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6. 여름 방학-28- >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꼭지도 안 나온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요? 자꾸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도 더는 거래 못 해지."
"···아, 알았다구요."
도훈의 협박에 굴한 정원이 천천히 손브라를 내렸다. 어찌나 부끄러워하는지 고개를 떨군 채 눈도 못 마주칠 지경이었다.
‘와, 이 아줌마 30대 맞아? 빨통이 무슨···.’
[확실히 나이가 무색할 정도긴 하군요.]
정원은 가슴은 크기도 크기지만, 처지지 않고 봉긋하게 솟은 모양이 일품이었다. 특히 유륜부가 유난히 밝고, 젖꼭지가 연한 핑크색을 띄고 있어 처녀 같은 느낌도 났다.
‘김변, 이 멍청한 새끼. 이런 훌륭한 빨통을 제 발로 차다니. 복에 겨운 줄 모르고 말이야.’
[역시 남자들은 익숙해지면 질리는 법일까요?]
‘아무튼, 덕분에 나만 쌩큐지. 놈에 대한 복수심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부끄러움 많은 여자가 낯선 남자에게 쉽게 자기 젖을 깠겠냐고.’
도훈의 생각대로, 정원은 유달리 낯가림이 심한 편이었다.
평소에도 외간남자와는 말도 잘 섞지 않아 다소 쌀쌀맞은 인상을 풍길 정도. 다만, 자신과 친한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깊이 알면 알수록 속정이 깊은 타입이었다.
즉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기보다,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편이었고 이런 성격은 남녀 관계에서도 똑같이 드러났다.
처음 김변과 관계를 맺었을 때 만해도 오히려 김변이 그녀를 귀찮을 정도로 쫓아다니는 형국이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모두 내준 작금에 이르러서는 김변이 아무리 제멋대로 행동하고 상처를 주더라도 모두 감내하고, 받아주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김변은 정원에게 질릴 수밖에 없었다.
본래부터 제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다 보니 여자 쪽에서 자신을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된 순간, 소위 말하는 갑질을 시작한 것.
정원은 김변이 언젠간 자신의 진심을 알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거라고 믿었지만, 끝내 성욕 해소 도구로 이용당하고 버려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렸다.
씹던 껌.
김변에게 있어 자신은 딱 씹던 껌이었다.
단물 다 빠지고, 질겨져 씹을수록 이빨만 아픈.
그래서 언제든 쓰레기통만 보이면 퉤- 하고 뱉을 준비가 되어있는.
정원은 자신의 가슴을 음흉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도훈에게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면서도, 김변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더 한 것도 견뎌내겠다고 결심했다. 그 정도로 그녀가 느낀 배신감이란 이룰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헤에, 예쁘구만 누님 가슴."
"누, 누님이라니···."
"아니면 뭐, 이모라 부를까? 우리 사이 터울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도훈의 노골적인 희롱에 정원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쌩양아치 새끼. 김변과의 일만 아니었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건데···.’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찍기나 해요, 사진."
"무슨 소리야? 아직 준비도 덜 됐구만."
"주, 준비라니?"
"그럼 그냥 노출 사진으로 끝나는 줄 알았어? 협박당해 찍혔다거나 몰카라고 우기면 나만 좆되게? 누님, 사람 너무 띄엄띄엄 보시네."
"아, 아니 말이 다르잖아 이건."
"됐고, 립스틱 어딨어?"
"립스틱은 왜?"
"계약서 써야지."
"무슨···."
갑작스레 단서를 추가하는 도훈의 태도에 정원이 뜨악 하는 사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도훈이 그녀의 백을 발견했다. 고급스러운 그녀에게 어울리는 명품백이었다. 도훈은 허락 없이 가방을 뒤적거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지금."
"립스틱 찾는다니까. 아, 이것도 괜찮겠네."
도훈이 아이 라이너를 꺼내 들었다. 펜슬 타입으로 되어 글씨를 쓰기 용이해 보였다.
"그걸로 뭘 하려고?"
"말했잖아. 계약서 쓴다고. 누님 몸에다."
"미, 미쳤어?"
정원이 까무러치게 놀라며 가운으로 가슴을 여몄다.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아니, 한두 푼도 아니고 3억짜리 계약인데 그럼 아무런 증거도 안 남길까?"
"그, 그냥 각서로 써주면···."
"의미 없어."
"아무튼, 난 그런 짓은 도저히 못 해. 아니, 안 해!"
정원이 귀밑까지 빨개졌다.
아이 라이너 뚜껑을 연 도훈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를 이용해 자신의 몸에 계약서를 쓰겠다는 소리였다.
‘미친놈. 사람 몸이 낙서장도 아니고···. 어떻게 저런 변태 같은 발상을···.’
도훈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누님, 진짜로 복수할 생각은 있는 거요?"
"뭐라고?"
"지금 태도가 그렇잖아.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건 못 해. 저건 못 해. 그냥 다 안된다고만 하잖수. 그러면서 무슨 복수를 운운해?"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어떻게 몸에다 그런 짓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누님이 그렇게 독기가 없으니 김변이 호구 취급하는 거요. 계약서 쓰기 싫으면 평생 그렇게 사쇼. 단물 다 빠질 때까지, 씹다 버린 껌처럼."
"······."
몰래 정원의 속마음을 읽은 도훈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씹던 껌이란, 그녀 스스로가 김변에게 팽당한 자신을 비하하여 명명한 단어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원의 뇌리에서 스위치가 켜졌다.
‘씹던 껌? 내가, 진짜로 씹던 껌이었다고? 김변. 감히 나를 이딴 식으로 비참하게 만들어?’
본인 스스로 생각한 단어가, 낯선 도훈의 입에서 튀어나온 순간 그녀의 자존심은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귀한 집에서 고생 한 번 안 하고 자란 그녀가 인생 처음으로 쓰라린 밑바닥을 대면한 순간이었다.
한낱 쌩양아치에게 씹던 껌이라고 조롱당하는 순간, 그녀의 이성을 억제 해주던 제동장치가 마침내 끊어졌다.
"···다신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정원이 낮은 어조로 분명히 말했다.
그것은 선을 넘지 말라는 명백한 경고였다.
‘얼씨구. 갑자기 화내니까 졸라 무섭네, 저 아줌마.’
[주인님이 좀 심하셨죠.]
‘자극 좀 주려고 그런 거야. 비하의 의도는 없었어.’
[어쨌든 결과를 보니 성공적인 것 같군요. 정원의 눈빛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정원의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변을 파멸시키고 말겠다는 강한 적개심의 표현이었다.
‘호오, 이제 좀 재밌어지겠네.’
"그래. 어디 원하는 대로 해봐."
정원이 다시 가운을 벗어 던졌다. 이번엔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도 도훈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그럼 진짜 계약서 씁니다?"
"맘대로 해. 대신···."
"······?"
"네가 한 약속 지키지 못하면 다음엔 내가 너 죽여 버릴 거야. 사람 시켜서라도."
‘어이구, 무서라. 불똥이 왜 갑자기 나한테 튀냐.’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진심인 것 같은데요.]
‘그러게. 기합이 단단히 들었네. 좋아, 이래야 붙어볼 만하지.’
아이 라이너를 든 도훈이 백지장 같은 정원의 가슴 위에 팬 끝을 올렸다. 차가운 팬 끝이 살결에 닿자, 아무리 각오를 다진 정원이라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으으, 이 미친놈 같으니.’
"참, 누님 이름이 뭐요?"
"이름은 갑자기 왜?"
"계약서에 써야 할 거 아니요."
"홍정원."
"그럼 씁니다. 나 홍정원은···."
도훈이 아이 라이너를 이용해 정원의 윗가슴골 부분에 글씨를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낯선 남자가 자신의 가슴에 글씨를 새긴다는 수치심과, 팬 끝의 간질거리는 느낌에 정원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이도훈에게 3억 원을···."
첫째 줄이 끝나자 가슴 위에 더 이상 공간이 없었다. 도훈이 글씨쓰기를 멈추고 정원에게 말했다.
"누님, 자리가 없어서 밑에다 이어 써도 되겠소?"
"미, 밑이라니."
"뭐긴, 젖탱이 말이요."
"······."
모멸감을 느낀 정원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대답 없는 그녀의 태도를 암묵적 긍정이라 인식한 도훈이 이번엔 유방 한가운데 글씨를 이어 썼다.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는···."
아이 라이너가 유륜부를 지나 젖꼭지를 간지럽히자 정원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 도훈이 말했다.
"아 좀, 가만히 좀 있어 보쇼. 당최 글을 쓸 수가 없네."
"크흣."
"안 그래도 곡면이라 쓰기도 힘들구만, 흔들리기까지 하니까··· 안 되겠다. 잠시만 실례 좀."
도훈이 갑자기 정원의 커다란 젖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꺄앗! 무, 무슨 짓이야!"
"아니. 도저히 글씨를 못 쓰겠어서 잡아놓고 쓰겠다는 거 아니요."
"그, 그래도 이건···."
"후딱 끝낼라니까 잠깐만 참으쇼."
‘으으. 이런 변태 새끼가···.’
정원은 거의 수치사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아무리 복수를 위해서라긴 하지만, 낯선 남자에게 가슴을 까질 않나, 거기에 낙서를 허용하질 않나···. 이제는 아예 젖가슴까지 멋대로 주무르는 걸 눈뜨고 지켜봐야 했다.
‘흐, 흐응. 그, 근데 내 몸이 왜 이러지···.’
도훈의 손길이 닿는 순간, 비명을 질렀던 것은 단지 부끄러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따뜻한 손이 닿자 갑자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극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하, 하아···. 아까 김변이랑 너무 후다닥 끝내서 아직 여운이 남아 있었나 봐. 어, 어떡하지.’
물론 정원이 강하게 자극을 받은 이유는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은 도훈이 몰래 손에다 몸에 좋은 크림을 발랐기 때문이었다. 크림을 바른 상태에선 어디든 극도로 예민해지는 마당에, 실제 정원의 성감대인 가슴을 움켜쥐었으니 그녀로선 밀려오는 자극을 참
기가 힘들었다.
‘아, 아, 안돼. 이따위 양아치 새끼한테 이런 꼴을···.’
이제껏 당당히 도훈의 시선을 받아내던 정원이 끝내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붉혔다. 도훈은 슬슬 반응하는 정원을 보며 생각했다.
‘섰다. 젖꼭지 바짝 섰어.’
[몸에 좋은 크림이 효과가 좋긴 하죠.]
‘조금만 더 자극하면 씹 물도 질질 나올 것 같은데.’
도훈이 꾀를 내며 일부러 글자를 뭉개 뜨렷다.
"아차."
"왜, 왜 그래?"
"아니. 글씨를 잘못 써버렸네."
"그, 그냥 대충 써."
"금액이 적힌 부분인데 어떻게 대충 써요. 잠깐만 손으로 문지르면 지워지지 않을까?"
도훈이 크림을 잔뜩 묻힌 손으로 정원의 바짝 선 젖꼭지를 문질렀다. 안 그래도 예민해진 정원의 젖꼭지가 도훈의 손가락에 농락당하자,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하, 하앗."
"왜 그러쇼?"
"아, 아파···."
정원이 거짓말을 했다. 도훈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문질렀는데 더 번져서 엉망이 됐네. 안 되겠다. 누님 눈 딱 감으쇼."
"누, 눈을 갑자기 왜."
"침으로 닦아야 지워질 것 같아서."
"무, 무슨 말이야 갑자··· 헉!"
도훈이 머리를 들이밀더니 갑자기 정원의 젖꼭지를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번진 아이 라이너를 지운다는 핑계로 혀까지 살살 굴려 가며 꼭지를 희롱하자 정원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명백한 신음성을 토하고 말았다.
"하, 하앙, 이, 이렇게 빨아 버리면···."
"퉤."
도훈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침을 내뱉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와 이거 발색이 너무 진하네. 이래도 안 지워져? 누님 내가 한 번만 더 지워볼게."
도훈이 다시 달려들었다. 정원이 말릴 새도 없었다.
"아, 안돼!"
쪽쪽-.
혀에 모터가 달린 도훈이 오랜만에 오랄 스킬을 시전 했다.
침대 위의 혀컴이라 불리는 도훈의 혀끝이 전후좌우 사방팔방으로 휘저어지며 예민해진 정원의 젖꼭지를 희롱했다.
"하윽, 뭐, 뭐 하는··· 흐, 흐앙!"
끝내 온몸에 힘이 풀린 정원이 도훈 쪽으로 상체를 쓰러뜨렸다. 이에 도훈은 더욱더 현란한 스킬을 선보이며 마음껏 정원을 농락했다.
추릅추릅, 촵촵!
"흐으으으."
"퉤."
다시 침을 뱉은 도훈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겨우 다 지웠네. 어? 근데 누님 표정이 왜 그래요?"
"뭐, 뭐! 얼른 쓰기나 해."
"이상한데? 설마 느낀 거 아니지?"
"미, 미친! 내가 너 따위한테!"
정원이 발끈하자 도훈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아니면 아니지 뭘 그렇게 또···. 이제 조금만 참으쇼. 다 썼으니까."
도훈이 펜을 들어 문장을 이어갔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도훈의 뻔뻔한 태도에 정원은 어이가 없었다.
‘개새끼. 분명히 일부러 그랬을 거야.’
그러나 알면서도 당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근데 내 몸이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역시 아까 김변이랑 너무 빨리 끝내서 그런 걸까.’
김변의 섹스는 일방적이었다. 전희도, 애무도 없이 그저 꼴린 잦이를 아직 물도 덜 나온 구멍 속으로 빠르게 처박기만 했다. 당연히 당하는 여자 입장에선 아무런 쾌락도 느낄 수가 없는 섹스였다.
정원은 지금 자신이 보이는 반응이, 앞서 김변이 몸만 달궈놓고 떠나버렸던 까닭으로 이해했다.
‘맞아. 이건 다 김변 때문이야. 그 새끼가 잔뜩 약만 올리고 자기만 즐기고 가는 바람에 애꿎은 나만···.’
정원은 용기를 내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쓰고 있는 도훈을 내려다보았다.
양아치.
아니, 그냥 쌩양아치.
말투도 교양 없고, 근본도 없는 하류층 사내.
처음엔 혐오감이 들 정도로 싫었지만,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니 제법 잘생긴 청년이었다.
‘···서른 살이나 됐으려나? 그러고 보니 김변이랑 나이도 같네.’
한번 도훈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하자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얼굴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그의 탄탄한 몸이었다. 반 팔을 입어 드러난 팔뚝이 돌덩이처럼 단단했다. 가슴에서 복부까지 이어지는 라인 역시 굉장히 탄탄해 보였다. 그리고 바지가 터질 것처럼 조여
진 허벅지도···.
‘힘 하나는 참 좋게도 생겼네.’
"이제 다 됐수다."
"어?"
< 936. 여름 방학-28-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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