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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42화 (909/2,000)

< 925. 여름 방학-17- >

놀란 미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도훈을 올려다보았다.

평소 같으면 도훈도 당황했겠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행동이었기 때문에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안에 있습니다."

"그래? 나도 이 판 죽어서 볼일 좀 보러왔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늘어놓는 것으로 보아, 자신과 미쓰리를 감시하기 위해 화장실로 따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먼저 여자 화장실로 간 미쓰리가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에 자신을 찾으러 온 것이리라.

"뭐해? 안 빨아?"

도훈이 경직된 미쓰리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미쓰리는 도훈의 대담한 행동에 놀라면서도 흥분이 식지 않았는지 다시 오랄을 시작했다. 칸막이에 등을 기댄 도훈이 일부러 나지막한 신음을 토해냈다.

"크흠-."

"···젊은 친구가 변비가 있나보구만."

"그러게요. 속도가 더 나야 할텐데 말이에요."

"으잉? 무슨 속도?"

"흡-. 아닙니다, 어르신. 저는 마저 싸고 금방 가겠습니다."

살짝살짝 들리는 바스락 소리가 태윤의 신경을 자극했다. 마치 도훈이 화장실 칸 안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뭐지? 똥 싸는 사람 목소리 같지가 않은데···.’

의심이 든 태윤은 화장실 바닥에 뺨을 대고 칸막이 아래를 훔쳐보았다.

!?

‘세상에! 저, 저 구두는!’

화장실 문틈 사이로 네 개의 다리가 보였다.

발목에 바지가 걸린 사내의 다리와, 빨간 하이힐을 신고 무릎 꿇은 여자의 다리였다. 충격을 먹은 태윤은 눈앞이 새까매졌다.

‘아니, 저, 저 미친년놈들이 백주 대낮부터 화장실 안에서!’

태윤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더러운 화장실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훔쳐본 사실을 들킬 것 같았다. 다시 일어선 태윤이 말했다.

"커험! 자네 근데 혹시 미쓰리는 못 봤나?"

미쓰리가 도훈과 함께 있는 걸 알면서도 묻는 태윤이었다. 잦이를 빨리고 있던 도훈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 다방 여자요? 여자 화장실로 가지 않았어요?"

‘저, 저런 뻔뻔한 녀석을 봤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도 유분수지! 감히 하루 만에 미쓰리에 입에 흉측한 양물을!’

쩝쩝, 할짝할짝!

잦이를 빨던 미쓰리가 흥분했던지 대놓고 큰 소리를 내며 빨았다. 울림이 큰 화장실 안에 음탕한 소리로 가득 차자 태윤의 낯빛이 흙빛으로 썩어들어갔다.

‘저, 저 화냥년! 아무리 천한 것이라도 저렇게 대놓고 음탕한 짓을 벌이다니!’

물론 태윤도 미쓰리가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여자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마을에 난봉꾼이라는 사내들이 죄다 구멍 동서라는 사실도.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칸막이 하나를 두고 도훈의 좆을 빨고 있는 미쓰리를 상상하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비, 빌어먹을 창년 같으니! 나한테는 한 번도 안 줘놓고, 어제 처음 본 놈 좆은 바로 빨아?’

태윤이 느낀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는, 아무에게도 안주는 여자가 아니라, 모두에게 다 줘놓고 나한테만 안주는 여자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으으음!! 아, 아 나온다!"

도훈은 일부러 흥분을 조절해 빠른 사정에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절대 오랄만으로 싸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빠르게 입싸를 시도한 것이었다.

찍-찍찍.

"어으, 시원하다."

도훈은 태윤이 몰라 훔쳐봤을 거라고 예상하고 일부러 큰 소리로 떠들었다.

"근데 어르신, 설마 저 기다리시는 거 아니죠?"

"흠흠, 아, 아닐세. 그럼 좀 있다 보세나."

얼굴이 시뻘개진 태윤이 화장실을 빠져나가자, 도훈이 미쓰리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설마 먹었어?"

"응. 밖에 영감탱이 때문에 뱉기가 곤란하더라고. 볼일 봤으면 냉큼 나갈 것이지 뭘 그렇게 조잘조잘 떠드는지."

"크크. 심심했나보지."

[미쓰리가 주인님의 마법의 정액을 삼켰군요.]

‘그러게. 기연이네. 몸에 좋은 영약을 듬뿍 마셨으니.’

[태윤이 다 눈치챈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뭐가? 들으라고 대놓고 한 건데.’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 소문내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미쓰리가 여염집 처녀도 아니고. 돈만 주면 티켓 끊어주는 다방 레지잖아. 그리고 쪽팔려서라도 말도 못 할 걸.’

[정말 그럴까요?]

‘도박하는 내내 미쓰리 눈치를 보며서 힐끔거리는 게 저 영감탱이가 미쓰리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보란 듯이 도발한 거야. 자기가 연모하는 젊은 아가씨를 눈앞에서 홀랑 뺏겼으니 내가 얼마나 얄밉겠어?’

[주인님도 하는 짓을 보면 은근 밉상입니다.]

‘감정을 흔드는 거지. 머리가 냉정하지 못하면 사람은 분별력을 잃기 마련이거든. 두고 봐. 오늘 한 번 된통 맞을 테니까.’

"하아, 오빠 꺼 빨고 나니까 나도 하고 싶다."

"이제 돌아가 봐야 해. 돈 딴 놈이 미적대는 것 만큼, 돈 푼 놈 열 받게 하는 일도 없거든."

도훈이 바지를 추스르는데 화장지를 풀어 입 주변을 훔치던 미쓰리가 물었다.

"오빠 근데 타짜맞지?"

"타짜라니?"

"내가 모를 줄 알아? 어제 일부러 져 준 거잖아. 내가 배달 가면서 사설 도박장도 많이 다녔어. 난 딱 보면 알아. 그치?"

도훈은 미쓰리가 넘겨짚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흥미를 느끼고 되물었다.

"진짜로 타짜면? 왜, 저 노인네들한테 까발리기라도 하게?"

"내가? 왜? 난 오빠 편 인데?"

"하하."

이미 도훈의 좆 맛을 본 이상 미쓰리는 도훈에게 완전히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도훈이 설사 범죄자라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였다.

"여튼 내가 도와줄 일 있음 말만 해. 오빠가 시키는 대로 해줄게, 단."

"단?"

미쓰리가 도훈의 손을 이끌더니 미니스커트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미쓰리가 받쳐입은 얇은 팬티는 밖으로 물기가 느껴질 만큼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나중에 여기 꼭 눌러줘야 해."

"티켓 끊어 달란 소리야?"

"아니.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돈 안 받아. 오빠 꺼 보니까, 진짜로 하고 싶어 졌거든."

"풉-. 알았어. 그럼 다시 가면 노태윤 그 영감 옆에 앉아."

"그 할배? 아아, 별론데. 근데 왜?"

"이유는 묻지 말고. 나 도와준다면서?"

"호호, 알았어. 옆에 앉는 것쯤이야 뭐."

"그리고 살살 애교좀 부리면서 정신을 흐트려 놓으라고."

"그거야 기본이지."

"나 먼저 나갈 테니까 나중에 나와."

남자 화장실을 빠져나온 도훈이 다시 복덕방으로 들어갔다. 서로 패를 돌리고 있던 사내들이 도훈의 늦은 복귀에 한마디씩 했다.

"아니 자넨, 똥을 만들어서 싸나? 왜 그렇게 오래걸려?"

"아, 죄송해요. 변비가 있어서."

"판 키우자마자 그렇게 내빼면, 코 파는 거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단 말이지."

코 판다는 의미는 초반에 돈을 왕창 딴 플레이어가 일부러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의미했다. 딴 돈을 잃기 싫어서 정해진 시간동안 최소한으로 돈관리를 하는 것.

"아이고, 제가 그런 사람처럼 보이세요?. 다음 판엔 꼭 껴주십시오. 전 이제부터 무조건 들어갑니다."

도훈이 능청스럽게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사이 미쓰리가 돌아왔다. 미쓰리는 다른 사람들이 괜히 의심할까 봐 먼저 선수를 쳤다.

"아잉, 마담 언니한테 전화가 왔지 뭐예요? 통화 좀 하느라 늦었어요."

"무슨 통화를 그렇게 길게 해?"

"빚 갚으라고 빚쟁이가 가게 찾아왔다더라고요. 왜? 오빠가 내 빛 좀 대신 갚아 주게?"

"아, 아니 그런 말은 아니고."

한방에 상황을 정리한 미쓰리가 이번에는 도훈의 명령대로 노태윤 옆에 바짝 붙었다.

"오빠는 오늘 돈 좀 땄어?"

천성 다방 여자라 그런지 미쓰리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일품이었다. 방금 전까지 싫다고 해놓고 태윤의 앞에서는 낯빛 하나 안 바꾸고 엉겨 붙는 미쓰리를 본 도훈이 혀를 내둘렀다.

‘낯짝도 참 두껍지. 하긴 저런 성격이니 오봉도 하는 거겠지만.’

"돈을 따긴 무슨···."

도훈과 미쓰리의 관계를 눈치챈 태윤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방금 전 화장실에서 놈의 좆을 물고 빨아놓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들러붙는 미쓰리의 태도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잉, 오빠도 내 기운 좀 받아야겠네."

미쓰리는 쌀쌀맞은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윤에게 냉큼 팔짱을 꼈다. 큼지막한 가슴이 부벼지자 태윤도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어헛, 참 이 사람이···."

"젊은 오빠도 내 기운 받고 돈 많이 땄잖아. 오빠도 할 수 있어."

"미쓰리가 어르신한테 뽀찌 좀 받고 싶은 모양이구먼?"

"오늘은 텄네 텄어, 영감님 오늘 영 일진이 안 좋거든."

여자가 보는 앞에서 무시를 당한 태윤이 흥분해 소리쳤다.

"거, 노름 하루 이틀 하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짜로 승자인 거야. 끝까지 해 보자고."

도훈은 불붙기 시작한 태윤의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미쓰리 덕에 태윤의 승부욕이 더 불 타올랐구나. 정액 먹인 게 아깝지 않은 활약이야.’

도훈은 정신없는 사이에 미쓰리의 폰으로 문자를 하나 남겼다.

-이도훈 : 내가 사인 보내면 노태윤 바닥패 한 장 몰래 테이블 아래로 떨어뜨려.

-미쓰리 : 무슨 싸인?

-이도훈 : 재채기 한 번 크게 할게.

-미쓰리 : 오키.

-이도훈 : 그 다음에 한 번 더 재채기 하면 시선 좀 끌어줘.

-미쓰리 : 어떻게?

-이도훈 : 다리를 쩍 벌리던 가슴을 까던 알아서 하고.

문자를 확인한 미쓰리가 알겠다는 듯 윙크를 날렸다.

다시 패가 돌면서 도박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처음에 비해 10배로 올라간 판 돈 탓에 참가자들의 움직임이 신중해졌다. 재미로 시작한 노름판이 큰돈이 오가는 진짜 도박으로 변한 것이었다.

도훈은 티나지 않게 승부를 조작하며 천천히 자금을 불렸다.

‘로시. 내가 신호하면 탄 준비할 수 있지?’

[어제 부탁하신 고스톱 탄 말씀이시죠?]

실은 어제 밑밥을 깔고 집으로 돌아간 도훈은 천상계 아이템 중 관련 용품을 뒤졌다. 마켓엔 도박을 위한 아이템들이 즐비했는데, 그중에는 놀랍게도 완벽하게 설계된 탄도 있었다.

로시의 설명에 따르면 도박 특성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어 그들을 위해 마련된 아이템이라고 했다.

탄을 준비한 도훈은 시간이 슬슬 마무리되어갈 때 크게 재채기를 했다.

"에취!"

워낙 동작이 큰 재채기에 모두의 시선이 도훈에게로 향했다. 그 사이 미쓰리가 몰래 태윤의 바닥패를 떨어뜨렸다.

"아니, 무슨 기침을 그렇게 크게 하나?"

"간 떨어질 뻔 했네."

"아이고, 죄송합니다. 코에 먼지가 들어가서."

고스톱은 다시 진행되었고, 이번 판을 이긴 태윤이 점수계산을 시작했다.

"청단에 피가 일 낙이니 도합 5점이네. 둘 다 피박이니···."

"잠시만요."

도훈이 태윤의 점수에 의문을 제기했다.

"왜?"

"일 낙이 아니라, 피가 아홉 장 이신 거 아니에요?""아홉장이라니? 여기 아래 특피를··· 어라? 어디갔지?"

당황한 태윤이 담요를 뒤적였지만 미쓰리가 흘린 패가 보이질 않았다.

"한 장이 사라졌는데?"

"한 장이 없다고?"

"무슨 소리야? 분명히 내가 똥 특피를 먹었는데!"

"어디 흘리신 거 아니에요?"

태윤은 급히 테이블 아래를 뒤지다 바닥에 떨어진 패 한 장을 찾았다.

"아, 이런 나도 모르게 흘린 모양이구만."

"에이, 어르신. 이건 아닌 거 같은데요?"

"뭐가 말인가?"

"아니, 막말로 그게 언제부터 빠져 있었는지 어떻게 압니까?"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게야!"

태윤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지만, 도박판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이 도훈의 편을 들었다.

"아니, 영감님이 일부러 그랬다는 건 아니지만 화투패가 안 맞는 걸 그냥 넘어갈 순 없지요."

"크흠! 나 원 참!"

"이렇게 되면 어떻게 계산하죠?"

김사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원래 낱장이 안 맞으면 나가린디."

"나가리요?"

"엉. 이판 묻고 더블로 가는 거지."

"아니 내가 분명히 났는데!"

"영감님. 엄밀히 말하면 바닥패를 숨겼으니 몰수패로 해야 합니다."

"숨기긴 누가 숨겼다는 건가!"

"아니 그러니까 우리도 일부러 그런거 아닌거 아니까 제안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진짜로 묻고 더블로 가요?"

태윤은 억울했지만, 본인의 실수도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설마하니 옆에 찰싹 붙어 있던 미쓰리가 의도적으로 바닥패를 떨어뜨렸다고는 의심도 못하고 있었다.

"크흠. 그래. 내가 양보함세."

"나가리 판은 무조건 두밴 줄 아시죠?"

"두 배 좋지."

"크게 한 번 가보자고."

"자 그럼 패 섞습니다."

앞선 판의 선이었던 도훈이 화투패를 다시 모아 패를 섞었다. 도훈이 작게 재채기를 하는 순간, 사인을 받은 미쓰리가 끈나시 앞을 잡고 펄럭였다.

"아이참, 김사장님. 더워서 가슴에 땀띠 나겠어요. 에어컨 좀 팍팍 틀면 안 돼요?"

브라가 훤히 보일 만큼 가슴팍을 펄럭이자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쓰리에게 쏠렸다. 그 사이 미리 천상계 탄을 준비한 도훈이 슬쩍 화투패를 바꿔치기 했다.

서투른 솜씨였지만, 미쓰리가 완벽한 씬스틸러를 해주며 도훈은 화투 바꿔치기에 성공했다.

‘됐다. 눈치 챈 사람 없지?’

[넵. 사내들이란 나이를 먹어도 똑같군요.]

‘풉-. 나이 먹으면 창피를 몰라 그런지 더 음흉해져. 미쓰리가 아주 큰 일 해줬어.’

준비를 마친 도훈이 패를 돌리려고 할 때였다.

"잠깐. 그래도 나가리 판인데 기리는 해야겠지?"

"기리요?"

< 925. 여름 방학-17-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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