와드리렴."
"네!"
태영이 문을 닫고 나가자 민주가 피식 웃으며 조그만 기내용 캐리어를 풀어헤쳤다.
"···아무리 그래도 학생한테 이런 걸 보여줄 수 없잖니?"
기내용 캐리어를 펼치자 안에는 각종 자위기구가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형태와 사이즈가 다른 각양각색의 딜도는 물론, 구속구 세트로 쓰이는 밧줄과 경구개, 토끼 꼬리가 달린 애널 플러그까지. 완전한 종합 변태 세트였다.
"하아-. 얼른 주인님과 써보고 싶다."
민주는 자신의 독방에 도훈을 불러들이는 상상을 했다. 밖에서 학생들이 술 먹고 떠드는 와중에 이곳에서 몰래 따먹히는 모습을 상상하자 갑자기 흥분감이 솟구쳤다.
‘흐으, 이러다 또 젖어버리겠어. 수영복이나 한 번 입어볼까?’
민주는 다른 가방을 풀어 비키니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팬티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야한 스타일이었다.
‘잘 맞으려나? 급해서 인터넷으로 대충 샀더니.’
민주가 옷을 벗고 비키니를 갈아입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설마 누가 들어올 거라곤 예상 못 했던 민주가 까무러치게 놀라며 가슴을 감싸 쥐었다.
"꺄악!"
"아, 앗! 죄, 죄송해요. 옷 갈아입으시는 줄 모르고!"
문을 연 학생은 태영이었다.
민주가 등을 돌린 채 말했다.
"노, 노크 좀 하고 오지."
"정말 죄송합니다."
태영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문을 벌컥 닫았다.
민주는 부끄러워하는 태영이 귀엽게 느껴졌다.
‘귀엽네. 살짝 골려볼까?’
민주가 문밖을 향해 물었다.
"태영아, 아직 밖에 있니?"
"네, 넵! 교수님께서 짐 가방 하나가 안 보인다고, 조교 샘 방으로 갔는지 찾아보라고 해서요."
"그렇구나. 잠시 나 수영복 좀 입어보느라. 근데 이거 혼자 입기가 영 불편하네."
"예, 예?"
"뒤에 끈 묶는 것 좀 도와줄래?"
"제가요?"
"응. 혼자선 힘들 거 같아."
문밖에 서 있던 태영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뭐, 뭐지? 이건 그린 라이트인가?’
태영이 조심스럽게 다시 문을 열었다.
방에는 이미 비키니 팬티를 입고, 브라를 감싸 쥐고 있는 민주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이거 등 뒤에서 끈으로 묶은 방식이라···. 혼자서는 잘 안 되네."
"아, 아···. 그, 그럼··· 제가···."
태영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민주의 뒤태가 너무나 환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말이 수영복이지, 속옷만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브라 부분이 흘러내려 옆구리 사이로 둥근 가슴의 윤곽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니. 어차피 수영복인데."
"그, 그렇네요."
태영이 침을 꿀꺽 삼키며 민주의 뒤로 다가갔다.
등 뒤에는 겨드랑이 아래로 흘러내린 두 개의 긴 끈이 있었다.
"그거 잡아서 묶어주면 돼."
"네, 제가 묶어 볼게요."
가까이서 본 민주의 속살은 너무나 예뻤다.
맨날 학과 사무실에서만 근무해서 그런지 유난히 하얗고, 피부 결도 부드러웠다. 특히 곡선으로 떨어지는 몸매의 라인이 놀라울 만큼 환상적이었다.
‘대, 대박이다. 민주샘이 이렇게 몸매가 좋았다니···. 하긴 오피스룩 차림일 때도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태영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등 뒤로 나온 끈을 묶었다. 민주가 긴 머리를 정리하기 위해 팔을 들어 포니테일처럼 한데 모아 머리를 붙잡았다.
"머리카락 방해되지? 이렇게 잡고 있을 게."
양팔이 들리자 등 뒤로 보이는 가슴골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어찌나 큰지 뒤에서 봐도 옆으로 튀어나온 분위가 언뜻언뜻 보일 정도였다. 특히 머리카락을 위로 들자 목선까지 드러나면서 놀랍도록 섹시해 보였다.
‘커헉-. 미, 미쳤다. 민주샘 남자친구는 진짜로 행복할 거야. 난 민주샘이 신던 스타킹이라도 먹을 수 있어.’
태영이 조심스럽게 끈을 묶으며 물었다.
"조, 조교 선생님은 애인 있으세요?"
"응? 나?"
"네, 네."
"아니. 아직 없는데? 왜?"
"정말요? 무조건 있으실 줄 알았는데."
"후후-. 그렇게 봐줘서 고맙구나. 왜? 네가 좋은 사람 소개해주게?"
태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 혹시 연하도 괜찮으시면···."
"응. 난 나이 별로 안 따지는데? 연하도 좋지."
도훈이 연하였으므로 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오해한 태영은 그 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예쓰! 그럼 나도 기회가 있는 거잖아?’
"왜? 누구 있니?"
"아, 아직은 없지만 한 번 알아볼게요. 혹시 어떤 스타일 좋아하세요?"
민주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주인님처럼 섹스 잘하는 남자.
"난 착한 남자."
"차, 착한···."
태영은 민주에게 무조건 충성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선생님, 제가 얼마나 착한지 보여드릴게요.’
"다 됐니?"
"네, 넵. 다 묶인 거 같아요."
민주는 일부러 거울을 보는 척 몸을 돌려 태영에게 비키니를 입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좀 작은 것 같기도."
"자, 잘 어울리시는데요."
‘어, 엄청 꼴리게요.’
"그래? 고맙구나. 혹시 나중에 수영할 수도 있어서 안에 미리 두려고. 어쨌든 도와줘서 고맙다."
"벼, 별말씀을요."
민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태영을 보고 말했다.
"태영이는 참 친절한 학생이구나."
‘하, 하악!’
그렇게 태영은 민주에게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다. 한편 민주는 태영을 잘 구슬려 놓으면 이번 캠프에서 써먹을 데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지 단순한 아이라 나중에 주인님하고 알리바이 같은 거 만들 때 도움이 되겠어.’
"참, 교수님 가방은 차 앞 좌석에서 본 것 같아. 여긴 없으니 그쪽으로 가보렴."
"그, 그렇군요."
"그리고 짐 정리 끝나는데로 교육 잘 하고 있는지 한 번 둘러보려고 하는데 태영이 네가 안내해주겠니?"
"넵! 맡겨만 주세요!"
민주를 에스코트 한다는 생각에 태영은 잦이가 터질 것처럼 기뻐했다.
***
‘도훈이 새끼, 잘하고 있으려나?’
파라솔 아래 앉아 남자부의 수영 실습을 참관하던 성수가 생각했다. 점심 식사 준비가 얼추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오전 훈련을 슬슬 마무리 지어야 할 시점이었다.
"새끼들아! 팔을 전투적으로 저으라고! 파도와 싸워 이겨내란 말이야!"
바닷가에서는 남자부 강습을 맡은 승완의 스파르타 교육이 한창이었다. 예전부터 빡센 건 알고 있었지만, 승완의 교육방식은 유격 훈련에 필적했다.
‘와, 저놈 후배로 안 들어간 게 천만다행이네. 물가에 풀어 놓으니까 완전 미친놈이잖아, 저거?’
승완이 그렇게 혹독하게 실습을 시킬 수 있던 배경에는 그의 뛰어난 수영 실력에 기인했다. 실제로 그는 수상구조사 자격증이 있을 정도로 실력이 빼어나 누가 물에 빠져도 얼마든지 건져 올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으으. 설마 도훈이 새끼도 저렇게 빡사게 하는 건 아니겠지?’
성수가 치를 떨며 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애들은 열심히 훈련하는데, 성수군은 파라솔 아래서 쉬고 있는 거야?"
"아, 앗 조교 선생님!"
어느새 짐 정리를 마치고 나온 조교 강민주가 하늘거리는 가디건을 걸치고 다가와 있었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그녀는 화보집에 나올 것처럼 청순한 매력이 넘쳤다. 민주의 옆에는 태영이 바짝 붙어 수행하는 중이었다.
"에이, 저야 작년하고 재작년 열심히 배웠잖아요."
"흐음, 그래? 참, 근데 이쪽엔 남학생들만 보이네? 다른 애들은 다 어딨어?"
성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태영이 잽싸게 대답을 가로챘다.
"네, 선생님. 여학생 부는 저쪽 반대편 해변에서 실습하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모실까요?"
"응, 어쨌든 나왔으니 둘 다 확인해 봐야지. 안내 해줄래?"
"넵,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태영은 무슨 기사 종자라도 되는 것처럼 앞장서서 민주를 안내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성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 새낀 또 왜 저래? 무슨 조교샘 시다바린 줄.’
"성수군, 처음부터 너무 힘들게 하면 지치니까 쉬엄쉬엄하라고 해. 알았지? 난 그럼 여학생 부 쪽으로 가볼게."
"네, 조교 선생님."
민주가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걸으며 도훈에게로 다가갔다.
‘아아, 주인님. 민주 지금 가고 있어요.’
허리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녀를 뒤따르던 태영은 여신이라도 숭배하는 표정으로 감격해 했다.
‘와, 민주샘 오늘 진짜 매력 터지네. 난 진짜 민주샘의 노예가 되어도 좋을 것 같아.’
해변을 한참을 걸어 내려오자 슬슬 여학생 무리가 보였다. 도훈을 발견한 태영이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선생님, 저기에요."
도훈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민주는, 여학생들 무리에 둘러싸인 모습을 순간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아니 저것들이!’
< 950. 별이 쏟아 지는-1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