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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25화 (892/2,000)

< 908. 단기 알바-18- >

[기왕 가시는 거 묻고 더블로 가시죠?]

‘미쳤어? 내가 남자랑 하면 사람이 아니라 개다.’

[천만다행이군요. 이미 개잖습니까?]

‘뭐래, 미친.’

로시가 도발했지만 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108개의 업적을 다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리면 108번째로 하고 싶은 게 바로 게이 업적이다. 어쩌면 107번째까지 하고 그냥 죽는 일이 있어도 포기할지 모른다.

‘죽어도 못해. 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말도 꺼내지 마.’

[알겠습니다. 그냥 기회가 왔길래 제안해 본 것뿐입니다.]

크리스티나를 들쳐박기로 침실까지 데려오기는 했으나, 막상 엎어져 자고 있는 명우를 보자 심장이 콩딱거렸다. 그것은 크리스티나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방으로 들어오자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침만 꼴깍 삼켜댔다.

"왜? 막상 옆으로 오니까 쫄려?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하네?"

"내가? 전혀. 내가 쫀 것 같아?"

크리스티나도 살짝 허세가 있었다. 나는 일부러 위로 번쩍 들었다가 크게 한방 내리찍었다.

"흣!"

"이래도?"

"하, 하지마."

"왜? 안 쫄리면 소리 내봐."

다시 한번 들었다 놨다.

쿵-!

크리스티나는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으나 끝내 입을 꾹 다물었다. 오히려 목을 잡고 있던 손으로 내 등을 고양이처럼 할퀴기까지 했다.

"하지 말라고 쫌!"

"안 쫀다면서?"

"그렇다고 일부러 깨울 필욘 없잖아?"

"쳇."

더 이상 괴롭혀 봐야 헛수고일 것 같아, 그대로 크리스티나를 안아 들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쿵-!

다행히 값비싼 침대였는지, 옆에 사람 두명이 낙하를 하는데도 충격이 전달되지 않았다. 역시 시몬x.

나는 계속 지껄였다.

"바람피운 거 처음 아니지?"

"으, 그런 걸 왜 물어봐?"

"궁금하니까."

"말 안 해 줄 거야."

"말 안 해주면 안 박아 줄 거야."

나는 그 말을 마친 후 꼼짝 않고 누워만 있었다.

밑에 깔린 크리스티나는 피스톤 운동을 멈추자 눈을 흘기며 나를 째려보았다.

"안 박으면 니가 손해지 내가 손해니?"

"안 박히면 너도 손해지 나만 손해냐?"

"참나, 무슨 한 마디를 안 지려고 해?"

"너도 마찬가지거든? 얼른 말해봐. 궁금하니까."

"진짜 변태네. 생긴 건 멀쩡해서는."

"남친 있는 곳으로 나를 끌어들인 네가 할 소린 아니지."

"3명."

"3명? 명우를 애인으로 두고 바람피운 적이 3번이라고?"

"그래. 됐냐 이 변태야?"

나는 천천히 허리를 튕기기 시작했다.

빳빳한 잦이가 들어가자 크리스티나가 다시 앙앙거리며 나를 감싸 안았다.

"대체 왜? 명우가 좋아서 사귄 거 아니었어?"

"좋았지. 낯선 한국에 첨 왔을 때 나한테 잘해준 사람이니까."

"근데 왜 바람을 폈어? 그것도 세 번이나."

"말했잖아. 언젠가부터 명우가 안 해줬다고."

"믿을 수가 없는데?"

나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으며 물었다.

"너 같은 여자를 대체 어느 남자가 마다해?"

"아, 아앙. 가슴 빨지마. 약점이란 말이야."

쪽쪽-

"약점이니까 더 빨아야지."

"하아앙."

흥분에 찬 크리스티나가 내 뒤통수를 끌어 안고 마구 헝클었다.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렇게 맛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진짜 짜증나. 난 나한테 애정이 식을 줄 알았다니까?"

"혹시 다른 여자 생긴 거 아니야?"

"말도 안 돼!"

크리스티나가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엎어져 자고 있는 명우를 쳐다보았다. 약간은 애잖한, 그러면서도 분노가 담긴 눈빛으로.

"나도 의심스러워서 핸드폰 검사를 몇 번이나 했는데 다른 여자의 흔적은 조금도 없었어."

"남자로 이름만 바꾼 여자일 수도 있지. 바람필 땐 그렇게 하기도 해."

"그럴까 봐 프로필까지 일일이 다 확인했어. 모두 다 남자였어."

‘남자랑 만날 거라는 의심은 조금도 못하는 군.’

[그럴 수밖에요. 애인이 갑자기 게이가 됐다는 걸 어느 여자가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으으. 남자한테 애인을 뺏긴 걸 알면 더 자존심 상할 것 같은데. 슬쩍 운을 띄워볼까?’

"아니면 진짜로 남자를 만날 수도 있지."

"남자를?"

크리스티나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그녀가 뭔가 떠오르는 게 있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남자친구들이랑 몇 번 외박한 적 있었어."

"진짜?"

"어. 내가 몇 달 전까진 같이 살았거든."

"동거를 했었다고?"

"처음엔 집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지금은 나도 나가서 살고 있고."

"아무튼 너랑 같이 살 때 명우가 남자친구들하고 외박한 적이 있단 말이야? 여잔인데 구라치는 게 아니라?"

"아니야. 내가 의심이 좀 많은 편이야. 그래서 영상통화로 다 확인했거든. 정말로 남자였어."

‘완벽한 알리바이였군!’

[저렇게 검증까지 했으니 철썩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겠네요.]

‘차명우가 엘프 여친을 가지고 놀았구나, 아주 보란 듯이.’

"어쩌면 남자랑 그렇고 그럴 수도 있지."

"명우씨가?"

"왜 그 생각은 안 해본 거야?"

"말도 안 돼. 명우씨는 분명···."

크리스티나의 눈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 눈빛을 보자 그녀도 뭔가 단서를 잡은 게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왜? 뭔가 짚이는 게 있어?"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말해봐. 나도 남자잖아. 남자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알지."

"그게···. 언젠가부터 좀 이상하긴 했어."

"뭐가?"

"그··· 외출하고 돌아오면 갑자기 좌욕을 하는 거야."

"좌욕?"

"응. 난 첨에 변비 때문에 그런 줄 알았거든."

"맞아. 너가 변비있다고 그랬잖아."

"근데 꼭 좌욕이 끝나고 나도 거기가 퉁퉁 불어있더라고."

"어디가?"

"똥구멍이."

"그런 단어도 알아?"

"당연히."

"근데 좌욕을 했으니 똥구멍이 부을 수도 있지 않나?"

"아니야. 나도 변비가 있어 봐서 알아. 좌욕을 하면 보통 항문이 안으로 들어간단 말이야. 하지만 명우씨는 반대였어."

‘맞네. 바텀인 차명우는 항문 관리를 위해 좌욕을 했던 거구나. 딴놈이 하도 찔러대서.’

[세상에···.]

‘분명 항문이 정상이 아니었을테니, 같이 살던 크리스티나는 의심을 했던 것이고.’

"그리고 하나 더 있어."

"뭐?"

"예전에, 그러니까 관계를 그만두기 몇 달 전부터 명우씨가 나한테 이상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

"뭔데?"

"박힐 때 기분이 어떠냐고."

"뭐?"

"자기도 박히는 기분이 궁금하다고."

"그건···."

"아, 아닐 거야. 내가 괜히 예민해서 그럴 수도 있어. 설마 명우씨가···."

"정말로 게이라면 어떡할 거야?"

"상상도 하기 싫어. 그리고 그게 말이 돼? 나랑 이 방에서, 이 침대에서 매일 같이 살을 부대끼고 살았는데."

크리스티나의 말을 듣자 갑자기 성욕이 치솟았다.

남의 여자를, 그놈이 따먹었던 침실에서, 그리고 놈을 옆에 재운 채로 이렇게 따먹고 있다니.

배덕감이 머리끝까지 차 오른다.

아아, 이게 바로 NTL 감성인가.

갑자기 전 마누라를 따먹은 놈의 마음이 약간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이 스릴.

이 정복감.

다른 섹스에는 느껴볼 수 없는 기묘한 감정이다.

‘아아, 이런 거였군. 제길.’

[왜요? 갑자기 전생이 떠오르십니까?]

‘그냥 심정이 이해가 되서.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역시 내로남불···.]

‘뭐라고 비난해도 상관없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결국 니체의 말이 옳았군요.]

‘뭐?’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라고요.]

‘···흥. 니체건 나체건 알 게 뭐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도 애자매 사건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남의 여자를 따먹으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게 된 것은.

나도 어쩌면 심연의 괴물로 변해가는 것일까?

내가 진심으로 싫어했던 자들을, 나 역시 닮아가는 것일까?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나는 함부로 남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명분과 목적이 있을 때만 허용한다.

그것도 최소한으로.

나는 다르다.

복잡해지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크리스티나와의 섹스에 집중했다. 이미 쓰러진 차명우는 안중에도 없었다. 놈은 어차피 옆에 놓인 쿠션이나 인형같은 배경일 뿐이다.

이곳엔 오롯이 나와 크리스티나만 존재한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박았다.

이 모든 잘못의 책임이 마치 그녀에게 있는 것처럼.

***

명우가 눈을 뜬 것은 속이 뒤집힐 것처럼 울렁거릴 때였다.

숙취가 밀려오는 듯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사리 분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으으, 여긴 대체 어디야?’

목이 탔다. 식도는 따끔거리고, 입에선 쉰내가 나는 것 같았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분명 눈앞에 보이는 배경은 자신의 침실이었다.

‘젠장. 술 먹고 뻗어버렸나 보군. 참치집에 간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거기서부턴 전혀 기억이 없네? 누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줬지?’

갈증을 느낀 명우가 눈을 뜨려고 하는데 옆에서 교성이 들려왔다.

"하앙, 아아앙, 도, 도훈! 거칠어!"

‘도훈?!’

명우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목소리를 낸 여자가 크리스티나라는 것을 깨닫고는 모든 상황이 파악되었다.

‘도훈이 내 침대에 있어! 그것도 크리스티나와 같이!’

정신을 차린 명우였지만, 차마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귓속으로 계속 크리스티나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파고 들었다.

"하악, 너무 깊어! 아, 아아아!, 명우씨랑 비교도 안돼! 아악!"

명우는 크리스티나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다시 한 번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애정이 식었지만, 그래도 한때는 살을 맞대고 동거한 여자친구였다. 그런 그녀가 자신과 도훈의 물건 사이즈를 비교하며 환희에 찬 교성을 쏟아내고 있다니.

‘이럴 수가. 어떻게 내 옆에서 이런 짓을···.’

충격으로 눈앞이 새까매졌다.

사실 명우는 크리스티나가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무려 3번이나. 크리스티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폰을 검사하듯, 자신 또한 크리스티나의 폰을 몰래 훔쳐보았다.

그리고 가끔 외박을 할 때나, 혹은 연락이 두절될 때마다 다른 남자와 함께 즐겼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꾸짖지 않았다.

부정한 여자라고 내치지도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 변한 것이 자신의 책임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게이로 전향한 후 그는 크리스티나가 바람을 피운 것 보다 3배는 많은 바람을 피웠다는 미안함도 있었다.

실은 언젠가는 말하려고 하던 참이었다.

더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니 더이상 여자를 좋아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그러니 서로를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하자고.

하지만 명우는 끝까지 그 말만은 하지 못했다. 크리스티나는 바람을 피웠지만, 늘 자신에게 돌아왔고 끝까지 숨기려는 태도로 보아 몸은 떠나도 마음만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자신 또한 크리스티나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녀와 육적으로 즐기지 못하지만, 언제나 크리스티나는 좋은 여자친구였다. 단지 술에 만취하면 사고를 친다는 것을 빼면.

"헉, 헉, 헉! 안에, 안에 싸줘. 도훈. 내 안에 가득히!"

또 다시 크리스티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우는 당장 깨어나서 두 년놈들을 찢어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명우는 자신의 감정이 크리스티나에 대한 배신감 때문인지, 도훈을 빼앗긴 상실감 때문인지 헛갈리게 되었다.

도훈을 먼저 유혹하려고 했던 건 오히려 그였다.

게이들도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

몸 좋은 남자에게 끌린다.

도훈은 잘생기고 몸이 좋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떠보고 싶었다.

전혀 게이 티를 내지 않는 남자들도, 알고보면 게이인 적도 있었으니까.

만에 하나라는 마음으로 도훈을 노렸던 게 바로 자신이다.

대체 누가 누구를 비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명우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르르 떨리는 손은, 불쑥 일어서 바람난 년놈들을 응징할 명분도, 그런 복수심도 일어나지 않는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명우는 마침내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의 지금 좌절한 이유가, 여자친구의 배신 때문이라기보다 도훈이라는 청년이 명백한 이성애자였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임을.

‘하아···. 씨발···.’

결국 명우는 섹스가 끝날 때까지 쥐 죽은 듯 누워 있기만 했다. 남녀의 섹스를 바로 옆에서 듣고 있어도 조금도 발기가 되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면서.

***

"끄읏!"

도훈이 마지막으로 내지르며 사정액을 분출했다.

미션의 완성이 질싸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끝까지 잦이를 빼지 않았다.

"하아아아앙!"

크리스티나가 오열하듯 몸을 떨더니 힘이 다 빠진 듯 축 늘어졌다. 역시 예상대로 도훈은 대단했다. 물건만 큰 게 아니라, 파워도 테크닉도 발군이었다. 넘치는 자신감엔 근거가 있었다.

"대단해. 정말 넌 최고야."

"헉. 헉. 남자친구 옆에서 그런 소릴 들으니 기분이 이상한걸."

크리스티나가 명우를 쓱 쳐다보았다.

그는 결국 깨어나지 않았다.

아니 깨어났어도 모른 척 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티나는 섹스가 끝난 환희와 함께 깊은 절망을 느꼈다.

무엇이 됐건, 자신의 바람으로도 그를 깨울 수 없다는 것에.

그리고 마음을 굳힌 듯 도훈에게 말했다.

"도훈."

"응?"

"나 명우씨랑 헤어질 거야."

"뭐?"

"결심했어."

"자, 잠깐. 난 너를···."

"걱정 마. 너한테 책임지라는 소리가 아니니까. 그냥 내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을 뿐이야."

"무슨?"

"내가 더 이상 명우씨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숨죽여 누워있던 명우의 두 눈에서도 또르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별의 끝은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가 남자를 좋아한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할 비극이었을지도.

< 908. 단기 알바-18-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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