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1. 처녀 보살-23- >
산속에서 먹는 라면은 무척 맛있었다. 국물 양도 적당했고, 반찬으로 사 온 김치도 끝내줬다. 그러나 정작 라면을 끓인 장군은 나무젓가락을 들었다 놨다 하며 먹질 못하고 있었다.
"뭐해? 음식 앞에 놓고 제사 지내?"
"아, 아니야."
"별로 맛이 없어? 난 엄청 맛있는데."
후르르릅!
일부러 보란 듯 면치기를 하며 장군을 자극했다.
장군은 나를 빤히 쳐다보니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도훈아, 아까 그건."
"응?"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샤워하다 깜빡한 거야."
장군은 라면 먹는 내내 빤스 생각만 했던 모양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니 뭐라도 해명을 해야겠다 싶었는지, 한번 말문을 열자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무슨 소린지 알지? 하필 속옷을 안 챙겨 왔는데 비를 맞아서 다 젖어가지고···."
"뭘 그렇게 신경 써?"
"···응?"
"난 신경 전혀 안 쓰고 있으니까 얼른 라면이나 드시라고요. 누가 뭐래?"
"그, 그래도 네가 오해할 수 있으니까."
"무슨 오해?"
"정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풉-. 그런 생각을 왜 하는데?"
"아니, 오늘 이상하게 자꾸 실수하게 되네. 네 앞에서. 나 원래 속옷 꼭꼭 챙겨 입고 다니거든."
"아···. 그 말이었어?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맞아. 진짜로 실수야."
"가만, 근데 그거 아직 덜 말랐던데?"
"그래서 말려놨어. 구석에다."
"어, 그럼 지금···."
내가 말없이 장군의 다리로 시선을 내렸다. 장군이 내 시선에 화들짝 놀라며 다리를 오므렸다.
"어딜 보는 거야! 이 변태!"
핀잔을 받은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노팬티로 다니는 사람이 더 변태가 아닌가 싶은데?"
"패, 팬티가 한 장밖에 없으니까 그렇지!"
"알았다니까. 암튼 난 신경 안 쓰니까 그냥 라면이나 먹자. 맛있게 끓여놓고 다 불겠다. 배 안 고파?"
타이밍에 맞춰 장군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장군이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말했다.
"배고파."
"그러니까 라면이나 먹자고. 이런 데 나와서 먹는 라면이 또 별미야."
그제야 장군은 라면을 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면을 호호- 식혀가며 먹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인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후루룩 면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물었다.
"어때? 맛있지?"
"응. 라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기서 먹으니까 더 맛있는 거 같아."
"거봐. 내가 뭐랬어."
나는 라면을 먹고 있는 장군을 향해 계속 말했다.
"어차피 밖에 나오면 이런저런 일 다 생기는 법이야. 준비도 제대로 못 했으니 더 그렇겠지. 그런 거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 내가 볼 땐 장군이 네가 나를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
"불편한 건 절대 아냐. 그래도 남자니까."
"남자?"
"신경 쓰인다고. 난 남자친구도 한 번 안 사귀어봤잖아. 단둘이 멀리 온 것도 처음이고. 너랑은 처지가 달라."
"그렇겠네. 내가 좀 더 배려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말만으로도 고마워. 내가 좀 까탈스럽지?"
"까탈스러운 건 모르겠고 순진한 것 같긴 해."
"당연하지. 난···. 경험이 없으니까."
라면도 적당히 먹었겠다, 대충 끼니를 때운 나는 본격적으로 장군에게 들이대기로 했다.
"근데 이상해."
"뭐가?"
"너 예쁜 건 알고 있지?"
"내, 내가?"
예쁘다는 말에 장군이 몸 둘 바를 몰라했다.
하긴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떠돌았고, 나중에도 특별히 무리에 속해 본 경험이 없으니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해준 사람도 거의 없었을 거다.
"너 예뻐. 우리 대학에도 너 정도 미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몰라 그런 거. 난 꾸밀 줄도 모르고··· 옷도 잘 못 입고 그래서···."
장군 정도 피부면 화장이 필요 없다. 솜털이 비출 만큼 뽀얀 피부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게 원판 자체가 애초에 타고났다. 거기다 유달리 풍만한 가슴과 늘씬하게 쭉 뻗은 다리는 패션의 완성은 역시 몸매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즉, 장군은 존재 자체만으로 빛이 나는 존재였다. 꾸밀 필요가 전혀 없었다.
"겸손하긴. 난 솔직히 너 처음 봤을 때 엄청 놀랐어."
"처음 봤을 때? 왜?"
"무당치곤 너무 예뻐서."
"자, 자꾸 그런 말 하지 마. 민망하단 말이야."
계속되는 칭찬에 장군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장군은 칭찬에 대해 면역력이 전혀 없구나.’
[무슨 말씀입니까?]
‘원래 얼굴 예쁜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귀에 박히게 칭찬을 듣고 살아서 예쁘다는 말에도 별 감흥이 없단 말이야. 근데 장군은 타고난 미인인데도 여건상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거의 없었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띄워줘도 저렇게 어쩔 줄을 몰라하는 거지.’
[그렇군요.]
‘적당히 분위기를 띄웠겠다 슬쩍 떠볼까나?’
"너랑 사귀는 남자는 정말 로또 맞은 기분이겠다."
"내, 내가 뭘···. 나 같은 게 뭐라고."
"너무 예뻐서."
"자꾸 그런 말 마. 그리고 어떤 남자가 나 같은 무당을 좋아하겠어. 귀신들린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 남자는 원래 여자들 예쁘면 사족을 못 쓰거든. 귀신이야 부차적인 문제지."
"도훈이 너도 그래?"
장군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초조한 눈빛에서 나에 대한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기왕이면 예쁜 게 좋지. 속궁합 좋으면 더 좋고."
"소, 속궁합은 또 왜?"
"몰라서 물어? 사귀면 자주 하게 될 텐데 당연히 중요하지. 아무리 서로 좋아도 그런 부분에서 트러블 생겨 헤어지기도 하는데."
점점 대화가 야해졌으나 칭찬에 들떴는지 장군이 거부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갔다.
"무슨 트러블?"
"그러니까 서로 너무 성향이 안 맞는 거지. 남자는 매일 하고 싶은데, 여자는 일주일에 한 번이면 족하다던가."
"아···."
"남자가 너무 커서 여자가 못 받아 준다던가."
"그럴 수도 있어?"
"거의 없긴 해. 같은 인종끼리 사이즈 때문에 안 맞는 일은."
"아."
"그런 것쯤이야 하다가 맞춰가면 그만이고."
"맞춰간다는 게 무슨 뜻이야?"
장군이 부쩍 호기심을 드러냈다. 아까 전 우연히 산속에서 훔쳐본 불륜 커플의 섹스가 자극되긴 되었던 모양이다. 이때다 싶은 나는 성교육을 시킨다는 명분으로 서슴없이 얘기했다.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든 나는, 구멍을 좁힌 후 구멍 속으로 중지 손가락을 밀어 넣어 보였다.
"이게 남자랑 여자라고 생각해 보자고."
"으, 응."
"남자 거 굵기가 이만한데 여자가 구멍이 좁으면 어떨 거 같아?"
비좁은 구멍에 막힌 손가락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막혀 있었다.
"안 들어갈 거 같아."
"그치? 근데 사람 몸이 신기한 게 처음엔 안 되던 것도 점점 적응하게 된단 말이지. 이렇게 계속 넣다 보면."
나는 음란한 손짓으로 중지 손가락 끝을 구멍 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장군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그 과정을 모조리 지켜보았다.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이 호기심이 충만한 중학생 여자애를 상대하는 기분이었다.
"그, 그러면?"
"이렇게 딱!"
딱 소리에 맞추어 중지를 밀어 넣었다. 손가락을 만든 고리가 벌어지며 손가락이 끝까지 들어가자 장군이 놀란 듯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걸까?
"아!"
"이렇게 확장이 된단 말이지."
"그, 그렇구나."
"그래서 어지간하면 사이즈는 문제가 되지 않아. 질은 신축성이 무척 뛰어난 기관이거든. 솔직히 거기로 아기도 나오는데."
"으, 응. 맞아."
"문제는 다른 부분에서 궁합이 안 맞는 경우에 생겨."
"어떤?"
장군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내 이야기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이 테이블 위에 얹히며 가슴받이 역할을 했다. 무거운 가슴은 잠시 내려 두어도 좋습니다.
"보통 여자 쪽에서 불만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여자 쪽에서?"
"섹스하게 되면 솔직히 남자는 버티는 입장이거든."
"버티다니?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여자를 만족시키려면 생각보다 오래 해줘야 하는데, 계속 넣다 보면 금방 쌀 것 같단 말이지."
"아···."
"아무래도 남자보단 여자가 만족에 이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럼 남자는 그 시간 동안 사정을 지연해야 돼. 그래서 타이밍이 서로 안 맞으면 섹스가 전혀 즐겁지 않지.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코를 풀다 만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넌 여자라서 알려나?"
"나, 나도 잘 몰라, 그런 건."
"아무튼 그래서 속궁합이 중요하다는 거야."
"그렇구나."
"왜 그런데 아까부터 다리를 배배 꼬아?"
"내, 내가? 안 그랬는데?"
장군은 야한 얘기를 들으며 자극이 됐는지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조였다 풀었다 움찔거리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인 듯 내가 지적하자 화들짝 놀라며 부인했다.
"근데 너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당연하지. 이런 얘길 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
"하긴. 궁금한 거 있음, 더 물어봐도 돼. 나도 잘은 모르지만 너보다는 많이 알 것 같아. 어차피 밤에 할 일도 없고."
어느새 사위가 어둑어둑해졌다. 라면을 끓일 때만 해도 노을 낀 하늘이 새빨갰는데, 지금은 온통 새까맣게 보였다. 주변에 조명이 없어 더 그런 것 같았다.
"혹시 여기 다른 손님은 더 안 오는 거야?"
장군이 물었다.
"모르겠어. 근데 이 시간까지 아무도 안 오는 걸 보면 오늘 등산객은 더 없는 거 같기도."
"······."
"걱정하지마. 정 불안하면 내가 밖에서 잘게. 여름인데 설마 얼어 죽기야 하겠어?"
한여름이라도 산속 깊은 산장은 서늘했다. 반 팔 위에 잠바를 입지 않으면 쌀쌀함이 느껴질 정도. 장군도 그건 아니다 싶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 그냥 둘이서만 있으면 어색할까 봐서."
"뭐가 어색해."
"넌 그럼 나랑 한방에서 자는 데 아무렇지도 않아?"
"한방에서 자는 거지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아니잖아."
"치, 침대는 없어."
"그러니까. 별 걱정을 다하네. 으, 슬슬 춥다. 안으로 들어갈까?"
"응."
장군과 나는 산장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 밤 후끈한 정사가 펼쳐질 방으로.
***
두 사람은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한동안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시작은 장군 쪽이 먼저였는데, 안으로 들어온 다음부턴 부쩍 도훈을 의식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 번씩 힐끔거리며 쳐다보기도 하고, 도훈이 움직일 때마다 움찔움찔 놀라며 긴장하는 행색을 보였다.
도훈은 그런 장군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모른 척했다.
‘후후. 방안에 단둘이 있으니 속이 바짝바짝 타는 모양이지? 언제까지 참나 보자고.’
이불을 펼친 도훈이 장군에게 말했다.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일찍 잘까?"
"어, 어. 그래."
채비를 마친 도훈이 소등하자 방안이 깜깜해졌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이라곤 어슴푸레한 달빛뿐. 산속의 밤은 섬뜩할 만큼 고요하고 어두웠다.
도훈이 자리에 눕자 건너편에 있던 장군은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도훈이 쟤는 어쩜 저렇게 태연할 수 있지? 나만 이렇게 긴장되나?’
장군은 아까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깊은 산속에서 남자와 단둘이 잠을 청해야 하는 처녀의 마음이 오죽 떨릴까?
특히 산중에서 불륜 커플의 섹스도 목격해서 그런지 더욱 기분이 이상했다. 눈을 감으면 살색의 향연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아···. 살다가 그런 걸 보게 될 줄이야.’
난생 처음 보는 남자의 잦이는 너무 징그러웠다. 거무튀튀하고 굵직한 막대기 같은 것이 여성의 질 속을 마구 휘저었다. 그럴 때마다 여자는 산이 떠나가라 신음을 토했다.
계속 야한 생각이 들자 장군은 자기도 모르게 이불속에서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가져갔다.
‘어떻게 그렇게 큰 게 여길 들어오는 거지?’
장군은 잠들 때마다 짧게 자위를 하던 버릇이 있어 습관적으로 손이 움직였다. 특히 삽입 자위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질 속으로 뭔가를 넣는 행위가 무척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나도 그런 걸 받아 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장군이 슬쩍 가랑이 사이를 찌르는데 바지 위로 곧바로 봊이가 만져졌다. 생각해 보니 밖에다 팬티를 널어 두고 또 깜빡해버린 것이었다.
‘아! 내 팬티!’
하지만 불까지 끈 마당에 밖으로 나가서 팬티를 가져올 수도 없었다. 장군은 내일 일찍 일어나 챙기기로 하고 계속 바지 위를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으으. 느낌이 이상한데?’
바지에 닿는 촉감이 이상해진 장군은 조심스럽게 바지 안으로 손을 넣어 가랑이 사이를 쓱 훑어보았다. 손가락 끝에 진득한 물기가 느껴 졌다.
‘헉! 언제 이렇게 젖었지?’
놀랍게도 그녀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계속 야한 생각을 하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자극을 받고 말았던 것. 더구나 통로 건너편이긴 하지만 잘생기고 건장한 도훈이 누워있다는 사실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숙소가 어두컴컴 한데다 이불까지 덮고 있으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절대 알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도훈은 존재만으로 그녀를 긴장시키고 있었다.
‘아, 떨려. 도훈이가 옆에 있어서 평소보다 더 흥분되는 거 같아.’
장군은 오늘 밤만은 자위를 안 하고 자려고 했지만, 이미 익숙해진 몸은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하던 습관이 자제되기란 쉽지 않았다.
장군이 어둠 속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도훈아, 자?"
"······."
조용히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도훈은 벌써 잠에 빠져든 듯 대답이 없었다. 장군은 도훈이 잠들었다고 생각하자 더욱 대담해졌다. 이불 속에서 바지를 끌어 내리자 팬티도 안 걸친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장군은 대담하게도 평소처럼 천천히 클리토리스를 어루만졌다.
< 881. 처녀 보살-23-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