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8. 여름 방학-20- >
‘예상했던 결과야.’
[예상하셨다고요?]
‘생각해봐. 티켓비 10만 원이 아까워서 미쓰리를 음흉한 시선으로 눈독만 들이던 영감탱이라고. 그런 수전노가 생돈 1억을 털렸으니 곱게 물러나겠어?’
[하긴, 조카의 유산을 탐내기도 했지요.]
‘게다가 당장 현장에서 현금 2,000을 털렸잖아. 어쩌면 그게 결정적이었겠지. 경찰에 신고해봐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데다, 혹시라도 내가 차용증을 이용해서 또 다른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야. 그 상황에 그 영감탱이가 할 수 있는
결론은 되치기뿐이지.’
[되치기요?]
‘아마 데려온다는 사람, 타짜일걸.’
[타짜라면 사기도박 전문가 아닙니까? 주인님에게 역공을 걸기 위해서요?]
‘맞아.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전문 도박꾼. 일반인은 아무리 덤벼도 타짜 못 당해. 타짜는 오직 같은 타짜만 상대할 수 있거든.’
[그럼 주인님이 불리하신 거 아닌가요? 타짜를 상대로 자신 있으십니까?]
‘물론 아이템만 가지곤 힘들겠지. 일전엔 미쓰리의 도움으로 탄으로 바꿔 칠 수 있었지만, 이번엔 호락호락 안 당할 테니까.’
[그럼 대책은요?]
도훈이 씩 웃었다.
‘난 절대 지는 게임은 하지 않아.’
"왜 웃어? 좋아?"
미쓰리가 헉헉대면서 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차게 내리꽂아도 느낌이 덜했다. 평소 대학 후배들이나 파트너들과 할 때와는 천지 차이였다.
"응, 좋아."
도훈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아무리 하룻밤 일회성 만남이지만 굳이 상처를 줄 필욘 없었다.
‘근데 허벌은 어쩔 수 없는 허벌이네.’
[이상하군요. 미쓰리 나이가 많아 봐야 채 서른도 안 됐을 것 같은데 왜 그런 차이가 날까요?]
‘이유는 두 가지야.’
[두 가지요?]
‘하나는 타고나길 조임이 약한 경우. 이건 뭐 선천적인 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도 유난히 조임이 센 정음이나 미나 같은 애들도 있는 반면, 솔직히 느낌이 덜한 애들도 있었거든.’
[또 다른 하나는요?]
‘말 그대로 걸레라서 그래.’
[걸레요?]
‘걸레가 왜 걸레겠어? 걸레도 처음엔 수건이었을 때가 있었지. 맑고 깨끗하고, 얼굴을 닦아도 될 정도로 순수한. 하지만 쓰고 빨고 닳아지면 표면이 까끌까끌해진다고. 나중엔 피부에 닿는 것조차 따갑지. 그땐 걸레가 되는 거야.’
[흠.]
‘생각해봐. 평균적인 20대 여자가 섹스를 얼마나 자주 할 것 같아?’
[남자친구가 있다면 일주일에 1번은 하지 않을까요?]
‘더 많지. 못해도 3번은 할걸. 거기다 한 번 할 때 한 번만 하는 게 아니잖아. 최소 2탕은 뛸 테니까. 그럼 일주일에 6회의 섹스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고.’
[네.]
‘일주일에 6회면 1년에 300회야. 1년에 300회면 10년이면 3000회지.’
[하지만 내내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사귀고 헤어지고 하는 것도 계산해야죠.]
‘그럼 못 잡아서 2000회로 하자. 20대에 1/3은 남자친구가 없는 휴지기로 치자고. 그래도 2000회야. 보통 한 번의 섹스에 평균적인 피스톤 운동을 250번이라고 해봐. 몇 번이나 잦이가 들락거렸을까?’
[2000회씩 250번이요?]
‘아니지. 거기에 2를 더 곱해야지. 피스톤 운동은 기본적으로 들어나갔다가 나오는 왕복 횟수니까.’
[아···. 근데 250회는 좀 많이 잡으신 수치 아닌가요?]
‘아니. 그것도 적어. 삽입 시간이 10분이라고 쳐봐. 그럼 1분에 25번 박는 거잖아. 너 내가 1분에 몇 번이나 박을 거 같아? 2초에 1번인데 그게 많다고?’
[주인님은 예외로 쳐야죠. 너무 강력하시니까요.]
‘그래서 평균적인 남자를 기준으로 친 거야. 어떤 놈은 5분 찍싸는 조루일 수도 있고, 또 어떤 놈은 변강쇠라서 30분 넘게 할 수도 있잖아. 하지만 대부분은 10분 내외로 끝나겠지.’
[일리가 있는 판단입니다.]
‘자 그럼 계산해 보자고. 20대 후반의 여자가 스무 살부터 남자를 사귀어서 꾸준히 섹스했다면 통상 2000회의 경험을 갖게 돼. 거기서 피스톤 질이 250번이니 50만. 거기다 왕복이니까 무려 100만이나 잦이에 뚫린 몸이 되는 거라고.’
[와···. 100만 번···.]
‘사람 몸도 쓰면 닳아. 100만 번 뚫리고 나면 당연히 처음과 같을 수 없지. 근데 미쓰리는 창녀잖아. 창녀 중에서도 나이도 많은 싸구려 창녀. 대체 몇 번이나 이 구멍을 들락거렸을 거 같아?’
[···사, 상상할 수 없는데요.]
‘잘나가는 OP녀들이 하루에 5명씩 손님을 받고, 하루를 쉰다면 일주일에 최소 30번은 섹스를 하겠지. 일반 여성을 6번으로 치면 무려 5배야.’
[다섯 배!]
‘100만 번의 다섯 배면 500만이라고. 상상이 가? 저 구멍을 들락거린 잦이가 500만 번이라고!’
[세상에!]
도훈은 갑자기 자세를 바꾸더니 미쓰리를 넘어뜨렸다.
도저히 느낌이 나지 않아,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안 되겠다."
"뭐가?"
"밑에 깔려있으니까 느낌이 안 와서. 내가 끝까지 한 번 박아볼게."
도훈은 대물로도 쉽게 채워지지 않는 공허(?)에 허기를 느꼈다. 그렇다면 초대물로 변신하는 수밖에 없었다.
‘로시, 사이즈업 풀 사이즈’
[여기서 커져라 여의봉을요? 스킬 남용 아닙니까?]
‘미쓰리가 해준 일이 있잖아. 앞으로 한 번 더 써먹을지도 모르고. 아무리 몸 파는 여자라도 가끔 느끼게 해줘야지.’
[크흠, 알겠습니다. 스킬 개방합니다.]
"헉!"
도훈의 밑에 깔린 미쓰리가 갑자기 눈을 커다랗게 떴다.
갑자기 밑이 터질 것 같은 충만감으로 가득찬 것이었다. 마치 도훈이 이단 발기를 한 것 마냥, 안에서 한 번 더 폭발했다.
"뭐, 뭐야 이건?"
"사실 아까 다 꼴린 게 아니었거든."
"마, 말도 안 돼."
"진짜야. 난 여성 상위로 하면 힘이 살짝 빠지거든. 이게 진짜야."
"커, 커. 어, 엄청.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진짜."
감격한 미쓰리가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22cm로 확장된 초대물이 주는 자극은, 이미 허벌이 되어버린 미쓰리에게는 충격적일 만큼 환상적이었다.
도훈은 그날 엄청난 쾌락을 미쓰리에게 선사했다.
***
"후-. 오빠 근데 몇 살이야?"
섹스가 끝난 후 미쓰리가 담배를 피우며 물었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느낀 미쓰리는 도훈에게 흠뻑 빠졌다.
"왜? 나이 알아서 뭐하게."
"치. 알려주면 안 돼? 난 스물아홉."
"오백만 맞네."
"응? 웬 오백만?"
"아니. 너 혹시 오백만 원 벌고 싶은 생각 없어?"
"진짜? 나 용돈 주게?"
미쓰리가 눈을 반짝거렸다. 오늘 도훈이 2,000만 원의 현금을 챙긴 것을 확인한 터라 뭔가 뽀찌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용돈은 무슨. 오늘은 내가 너한테 받아야 할 처지 같은데, 아냐?"
도훈에게 완벽히 느꼈던 미쓰리로서는 부정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흠. 맞아. 내가 염치가 없었네."
"암튼 그건 됐고, 내일도 나 한 번만 도와줘. 그럼 내가 500만 원 벌게 해줄게."
"아까 전화 받은 거? 내일 정말로 그 영감탱이랑 또 붙을 거야?"
"어. 말했잖아. 박살을 내줄 거라고."
"근데 왜 그렇게 그 영감탱이한테 집착하는 거야? 물어봐도 돼?"
"날 짜증 나게 했거든."
"아···."
"난 내걸 건드리는 건 절대 못 참는 주의라."
"암튼 알겠어. 오늘처럼 옆에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아니. 내일은 좀 위험할지도 몰라."
"위험하다니?"
"저쪽에서 전문가를 초빙할 예정이거든."
"설마 타짜?"
"아마도. 그래서 어설픈 수작 같은 건 절대 안 통할 거야."
"흠···. 괜히 복잡한 일에 얽히면 피곤해지는데···."
"그래서 의사를 묻는 거야. 오백이면 해볼 만하지 않아?"
"나까지 위험해지는 건 아니지?"
"전혀."
미쓰리가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돈 오백보다는 도훈이 마음이 들었기에 허락하는 모양새였다.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내가 할 일을 말해줘."
***
노태윤이 도박 장소를 알려온 건 저녁이 다 되어서였다.
[상가로 임대 내놓은 건물이라고요?]
‘어. 자기 소유 건물 중에 하난데, 세입자가 나가고 한동안 비어 있었나 보더라고. 거기서 보자는데.’
[근데 주인님. 정말 괜찮겠습니까? 괜히 수틀리면 저쪽이 해코지할지도 모르는데요.]
나는 집 안에 있는 현금과 일전에 벌어들인 현금을 탈탈 털어 운동용 망치 가방에 담으며 말했다.
‘그럼 나야 땡큐지. 시비 걸면 때려눕히면 그만이니까.’
[주인님은 일반인에 비하면 엄청 나지만 다수를 상대하게 될 경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무기까지 들게 되면요.]
‘걱정마. 아무 대책 없이 가는 건 아니니까.’
뭉텅이로 된 돈을 확인해 보니 1억이 채 되지 않았다.
일전에 나예림의 쇼핑몰 회사에 출자금을 투자한 탓이었다. 그밖에도 중고차를 사고 이리저리 기름칠하느라 쓴 돈이 제법 됐다.
‘그나저나 부족한 돈은 어떻게 하지? 로시, 혹시 현금 좀 당길 수 있을까? 4,000만 땡겨줘.’
[아이템으로요?]
‘응.’
[천상계는 해당 시스템의 화폐경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위폐제조와 같은 아이템 사용은 불허합니다. 하지만 잠시동안 돈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있을 겁니다. 잠시만요.]
한참 마켓을 뒤지던 로시가 말했다.
[있습니다. 돈 스프레이입니다.]
‘돈 스프레이?’
[네. 종이 뭉치에 스프레이를 뿌리면 돈뭉치처럼 보이게끔 겉면에 염색약을 입히는 아이템입니다. 대신 한쪽 면에만 인쇄되기 때문에 사용은 불가합니다.]
‘상관없어. 일일이 다 확인하진 않을 테니까. 밑에만 깔아두면 돼.’
[네. 부록으로 백지 뭉치도 별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폐 종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이즈가 가능하고요.]
‘그럼 오만원권 지폐로 4,000만 부탁해.’
[넵. 전송하겠습니다.]
마켓에서 산 ‘돈 스프레이’와 백지 뭉치를 받아 들고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작업이랄 것도 없는게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백지 뭉치에 스프레이를 뿌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놀랍게도 위조한 돈의 종류에 맞게 스프레이를 뿌리는 순간 페인트가 자연스럽게 오만원권 지폐 그림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봐도 실제 지폐처럼 감쪽같았다.
실제 같은 위폐에 감탄한 나는 오만원권 뭉치를 들고 손으로 촤르륵 펼쳐보았다. 그러나 로시의 말대로 겉면을 제외한 안쪽은 하얀 백지뿐이었다.
‘아쉽구만. 돈을 찍어내는 아이템만 있으면 열심히 돈 벌 필요도 없을 텐데. 천상계의 기술력으로 불가능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물론 가능은 하죠. 하지만 그게 가능했다면 잡스같은 플레이어가 무리해서 사업을 벌이고 세계적인 기업을 세웠을까요? 위폐를 허용하게 될 경우 일부 플레이어의 의욕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되므로, 목표 실현의 동기를 앗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한 아이템 종
류는 대체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무튼, 준비도 끝났는데 이제 가볼까?’
나는 차에 돈 가방을 싣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으슥한 분위기까지 났다. 가게마다 불이 모두 꺼져 지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목적지인 상가 건물은 2층이었는데, 창문으로 "임차인 구
함"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주변 상가를 보니 대부분 일찍 문을 닫은 걸 보면, 너무 구석에 위치해 상권이 좋지 않아 보였다.
‘저런 썩다리 건물이나 가지고 있으니 개털이구만.’
나는 혀를 끌끌 차며 돈 가방을 메고 2층으로 입장했다.
폐점된 가게 가운데는 스테인리스 원형 테이블이 설치되어있었고, 미리 도착한 노태윤과 선글라스를 쓴 낯선 사내가 앉아있었다.
"제시간에 왔구만."
"여어, 배짱 좋네. 진짜로 혼자 왔네?"
선글라스 사내는 심한 경상도 억양이었다. 다짜고짜 반말을 던지는 놈을 향해 내가 한마디 쏘아붙였다.
"거, 씨발. 입이 짧은 거야 혓바닥이 잘린 거야? 말 한번 존나게 짧네."
"으허허!"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더니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때도 더러운 인상이었지만, 선글라스를 벗자 드러난 고리눈이 무시무시한 게 전형적인 범죄형 인상이었다. 특히 귀밑에서부터 이어진 덥수룩한 구레나룻이 호랑이를 연상시켰
다.
"마, 니 몇 살이고?"
"내가 몇 살을 처먹든 당신이 보태준 거 있어?"
"저, 저 다들 진정하고 도박하러 왔으면 도박이나 하세나. 싸우려고 모인 거 아니잖은가?"
노태윤이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호랑이 사내를 소개했다.
"이쪽은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거래처 사장일세."
"알 거 없고. 다들 돈은 가져오셨죠?"
나는 테이블 위에 올린 가방을 열어 보이며 현금을 확인시켰다. 부족한 위폐는 밑바닥에 깔아놨기 때문에 직접 확인한다고 해도 절대 걸릴 일이 없었다.
"아, 그리고 영감님. 저 8,000 받을 건 빼고 가져왔습니다. 빚부터 갚으시죠."
"끄응. 알겠네."
태윤이 가방에서 오만원권 뭉치를 꺼내더니 테이블로 올렸다.
100장씩 묶인 뭉치가 모두 16개로 정확히 8,000이었다.
"빚은 분명 다 갚았네. 차용증부터 정리하세나."
태윤은 미리 준비한 차용증을 나에게 내밀었다. 대충 훑어보니 1억을 빚을 모두 갚고 말소시킨다는 내용증명이었다. 나는 엄지에 인주를 발라 지장을 찍었다.
"이것으로 정리는 끝났습니다."
"자자, 그럼 게임부터 들어가 보실까?"
"잠깐. 그전에 제안할 게 있습니다."
< 928. 여름 방학-20-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