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4. 여름 방학-16- >
태윤은 미쓰리를 희롱하는 도훈이 못마땅했다.
특히 젊음을 앞세워, 늙은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게 가장 얄미웠다.
‘불알 두 쪽 달린 거 말곤 쥐뿔도 없는 새끼가!’
몸은 늙어도 정신만은 청춘이었다.
어느 소설가가 말했던가?
너의 젊음이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나의 늙음 역시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라고. 태윤은 여전히 숟가락들 힘이 남아있었다. 그 정도면 사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생각했다.
요망한 미쓰리도 언젠간 자신의 중후한 매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굳게 믿었다.
‘돈만, 민주의 유산만 꿀꺽할 수 있다면···.’
패가 돌기 시작했을 때 화사하게 차려입은 미쓰리가 가게로 들어왔다. 오늘은 가죽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깊이 파인 민소매 나시를 받쳐 입었다. 도박을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숨죽여 미쓰리의 등장에 주목했다.
"아따, 오늘도 빠쎤이 후끈하구만? 밖에 많이 덥제?"
"어서와, 미쓰리. 보고 싶었어."
"커피 한 잔 시원하게 말아주소."
다들 쉰 소리를 내뱉었지만, 미쓰리는 처음부터 한 명에게만 시선이 꽂혔다.
바로 30대 총각으로 분한 도훈. 역용 마스크로 나이도 올리고 변장을 통해 훈훈한 마스크도 가렸지만, 특유의 탄탄한 몸매와 은은하게 피어나오는 색기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사내들은 몰라도, 닳고 닳은 미쓰리는 척 보는 순간 도훈의 숨겨진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숫컷만이 풍기는 냄새 말이다.
"어머, 오빠 또 놀러 왔네? 나보러 왔구낭?"
미쓰리가 보자기를 풀기도 전에 육탄돌격으로 도훈의 허벅지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짧은 치마가 말아 올라가며 허벅지를 훤히 드러내자 늙은 숫컷들은 부러움에 침을 꼴깍 삼켰다. 특히 미쓰리를 연모하는 태윤의 표정은 그야말로 경악으로 가득 찼다.
‘아, 아니 저 년놈들이!’
"크흠. 게임 중에 무슨···."
태윤이 헛기침을 하자 도훈이 조심스럽게 미쓰리를 밀어냈다.
"너보러 온 건 맞는데 일단 게임부터 하자."
"나 옆에서 구경해도 돼?"
"얼마든지."
허벅지 위에서 내려온 미쓰리가 도훈의 팔짱을 끼며 찰싹 달라붙었다. 유난히 돌출된 젖가슴이 도훈의 팔꿈치를 자극했다. 도훈은 보란 듯이 팔꿈치를 꾹꾹 누르며 태윤을 도발했다.
"이거 종목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고스톱에서? 뭘로?"
"섯다 말이에요."
"에끼 이 사람아."
"거참, 한창 패 돌리는데···."
"오빠 설마 섰어?"
"농담이야, 농담. 하하."
도훈이 평소보다 과장된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태윤은 패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휴, 저 개놈의 자식을 오늘 박살을 내버리든가 해야지.’
"잔말하고 하던 거나 마저 하세. 이제 막 시작했는데 왜 갑자기 종목을 바꿔?"
"그려. 난 섯다 족보도 잘 모른다고."
"족보야 알려드리고 하면 되죠."
"왜? 고스톱으론 도저히 상대가 안 되서 그래?"
태윤이 화투짝을 맞추며 도발했다. 뒤집힌 패가 붙으며 한방에 3피가 올라갔다. 도훈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아뇨. 상관없어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니까."
도훈 역시 투시경을 이용해 바닥 패를 싹쓸이했다. 상대 패를 뺏어오면서 일타오피를 거두자 태윤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아니 저, 저!’
단번에 피박을 면한 도훈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고, 오늘은 제가 운이 좋네요, 어르신."
"흥! 첫 끝 빨이 개 끝 빨인 건 알지?"
하지만 태윤의 저주에도 도훈은 내리 연승을 이어갔다. 어제와 달리 시작부터 투시경을 통해 리드를 잡은 것이었다.
[드디어 뿌린 씨를 거두시는군요.]
‘아직이야. 살살 약 만 올리는 거지.’
"와! 우리 오빠 화투도 잘 치네?"
"다른 것도 좀 쳐."
"뭔데?"
"소리 잘 들어봐."
도훈이 화투패를 맞추며 입으로 크게 소리쳤다.
"떡!"
"아이고야!"
"얼씨구?"
그러나 도훈이 야심차게 내리친 화투는 그대로 싸고 말았다.
"싸브렀네."
"조루네."
"고놈 참 거 잘 친다."
의기양양한 도훈이 한 방 먹은 표정을 짓자 다른 사내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도훈은 머쓱해 하다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어쨌든 첫 뻑 했으니 만원 맞죠?"
"아, 그렇지."
"젠장. 시작부터 털렸네."
초출에 뻑이 나면 참가자들이 만 원 씩 주는 규칙 덕에 도훈이 시작부터 2만원을 벌었다.
[패가 훤히 보이셨는데 일부러 하신 거죠?]
‘그렇지. 두고 봐. 내가 3번 만에 게임 끝내 줄 테니까.’
도훈의 두 번째 차례.
뒷패가 보이는 이상 도훈에게 연뻑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아이코! 또 쌌네."
"이걸?"
"하하, 이것 참. 재수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연뻑은 2만원 이죠?"
도훈이 다시 양쪽 플레이어에 2만원 씩 뜯어냈다. 판이 끝나기도 전에 각기 3만원 씩 털린 태윤과 김사장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설마 3연뻑은 안 못 하겠지?"
"그건 무리지."
하지만 3번째 차례에서도 도훈은 연달아 뻑을 냈다.
"얼래?"
"와, 3번 만에 게임이 터져쁘렀네."
도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진짜 운이 좋네요. 3연뻑으로 게임을 다 끝내질 않나."
"와, 오빠 진짜 잘 친다."
"말했잖아. 치는 건 다 잘한다고. 미쓰리 네가 옆에 붙어 있으니까 운이 따르네."
"근데 나 계속 구경하고 싶은데 마담 언니한테 곧 연락 올 거 같은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미쓰리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다방 특성상 아가씨가 배달을 멈추는 것은 티켓을 끊었을 때 뿐이었다. 도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너 2시간만 빌린다고 해."
"진짜? 2시간이면 20인데?"
"어때? 따서 주는 돈인데. 더 따면 되지."
도훈이 이제까지 번 돈을 집어 들더니 미쓰리의 가슴팍에 팍 꽂아 넣었다. 미쓰리는 도훈의 도발적인 행동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앵앵거렸다.
"아잉, 오빠는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왜? 내가 너 빌렸잖아. 2시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사내들이 부러움과 시기로 얼룩졌다. 따지고 보면 도훈이 꽂아준 20만원은 그가 연승을 하면서 그들에게서 긁어낸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남의 돈으로 생색을 낸다는 생각에 독이 바짝 올랐다.
‘저, 저 개놈의 자슥이, 감히 미쓰리 가슴을?’
흥분한 태윤이 갑자기 선언하듯 말했다.
"거, 시간도 돈인데 이쯤에서 판돈을 올리는 게 어떤가?"
"판 돈을요?"
"솔직히 점 당 천원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겠어? 하루죙일 쳐도 일당도 안 나오겠네."
"그건 그렇지."
"하긴, 오늘은 다들 쩐도 두둑히 챙겨왔으니."
도훈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두 배로 올릴까요?"
"두 배면 점당 이천원?"
"네."
"그래. 뭐, 천원이나 이천원이나. 나는 콜."
"나도 상관없어."
참가자 모두의 동의하에 판돈이 두 배로 뛰었다. 도훈은 계획대로 돌아가는 상황에 만족했다.
‘멍청한 놈들. 뒷패를 훤히 내다보는 내 앞에서 어떻게 이기려고?’
판돈이 두 배로 뛰자 이들은 노골적으로 도훈을 집중공격했다. 하지만 상대의 수를 모두 꿰뚫고 있는 도훈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아이고, 오늘은 젊은 친구가 우리 돈 다 쓸어가네."
"박영감님은 오늘도 소식 없으세요?"
"어어, 그게 잠시 아들 집에 다녀온다는구만. 월세 물어봐야 쓴디 말여."
"괜찮아요. 어차피 기다리면서 돈이나 벌고 있으면 되니까."
계속된 도훈의 승리에 다들 약이 빠싹 올랐다. 도훈은 티 나지 않게 질 때는 최소한으로, 이길 때는 왕창 따면서 야금야금 사람들의 돈을 거덜 냈다.
"와와, 울 오빠 타짜네 타짜."
"타짜?"
"에잉, 진짜 타짜를 못 봤구만. 타짜들은 소리가 달라 소리가."
"그래. 운이 좋은 거겠지."
도훈은 손기술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으므로, 누구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도훈은 자신이 패를 돌리지 않아도 이길 때가 많았다.
"안 되겠어. 우리 판 돈 좀 더 올리지."
"그럴까요?"
"이게 이게, 점당 천원, 이천원으로 될 게 아니거든."
"그럼 얼마나 올릴까요?"
다들 서로 눈치를 살폈다.
도훈의 갉아먹기 전략으로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100만원 가까이 잃은 상황. 만회를 위해선 큰 판 벌여야 했다.
"어차피 저녁때 집에 가야 하니, 점 당 만 원은 어떠신가?"
"마, 만원 씩이나?"
"그럼 진짜로 도박인데?"
이들은 주로 점당 천원짜리 판을 쳐왔다.
점당 천 원에선 3점으로 나도 3,000원.
한방 크게 날 때도 있지만 엎치락뒷치락 하다 보면 결국 일이십만원씩 서로 주고받으며 소일거리로 하는 노름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패배로 약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호구같은 도훈의 돈을 따먹고 말겠다는 일념하에 평소보다 판돈을 열 배로 튀긴 것이
었다.
태윤이 속으로 생각했다.
‘도박이란 건 어차피 승률이 중요한 게 아니거든. 판돈이 크게 걸릴 때 많이 먹은 놈이 결국엔 이긴다 이 말이야. 네 놈이 초반에 조금 벌었어도, 결국엔 10배 판에서 몇 번만 이기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태윤이 주도적으로 선동하자 주변인들도 점점 휩쓸리기 시작했다.
"그래 뭐, 그럼 딱 한 시간만 정해놓고 치면 되지."
"어차피 돈 먹고 돈 먹긴데 따면 어떻고 잃으면 어때?"
"젊은 총각도 괜찮제?"
도훈이 어쩔 수 없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 뭐 땄으니 푼 사람 의견에 따르는 수밖에요. 어쨌든 제가 먼저 올리자고 안 했습니다?"
"아, 당연하지. 개평도 없는 걸로 하세. 구질구질 하잖아."
"그래, 난 콜."
"좋아. 한 번 제대로 각 잡고 붙어보자."
"와, 흥미진진하다. 오빠 파이팅! 난 물 좀 빼고 올게."
미쓰리가 도훈에게 윙크를 날리더니 화장실로 갔다.
잠시 후 도훈의 폰으로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미쓰리 : 오빠, 끝나고 오늘 밤 나랑 놀래?
미쓰리가 아까 도훈의 번호를 딴 뒤 화장실에서 연락을 건넨 것이었다. 도훈이 피식 웃으며 답장했다.
-이도훈 : 오늘 밤?
-미쓰리 : 응. 티켓도 끊어줬는데 그냥 보내면 섭섭할까봐서. 어때?
-이도훈 : 글쎄 봐서.
-미쓰리 : 흥, 튕기기는. 나 나름 이 잘나가는 여자라고. 이거 왜 이래?
-이도훈 : 1시간 안에 끝나면 한 번 생각해 볼게.
-미쓰리 : 알았어. 나 진짜 쉬하러 왔으니까 좀 따 봐~.
"뭔 문자를 그리 주고받는가? 죽을 거야, 칠 거야?"
도훈이 받은 패를 보니 영 좋지 않았다. 특히 상대는 특피에 쌍피에 광까지 모두 들고 있었다. 이기기도 힘들지만, 이겨도 큰 돈을 못 먹는 판이었다.
"이 판은 쉬겠습니다. 저도 화장실 좀."
"그러게나."
"설마 판돈 올리니까 내빼는 거 아니지?"
"에이, 무슨 섭한 말씀을? 제 돈 여기 딱 두고 갑니다."
도훈은 확인한다는 듯이 바닥에 깔린 돈을 빠르게 헤아렸다.
"딱 350만원이네요. 여기 놓고 다녀올게요."
도훈이 화장실로 향하는데 마침 여자 화장실에서 미쓰리가 걸어 나왔다.
"어머, 오빠. 설마 나 보러 온 거?"
"아니. 나도 물 좀 빼려고."
"그래?"
미쓰리가 씩 웃더니 은근슬쩍 물었다.
"기왕 빼는 거 내가 서비스로 다른 물도 빼줄까?"
"응?"
미쓰리가 도훈의 손을 붙잡더니 남자 화장실 칸막이로 대려갔다.
"오빠 바지 내려봐."
"여기서?"
"복덕방 안에서 해줄 수도 없잖아."
"진짜로 괜찮은데···."
"내가 고마워서 그래. 티켓은 보통 모텔 잡고 끊는단 말이야. 오빠는 나 그냥 옆에서 구경하라고 끊어줬잖아."
"그렇다면야 뭐."
[주인님.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아냐. 잘 됐어. 이걸로 노태윤 그 영감을 확실히 도발할 수 있겠어.’
[도발요?]
‘일단 지켜보라고. 둘이 사라졌으니 분명 우릴 찾으러 올테니까.’
도훈이 문을 등지고 서 있는데, 미쓰리가 허겁지겁 벨트를 풀었다.
"난 있지, 오빠 첨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가? 뭘 보고?"
"그냥. 느낌 딱 오던데. 이봐, 이봐."
팬티만 남은 도훈의 앞이 부푼 모습이 미쓰리가 활짝 웃었다.
"클 줄 알았다니까?"
"아직 안 꼴렸어."
"뭐? 진짜? 까보면 다 나와?"
"까 보던가."
미쓰리가 기대감을 갖고 팬티를 훅 내렸다.
"헉!"
"진짜 안 꼴렸지?"
"아, 아니. 와, 오빠, 우아."
미쓰리는 직업 특성한 많은 남자들을 상대했지만, 노발기에도 이렇게 큰 사람은 오랜만이었다. 미쓰리가 감탄하며 물었다.
"혹시 액면이 전부는 아니지?"
"히든 보고 싶어?"
"응."
"물어."
도훈이 미쓰리의 뒤통수를 잡아 끌었다. 미쓰리는 경험이 많은 듯 자연스럽게 대물을 입에 넣고 굴리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부풀어 오른 대물이 입안을 가득채우자 미쓰리의 표정 또한 실시간으로 바뀌었다.
"커헉, 헉. 아이고 한입에 담지도 못하겠네. 오빠 왜 이렇게 커?"
"몰라 나도. 날 때부터 컸어."
"우리 오빠 진짜 진국이구나. 역시 내 감은 틀린적이 없다니까?"
"무슨 감?"
"내가 그랬잖아. 오빠 볼 때부터 느낌 딱 왔다고. 대물일 거 같았어."
"풉-. 어서 빨기나 해. 여기 있으면 의심받어."
미쓰리가 대물을 입에 물더니 흔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힘을 주어 쪽쪽 빠는지 도훈 역시 생각지도 않게 좆 끝에 피가 몰렸다.
‘아이고야, 민주 외삼촌 작업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꼴이람.’
[주인님은 얼굴을 바꿔도 여자가 따르는 군요.]
‘도박판에 순 노인내들밖에 없으니 상대적으로 내가 경쟁력이 올라간 것도 있겠지.’
쪽쪽-
미쓰리가 신이나서 대물을 빨고 있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소리쳤다.
"젊은 친구, 설사 큰 일 보고 있나?"
목소리로 보아 민주의 외삼촌 노태윤이었다.
< 924. 여름 방학-16-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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