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28화 (895/2,000)

< 911. 여름 방학-3- >

[죽지 않아, 알약입니다.]

‘아, 기억났다. 지난번에 한 번 먹은 적 있었던 것 같아. 이거 말고 또 하나 있지 않아?’

[카사노바의 알약 말씀이시죠? 그건 좀 성격이 다릅니다. 정력이 소진되었을 때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종류거든요. 성수군은 정력이 소진된 것이 아니고 조루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죽지 않아, 알약이 효과적입니다.]

로시의 설명을 들은 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죽지 않아 알약을 구매하려고 했다.

‘잠깐. 생각해 보니까 어차피 이건 1회용 아냐?’

[네. 어차피 모든 아이템은 1회용품입니다. 그래도 현재 1+1 특권이 적용되어 있으니 두 개 챙길 수 있겠네요.]

‘그래 봐야 2회용이고.’

[그렇죠. 왜 그러십니까?]

‘생각해 보니까 대증요법을 써서 치료한 들 아이템 효과가 떨어지고 나면 또 다시 제자리 걸음일 거 아냐?’

[대증요법이요?]

‘의학용어로 증상을 치료하는 치료법을 말하는 거야. 성수가 가진 조루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템을 처방하고 있잖아.’

[네. 그런데요?]

‘문제는 원인 제거를 하지 않으면 결국은 또 조루가 발발할 거란 말이지. 오히려 그럼 더 문제가 될 지도 몰라.’

[왜 그렇죠?]

‘한 두 번 아이템을 써서 여자친구를 만족시켰다고 쳐. 그럼 여자 친구는 성수가 이제 정력왕이 되었구나 하고 기대할 거란 말이지. 하지만 템빨로 얻은 능력이었기 때문에 다음번에 또 조루증세를 보인다면 이전보다 훨씬 실망해 버릴 거란 말이야.’

[아···. 그런 문제가.]

‘기대가 커진 만큼 실망도 클 거라고.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한 특성이 있어서, 한 번 만족을 맛보면 그 다음번엔 그걸 당연하게 여겨버리거든. 괜히 조루가 치료된 줄 알고 신이 나서 덤볐다가 또 다시 조루를 확인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

어질지도 몰라.’

[근데 설마 그런 일로 헤어지려고요? 사귄 기간이 있는데.]

‘물론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성수 여자친구가 워낙에 보살이라 그냥 그런 부분을 포기하고 살 수도 있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밤 일을 잘못하는 남자의 말로는 비참해질 확률이 높아. 만족을 못 한 여자친구가 바람이 나버린다거나···.’

[그건 정말 최악이군요.]

‘그릇된 처방을 했다간 성수의 연애사업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거지.’

[주인님 판단이 옳습니다. 아이템을 쓰는 건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대증요법을 쓸 세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죠?]

‘원인치료를 해야지. 뭐 때문에 조루가 생겼는지를 파악하고 원인을 제거해 주는 거야.’

"뭐하냐? 밥 먹다 말고 왜 멍때리고 있어?"

도훈이 로시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성수가 물었다. 성수가 보기엔 도훈이 갑자기 숟가락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아니에요. 태안 반도가 근데 어디 쪽이죠?"

"안 가봤어? 충남에 있잖아. 그 뭐야 옛날에 유조선 기름 유출 됐던 곳."

"아아, 들어 본적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괜찮데요?"

"응. 작년에 한 번 여자 친구랑 놀러 간 적 있는데 엄청 깨끗해졌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추천한 거야. 기대해도 좋아."

"캠프 때문에 가는 건데요 뭘."

"아···. 그때만 해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뭐가요?"

성수가 회상에 잠겼다가 민망한지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 그냥 여자친구랑···."

"맞다. 형 근데 요새 무슨 피곤한 일 있어요?"

도훈이 성수의 조루를 해결하기 위한 원인 파악에 들었다.

"피곤한 일?"

"왜,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면 그게 잘 안되기도 한다잖아요. 혹시 임용 때문에 그래요?"

"뭐 영향은 있겠지. 솔직히 나도 3학년이니까 별로 부담 안될 줄 알았거든. 근데 막상 임용 공부 들어가니까 너무 공부할 양이 방대한 거야."

"그래요?"

"교육학에 교육과정에 체육과는 또 실기도 있잖아. 교재비에 인강비만 몇백 깨졌어."

"혹시 임용 공부 부담으로 컨디션이 저하된 게 아닐까요?"

"글쎄···.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또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진 않은데."

성수가 고개를 가로젓더니 말했다.

"실은 요새 다시 허리통증이 도진다."

"허리요?"

"내가 그것 때문에 의병전역 했잖아. 허리 다쳐서."

"아아···."

"평소엔 계속 허리 쪽 보강운동을 해줘서 괜찮았단 말이야? 근데 임용 공부 시작하니까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 하루 8시간씩 막 의자에 앉아있고. 그러니까 다시 허리가 찌뿌둥한 게···."

‘이거네!’

[네?]

‘성수의 조루 원인을 찾은 것 같아.’

[뭡니까?]

‘허리야.’

[허리요?]

‘성수가 허리 문제로 군대를 조기 전역했잖아. 그래서 나랑 동기로 들어왔는데 한 학년 높은 거고.’

[그렇죠?]

‘원래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척추기립근을 잡아주는 운동을 하면서 버텨왔단 말이야. 왜 유명한 가수 누구도 그것 때문에 군대도 안갔는데 몸짱 됐잖아.’

[그렇군요.]

‘근데 임용 공부를 시작하면서 허리 운동에 소홀해지고,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보니 허리가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거지.’

[아하.]

‘강한 하체가 정력의 원천이라면, 허리는 하체에서 받은 힘을 구현하는 기관이야. 나 섹스할 때 보면 허리 엄청 흔들어 대잖아.’

[그쵸. 주인님은 가끔 보면 허리만 따로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남자는 허리가 생명인데 허리가 부실하니까 섹스가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그 부담감에 심인성 조루가 생긴 거다. 이게 내 결론이란 말씀이야.’

[이야, 주인님은 정말 의사를 하셨어도 잘했을 것 같네요. 엄청난 판단입니다.]

‘소싯적에 의대를 쓰기만 했어도 충분지 갔지. 그냥 안 갔을 뿐.’

[아무튼 원인을 알았으니 도움을 줘야겠군요.]

‘허리를 보강할 수 있는 아이템 있으면 찾아줘. 그럼 성수의 조루도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거야.’

"그럼 임용도 좋지만, 건강이 우선이죠. 허리 운동 다시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하기 하는데···. 영 시간이 안 나네."

"없는 시간도 쪼개서 내야죠. 어차피 1년 반 남은 장기 레이슨데 시작부터 너무 달리면 퍼져요."

"안 그래도 쉬엄쉬엄이라도 시작해 보려고. 근데 여름 캠프가 영 신경 쓸 게 많다야. 유미라도 옆에 있으면 도움을 좀 받을 텐데."

"맞다. 유미는 뭐해요? 생각해보니까 부회장이 혼자 일 다하고 있네."

"유미는 어쩔 수 없어. 걔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시합 준비 때문에 그런 거니까. 애초에 선수 생활 문제로 회장도 안하려는 걸 내가 설득해서 억지로 떠맡았단 말이야."

"아···. 그럼 형이 다 하지 말고 2학년 과대라도 시켜요."

"우선이도 노는 거 아냐. 차량이랑 식사 맡았어. 전세 버스 대절은 그렇다 쳐도 40명분 2박 3일 먹을 식사랑 간식 장보는 것도 보통 일 아니다."

"흐음."

도훈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그럼 형이 할 일 이라도 저한테 좀 토스해요."

"도훈이 네가? 넌 강사도 맡았잖아."

"강사야 가서 하는 거지 준비하면서 할 건 없잖아요.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됐어 인마. 이건 집행부가 할 일이야. 어차피 이번이 학과일 하는 마지막이니까 여기까지 내가 해볼게. 말로만으로도 고맙다."

"그래도요."

"괜찮다니까. 정 도와줄 거면 내년도 집행부나 맡아줘. 나만 고생한 거 생각하니 억울하다. 너도 좀 고생해 봐야지."

"아니 형, 말을 해도···."

[찾았습니다.]

‘아이템 찾았어?’

[네. 일어나라 파스입니다.]

‘파스?’

[네. 관절염이나 근육통에 매우 효과적인데 파스를 붙이면 24시간 동안 통증이 완화됩니다. 모두 5장이 들어 있어서 5일간 사용하는데 문제 없을 겁니다. 아, 1+1이니까 모두 10장 사용가능하겠네요.]

도훈이 생각했다. 어차피 일주일 뒷면 여름캠프 시작. 캠프 기간을 다 합쳐도 10일이면 성수의 집행부 업무도 끝이 난다. 그 뒤론 성수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조루의 원인이 허리통증 때문이라면, 운동으로 보강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그것으로 하자. 지금 가방으로 전송시켜.’

[금액은···.]

‘신경 안 쓰니까 바로 보내.’

[넵.]

‘근데 그거 겉포장이 어떻게 되어 있지?’

[무지 표지입니다. 왜 그러시죠?]

‘아냐. 그건 내가 잘 둘러대면 되겠다.’

"참, 성수 형. 요새 허리 아프다고 하셨죠?"

"어. 왜?"

도훈이 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는 아무런 상표도 없는 봉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이거 써보세요."

"이게 뭐냐?"

봉지를 받아든 성수가 코를 대고 킁킁거렸다.

알싸한 파스 냄새가 희미하게 올라왔다.

"파스?"

"네. 접때 일본 놀러 갔을 때 산 건데.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래요."

"근데 이걸 날 왜 줘? 그냥 너 쓰지. 너 쓰려고 가지고 다니는 거 아냐?"

"전 집에 몇 장 더 있어요. 형 허리 불편하다니까 한 번 써보시라고요."

성수가 손가락으로 콧등을 훔치며 씩 웃었다.

"새끼. 그래도 내 생각 하는 건 너밖에 없네."

"그죠? 그러니까 집행부 얘기는 꺼내지도 마시고요."

"아니, 근데 진짜 할 사람이 없다니까? 나도 오죽했으면 너한테 그러겠냐."

"우선이 아니어도 다른 애들 있잖아요."

"다른 후배들은 너무 이기적이야. 희생할 줄도 모르고."

"근데 저도 바쁜데···."

"정 그러면 조교 선생님이랑 한 번 얘기해 보던가."

"민주··· 선생님이요?"

"어. 나도 이번 캠프를 끝으로 집행부 활동 끝이라서 후임자 문제로 한 번 얘기한 적 있거든. 조교 선생님은 너를 강력한 후보로 생각하고 있더라고."

‘민주 이것이···.’

[역시 강민주양의 계략이었군요.]

"조교 선생님도 될 수 있으면 친한 학생이 집행부 맡으면 좋아서 그러셨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정 사정이 안 될 것 같으면 한 번 만나서 얘기를 해봐."

"알았어요. 조교 선생님 방학중에 학교 나오시죠?"

"그지. 학생이 방학이지 교직원들이야 매일 출근하니까."

"내일 한 번 찾아뵙던가 해야겠네요."

"응. 그리고 이 파스는 잘 쓸게. 파스 가지고 괜찮아 질랑가는 모르겠다만."

"꼭 써보세요. 진짜 효과 좋아요."

"그래 알았다. 암튼 고맙다."

도훈은 성수에게 아이템을 선물해 주고는 헤어졌다.

***

그날 밤.

성수는 혼자 낑낑대며 허리에 파스를 붙였다.

"근데 이거 진짜 효과가 있는 건가? 무슨 겉면에 표지도 없지?"

긴가민가한 마음으로 파스를 붙인 다음날.

성수는 아침에 일어나는데 평소와 다른 상쾌함을 느꼈다. 늘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뻐근했던 것과 달리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오! 이거 진짜 효과 있네?"

천상계 아이템의 효능을 맛본 성수는 간만에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침 여자친구에게 톡이 와 있었다.

-윤성희 : 수, 오늘도 도서관 갈 거지? 자리 맡아 놓을 게.

여친의 메시지를 본 성수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박성수 : 자리 맡고나면 우리 집으로 좀 올래?

-윤성희 : 아침부터? 왜? 어디 아파?

-박성수 : 일단 와.

허리가 편안해지자 성수는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왠지 오늘은 5분컷 당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었다.

30분 뒤.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아놓은 여자친구가 성수의 집으로 왔다.

그녀의 여자친구가 현관문을 열자 반팔에 팬티만 입은 성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혹시 어디 아픈 거야?"

성희는 자신을 부른 성수가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것으로 착각했다. 그게 아니면 아침 댓바람부터 자취방으로 오라고할 이유가 없었던 것.

"아파야만 집에 오나? 부를 수도 있지."

잔뜩 흥분한 성수가 여자친구를 대뜸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왜 그래?"

"갑자기 땡겨서."

팬티 위가 씰룩거리는 걸 본 여자친구 성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침부터 성욕 폭발했어?"

"그러게."

"어휴, 진짜 못 살아."

"하자."

성희는 근래들어 만족스러운 섹스를 한 번도 못 해본 터라 별다른 기대감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수가 싫지도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말로 타일렀다.

"민망하게 아침부터 왜 그래?"

"나 하고 싶어."

"정 그럼 내가 손으로 해줄까?"

성희가 손을 들어 팬티 위로 성수의 물건을 어루만졌다.

바짝 꼴린 성수의 물건이 단단하게 잡혔다.

‘이래봐야 금방 찍 쌀텐데 뭘.’

성수의 크기는 평균은 됐다. 단단함도 적당했다. 하지만 오래가질 못하는 게 불만이었다. 한창 애무해서 기대감만 잔뜩 올려놓고 혼자 몇 번 움직이다 찍 싼게 몇 번 째 인지도 몰랐다.

"손으론 해결 됐으면 너 안 불렀지."

"뭐라고? 하, 진짜."

성희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팬티를 내리더니 불알을 천천히 감싸 쥐었다.

"입으로 해줄게."

여자친구가 천천히 성수의 양물을 입에 품었다.

성수는 속으로 참 좋은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

다짜고짜 아침부터 자취방으로 오라고 한 것도 모자라, 대뜸 빨아달라고 빨아주는 여자친구는 몇 없을 것이다.

‘성희야. 오늘은 오빠가 진짜 보내준다, 홍콩.’

예열이 끝난 성수가 대뜸 여자친구를 넘어뜨렸다.

"못 참겠어."

"지, 진짜? 왜, 왜 이래 오늘?"

"일단 하자."

성수가 간만에 제대로 된 섹스를 했다.

급작스러운 시작이긴 했지만, 최대한 여자친구가 흥분감을 느낄 때까지 사정을 통제했다. 간만에 만족감을 느낀 여자친구가 성수를 껴안으며 말했다.

"오빠, 오늘 뭔가 달랐어."

"나도 그런 것 같아."

섹스가 끝난 후 성수가 오랜만에 당당하게 어깨를 폈다.

‘고맙다, 도훈아. 네 덕에 여자친구 제대로 호강시켜 줬구나.’

< 911. 여름 방학-3-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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