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9. 처녀 보살-21- >
짐승이 배우지 않아도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걸음마를 뗀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동물의 일종인 인간 역시 배우지 않아도 선험적으로 행하는 본능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섹스.
지적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때가 되면 기가 막히게 구멍을 찾아 끼운다. 이는 일자무식 무지렁이라도 가능한 일이다.
장군이 비록 남다른 체질 덕에 남과 다른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몸 안에 각인된 본능은 여타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농밀한 섹스와 도훈의 고의적인 스킨십에 흥분한 장군은, 저도 모르게 가슴께로 손을 올리기 시작했다.
평소엔 한복에 어울리지 않아 꽁꽁 싸매 감추기만 했던 터질듯한 가슴. 그것을 만지면 기분 좋아진다는 것을 자위를 통해 깨달은 그녀였다. 특히 유두 자극에 예민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브래지어 위를 꾹꾹 누르며 스스로를 애무하고 있었다.
"흐으응."
그러다 갑자기 터진 신음에 제풀에 놀라 겨우 정신을 차렸다.
‘미, 미쳤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도훈이가 못 봤겠지?’
장군은 재빨리 손을 거뒀지만, 한 번 끓어 오르기 시작한 몸은 도통 식을 줄 몰랐다. 흥분한 그녀 뒤에서 도훈이 얄궂게 속삭였다.
"너 괜찮아?"
"응? 내가 뭐."
장군이 시치미를 뚝 뗐지만, 도훈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장군의 변화를 누구보다 기민하게 알아차리고 있었다. 의도한 바이기도 했고.
"방금 전 이상한 소리 내지 않았어?"
"···아, 아니야. 네가 잘 못 들었겠지."
그녀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도훈이 씩 웃었다. 여자를 수없이 자빠뜨려본 도훈에게, 풋내기인 장군은 일초지적도 되지 못했다.
"그나저나 미치겠다. 저 두 사람은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일까? 우리도 급한데."
"뭐, 뭐가 급해 우리가?"
오해한 장군이 도훈에게 되물었다.
"이러다 해 떨어지면 랜턴 들고 돌아다녀야 할 판이란 말이지. 오늘 안에 하산 못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서."
"아, 난 또···. 그렇다고 지금 나갈 수도 없잖아. 조금만 기다려 보자. 곧 끝나지 않겠어?"
장군은 자위를 통해 섹스를 배웠다. 그녀의 자위 시간은 평균 15분. 방법을 몰라 클리토리스만 자극하다 지나치게 예민해지면 스스로 멈추는 것이 전부. 그러니 당연히 섹스도 그쯤 끝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두 사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의외의 정력가인 중년 남성은 한참을 이어가던 뒤치기에서 다시 정상위로 자세를 바꾸어 끊임없이 박아대고 있었다.
장군은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에 놀라 물었다.
"왜, 왜 저렇게 안 끝나? 끝날 때가 한참 지난 거 같은데."
"한참이라니? 남자가 싸기 전엔 당연히 안 멈추지."
"뭐?"
"섹스를 끝내는 건 남자가 결정하는 거야. 몰랐어?"
"그게 무슨 소리야?"
"하아-.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도훈이 무지한 장군을 향해 설명했다.
"남자가 싸야 끝나잖아."
"싸? 뭘?"
‘세상에. 설마 사정 개념도 모르는 건가?’
[모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학교를 안 다녔으니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겠죠. 단둘이 사는 아버지가 장성한 딸에게 그런 걸 알려 줬을 리도 만무하고요. 게다가 여자들은 남자와 달리 사정이란 개념이 없으니까.]
‘왜 없어? 분수 있잖아.’
[그건 예시가 틀렸죠.]
‘큼. 아무튼 그렇단 말이지? 어쩔 수 없지. 내가 지도해 주는 수밖에. 위장막 안에선 밖으로 소리가 안 새나간다 했던가?’
[완전 방음까진 아니지만 90%는 차단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남자가 흥분하면 발기하는 건 알고 있지?"
도훈은 그 말을 하는 동시에 일부러 꼴린 대물로 엉덩이를 쿡쿡 찔렀다. 명백한 고의지만 장군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지적을 하자니 부끄러웠고, 아는 체하기도 민망했다.
"으, 응. 커지는 거. 알아."
"아무튼 그렇게 커진 물건은 사정을 끝내야 다시 줄어. 사정이란 정액을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이고."
"배출? 오줌 싸는 것처럼?"
"아니. 애초부터 관이 달라. 여자들도 구멍 두 개 있잖아."
"세 개 아니야?"
"엉?"
"아, 아니야."
장군은 말 실수 했다는 생각에 머쓱히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도훈은 백치 같은 장군의 모습이 어딘가 귀여워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튼 남자가 싸야 섹스가 끝나는 거야. 저 사람은 아직 안 쌌으니까 계속 이어지는 거고."
"이해는 했어. 근데 왜 싸야만 끝나는데?"
"음, 이건 좀 설명하기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목이 타서 갈증이 난 상황과 비슷해."
"갈증?"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싶지?"
"응."
"그렇게 해갈을 하고 나면 과연 또 물을 마시고 싶을까?"
"아니?"
"그거야. 남자는 사정을 하고 나면 섹스에 대한 욕구가 현저히 줄어. 마치 목마를 때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면 물배가 찬 것과 같이. 더이상 하고 싶지 않게 되는 거지."
"아···. 이해했어. 근데 좀 이상해."
"뭐가?"
장군이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 일방적으로 남자만 만족하고 끝나는 거 아니야? 원래 섹스라는 게 그런 거야?"
예리한 지적이었다. 무지하긴 하지만 섹스에 선입견이 없는 백지상태라 습득력은 더 빨랐다.
"음. 사실 그 부분이 문제긴 해. 원래 두 사람이 동시에 만족하는 게 베스튼데 서로 타이밍 맞추기가 힘드니까. 그래서 서로 만족할만한 섹스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속궁합 좋다고들 얘기하잖아."
"아! 그게 그 소리구나!"
장군이 뭔가를 깨달은 듯 제 이마를 탁 쳤다.
"너 혹시 궁합은 볼 줄 알아도 속궁합은 못 보는 거야?"
"아니. 볼 수 있지. 근데 정확한 의미는 잘 몰랐어. 난 아직 남자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렇구나. 그럼 너랑 나는 속궁합이 어떤 거 같아?"
"뭐, 뭐?"
뜬금없는 질문에 장군이 움찔 놀랐다.
"그, 그건 갑자기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별게다 궁금하네."
장군은 민망함에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도훈을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과 속궁합이 잘 맞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몰랐을 뿐.
‘아, 도훈이가 이상한 거 물어봐서 괜히 상상되잖아.’
장군이 두근두근 놀라고 있는데 중년 남성이 갑자기 짐승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묵묵히 박기만 하던 그는 기나긴 섹스 끝에 절정에 다다른듯했다.
"으으으으!"
목에 핏대가 서고 이마엔 땀방울이 가득했다.
허리를 흔드는 속도가 기계의 움직임처럼 재빨랐다.
"크흣!"
남자가 허리를 깊숙이 꽂아 넣은 자세로 경직되었다.
그 모습을 훔쳐보던 장군이 입술에 손가락을 넣고 깨물었다.
‘아, 저게 도훈이 말하던 사정이란 거구나.’
경직된 자세로 부들부들 떨던 남자가 잠시 후 축 늘어진 물건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막혀있던 여자의 구멍에서 허옇고 진득한 정액이 주르륵 세어 나왔다. 도훈이 훌륭한(?) 실습 교보제를 가리키며 추가 설명했다.
"지금 흐르는 저게 정액이야."
"근데 저렇게 안에다 그냥 싸면 임신하는 거 아냐?"
아무리 무지한 장군이라도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임신이 된다는 것 쯤은 알았다.
"확률이긴 한데 원래 100%라는 건 없지. 아마도 안전날이겠지."
"안전날?"
"보통 생리가 시작되기 전이나 막 끝났을 땐 자궁에 착상이 안 되거나 되더라도 허물어져 버리기 때문에 임신이 잘 안 되거든. 그런 날을 안전날이라고 해. 콘돔없이도 할 수 있는."
"아···. 몰랐어."
그러면서 장군은 자신이 언제 생리를 했는지를 떠올렸다.
‘그럼 난 지금이 안전날인가? 앗, 내가 왜 이런 계산을 하고 있담?’
장군은 자신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간다고 생각했다. 분명 처녀 귀신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따라온 여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훈에게 성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상해. 도훈이 옆에 있으면 괜히 기분이 막···. 이상해져버려.’
그때 섹스를 끝낸 두 남녀가 후다닥 뒷정리를 시작했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 옷을 다시 입고 흔적을 지우는 움직임이 일사불란했다.
"이제 가겠지?"
"응. 조금만 더 기다리자."
마무리를 끝낸 두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등산로를 향해 방향을 돌렸다. 그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때가 돼서야 도훈이 장군의 손을 붙잡고 끌고 나왔다.
"휴. 갑갑해 죽는 줄 았았네."
"나도."
"지지리 운도 없지. 하필 발정난 커플을 마주치다니."
"으, 응."
"너 괜찮은 거지? 얼굴이 빨간데?"
"나?"
도훈이 일부러 이마에 손을 짚었다.
몸에 손이 닿자 장군의 얼굴을 더욱 달아올랐다.
"머리에서 열나는 거 같아. 혹시 아까 비 맞아서 감기 든 건 아니지?"
"으, 응. 아닐 거야."
"아무튼 조심해. 밖에 나왔는데 몸 아프면 고생하니까."
"고, 고마워."
도훈은 시크하게 말하더니 다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다시 출발하자. 시간이 늦었어."
"그, 그래."
장군은 먼저 움직이는 도훈의 등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전 그런 큰(?)일을 겪고도 침착한 도훈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자꾸 그의 스킨십에 흥분하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내가 왜 이러지. 혹시 내가 도훈이를 좋아하는 건가?’
장군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알게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의 몸이 궁금했다.
특히 남의 섹스를 몰래 관음한 다음부턴 내재 되어있던 호기심이 폭발해버렸다. 그녀 또한 충분히 다 큰 성인이었고, 이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나이였다. 아니, 실은 가정적인 환경 탓에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아, 아. 이러면 안 돼. 도훈이는 계속 매너있게 행동하는 데 나만 혼자 들떠서는···. 참아야 해.’
하지만 이미 달아오른 몸은 예민해질 데로 예민해진 상태. 달라붙은 등산복 바지가 걸을 때마다 젖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축축했다. 장군이 어색한 느낌에 머뭇거리자 앞서가던 도훈이 물었다.
"출발 안 해?"
"아, 으, 응. 갈게."
도훈은 뭉그적거리는 장군의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완전히 몸이 달았네. 흐흐. 표정만 봐도 알겠다.’
[슬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군요.]
‘그렇지. 이 정도면 오늘 밤 안에 무조건 거사 성공이야.’
[건투를 빌겠습니다.]
두 사람은 하염없이 산길을 헤치고 갔다.
그러나 일전에 삔 발목이 점점 부어오는 탓에 장군은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했다. 걷는 속도는 느려졌고, 어느덧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도훈이 멈춰서더니 말했다.
"더 걸을 수 있겠어?"
"아직 멀었어?"
"이 근방이긴 한데 어두워서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도착해도 깜깜한 밤중이라 수색은 불가능하고."
"그럼 어떻게 하지?"
도훈이 난처한 듯 지도를 들여다보다 말했다.
"다행히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로터리 산장이 있어."
"로터리 산장?"
"새벽 등반을 위한 등산객을 위해 국립공원공단에서 관리하는 숙박 시설이야. 종주하는 팀들을 위한 휴식처기도 하고."
"응."
"다리 상태 때문에 오늘 밤은 힘들 것 같으니, 산장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에 다시 움직이는 건 어떨까?"
"자고···?"
장군이 난처함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일박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자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어쩌지. 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속옷도 찝찝하고.’
장군이 고민하는 모습에 도훈이 끈질기게 설득했다.
"물론 지금 하산을 하고 내일 다시 올라올 수도 있어. 근데 다시 내려가면 오늘 오른 똑같은 코스를 반복해야 할 거야. 지금 다리 상태로는 그게 더 힘들지 않겠어?"
오후 나절부터 쉬지 않고 올라온 길이었다. 이 길을 다시 내려갔다고 또 올라야 한다니 상상마으로 끔찍했다. 차라리 찝찝한 상태로 하룻밤을 버티고 내일 아침 일을 마친 뒤 내려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건 별론데. 근데 산장에 빈자리가 있을까?"
"평일이라 사람이 많진 않을 거야. 어쩌면 우리 둘밖에 없을지도 모르고."
"우, 우리 둘밖에?"
"로터리 산장은 쉽게 말해 군대 내무반 같은 건물이야. 남녀 혼숙이기도 하고."
"호, 혼숙이라고?"
"왜? 어차피 산에선 옷을 입고 자니까 딱히 구분은 없는데."
"그, 그치만 그래도."
"너무 걱정마. 꼭 우리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도훈이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건넸지만, 장군은 도리어 도훈보다 자신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도훈이랑 단 둘이 자게 되면 내가 못 참는 거 아닌가 모르겠는데.’
"왜? 설마 나 때문에 머뭇거리는 건 아니지?"
"아니야. 그럴 리가. 그냥 씻을 도구 같은 게 없어서···."
"혹시 몰라서 내 가방에 1회용 칫솔이랑 수건 챙겨왔어. 음식은 정 안되면 제사음식 좀 먹지 뭐. 먼저 음복했다고 치고."
"그러자."
두 사람은 다시 등산로로 빠져나가 해가 완전히 떨어질 무렵에 로터리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안은 불이 모두 꺼져 어두컴컴했다. 도훈이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계세요?"
도훈이 살짝 문을 잡아 당겨보았지만 문이 잠겨있었다.
‘어랍쇼? 이러면 계산이 틀린데.’
[숙박객이 없어 문을 잠그고 간 게 아닐까요? 예약 안 하셨죠?]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난 당연히 사람이 상주하는 줄 알고. 이제 어쩌지? 문이 잠겨 있으면 못 들어가는 거잖아.’
"도훈아, 왜 그래?"
산장까지 오르느라 기진맥진해진 장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산장 건물이 잠겨 못 들어간다고 말했다간 당장 주저 앉은 초췌한 기색이었다.
‘하-. 설마 텐트도 없이 비박 당첨인가? 이럼 완전 나가린데?’
< 879. 처녀 보살-21-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