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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917화 (88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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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훈은 일부 달성한 업적 먼저 해치우기로 했다.

방학 스케줄에 맞춰 우선순위를 정하게는 관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흑마 한번 타보자고 어학원을 다니는 건 시간 낭비야. 다른 일정도 많은데 어학원 끊는 순간 학교에 얽매여야 하잖아. 차라리 싸이판 여행에서 기회를 노리는 게 낫지. 게다가 운 좋으면 인종의 도가니탕 업적까지 동시에 노려볼 수 있을 테니.’

현재 외국인과 관계된 업적은 모두 2종류.

흑누나를 공략하는 흑마 업적, 러시안과 라틴계 여성을 공략해야 하는 인종의 도가니탕 업적이다. 미국령이자 관광지인 싸이판에 가게 되면 위에 해당하는 여성을 만날 확률이 높았다.

‘좋아. 그럼 이 두 가진 외국 나가 해결하기로 하고···. 그럼 남은 게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랑 특수직종이 더 맛있어 업적인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는 지인의 여자친구를 공략해야 하는 미션. 쉽게 말해 바람을 피우되, 그 대상이 아는 사람의 여자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흐음. 로시 이건 혹시 역설계가 가능하지 않을까?’

[역설계라뇨? 그게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지인의 여자친구여야 한다는 게 위업의 달성 조건이잖아.’

[그렇죠.]

‘그럼 우선 여자를 공략하고 나중에 그 여자 남친의 지인이 되는 방식은 어떻냐는 말이야.’

[그, 그게 말이 되나요?]

‘어쨌든 조건에 위배 되는 건 아니지?’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근데 무슨 수로요?]

‘오늘 만난 하린이 말이야.’

[아앗! 설마 교대생 하린양의 남자친구를!]

‘우연히 만난 척 친해지면 지인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어? 하린이는 이미 공략되었으니까 걔 남친이랑 친해지면 바로 공략 달성이지.’

[캬, 기발한 발상입니다! 그래서 역설계라고 하셨군요.]

‘안 그래도 PK단 동태 파악을 위해 한 번쯤 만나볼까 했거든. 오케이, 이건 그럼 그렇게 해결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노려 볼 수 있는 건 특수직종 위업뿐인가?’

[네, 다섯 가지 직종 중 현재 여의사와 치어리더가 남아있습니다.]

‘치어리더는···. 가만있자 야구장이라도 한 번 가야 하려나? 현재로선 접점을 찾기 쉽지 않고, 여의사가 가장 만만하겠군.’

[전에 말한 간호사 박지애양을 이용할 생각입니까?]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한 번 써먹어야지.’

생각이 마친 도훈은 곧바로 지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다행히 지애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도훈이."

지애가 흠칫 놀라는 듯 잠시 말을 멈추더니 따지듯 물었다.

-넌 꼭 잊을만하면 전화하더라?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연락을 하셨을까?

‘왠지 까칠하네. 저번에 상식 개변으로 섹파 만든 거 아니었나?’

[섹파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호감도가 떨어질 순 있죠.]

‘이상한데?’

[뭐가 말입니까?]

‘마성의 지배자 스킬 말이야. 그거 있으면 호감도 안 떨어지는 거 아니었어?’

[안 떨어지는 게 아니라, 떨어지는 속도를 낮춰주는 스킬입니다. 지애양은 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연락도 거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호감도가 하락할 수밖에 없겠죠.]

‘아하. 망부석에 넣었다가 정리할 때 빼버린 것 같기도 하네.’

상황을 파악한 도훈이 바짝 저자세를 유지했다.

어쨌든 지애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그녀를 자극할 필요가 없었다.

"에이, 왜 그래요 누나? 오랜만에 보고 싶어서 전화했구만."

-갑자기 웬 존댓말? 됐고, 나 지금 바쁘니까 용건만 말해.

"혹시 근무 중이에요?"

-어, 나이트.

"나이트요? 클럽?"

-뭔 소리야 얘는? 밤샘 근무라니까.

"아아, 그렇구나. 누나 저번에 재활의학과로 옮겼댔죠?"

-응.

"제가 발목이 안 좋아서 병원에 한 번 가볼까 하는데···."

-오지 마.

"네?"

-오지 말라고, 우리 병원.

"지금 환자 거부하는 거예요? 백의의 천사께서?"

-너 어차피 나 만나려고 핑계대는 거잖아. 아니야?

"겸사겸사죠. 간만에 얼굴도 보고."

-나 지금 생리 기간이야. 그니까 와도 헛수고야. 어제 막 터졌어.

"난 떡볶이도 상관없는데···."

-이게씨, 못하는 말이 없어.

"아무튼 누나랑 못하는 건 아쉽긴 한데, 진짜로 아프다고요."

-진짜? 진짜 다쳤어?

"다치기야 예전에 다쳤죠. 그냥 참고 다녔는데 방학한 김에 생각나서 병원 좀 다닐까 하고요. 누나가 저번에 거기 유명한 의사 있다지 않았어요?"

-아, 안 닥?

"안 닥요?"

-안소영 닥터라서 안닥이라고 불러. 우리끼리 부르는 호칭이지만. 암튼 잘 보긴 하지. 미국에서 배운 인텔리거든.

"잘됐네. 예약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돼요?"

-가만있어보자. 지금 컴퓨터 앞이라 외래 스케줄 봐볼게.

곧 키보드를 타닥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지애가 말을 이었다.

-내일 되겠다. 개인적으로 예약은 잡아줄 순 없고, 오후쯤 와. 나는 없겠네.

"누나가 없다고요?"

-나 지금 나이트라니까. 내일은 당연히 비번이지.

"누나 있을 때 가고 싶은데···."

-하이고. 됐거든? 너 근데 진짜 어떻게 연락 한 번을 안 하냐?

"뭐 이래저래 바빴죠. 기말시험도 치고. 아쉽네 그나저나, 방학한 김에 얼굴이나 보려고 했더니."

-내일만 날이니?. 야야, 나 지금 차트 확인하러 가야되니까 다음에 연락해. 끊는다.

"응."

-뭐야? 왜 또 반말? 됐다, 끊어.

뚝-

지애는 정말로 바쁜지 후다닥 전화를 끊었다.

[생각보다 일처리가 편하게 됐군요.]

‘뭐가?’

[지애양이 함께 있으면 여의사에게 쉽게 수작을 부리지 못 할 테니까요.]

‘그렇긴 하겠네. 어쨌든 이걸로 여의사는 처리했고. 근데 이렇게 해도 중수 2단계까지 가려면 업적이 부족한 거 아냐?’

[그렇죠. 중수2단계까지 7개의 업적을 달성하셔야 하는데, 미완된 업적 4개를 달성한다고 해도 3개가 모자라니까요.]

‘혹시 도전해 볼만한 업적이 뭐가 있을까?’

[열람하셨던 업적을 띄워드릴까요?]

‘어. 띄워봐.’

[디스플레이에 띄웠습니다.]

-미달성 업적-

*디펜딩 챔피온

-한 여성과 200번 이상의 관계를 완료해야 합니다.

(발기강직도 10%향상)

*숨겨왔던 나의···

-동성과 관계 시 달성

(면역의 제왕)

*육보시

-70세 이상의 비구니를 상대로 관계시 달성.

(좆방맹이)

*육덕녀와 육떡치기

-고도비만 여성을 상대로 하룻밤(24시간) 6번의 관계시 달성

(1500포인트)

*형부 이러시면 언니가···

-혼인관계에 있는 상대의 여자 자매를 공략 시 달성

(듀얼케스팅 반지, 인륜을 저버린 자 미들 네임 획득)

*금단의 열매

-근친상간시 달성

(만랩 열매)

*당신이 궁금해요.

-전맹 급 시각장애를 갖춘 여성의 호감도를 100까지 끌어 올릴 시 달성

(마인드 리딩)

*플레이어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

-이성의 플레이어를 공략시 달성

(플레이어 탐지)

화면에 뜬 내용은 조건이 맞아 한 번쯤 거론되었거나, 도전했지만 실패했던 업적이었다. 도훈은 하나씩 꼼꼼히 내용을 따져보았다.

‘햐, 한사람하고 200번? 이건 진짜···.’

[언젠간 달성이 되겠죠. 하지만 시간 소모가 너무 큽니다.]

‘숨겨왔던 나의··· 저건 띄우지도 말라니까.’

[죄송합니다. 육보시 업적은 어떻습니까?]

‘음. 죽기 직전이면 한 번 생각해 보자. 근데 육덕녀 저건 도쿄 가서 한번 하지 않았나?’

[여섯 번을 안 해서 실팹니다.]

‘윽. 6번은 진짜 무리고.’

[금단의 열매와 형부 이러시면 언니가··· 업적은 현재로선 달성 불가능한 업적이군요.]

‘금단의 열매는 원래 혜은이랑 가능할 뻔 했는데 말이야.’

[실제로 혈족이 아니었으니까요.]

‘당신이 궁금해요? 저게 왜 있지?’

[잊으셨나요? 학기 초에 봉사 활동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언급되었을 겁니다.]

‘아아, 그 봉사 활동 단체? 흐음···.’

[플레이어 업적은 아시다시피 처녀 보살이 플레이언 줄 알았을 때 나왔던 것이고요.]

이제껏 거론되었던 업적을 하나씩 살펴보았지만, 달성 못 한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 도훈이 먼저 질겁해서 시도를 포기하거나, 혹은 현재로선 달성이 불가능한 업적들이었다.

하나씩 이유를 들어 소거 하다보니 현재로선 시도해 볼 만한 업적은 당신의 궁금해요. 정도뿐이었다.

‘아, 근데 느닷없이 봉사 활동을 어떻게 또 구한담? 학기 초에 만났던 애는 연락처도 까먹었는데.’

[최근에 쌍둥이 자매 정희가 봉사활동을 다닌다지 않았던가요?]

‘차정희? 맞어. 근데 정희는 이미 붉은 실로 인연을 끊어 버렸잖아.’

[그렇군요. 이럴 때 또 아쉽네요. 인연이 남아있었다면 연결고리가 있었을 텐데요.]

도훈이 한참 업적에 대해 고민하는데 메일의 도착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어, 사진 왔다."

메일함을 들어가자 스튜디오에서 발신한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사진은 압축된 파일 형식이라 핸드폰으로 보기가 불편했다.

"에이, 뭐야. 컴퓨터도 없는데. 응? 근데 뭔 내용이 있는데?"

메일은 첨부파일 말고도 사진사 차명우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도훈씨.

사진이 워낙 잘 나와서 거의 손댈 부분이 없더라고요. 확인하신 다음 마음에 안 들거나 고칠 내용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참, 그리고 제가 알바 자리 하나 제안할까 하는데 관심 있으면 연락 한 번 주시겠어요? 저번에 명함 드렸는데 혹시 몰라서 연락처도 함께 남깁니다. 아무 때나 괜찮습니다.

010-XXXX-XXXX

PS-페이가 좀 쌥니다.

"알바자리?"

[차명우 사진사가 주인님을 무척 좋게 봤나 봅니다. 일자리를 주선해 주고 말이죠.]

‘싸가지는 없어 보이더니 사람 보는 눈은 있네.’

[연락해 보시겠습니까? 페이가 세다는데요.]

‘귀찮게 뭘. 어차피 모델 제안 같은 거겠지. 먼젓번 촬영은 어차피 나예림 부탁이라 한 거지 이걸로 돈 벌 생각은 없어.’

[그래도 혹시 모르잖습니까? 잘하면 새로운 업적과 연결될 수도 있구요. 주인님 지금 업적이 급한 거 아니었습니까?]

‘업적이랑 연결되다니?’

[미션과 마찬가지로 환경이 바뀌었을 때 새로운 업적에 도전할 기회가 열립니다. 현재 환경에 안주해서는 계속 지금처럼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흐음. 새로운 기회라···.’

도훈은 망설이다 차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아무 때나 연락을 달라던 차명우의 언질이 있었으니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전화 받았습니다. 차명웁니다.

"오전에 촬영했던 이도훈입니다. 메일 잘 받았습니다."

-아, 이도훈씨. 안녕하세요? 벌써 다 보셨어요?

"아뇨. 폰으로 봐서 사진을 아직 확인 못했어요."

-확인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원체 사진빨을 잘 받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그나저나 메일에 전화주라고 하셔서 연락해봤습니다."

-알바 말씀이시죠? 안 그래도 예림씨한테 연락처를 물어볼까 하가 직접 연락을 기다리는 게 모양새가 나을 것 같아서요.

"네. 근데 무슨 알바죠?"

-아까 옷 갈아입을 때 우연히 보니까 도훈씨 몸이 상당히 좋더라고요.

"예? 그게 무슨···."

도훈은 갑자기 닭살이 돋았다.

남자들에게 몸매 칭찬을 받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뭐야? 설마 이 새끼, 알바라는 게···.’

[숨겨왔던 나의···.]

‘닥쳐.’

"저기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아, 제가 말실수 했네요. 이 말씀을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촬영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이런저런 상업 광고 사진도 많이 찍는 편입니다. 최근에 새롭게 런칭하는 속옷 브랜드 회사에서 속옷 광고 의뢰가 들어왔거든요.

"남성··· 속옷요?"

-쉽게 말해 팬티 광곱니다.

"아···."

-아무래도 노출이 많은 촬영이다 보니 몸매를 우선적으로 보거든요. 도훈씨가 제격일 것 같아서요.

도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야? 나보고 속옷 광고를 찍으라고? 나참···. 하다하다 별짓을···.’

"저기 제가 전문 모델은 아니지만, 얼굴이 팔리는 건 지양하는 편이라서···."

-아, 본업이 대학생이랬죠? 그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잡지에 실리는 부분은 어차피 얼굴이 안 나오니까요.

"얼굴이 안 나와요?"

-네. 속옷 광고 보시면, 복부부터 허벅지까지만 클로즈업 샷으로 찍잖아요. 그렇게만 촬영할 예정입니다. 말씀드린 데로 페이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요.

"그렇군요."

도훈이 고민하는데 차명우가 계속 말했다.

-원래 회사 실무팀에선 외국 모델을 섭외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속옷 모델은 외국인들을 많이 쓰니까요. 근데 남자 모델이 입국심사 중에 마약 소지 위반으로 걸렸다지 뭐에요?

"마, 마약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갑자기 펑크가 나는 바람에 급하게 한국 모델로 선회를 한다더라고요. 제가 촬영 작가니까 저보고 알아봐 달라는데, 갑자기 도훈씨 생각이 퍼뜩 나더라고요.

"아···.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럼 여자 모델은···."

-원안대로 외국인으로 갈 겁니다. 프로필은 저도 봤는데 러시아 쪽 미녀분이시더라고요.

‘러시아라고? 방금 러시아라고 했어?’

[네. 저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거 잘하면···.’

도훈은 인종의 도가니탕 업적에 걸린 슬라브계 여성이 떠올랐다. 러시아 출신 미녀라면 당연히 슬라브계일 가능성이 높았다.

‘기회다!’

순식간에 계산을 때린 도훈은 더 이상 재지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할게요."

-아? 하시는 건가요?

"네. 방학이라 딱히 할 일도 없는데요. 속옷 모델은 처음이긴 한데 어차피 얼굴도 안 나오는 거라면서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나 하고 말씀드린 거였는데.

"촬영이 언제죠?"-내일 저녁 촬영입니다. 외국 모델분이 시차 적응 때문에 저녁 촬영이 더 용이할 것 같다고 해서요. 괜찮으시죠?

"네."

-그럼 내일 6시까지 스트디오에서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900. 단기 알바-10- <900화 이벤트>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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