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7. 여름 방학-29- >
‘버, 벌써 다 썼다고?’
희한하게도 정원이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팬 끝으로 가슴을 간지럽히는 애무가 그만큼 자극적이었던 탓이다. 떨떠름한 그녀의 반응을 본 도훈이 마치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물었다.
"왜 그래요? 혹시 즐기고 있으셨나?"
"무, 무슨 헛소리야!"
"아니면 말지 갑자기 왜 성이야? 암튼, 거울로 한 번 보고 계약 내용이나 확인하쇼."
도훈이 자리를 비키자 건너편 거울에 정원의 모습이 비쳤다. 훤히 깐 가슴 위로 검은 글씨가 휘갈겨진 모습은 음탕하다 못 해 난잡한 걸레처럼 보였다.
‘흑, 내가 어쩌다 이런 꼴을···.’
자신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 정원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빨갛게 물들었다. 더 창피한 사실은, 도훈의 집요한 애무로 젖꼭지가 발딱 서 있다는 점이었다. 그 꼴을 본 도훈이 속으로 비웃었을 거로 생각하니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정원은 우습게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 양아치는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는 순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게 분명했다. 틈을 주면 잡아 먹힐 것 같았다.
"뭐라고 쓴 거야? 글씨가 뒤집혀서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정원이 애써 태연한 척 연기했다. 이 정도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하지만 목소리가 살짝 떨려나왔다. 도훈이 이를 캐치했다.
‘센?척 허세부려 봐야, 이미 다 들켰거든?’
"아, 거울이라 뒤집혀 보이겠네. 내가 읽어드려? 나 홍정원은 이도훈이 목적을 달성하는 즉시 현금 3억원을 지급한다."
"목적을 달성? 그건 너무 모호한 표현 아냐?"
"더 구체적으로 써달라는 거요?"
"당연하지. 기왕 쓸 거면 그놈 이름까지 넣어. 그리고 놈이 다시는 바람 못 피우게 만들겠다는 내용도."
"흐음, 그럼 문장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데 괜찮겠수?"
정원이 고개를 떨구며 새초롬하게 답했다.
"어쩔 수 없지. 어쨌든 계약은 명확할수록 좋으니까."
‘크, 핑계는. 차라리 만져주니까 좋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싫은 척 하면서도 은근슬쩍 손길을 원하는 정원의 모순된 태도에 도훈이 속으로 조소했다. 이것은 일종의 게임이었다. 누가 끝까지 거짓말을 잘하는 지, 속내를 숨기는 연극같은.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중간부터 다시 쓰지 뭐. 하-. 그나저나 이걸 또 언제 다지운다?"
"···어, 어쨌든 다시 해."
"알았어요. 일단 누워봐요."
"누우라고?"
"앉은 자세에선 지우기 힘드니까 어디라도 누워보라고요. 약관 변경을 요구한 쪽에서 협조 해줘야 할 거 아뇨? 내가 바꾸자고 한 것도 아니고."
도훈의 퉁명스러운 대꾸에 정원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모텔방에서 누울 만한 곳은 침대밖에 없었다.
"그, 그럼 저기로."
정원이 가운을 여미더니 침대로 이동했다. 정원이 일어서자 도훈이 잠자코 앉아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 밑을 주시했다. 그곳엔 오백원짜리 동전 크기의 물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저건···.]
‘맞지, 지린 거?’
[그래 보이는군요]
‘아닌 척은 실컷 해놓고 밑에선 질질 싸고 있었네. 크크.’
[들키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도훈은 보고도 못 본척 침대로 뒤따랐다.
어느새 다소곳이 누운 정원이 도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훈이 서서히 밑밥을 깔았다.
"그나저나 화장품 너무 좋은 거 쓰시는 거 아뇨? 발색이 너무 좋아서 잘 지워지지도 않네."
"그, 그래서 뭐 어쩌라고? 사주지도 않았으면서 불만은."
"그만큼 지우기 힘들다는 소리지. 아까보니 침 바르면 그나마마 지워지더만. 잠깐만 있어 보쇼."
도훈이 불쑥 가운을 풀어헤쳤다.
가운은 아슬아슬 배꼽 아래를 가린 채 좌우로 활짝 벌어졌다. 도훈의 거친 행동에 정원은 자기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올 누드 상태로 가운만 걸친 터라 자칫 아래까지 모두 내보일까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하지만 밑은 적당히 가려진 상태였다.
정원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위험했어. 괜한 오해 살 뻔···.’
사실 정원은 애액을 지린 것을 아까부터 느끼던 중이었다. 허벅지 안 쪽이 축축해지며 회음부를 타고 밑으로 흘러내렸다. 만에 하나 도훈이 그것을 보게 되면 성욕을 못 이기고 자신을 덮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더, 덮쳐도 할 말 없잖아, 그건.’
이상한 것은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이중적인 태도였다. 마치 강간이라도 당하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도훈을 혐오하면서도 그의 손길에 갈증내는 스스로의 모순적인 태도에 굉장한 혼란을 느꼈다.
정원이 복잡한 마음으로 누워있는 데 도훈이 손끝에 침을 묻히더니 글씨가 적힌 부분을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몸에 좋은 크림이 묻은 도훈의 터치에 정원이 또다시 흥분했다.
‘아, 아··· 또 시작됐어. 어, 어떻게 이런.’
단순히 손끝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정원은 엄청난 자극을 느꼈다. 젖꼭지는 물론 유륜부의 돌기마저 닭살처럼 곤두섰다.
"흐, 흐응!"
"아파요?"
"조, 조금."
"참으쇼. 지워지고 있으니까."
도훈의 손이 점점 유방의 경사를 타고 올라가자, 누워있던 정원은 자기도 모르게 두손으로 시트를 움켜쥐었다. 평소 성감대가 젖꼭지에 몰려있던 터라 그곳으로 손끝이 향해갈수록 점점 흥분감이 차오른 것이었다.
‘하, 하아···. 뭐, 뭔데 이 양아치 새끼. 왜 이렇게 자극적으로 만져대는 거야?’
주륵-
아까부터 새고 있던 애액이 마침내 둑이 허물어진 것처럼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도훈의 애무에 봇물이 터져버린 것이었다.
"흐앗!"
"왜 자꾸 소릴 내요?"
"아, 아프다고! 니 손가락 너무 거칠어서! 어디서 막노동 뛰다 왔니?"
정원은 갑자기 화를 내며 도훈을 핍박했다.
방구 뀐 놈이 성낸다더니, 딱 그꼴이었다.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거친 일 해서 거칠어진 걸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알았소, 그럼 한 번 더 실례하겠수."
도훈이 상체를 바짝 엎드리더니 이번엔 혀로 가슴을 쓱쓱 핥았다. 혀로 침을 묻힌다는 핑계였지만, 정원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었다간 당장 교성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입술을 비집고 터지는 신음마저 막을 순 없었다.
"흐으응!"
"왜요? 설마 혓바닥도 아프다는 거요?"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쾌감을 느끼면서도 아닌 척 둘러대는 정원의 모습에 도훈 역시 점점 흥분했다.
‘장난으로 시작했다 나까지 꼴려버렸네.’
그의 바지춤이 묵직하게 부풀며, 정원의 옆구리를 쿡쿡 쑤셨다. 사태가 이쯤되자 정원도 금방 뭉특한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뭐, 뭐야? 설마 지금 이건···.’
각도 상 아무리 봐도 그것은 도훈의 잦이였다. 누워있어서 확인할 수 없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순진한 처녀도 아니고, 애까지 낳은 유부녀가 이를 착각할리 없었다.
‘미, 미친 새끼! 잔뜩 꼴려 가지고.’
정원은 도훈을 향해 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동시에 그가 자신의 몸을 보고 흥분했다는 사실에 묘한 자부심을 느꼈다. 김변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던 자신의 몸이, 낯선 남자를 단단히 꼴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줄 알았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안도감을 느낀 정원이 가슴을 물고 빠는 도훈에게 말했다.
"이, 이제 다 지워진 거 아니야?"
"아직 한 글자 남았소."
"얼른 지워."
"참내, 보채기는."
도훈은 마지막으로 입속에 젖꼭지를 넣어 강하게 빨아대고는 몸을 일으켰다.
"끝. 그럼 계약서 다시 씁니다."
"그, 그럼 이제 일어나서."
몸을 일으키려는 정원을 도훈이 손바닥으로 눌러 저지시켰다.
"아니. 이 자세가 차라리 낫겠는 걸. 그냥 계속 누워 있으쇼. 내가 후딱 써드릴라니까."
"그, 그렇다면."
아이 라이너를 든 도훈이 다시 한번 계약내용을 수정했다. 글씨가 새겨질 때마다 정원이 허벅지를 안쪽으로 오므리며 다리를 가만있질 못했다.
‘하아, 너무 예민해져 버렸어. 시트가 벌써 다 젖어버렸을 거야.’
정원이 다리를 배배 꼬는 것을 본 도훈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잘하면 여기서 덮칠 수도 있겠는데?’
[설마 정원을 공략하시려고요? 참고로 아무런 보상도 안 걸린 상대라는 건 아시죠?]
‘알지 그건. 근데 밑에 아예 물난리 난 거 같은데, 지켜만 보자니 안쓰러워서 말이지.’
[주인님도 참···.]
‘뭐, 강간 아니면 상관없잖아. 어차피 순진한 유부녀도 아니고.’
김변에게 농락당하긴 했지만, 어찌됐건 정원 역시 불륜녀였다. 김변이 상대적으로 나쁜 놈이라고 하지만, 정원도 지탄받아 마땅한 여자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돈 벌어다 주는 남편 몰래 2년 씩이나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웠으니 말이다.
정원을 보자 도훈은 문득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내 마누라도 이런 식으로 놀아 났겠군.’
정원의 모습이 전 마누라와 오버랩되었다. 그 순간 도훈은 정원이 불쌍하다기 보다 당해도 싸다는 잔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지가 아랫도리 허전해서 김변하고 붙어 먹다가 배신당한 거잖아. 그런 주제에 자길 함부로 대했다고 이젠 사람을 써서 인생까지 파멸시키려 하고 있고. 대체 이 여자랑 김변이랑 다를 게 뭐야?’
어차피 둘다 똑같은 년놈들이라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외간남자랑 붙어 먹은 년, 내가 한 번 더 따먹는다고 티나 나겠어? 게다가 김변 열받게 하려면 당연히 뺏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말이야.’
글씨를 다 쓴 도훈이 핸드폰을 챙기며 말했다.
"이제 증거사진 남길 테니 일어나 보쇼."
정원이 주춤주춤 일어나자 도훈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자 그럼 찍습니다. 여기 보시고."
찰칵-.
카메라 소리와 함께 도훈의 핸드폰에 음탕한 사진이 남았다. 정원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찍은 사진 보여줘."
"예쁘게 잘 나왔으니 안심하쇼."
"그래도 내가 확인해야겠으니 보여달라고."
"그렇다면 뭐."
폰에 찍힌 사진을 본 정원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사진에 찍힌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음탕하고, 퇴폐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젖꼭지까지 바짝 서고, 살짝 풀어진 눈동자가 음란한 촬영을 즐기는 여자처럼 보였다.
"이, 이건."
"마음에 드쇼? 누가 봐도 협박 당해 찍었다곤 생각 못 하겠지?"
"다, 다시 찍어줘."
"왜요?"
"너무 야하게 나온 것 같아."
"누님이 그렇게 생긴 걸 애꿎은 사진 탓은 왜 하는지."
"내가 뭐가 야해? 지금 사진을 찍은 건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였잖아."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요?"
"뭐, 뭐래! 이 양아치 새끼가 감히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럼 이건 뭔데?"
도훈이 정원이 누워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녀가 누워있을 때는 몰랐지만, 그녀가 일어서자 흥건히 젖은 시트가 훤히 드러난 것이었다. 아까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였지만 이번에 그 양이 워낙에 많아서인지 손바닥 한 뼘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넒은 면적이었다.
도훈의 지적에 정원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현실을 부정했다.
"이, 이건 그러니까 샤워하고 젖어서."
"거짓말 하기."
"저, 정말이야. 아까 샤워하고 젖은 물이."
정원이 발뺌하자 도훈이 보란 듯이 시트에 엎드려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았다. 저질스러운 행동에 정원이 까무러쳤다.
"미, 미쳤어? 그걸 왜 맡아!"
"내가 어려서부터 후각이 예민하거든. 시큼한 것이 씹물 맞는데 뭘 아니라고 우겨?"
"미친놈."
"젖었으면 젖었다고 하면 되지 뻔한 거짓말을."
"아니라니까!"
정원이 계속 우기자 도훈이 그녀에게 성큼 다가섰다. 갑자기 덩치 큰 도훈이 침대 위에서 압박하자 정원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다 등받이에 부딪히며 넘어졌다.
"뭐, 뭐하는 거야 지금. 얼른 안 비켜?"
"누님. 계약서는 다 썼는데 한가지 빼먹은 게 있는 것 같지 않소?"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지장 말이요."
도훈의 바지춤은 이미 크게 부풀어 겉으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밖으로 튀어 나와 있었다. 정원은 핀치에 몰린 상태에서도 도훈의 부푼 대물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 미친놈 왜 저렇게 커졌지?’
도훈이 계속 말했다.
"계약서를 썼으면 지장을 찍는 게 순리 아니요?"
"지, 지장이라니?"
도훈이 천연덕스럽게 바지를 끌어내렸다. 그러자 팬티에 갇혀있던 대물이 용수철처럼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찌나 크기가 거대했는지 정원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세, 세상에 무슨 잦이가 저렇게나!’
"앞에 말을 빼먹었네. 자-지장 말이요."
"저, 저리 안 치워? 어디다 흉측한 것을!"
정원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도훈의 대물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미 몸은 끝까지 달아오른 상태. 속 마음은 당장에라도 뜨거운 것을 안에다 집어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와중에 도훈이 뻔뻔하게 대물을 들이대자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았다.
"난 누님이 원하는 줄 알았는데?"
"시, 싫어! 더러운 새끼. 누가 그런 걸 원한다고!"
"뭐, 싫으면 마쇼. 강요는 안할 테니까. 근데."
도훈이 말끝을 흐렸다. 여전히 아랫도리는 핏줄이 돋아난 채 위아래로 껄떡거리고 있었다.
"그, 근데 뭐."
"김변은 지멋대로 다른 여자 따먹고 다니는데 누님은 그게 분하지도 않소?"
"뭐라고?"
< 937. 여름 방학-29-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