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9. 여름 방학-11- >
***
일전에 한 번 민주 집을 방문한 적이 있던 터라 겨우 동호수를 기억해 냈다. 대략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먼저 스르륵 문이 열렸다. 맞바람에 스스로 열린 것 같았다.
‘말도 잘 듣는군. 진짜로 문도 안 잠그고 말이지.’
갑자기 장난기가 돋은 나는 변장 아이템을 뒤져 복면을 끄집어냈다. 자전거를 탈 때 쓰는 ‘버프’ 종류 스카프였다.
[복면은 갑자기 왜요?]
‘이러니까 뭔가 음흉해 보이지 않아?’
스마트폰을 셀카 모드로 전환해 거울을 대신했다. 코 밑으로 모두 가려지자 정말 괴한과 같은 분위기가 났다. 물론 눈매가 너무 서글서글하고 콧대가 너무 오뚝해 잘생김을 숨길 순 없었다.
주인님이 잘생김을 못 숨김이랄까?
[설마 강간 플레이라도 하시려고요?]
‘딱 맞췄어. 민주가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놀라서 비명이라도 지르면 어쩌려고요?]
‘그래서 카메라로 확인했는데, 누군지 몰라볼 정돈 아니네. 내가 변장한 줄 바로 알아챌걸?’
[그렇다면 굳이 왜···.]
‘흐흐. 민주는 메조 성향이 강해서 강제로 당하는 플레이에 환장한단 말이지. 쉽게 말해 역할놀이 같은 거야.’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군요.]
‘맞아. 민주를 위한 이벤트라고 할까?’
복면을 뒤집어쓴 나는 소리 나지 않게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화장실로 보이는 쪽에서 민주의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새어 나왔다.
"아아~ 나는 주인님의 입욕제~ 아아~ 나는 주인님은 육변기~"
[이크, 저게 무슨 해괴망측한 가사랍니까?]
‘사람이 한결같은 게 제법 사랑스럽지 않아? 오매불망 나만 생각하잖아. 다른 놈들에겐 한없이 도도하면서.’
[하긴 아까 김 변호사에게 만 원짜리 한 장 탁하고 내밀고 돌아설 땐 제법 강단 있어 보이더군요. 다시 봤습니다.]
‘하지만 내 남자에겐 따뜻하다 못 해 펄펄 끓는 거지.’
"주인님은 언제 오시려··· 꺄, 꺄악!"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욕실 안에 몸을 담그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민주가 놀라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쉿!" 입단속을 시켰다.
"조용히 해.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누, 누구···. 설마···?"
그때 나인 줄 눈치챈 민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자못 무서운 톤으로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대호동 발바리다."
"바, 발바리···."
민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상대 배역의 이름을 확인하려는 모습 같았다. 요컨대, 짧은 사이에 나의 의도를 알아채고 유치한 연극에 호응해 주기로 한 것이다.
"여긴 어떻게 들어오신 거죠? 나, 나가주세요."
"문이 열려 있더라고. 남자친구라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지?"
나는 허겁지겁 옷을 벗었다. 상의를 벗고, 바지를 벗고 팬티까지 순식간에 탈의해 알몸이 되었다. 아, 복면은 빼고.
"꺄, 꺄아! 무, 무슨 짓이에요! 정말 소리 지를 거에요!"
민주가 역할극에 충실 하려는 듯 실감나게 연기했다.
나 역시 호응하며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입 벌리기만 해. 확 소시지를 입에 채워 버릴 테니까."
[소시지라뇨? 아니 무슨···.]
‘너무 유치했냐?’
[아재의 근본은 어딜 가지 않는군요. 한번 아재는 영원한 아재랄까···.]
‘마땅히 대사칠 게 있어야지.’
"소, 소시지는 안 돼요!"
민주가 욕조 안에서 몸부림치며 뒤로 구석으로 물러났다.
오피스텔 주제에 욕조는 고급 호텔에서나 볼법한 4인용 월풀 사이즈였다. 남녀 둘이 들어가도 넉넉한 공간 안에 나 역시 발을 담그고 민주를 향해 다가갔다.
"입 벌려."
"아, 안돼!"
"이게 확 그냥!"
머리끈으로 묶은 민주의 머리채를 잡아채 대물을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연기인 줄 알면서도 민주는 입을 꾹 다물고 저항했다.
"읍읍! 하지 마세요! 읍읍!"
"잦이만 빨아. 그럼 무사할 테니까."
"이런 일을 하고도··· 옥, 오고곡!!"
나는 민주가 대답하는 틈을 타 대물을 입에 박아넣었다.
처음부터 목젖 깊숙이 들어간 대물에 민주가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오옥, 오오옥!"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손잡이 삼아 앞뒤로 거칠게 흔들었다.
"그러게 좋은 말 할 때 들었어야지. 꼭 강제로 잦이를 입에 처박아야지 말귀를 알아듣는단 말이야."
민주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성심성의껏 대물을 빨았다. 뜨거운 욕조 안에서 대물을 입에 물리고 흔들자 온몸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아아, 오늘은 입욕제가 좋네.’
[주인님도 참···. 언제까지 이 유치한 연극을 계속하실 겁니까? 복면이나 좀 벗으시죠. 홀딱 벗고 복면만 쓰고 있으니 정말로 변태 같아 보입니다.]
‘그런가?’
나는 복면을 벗어 던지며 민주를 향해 소리쳤다.
"내 얼굴을 본 이상 넌 무사하기 힘들겠다."
농담처럼 꺼낸 말에, 민주는 여전히 역할극을 계속하는 줄 알고 대사를 맞받았다.
"사, 살려주세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얼래? 계속하자는 건가?’
나 역시 민주에게 호응했다.
"시키는 대로 뭐든?"
"네, 네. 목숨만은 제발···."
"그렇다면 수중 펠라를 받아보고 싶군."
"수, 수중 펠라라면···."
나는 욕조 안에 등을 기대 누웠다. 몸을 모두 담그자 수위가 높아지며 욕조 물이 밖으로 흘러넘쳤다.
"들어와."
"그, 그것만 해드리면 살려주실 건가요?"
"하는 거 봐서."
물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까딱거리자 민주가 겁먹은 표정으로 수면 아래로 입수했다.
잠시 후 물에 잠긴 허벅지 사이로 민주가 파고들었다. 그녀는 물속에서 대물을 물더니 힘겨운 펠라를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대한 월풀욕조에 남자 하나만 몸을 담근 것 같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 다리 사이에 누군가 잠수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으음!"
물은 너무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았다.
여름이라 적당히 온도를 맞춰놓은 모양인데, 몸을 담그고 있자 절로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물속에선 수중 펠라까지 받으니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나도 집에 이런 욕조 하나 설치할까?’
[주인님 원룸에 이렇게 커다란 욕조가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렇겠지? 이 오피스텔은 저번에 왔을 때도 비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욕조까지 보니 확실히 고급 오피스텔이 맞나 봐. 한 달 월세만 엄청 나가겠는데?’
[건물주 아버지를 둔 민주양이면 구매를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헐, 자가라고? 서울에서 이 정도면 몇억은 우습게 넘어갈 텐데···. 왜 그땐 민주가 알부자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
[그때도 잘 산다곤 알고 계셨습니다. 건물주까지는 예상 못 하셨지만요.]
‘하긴···.’
보글보글보글!
갑자기 물속에서 거품이 올라왔다.
가랑이 사이인 것으로 보아 민주의 입에서 나온 것 같았다.
"푸하-! 허억, 허억 숨을 못 쉬···."
"누가 허락도 없이 나오래? 도로 들어가."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민주를 다시 물속으로 처박았다. 민주는 머리를 짓누르는 나의 악력에 감히 저항하지 못하고 다시 대물을 입에 물었다.
[아무리 역할극이라지만 방금 건 조금 과격하지 않았습니까?]
‘과격하지. 일부러 그런 건데? 민주는 은근히 빡센 걸 좋아한 말이야. 내가 장담하는 데 거칠 게 할수록 더 흥분할걸?’
나는 물속에서 엎드려 대물을 빠는 민주의 허벅지 사이에 발가닥을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구멍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엄지를 세워 찔렀다.
움찔!
수중 펠라를 하던 민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엄지발가락 끝에 닿는 끈적한 느낌은 결코 욕조물이 아니었다.
‘봤지? 강제로 빨다가 흠뻑 젖어 버린 거? 이게 민주라니까?’
[민주 양도 참···.]
한참 머리를 처박던 나는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민주를 들어 올렸다.
"푸하! 하, 하학!"
"잘 빠네."
"가, 감사해요."
"이제 시시한 역할극은 그만하고 일루와."
나는 민주를 백허깅 하듯 뒤에서 얼싸안았다.
욕조 속에서 민주가 나에게 등을 기대고 반쯤 드러누웠다.
"주, 주인님···."
거칠기만 해선 조교가 아니다.
언제나 채찍 뒤엔 당근이 필요하다.
"보고 싶었어."
뒤에서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며 귓가에 속삭였다. 민주의 젖꼭지는 단단하게 돌출되어 있었다.
"아아, 저두요."
"맞선은 어땠어?"
"별로였어요."
"변호사였다며?"
"그게 중요한가요?"
하긴.
민주는 나 외에 남자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상대가 변호사가 아니라 변호사 할애비라도 말이다.
할애비?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 온 목적이 떠올랐다.
"혹시나 주선해 주신 외삼촌이 실망하지 않을까?"
"왜요?"
"1시간도 못 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으니까."
"그러실 분은 아니에요. 어려서부터 저를 얼마나 아껴주셨는데요."
‘아껴준 이유가 과연 순수한 의도였는지부터가 의심스러운데.’
[무슨 말씀입니까?]
‘민주는 늦둥이였잖아. 아버지는 이미 그때부터 상당한 자산가였을 거고. 외삼촌이란 사람이 민주네 돈을 노리고 고의로 민주에게 접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데.’
[설마요. 그래도 외조카인데.]
‘돈이 얼마나 사람을 흉악하게 만들 수 있는 줄 모르는구나. 사람은 돈 때문에 자기 가족도 죽일 수 있는 존재야.’
[그래도 이건 너무 나가신 것 같습니다.]
‘왜? 늦둥이에다 유일한 피붙이였던 민주잖아. 나중에 민주가 혼자 유산을 물려받고 나면 친분을 이용해 비벼볼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
[물론 그렇기는 한데···. 사실이라면 생각만 해도 서글픈 일이군요.]
‘아무튼, 그 외삼촌이란 사람도 직접 만나야겠어. 요즘 같은 세상에 번호만 알면 신상 터는 거 식은 죽 먹기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전화라도 한 번 해드려. 소개시켜 주셔서 감사하지만, 잘 안됐다고 말이야. 그래야 뒷말이 없지."
"네, 주인님. 주인님 말씀대로 할게요."
"아니 지금 말이야."
"지, 지금요?"
"저기 핸드폰 있잖아."
"아, 네···."
민주의 폰은 방수가 되는 기종이었는지 욕조 선반에 올려져 있었다. 그녀가 팔을 뻗어 폰을 잡더니 나에게 안긴 채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잽싸게 화면에 떠오른 번호를 기억했다.
‘오케이. 번호는 확인했고.’
"예, 외삼촌. 소개 시켜 주신 분 잘 만나고 왔어요. ···예, 인연이 아니었나보죠. ···아뇨. 그냥 다신 안 봤으면 해요. 네, 네. 잘 말해 주세요."
민주가 외삼촌과 통화를 끝내더니 나에게 말했다.
"통화했어요."
"근데 뭐라고 한 거야?"
"네?"
"외삼촌이 뭐라고 계속 말한 거 같아서."
"아···. 그 남자분이랑 먼저 연락을 하셨나 봐요."
"근데?"
"저를 한 번만 더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고···."
"풉. 너가 맘에 들었나보네."
"제가요?"
"응.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데."
"모르겠어요. 얼굴도 제대로 안 봤어요. 별로 관심 없어서."
"키는."
"주인님보다 작아요."
"그래도 변호사면 나름 잘나가는 직업 아니야?"
민주가 고개를 돌리더니 나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주인님. 저는 상대가 어떤 직업이더라도 조금도 관심 없어요. 민주는요, 언제나 주인님 전용이니까요."
"착하네."
"민주 착해요?"
"응. 박아주고 싶을 만큼 착해 빠졌어."
"아, 아아···."
"딱 대."
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아 허벅지 위에 올렸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유난히 음란하게 들렸다.
"아, 아앙."
물속에서 구멍을 찾아 대물을 힘껏 꽂았다.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던 민주의 그곳으로 대물 쑥 박혀 들어갔다.
"학!"
나는 앉아뒤치기를 하는 자세로 천천히 민주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좁은 욕조에서, 수중에서 하는 섹스는 뭔가 색달랐다.
서로의 몸이 들썩일 때마다 욕조를 채운 물이 바닥을 쏟아져 흘렀다. 물에 젖어 미끄덩거리는 피부의 촉감이 개구리의 표피처럼 부드러웠다.
"하앙, 아앙, 아앙, 미, 민주는 주인님밖에 없어요."
"당연하지. 넌 내 좆물 이니까."
"아, 아앙!"
민주는 자극적인 말을 할 때마다 한껏 달아올랐다. 거칠고, 야한 말을 지껄이면 삽입을 하는 이상으로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맞선 보는데 내가 자꾸 이상한 거 시켜서 곤란했지?"
"아, 아니에요. 민주는 주인님 문자가 와서 기, 기뻤어요. 하앙!"
"몰래 화장실 가서 나한테 노출 사진 보내니까 좋았어?"
"네, 네! 민주는 그때 흠뻑 젖어 버리고 말았어요···. 주인님이 제 몸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너무··· 너무··· 기쁜 나머지···."
"넌 정말 내 잦이 아니면 안 되겠구나."
"맞아요. 민주는 주인님 잦이 없으면 못 살아요. 잦이 없으면 민주 죽어요! 흐아앙!"
잔뜩 흥분했는지 민주가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였다. 양손을 벌려 욕조 테두리를 잡아 지지하더니, 힘차게 방아를 찧으며 깊은 삽입을 이어갔다.
"요망한 것. 박히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하악, 주인님. 저를 마음껏 따먹어 주세요! 전 주인님 전용 육변기니까요!"
"흥, 얼마든지."
물속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민주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끌고 갔다. 욕조 안에서 플레이는 색다르긴 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그녀를 힘껏 굴리려면 더 넓은 무대가 필요했다.
"안방이 어디였지?"
"저, 저쪽이요."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닦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침대에서 뒹굴다 보면 금새 말라버릴 것이다.
안방 침대까지 온 나는 민주를 거칠게 침대로 넘어뜨렸다.
"꺄악!"
"감히 날 두고 다른 남자를 만나고 와? 이 암캐 같은 년, 좆방망이 좀 맞아야 겠다."
< 919. 여름 방학-1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