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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63화 (930/2,000)

< 946. 별이 쏟아 지는-6- >

물론 여학생들의 지대한 관심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방적인 인기를 끄는 도훈의 모습에 질투심을 느낀 남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이었다.

"아니 왜 도훈이 형이 여자부 강사야?"

"그러게. 아무래도 수영 실력은 승완이 형 쪽이 더 낫지 않나? 접때 들어보니까 승완이 형은 중학생 때 경남 도 대표로 전국대회까지 나갔다던데."

"도훈이 형이랑 성수 형이랑 둘이 엄청 친하잖아. 도훈이 형이 몰래 부탁했겠지."

의도치 않게 청탁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

도훈은 억울했지만, 일단은 잠자코 사태를 넘겼다.

‘거참, 이런 의심까지 받으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아무래도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요. 주인님이 처신을 잘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자, 그럼 점심 준비하기 전까지 몸풀기부터 하겠다. 바다 수영 가능한 인원들은 우선이랑 같이 식사 준비 조로 투입하고 나머진 20분 뒤 복장 갖춰서 해수욕장으로 집합!"

성수가 주변의 불만을 물리치고 강행 의지를 보였다. 회장 대리인 그의 권한은 절대적이었으므로 감히 따지고 드는 사람은 없었다.

학생들이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사이 도훈이 성수에게 따로 찾아가 말했다.

"형 때문에 괜히 미운털 박히게 생겼는데요."

"뭐가 인마."

"아니 아까 남자애들이 불만인 것 같더라고요. 제가 여 학생부 강사 전담하는 게."

성수가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수영 캠프 준비할 때 집행부 일 좀 도와달라니까 나 몰라라 했던 것들이 이제 와 무슨 불만이야? 불만 있으면 나오라고 해. 담배는 내가 챙겨 준다고."

"아니, 형···."

"암튼, 그딴 소리에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여자 강사 따로 없는 이상 셋 중 누군가는 맡았어야 한단 말이지. 오히려 승완이가 먼저 자긴 여학생들 가르치기 부담스럽다고 고사했단 말이야. 찬호는 혼자 가르칠 깜이 안 되고."

"승완이가요? 왜요?"

"몰라. 옛날 잠깐 알바로 수영 강사 했는데, 그때 여자 회원한테 크게 데였던 모양이더라. 그 뒤론 여자애들 가르치는데 치를 떨더라고."

"그런 일이 있었어요?"

"뻔하잖아.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만지면 자세 교정이고, 마음에 안 들면 추행이지. 암튼 험한 꼴 당하고 나서는 여자부는 절대 안 맞겠다고 해서 너한테 부탁한 거야. 이건 내가 애들한테 따로 말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안전하게 교육이나 잘 시키고 와."

"저도 근데 수영만 할 줄 알지 누굴 가르친 경험은 없어서···."

"인마. 미래의 체육 교사가 그게 지금 할 소리냐. 네가 할 줄 모르는 종목도 가르쳐야 할 판에, 아는 것도 못 알려주면 어떻게 해? 어차피 현장 나가면 다 쓸모 있는 경험이니까 열심히만 해. 아까 보니까 교사선호도가 높아서 대충 물장구만 쳐줘도 좋아하겠더라."

"괜히 저 밀어주시려고 이거 맡긴 거 아니죠?"

"이유야 뭐든, 이제부턴 네 소관이지. 나 그럼 점심 준비하러 간다."

성수가 도망치듯 내빼자 도훈은 더욱 난감해졌다.

그때 연두가 와서 물었다.

"오빠, 저희는 어디로 집합해요?"

"어, 아까 민박집 들어오기 전에 해변 기억나지? 거기로 20분 뒤에 보자."

"네. 애들한테 말해 놓을게요."

여자부 집합 장소를 알려준 도훈은 대충 짐 정리를 끝내고 먼저 해변으로 나갔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 모래사장은 오전부터 피서를 나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가 만들어낸 배경이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소금기 머금은 바닷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기분이 덩달아 상쾌해졌다.

"야, 여기 오니까 진짜 여름 같네."

한참 교육 장소를 물색하던 도훈은 내리쬐는 햇살에 불편함을 느꼈다. 특히 백사장에 반사되는 햇빛이 너무 강해 눈을 찡그리지 않고는 못 버틸 정도였다.

‘선글라스라도 하나 챙겨올 걸 그랬네.’

[아이템이 있지 않습니까?]

‘내가? 선글라스가 있어?’

[쓰리 사이즈 스카우터는 안경뿐 아니라 선글라스 형태로도 변형할 수 있거든요.]

‘오, 그런 방법이. 보내줘 봐.’

쓰리 사이즈 스카우터는 여성의 몸매 중 바스트-웨스트-힙을 수치로 표시해주는 일종의 훔쳐보기 아이템이었다. 도훈이 선글라스로 변신한 아이템을 쓰자 지나가는 여성의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30-26-29

‘헐. 저 여자 뽕 찼나 보다. 수영복 입은 거 봐선 위아래 쭉빵인데 실제론 형편없네.’

[엉덩이도 뽕이 있습니까?]

‘당연하지. 엉뽕 패드 몰라? 요샌 골반이 대세라 저렇게 가려지는 수영복 안에 넣기도 한다고.’

[허-. 어차피 들통날 건 왜 저러는 걸까요?]

‘벗겨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파라솔이 높인 비치 배드에 누운 도훈은 지나가는 여자들을 훔쳐보며 몸매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늘진 파라솔 아래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사람 구경만 하고 있어도 휴양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

"애들아. 도훈 오빠가 복장 갈아입고 바로 바닷가로 나오래."

"꺄-. 벌써 캠프 시작이야?"

"나 아직 짐도 다 못 풀었는데···."

여학생 방에 모인 13명의 인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남학생들에 비교하면 챙길 물건이 많아서인지 곳곳에 양쪽으로 펼친 캐리어 때문에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였다.

"근데 수영복은 어디서 갈아입어?"

"어디긴. 여기지."

"여, 여기서 바로?"

많은 사람 앞에서 옷 벗기가 민망해진 여학생 하나가 수영복을 챙겨 들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그때 화장실을 다녀온 여학생 하나가 질겁을 하며 소리쳤다.

"야, 대박! 화장실 진짜 쩔어."

"왜, 왜?"

"세상에 좌변기도 없는 옛날식 화장실이야. 심지어 남녀 구분도 따로 없고."

"헐. 시설 너무 열악한데."

"부회장님은 왜 대체 이런 데 숙소를 잡은 거야?"

"몰라. 차라리 돈을 더 걷지."

화장실이 야외에 있는 데다 남녀 구분도 없다는 소리에 결국 여학생들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다들 조심스러운 가운데 과감히 옷을 벗어 재끼는 여학생이 하나 눈에 띄었다. 새까맣게 태닝 한 강경희였다.

그녀는 주변의 시선 따윈 신경도 안 쓴다는 듯 과감하게 올 탈의를 시작했다.

"와, 경희 몸 대박."

"세상에···. 저 말벅지 좀 봐."

연두와 나연은 경희의 눈부신 나신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장기간 테니스로 단련된 하체는 말 근육처럼 탄탄하고 선명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일으킬 정도였다.

나연이 연두에게 속삭였다.

"야. 쟤 가슴 봤어?"

"어. 어깨끈 자리랑 젖탱이만 하얗네. 벌써 혼자 피서 갔다 왔나 봐."

"그게 아니고, 저번에 보니까 탱크 톱 입고 뙤약볕에서 훈련하고 있더라고."

"탱크 톱? 테니스 복장 너무 야한 거 아니니?"

"그러게 말이야. 하여간 저년 수영복 보니까 이번에 아주 작정하고 왔다니까."

"저 꿀벅지로 누굴 조이려고."

경희가 과감히 수영복으로 갈아입자, 이제 질새랴 희주 역시 옷을 벗기 시작했다. 희주는 경희와 달리 온몸이 빛이 날 정도로 새하얘서 외국인 피부처럼 보였다.

"흐흐, 양공주도 벗네."

"희주가 왜 양공주야?"

"소문 못 들었어? 이놈 저놈 다 대주고 다닌대서 양공주잖아. 양 걸레라고 부르는 애들도 있데."

"에이, 걸레는 좀 심했네."

"암튼 쟤도 소문 별로 안 좋아."

"근데 몸매는 듣던 대로구나."

"그치? 피부색도 그렇고 약간 혼혈 같지 않니?"

"하-. 진짜 학과에 백마도 있고 흑마도 있고. 글로벌 하다 아주."

두 사람은 수영복을 갈아입는 여학생을 보며 하나씩 품평을 해댔다. 경희와 희주가 스타트를 끊자, 다들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탈의실을 방불케 하는 여자방 분위기는 시장통을 방불케 할 만큼 정신이 없었다.

"어휴, 근데 더워 죽겠네. 벌써 겨에 땀 찬 거 봐."

연두가 티슈로 겨드랑이 훔쳐내며 나연에게 말했다. 나연은 보기 민망했는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근데 이렇게 남녀 방을 갈라놔서 어떻게 도훈 오빠를 꼬신담? 방으로 쳐들어가려고 해도 갈 수 없게 만들어 놨네."

"그게 꼭 방일 필욘 없잖아?"

"무슨 소리야?"

"야외도 색다르지 않아?"

"흐흐, 지지배. 은근히 변태스럽단 말이야."

"너만 할까?"

연두와 나연이 속닥거리는 데 옆에서 옷을 갈아입던 서현이 한마디 했다.

"너희들 그만 떠들고 얼른 갈아입어. 우리 나갈 시간 다 됐어."

"알았어."

"나 아직 선크림도 못 발랐는데?"

"그럼 지각하던가. 난 먼저 간다."

어깨 위로 숄을 걸친 서현이 챙 달린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먼저 나갔다. 나연이 먼저 나가는 서현의 뒷모습을 보고 뒷담화를 깠다.

"야. 쟤 제모한 거 봤니?"

"어. 아주 똥꼬 털까지 싹 다 밀었더라?"

"저년도 요주의 인물이야. 동기들 다 보는데 티 팬티라니···. 제정신 아닌 듯."

"하여간 도훈 오빠 노리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니야. 다 조심해야 해."

"우린 둘이 한 팀이잖아. 나연이 너랑 나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어."

"맞아. 어떻게든 도훈 오빠는 우리가 쟁취해야 해."

마지막으로 남은 나연과 연두가 의기투합했다.

***

"선배, 애들 다 모였어요."

한가롭게 비치 배드에 누워있던 도훈은 여후배의 말에 벌떡 일어섰다.

"어, 벌써?"

누워있던 중 잠시 잠이 들었던 도훈은, 헐레벌떡 일어나 입가에 침을 닦았다.

‘어휴,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네.’

그러면서 여자부 팀을 쳐다보는데 순간 민망해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헉, 뭐, 뭐야 이건.’

여학생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비키니 계열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 것이었다. 개중에는 육정음처럼 레쉬 가드를 걸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영복인지 란제리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야한 옷차림이었다.

[당황하지 마십시오. 우습게 보이면 잡아 먹힐 겁니다.]

‘그, 그래.’

그나마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도훈은 애써 흔들리는 눈빛을 감출 수 있었다.

"일단 몸풀기부터 할 테니까 저쪽에 4열 횡대로 서봐."

"네, 선배님."

삼삼오오 모여있던 여학생들은 곧바로 대열을 정비했다.

캠퍼스에 평범한 차림으로만 만나던 여학생들이 다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있자, 도훈도 어딘가 쑥스럽고 민망해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와, 이거 예상은 했는데 너무 민망한데.’

더욱 문제는 도훈의 선글라스 위로 떠 오른 숫자들 때문이었다. 잠깐만 쳐다보고 있으면 수영복을 입은 여학생의 쓰리 사이즈가 떠오르는 바람에, 마치 알몸을 투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휴, 안 되겠다. 일단 체조는 다른 애 시켜야지.’

"여기 체조 전공이 누구였지?"

"저요."

나연이 당차게 손을 들었다.

"애들 가볍게 스트레칭시킬 수 있지?"

"스트레칭요?"

"어. 수영 가르치기 전에 몸부터 풀어야 하니까, 나연이 네가 대표로 애들 체조시켜."

"네, 오빠."

나연이 맨 앞에서 서자 남은 12명이 4명씩 3줄로 방진이 만들어졌다. 나연이 익숙한 동작으로 어깨 풀기를 시작했다.

"자, 그럼 선창할 테니 따라 하세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확실히 체육과라 그런지 단순히 몸을 푸는 동작에도 다들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미녀 군단 13명이 바닷가에 모여 체조하는 모습에 피서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개중에는 가족 단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남자끼리 놀러 온 이른바 헌팅 족들이었다.

"우아, 저기 뭐냐?"

"수영복 촬영 왔나?"

"혹시 아이돌 데뷔하는 애들 아냐?"

"그럴 것도 같은데? 애들 와꾸 상태 대박이야."

"가운데 저 선글라스 쓴 남자는 뭐야 그럼."

"매니전가 보지. 애들 관리하는."

"헐, 나중에 사인받아야겠다."

도훈은 단순 체조 동작만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오히려 부담돼 죽을 맛이었다.

‘어흑, 진짜 왜 하필 성수형은 여자부를 맡겨서.’

그때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나연이 어깨 돌리기에 들어갔다.

"자, 밖에서 안으로 하나, 둘, 셋, 넷~"

손으로 어깨를 짚은 다음 어깨 전체를 크게 원을 그리듯 돌리는 동작이었는데, 비키니를 입은 상태다 보니 어깨의 움직임에 따라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거렸다.

특히 글래머인 여학생들은 가슴골이 바짝 모이는 모습 때문에 도훈 역시 보던 중에 헛숨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헉, 저게 저렇게 야한 자세였다니.’

[주인님. 여기서 발기하면 큰일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커흑, 수치는 옆에 왜 뜨는 거야 자꾸 상상되게.’

어깨 풀기를 마친 나연이 이어서 하체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자, 다음은 무릎 잡아 돌리기!"

이번에는 두 손으로 무릎을 붙잡아 엉덩이를 돌리는 자세였다. 하필 뒤에서 보고 있던 도훈은 엉덩이 12개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에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커흑, 티 팬티는 좀 심하잖아.’

개중에는 엉덩이가 다 보이는 여학생들도 있었는데, 커다란 둔부가 눈앞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이 도훈의 성욕을 한껏 자극했다.

"이번엔 다리 펴 누르기. 왼발부터."

나연은 민망해하는 도훈을 보는 게 즐거운지 보란 듯이 점점 더 과감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다리 펴 누르기는 한 발을 쭉 뻗어 내린 후, 무릎에 반동을 주어 누르는 자세로 몸을 낮춘 상태에서 가슴이 앞으로 기울어지며 몹시도 음탕한 포즈가 만들어졌다. 특히 가랑이를 활짝 벌리는 탓에 팬티가 둔덕을 압박하며 소중한 부분의 외관이 적나라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어우야!’

도훈은 급기야 코피를 쏟기 직전이었다.

< 946. 별이 쏟아 지는-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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