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26화 (893/2,000)

< 909. 여름 방학-1- >

***

차명우의 집에서 나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크리스티나는 오늘밤 녀석의 집에 남겠다고 했다.

-굳이 왜? 어차피 헤어질 거라면서?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정식으로 작별은 고해야지. 걱정 말고 먼저 들어가. 명우씨한텐 잘 둘러댈 테니까.

-괜히 나 때문에 갈라지는 건 아니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바람 피운게 너랑 처음도 아니고, 그냥 내 결심이 굳어졌을 뿐이니까.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아서.

-그래. 혹시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보자.

-응.

조금은 씁쓸한 결말이었다. 자고 일어나자마자 이별 통보를 받는 명우의 심정을 생각하자 약간 죄책감이 느껴졌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크리스티나양 말대로 주인님 책임이 아니니까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서로 커플을 유지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었죠.]

‘그렇겠지?’

[다만 주인님이 찝찝함을 느끼는 건, 차명우의 옆에서 대놓고 바람을 피웠다는 점 때문이겠죠.]

‘그러게. 아무리 공략이 걸렸다지만, 솔직히 과했던 것 같아. 내가 당한 그대로 남에게 돌려준 꼴이잖아. 차명우가 나에게 원수진 사람도 아닌데.’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맥락을 따지면 전혀 다르긴 합니다. 적어도 행복한 커플 사이를 망가뜨린 건 아니니까요.]

‘흠, 그래도···.’

[심연 이야기를 괜히 꺼냈나 보군요. 주인님은 결코 괴물이 아닙니다. 지금처럼 선만 잘 지키신다면요.]

‘뭔 일로 네가 위로를 다 하냐?’

[어쨌든 업적 3개를 한 번에 해치웠으니 경사 아닙니까? 축하받아 마땅하니까요. 감축드립니다.]

‘아, 맞다. 업적.’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획득한 업적들을 확인했다.

우선, 지인의 여자친구를 공략하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업적이 종결되었다.

위 업적은 1차 보상과 2차 보상이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가 ‘마라톤 용사의 양말’로 착용 시 체력소모를 30% 줄여주는 효능이 있어 매일 신고 다니고 있었다. 따로 빨지 않아도 늘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천상계의 특수 나노필터 기술이 적용된 듯하다.

그리고 오늘 해금된 2차 보상이 바로 ‘스파르타인의 벨트’. 효능은 착용하는 동안 근력 증강률 15% 상승이다.

예를 들어 벤치프레스 100Kg가 한계였던 사람이 벨트를 착용하면 115Kg를 너끈히 들 수 있도록 보강하는 아이템이었다. 처음엔 무슨 챔피언 벨트 같은 것을 주는 줄 알고 당황했으나, 알고 보니 평범한 바지에 착용하는 검은 가죽 벨트디자인이었다. 앞선 양

말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와 늘 함께하게 될 예정이다.

두 번째 업적은 인종의 도가니탕.

디스플레이를 보니 다음과 같이 변경되어 있었다.

95. 인종의 도가니탕. (보기에 해당하는 인종과 관계 시 달성) 2/3 류큐인, 슬라브인 달성

-보기-

1. 류큐인(류큐의 토착 민족. 오키나와어로는 오키나와 사람이란 뜻의 우치난츄(沖 ?人, ウチナンチュ ?)라고 함.)

2. 슬라브인(동유럽과 북아시아의 주된 주민으로 러시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의 기간 민족)

3. 라틴인(이탈리아 라티움 지방에 살았던 부족으로, 인도-유럽어계의 이탈리아인에 속함.)

-당신은 이제 인류의 유전자를 뒤섞는 업적에 도전합니다.

-업적보상 : 식스 센스(패시브 스킬)-육감이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불운을 피하거나 행운의 감지 등, 다방 면에 직관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류큐인은 일본인 교환학생이던 료코를 공략하면서 달성했다. 그리고 이번에 크리스티나를 달성하면서 슬라브인 역시 해결. 이제 남은 라틴계열의 미녀만 공략하면 업적 보상인 ‘식스 센스’가 해금된다. 육감이 비약적으로 증대된다니 굉장히 기대가 큰 스킬 중

하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순식간에 공략조건을 달성한 업적이 바로 ‘남친 잘 때 뽕도 따고’ 업적이다. 굉장히 변태적인 조건인데, 우연히 상황이 맞아떨어지며 활성화되었다. 아마 일부러 찾아서 하라고 했으면 쉽게 도전하기 힘든 업적임에는 틀림없다.

‘이건 보상이 뭐였지?’

[1500포인트입니다. 포인트는 정상 지급되었습니다. 벨트는 원하실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미리 송신시켜 놓았구요.]

‘좋아. 원하는 건 다 이뤘군. 하룻밤에 업적 3개를 도전해서 2개를 완성하고, 인종의 도가니탕도 이제 하나만 남겨 놓았네.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은데?’

[묻고 더블로 가셨으면 쿼드라플도 가능하긴 했죠. 원나잇에.]

‘아니. 나는 삼관왕으로도 충분해. 그나저나 이 속도면 정말로 여름방학 안에 중수 2단계 진입각 나오겠는데? 이제 몇 개 남은 거지?’

[오늘 2개 업적 달성으로 중수 2단계 달성까지 총 5개의 업적이 남으셨습니다.]

‘그 여의사 공략은 두고두고 아쉽군.’

[아무래도 장기 공략 대상으로 관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여의사를 공략해도 치어리더가 남아있기도 하니까요.]

‘오케이. 그건 그렇게 처리하고. 그 밖에 도전할 만한 업적이 뭐가 있지?

[잠시만요. 이제껏 조건에 맞은 업적만 보여드렸는데 그냥 다 108개를 모두 공개해 드릴까요?]

‘아니 어차피 봐도 까먹을 테니까 굳이 그럴 필욘 없어. 여름방학 중 도전해 볼 만한 것들로만 선별해 줘. 학기 시작되면 또 학교에 얽매이게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목록을 띄워드리겠습니다.]

‘근데 설마 지금껏 아무 생각 없다가 되는 대로 급조한 건 아니지?’

[그럴 리가요. 108개 목록은 천상계의 집단지성 시스템을 이용해 엄선된 업적입니다.]

‘그 집단지성이 누군데?’

[신들이지요. 하위 신들.]

‘아···. 그렇군.’

[주인님. 준비되었습니다.]

‘오케이.’

[108개의 업적 중 이제껏 달성한 업적을 제외하고, 금번 여름방학 중 시도해 볼 만한 업적들로 간략히 디스플레이에 띄웠습니다. 확인해 보시지요.]

디스플레이에 업적 목록이 주르륵 떠올랐다.

나는 스마트 워치의 휠을 돌리며 빠르게 업적들을 스캔했다.

21. 여행 스케치

-달성조건 : 초면이고, 해외 여행나온 일가족에 속한 모든 여자와 여행스케줄 내 성관계 갖기 (일가족 내 여자 3명 이상 시 달성)

-업적 보상 : 면역의 왕자(패시브 스킬)-면역의 제왕 하위 호환 스킬, 초면인 여성과의 성병만 면역

25. 고부 덮밥

-달성 조건 :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스킬 도움 없이 공략.

-업적 보상 : 흑화(아이템), 일생에 단 한 번. 흑형들도 도달하기 힘든 30Cm의 초대물로 변신할 수 있다. 지속 하루.

36. 난 누구? 여긴 어디?

-달성 조건 : 스토커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하기.

-업적 보상 : 천독불침(패시브 스킬)-수면제나 최음제등의 향정신성 약물에 대해 이뮨.

39. 남남북녀

-달성 조건 : 북한 출신 여성을 공략(새터민 가능)

-업적 보상 : 동무, 동무!(패시브 스킬)-공산주의 국가출신의 여성에게 호감도 +15

41. 스카이 섹서

-달성 조건 : 스카이 다이빙 중 애무-삽입-절정-결말에 이르면 달성

-업적 보상 : 치트 카드(아이템)-아이템과 스킬 사용이 제한된 미션에 모든 제한을 해제함(1회용)

45. 피부에 양보하세요.

-달성 조건 : 여성의 온몸에 정액으로 펴 바르기(단 1회 사정분으로 해결)

-업적 보상 : 3000포인트.

52. 태양의 후예

-달성 조건 : 부대 내에서 여군을 공략.

-업적 보상 : 선이 보인다(스킬)-전투(싸움)가 일어날 때만 활성화. 상대의 약점이 빨간 점으로 표시 됨.

58. 그대 이름 바람바람바람.

-달성 조건 : 바람 피우는 여자를 후리고, 박고, 뚫고, 싸고, 호감도 100으로 만들어 육노예 만들기.

-업적 보상 : 나의 AI동료가 되라(스킬)-특정 시간 동안 ‘인공지능’ 전이가 가능해짐. 해당 여성의 기억은 자동 소거됨.

72. 꽃들에게 물을.

-달성 조건 : 3명 이상의 여자들 얼굴에 동시에 사정하기

-업적 보상 : 사이좋은 의자매(패시브)-동시에 사정 당한 여자들끼리의 친밀감과 유대감 UP, 서로간의 질투심 저하.

80. 전망 좋은 집.

-달성 조건 : 공인중개사와 새집에서 창문 밖을 보며 후배위로 질내사정.

-업적 보상 : 마스터키(아이템)-모든 열쇠에 열리는 자물쇠는 쓰레기지만,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다면 그것은 마스터키다. 모든 잠긴 문을 열 수 있음.

디스플레이의 띄워진 목록은 모두 10개였다.

[여름 방학 중 도전해 볼만 업적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필요하시면 더 띄워드릴 수 있습니다. 아직 50여개 이상 더 남아있으니까요.]

‘잠깐. 지금도 과부화 걸리려고 해. 하나씩 뜯어봐야 겠어. 여행 스케치 업적은 이번 싸이판 여행을 염두한 거야?’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가족 여행지다 보니 여자가 3명 이상 있는 일가족과 조우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면역의 왕자는 또 뭐야? 면역의 제왕 하위 호환 스킬이라고?’

[아무리 봐도 주인님께서 숨겨왔던 나의··· 업적을 포기하실 것 같아, 비슷한 보상을 주는 업적을 골라보았습니다. 설명대로 초면인 여성과의 성병에 대해서는 면역기능이 있습니다. 단, 모든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의 제왕에 비하면 벨류가 좀 떨어지지만

요.]

‘흐음. 보상은 마음에 드는데 송미나랑 함께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까다로워 보이는 군. 다음 건···. 고부 덮밥?’

[네. 모녀 덮밥류 스킬입니다. 고부 관계에 있는 여성들을 공략해야 합니다.]

‘가만. 근데 고부면 며느리랑 시어머니잖아. 시어머니면 거의 50대 이상 아니냐?’

[거의 그렇죠.]

‘Pass! 하고 많은 여자들 두고 뭐하러 50대랑 해? 대가리 총 맞았어?’

[모든 시어머니가 50대일 거란 편견은 버리셔야 합니다. 혼인이 빠를 경우 40대도 있을 수 있고, 재혼 가정의 경우엔 30대도 가능하니까요.]

‘그렇군. 아무튼 이건 조건이 맞아야 해볼만 하겠네. 난 누구? 여긴 어디? 이건 무슨 미친 업적이람?’

[난이도가 무척 높은 업적입니다. 스토커에게 납치 당해 강간당해야 하거든요.]

‘미저리 찍고 있네. 어떤 미친 여자가 180넘는 나를 납치하겠어?’

[그러니까 난이도가 높다고 말씀드렸는데···.]

‘아니야, 이것도 좀 어려워. 남남북녀는 그나마 쉽겠네. 새터민도 가능이라고?’

[네. 북한이 고향이면 상관없습니다.]

‘실향민도 가능하겠네?’

[물론입니다.]

‘6.25 이전 세대면 최소 70댄데?’

[육보시 업적관 연계하면 일타이···.]

‘닥쳐.’

[묻고 더블로 가시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아래 스타이 섹서는 어떠십니까?]

‘스카이다이빙 중에 섹스라···. 한국은 불가능하고 싸이판에 스카이다이빙 체험이 있는 줄 모르겠네. 찾아보고 있으면 미나랑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겠다.’

[비슷한 버전으로 심해 섹서도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중에 가능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전신 수영복 입지 않아?’

[맨몸으로 하셔야 겠는데요?]

‘Pass.’

[피부에 양보하세요는 해볼만 하지 않습니까?]

‘정액을 온 몸에 펴바르라고? 내가 무슨 분수야? 정액이 콸콸나오게.’

[아이템 중에 정액량을 증가시키는 종류가 있습니다. 다만···.]

‘다만?’

[한달 가량 비축해야 한다는···.]

‘한달간 노섹스라고?’

[네. 그래야 전신에 뿌릴 양이 나오거든요. 아참, 고환도 아마 3배 이상 팽찰할 겁니다.]

‘미친. 소부랄이냐? 무슨 말도 안되는 업적들만 소개하고 있어? 태양의 후예? 이건 좀 괜찮네.’

[군부대 업적이요? 군대에 들어가는 게 어렵지 않겠습니까? 주인님은 이제 민간인인데.]

‘잘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해. 내년도부터 예비군 통지 나오거든.’

[아, 야비군.]

‘발음 똑바로 해. 예비군이라고.’

[넵. 어쨌든 올 여름엔 힘들겠군요.]

‘이건 내년 여름 방학 노려보자. 그대 이름 바람바람바람? 무슨 업적명이 이래?’

[하위신 들의 네이밍센스랄까요?]

‘근데 이거 바람 피운 여자 혼내주는 건 알겠는데, 업적 보상이 특이하다? 나의 AI 동료가 되라고? 설마 저 인공지능이 로시 너를 말하는 거야?’

[맞습니다. 제가 다른 여성분의 몸에 빙의할 수 있게 됩니다.]

‘저번에 지리산 처녀 보살이 빙의된 것처럼?’

[네. 일정 시간만 가능하지만 제가 다른 여성분의 몸을 빌릴 수 있게 됩니다. 그 사이 기억은 자연스럽게 소거되거요. 아마 깨어나면 기억이 조작되어 몸을 빌려주었다는 것도 잊어버릴 겁니다.]

호오.

이건 좀 흥미롭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스마트워치에 들어간 로시가 육체를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린가?

[저를 소환하셔서 여러 공략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가령 주인님의 친한 후배들의 몸에 빙의해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도 있겠죠.]

‘그렇네. 활용도가 굉장히 높겠는데 이건?’

[네. 이번에 바람 피우셨던 크리스티나양은 남친과 헤어지기로 했으니 다른 분을 찾으셔야 겠군요.]

‘있지, 한 명.’

[교대생 하린양이요?]

‘육노예로 전락시키는 게 좀 그렇긴 한데, 현재로선 바람 피우는 애는 걔밖에 안 떠오르네.’

[꽃들에게 물을 과 전망 좋은 집 역시 방학 중 시도해 볼만한 업적입니다. 꽃들에게 물을은 사이가 안 좋은 여성들을 화해시키기 좋고, 전망 좋은 집 업적 보상이 마스터키는 차후의 미션이나 업적을 진행시키는 데 도움이 될 아이템입니다.]

로시의 설명까지 모두 들으니 대충 해볼 만한 업적이 몇가지 그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여름 방학 중에는···.’

< 909. 여름 방학-1- > 끝

ⓒ 성난불기둥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