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1. 처녀 보살-13- >
장군의 가슴을 훔쳐보던 도훈은 본능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음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유난히 가슴 큰 여자에 취약한 편이라 별생각이 없다가도 커다란 가슴이 한 번 출렁이는 걸 보면 정신 줄을 놓기 일쑤였다.
‘아이고야, 저 탐스러운 걸 확 그냥.’
[주인님은 병입니다, 병.]
‘무슨 병?’
[가슴 큰 여자만 보면 껄떡거리는 증상 말입니다.]
‘원래 여자는 가슴이 예뻐야 미인이라고 했어.’
[마음이 예쁜 거 아닙니까?]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장군은 빨통하나는 타고 났구나.’
[천박한 말은 자제를···.]
‘빨아 재끼는 통이니까 빨통이라고 하지 뭐라고 부르겠어?’
[혹시 어렸을 때 모유 수유가 부족하셨나요?]
‘뭐? 내가 가슴 성애자인게 모성 결핍이란 소리야?’
[왜 그렇게 집착하시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말입니다.]
‘실은 나는 얼굴만 예뻐도 상관없어.’
[그런데요?]
‘아니면 슬랜더도 괜찮아.’
[글래머도 좋아하시잖습니까?]
‘맞어. 사실 구멍만 있으면 다 좋은 것 같기도.’
[정말 못 말리겠군요.]
어느새 국도로 접어든 도훈은 장군의 자는 모습을 훔쳐보다 뒤늦게 과속 방지턱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도훈이 급제동을 걸어봤지만 이미 방지턱을 빠르게 지나친 차가 위아래로 크게 덜컹거린 후였다.
"으, 으앗!"
쿵-
차에 탄 두 사람의 몸이 붕 떠올랐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던 장군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머리를 대고 있던 차창에 그대로 머리를 꿍 찧고 말았다.
"악!"
"괘, 괜찮아?"
"뭐, 뭐야? 방금?"
"과속 방지턱을 못 봤어."
"아,아 운전 좀 살살하지."
"미안. 천천히 갈게. 잠 깼어?"
"···아니야. 다시 잘게."
장군이 다시 자는 척 눈을 감았다. 아마도 차창에 부딪힌 이마가 빨갛게 부어 있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창피했던 장군은 일부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깨를 으쓱한 도훈이 로시에게 말했다.
‘방금 봤냐?’
[뭘요? 주인님 실수하신 거요?]
‘아니. 방금 장군이 빨통 위아래로 크게 출렁거리는 거.’
[아, 아니 주인님 그 와중에···.]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딱 보이더라고. 이거 대박이네.’
지리산 산 자락 주변으론 농촌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시골 특성상 과속 방지턱이 많다는 걸 떠올린 도훈은 응큼한 구상을 떠올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간다.’
도훈은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또다시 방지턱을 넘었다. 덜컹하는 충격과 함께 장군의 몸이 또 한 번 들썩였다.
"운전 좀 살살 하라니까."
"아, 미안. 왜 이렇게 턱이 높지? 저거 다 깎아내야 하는데."
도훈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계속 장군을 훔쳐보았다. 하필 이번에는 벨트가 흔들리면서 정확히 장군의 가슴골을 반으로 가르고 말았다. 눈을 감은 장군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몰랐지만, 도훈은 안전 벨트에 끼어 바짝 도드라진 장군의 가슴을 구경하며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오우야, 씨. 저러니까 대꼴이다 진짜.’
[주인님은 정말 못 말리겠군요.]
‘그냥 확 시골구석에 짱박고 웃통 벗긴다음 가슴 쪽쪽 빨아 버리고 싶네.’
[범죕니다 주인님.]
‘꼴리게 태어난 장군이 잘못이지.’
[제정신이 아니군요.]
‘농담이야 농담.’
한동안 장군을 시선 강간하며 시골길을 달려가던 도훈은 지리산으로 오르는 초입에 차를 갓길로 댔다.
"잠깐 일어나봐."
"···다 왔어?"
여태껏 자는 척 누워있던 장군은 잠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하품을 하며 물었다. 그러다 문득 안전 벨트가 가슴을 반으로 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몰래 벨트의 위치를 옮겼다.
‘윽! 여태 이런 자세로 누워 있었던 거야? 아씨, 쪽팔려.’
도훈은 운전에만 집중했던 것처럼 능청을 떨며 말했다.
"여기서 노고단까지는 40분 정도 남았거든? 근데 목적지가 어딘지 알아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노고단이 뭐야?"
"지리산 중턱까지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곳이야. 거기서부터 등반하면 정상까지 얼마 안걸리거든. 일종의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지."
"아···."
"근데 그 처녀 귀신이 실족사한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모르겠어. 노고단까지 올라가야 빠른지 아니면 여기서부터 등산을 해야 하는지. 혹시 물어 볼 수 있나? 아 대화는 못 한다고 그랬던가?"
"대화를 못하는 건 아니고, 접신을 해야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근데 지금 접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는데···."
"준비가 필요해?"
"몸을 정갈하게 하고, 어느정도 준비를 해야해."
"그럼 여기서 잠깐 기다릴까?"
"응."
"그럼 나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올게."
"알았어. 다녀와."
도훈이 차에서 내려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리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산에서 함부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생각에 등반 전 마지막으로 태우는 담배였다.
"아, 공기 좋네."
도훈이 팔을 넓게 펼치며 산세를 구경했다.
깊은 골과 능선이 펼쳐진 지리산은 밑에서 올려다보면 장대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훈은 차량 보조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장군을 힐끔 처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누워서 빠구리 한 판 뜨면 그 나름대로 운치가 있을 텐데 말이야."
[하여간 주인님은 시종일관 그 생각뿐이군요. 어떤 면으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네요. 늘 한결같으시니까요.]
‘왠지 비꼬는 것 같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군. 근데 이건 장군이 때문이잖아.’
[왜 또 엄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십니까?]
‘운전하는데 옆에서 저렇게 로켓 같은 가슴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으면 꼴리겠냐, 안 꼴리겠냐? 하여간 가슴 큰 애들이 다 요물이야.’
[주인님이 껄떡 대신 거면서 무슨···.]
도훈이 담배를 피우며 로시와 옥신각신 하는 데 차에 앉아 있던 장군이 내렸다.
"뭐야? 얘기 끝났어?"
"노고단 방면이 아니래.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위치는 대충 들었어."
장군이 스마트 폰에 지도를 띄워 위치를 표시했다.
산 중턱쯤으로 보였는데 등산로에서 살짝 빗겨난 곳이었다.
"이곳이라고?"
"기억에 의하면 그렇데."
"음, 오를려면 한참 걸리겠는데."
"많이 멀어?"
"산중에선 지도상의 거리가 의미가 없어. 경사각을 고려해야 하니까. 여기서 출발하면 해질 녘쯤에나 도착할 걸?"
"그럼 어쩌지?"
"일단 출발해 봐야지.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으,응."
"아, 잠시만."
도훈이 문득 생각났는지 운전석 뒷좌석 문을 열어 커다란 쇼핑백을 꺼내 장군에게 건넸다.
"이걸로 갈아입어."
"뭐야?"
"그 차림으로 등산을 할 순 없잖아. 길도 없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데. 등산복 사면서 네 것도 같이 샀어."
"아···."
장군은 도훈의 세심한 배려에 그를 달리 보았다.
‘의외로 섬세한 구석이 있네.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안쪽에 등산화도 있을 거야. 사이즈가 맞을는지 모르겠다. 235 맞지?"
"어떻게 알았어? 내 신발 사이즈를?"
"현관에 놓인 신발 보고 대충 계산했어."
"눈썰미 되게 좋구나?"
"대충 때려 맞춘 거지 뭘."
"근데 어디서 갈아입지?"
주변을 둘러보아도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도훈이 차를 가리켰다.
"차에서 갈아 입으면 되지."
"차, 차에서?"
장군이 난처한 듯 말했다. 선팅이 되어 있다곤 하나 밖에서 들여다보면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의 투과력이었다.
"내가 망 봐줄게."
"아, 아니 그래도···."
"그럼 저기 숲에서 갈아입고 올래?"
도훈이 산속을 가리켰다.
장군은 그게 더 끔찍했다.
"아, 아니야. 그럼 안에서 갈아입을 테니까 저기 멀리가서 서 있어."
"알았어."
도훈은 뒷문을 열어 주는 척하며 창가에 뭔가를 부착했다. 몰래 준비한 초소형 카메라 아이템이었다. 장군이 차로 들어가자 멀찌감치 떨어진 도훈은 스마트 폰을 켜 어플을 실행 시켰다. 그러자 스마트 폰 화면이 CCTV처럼 창 안쪽을 비추기 시작했다.
‘오옷, 이게 되는구나. 완전 몰카네 몰카.’
[주인님 정말로 변태같습니다만.]
‘괜찮아. 나만 몰래 볼 거니까. 아까부터 너무 궁금했단 말이야.’
[뭐를요?]
‘장군이 빨통.’
뒷좌석에 앉은 장군이 쇼핑백에서 등산복을 꺼내는 게 보였다. 손톱 만한 카메라엔 음향장비도 있었는지 장군이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아, 옷이 좀 작아 보이는데."
도훈은 일부러 그녀의 옷을 작은 사이즈로 구매했다.
물론 스판 끼가 있어서 어떻게든 입으면 몸에 맞긴 할 테지만 가슴이 큰 장군이 입으면 배꼽 아래가 살짝 들릴 정도였다.
사이즈를 확인하고 한숨을 푹 쉬던 장군은 그래도 등산복을 사온 도훈의 성의를 생각해 갈아입을 준비를 했다. 그녀는 차창을 통해 도훈이 멀리서 서 있는 걸 재차 확인한 뒤에 옷을 벗었다.
도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장군의 탈의과정을 훔쳐보았다.
‘도촬 하는 사람들 심리를 알 것 같아. 이거 은근히 스릴넘치는데.’
[에휴. 진짜 주인님은.]
‘오옷, 벗었다.’
장군이 웃옷을 들어 올렸다. 배꼽에서부터 군살 없는 잘록한 허리가 드러나자 도훈이 숨을 죽였다. 한복에 숨기고 있을 땐 몰랐는데 속살도 엄청 하얗고 고왔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네.’
이윽고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자 커다란 가슴이 옷에 낑기며 한참을 버텼다 벗겨졌다. 순간 발생한 반발력으로 F컵의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우앗, 뭐, 뭐야 저 폭탄 같은 가슴은!’
예전에 간호사 박지애를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F컵은 제법 크다는 C나 D에 비하면 비교하는 자체가 굴욕일 지경이었다. 브래지어가 가슴을 못 이겨 내는지 브라 사이로 뽀얗고 말캉거리는 가슴살이 삐져나왔다. 그 모습마저 대박이라고 생각하며 도훈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상의를 벗어낸 장군이 누가 볼까 재빨리 도훈이 사준 등산복을 입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등산복은 예상대로 그녀의 가슴의 크기에 살짝 허리 밑이 들려 아슬아슬 배꼽 아래를 드러내고 있었다.
밑은 옷자락을 애써 잡아 당기던 장군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래서 한 사이즈 크게 입어야 되는데···."
몇 번이고 옷자락을 끌어 내렸지만, 탄성이 좋은 등산복으로 또르르 다시 말아 올라갔다. 하는 수 없었는지 이내 포기한 장군이 이번엔 청바지를 벗었다.
몸에 꼭 끼는 청바지는 벗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엉덩이가 커서 그런지 단추를 풀고 허벅지까지 내리는데도 한참을 낑낑댔다.
도훈은 카메라 각도가 아래쪽을 못 잡아주는 걸 애석해하며 입 맛을 다셨다. 잠시 후 등산복으로 모두 환복한 장군이 차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다 갈아 입었어!"
"어, 어. 그래."
도훈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장군에게 다가갔다.
"옷은 맞는 거 같아?"
"좀 작은데 입을 만 해."
장군은 여전히 신경 쓰이는 지 옷자락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그 바람에 가슴 쪽은 옷이 쫙 달라붙으며 쫄티처럼 커다란 윤곽을 드러냈다. 도훈은 풍만한 장군의 가슴에 흡족해 하며 트렁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도훈이 미리 챙겨온 등산가방과 장군이 아침에 싸온 커다란 배낭이 들어 있었다.
"음, 가방을 서로 바꿔 드는 게 좋겠다. 네것이 훨씬 무거워 보여."
"괜찮아. 내가 멜 수 있어."
"아니야. 나중에 괜히 힘들다고 업어달래지 말고."
"무, 무슨 소리야."
장군은 도훈이 자신을 업어주는 장면을 상상하며 얼굴을 붉혔다.
채비를 맞춘 두 사람이 등산로로 향했다.
"지도로 보면 이 길따라 한참 올라가야 해. 네가 앞장 서."
"내가?"
"원래 등반속도가 느린 사람이 앞에 서는 게 국롤이야."
"국롤?"
"그러니까 그게 정석이라고."
"왜?"
"처음엔 괜찮지만, 나중에 체력이 달리면 속도가 느린 사람이 처지기 시작하거든. 그러면 서로 힘들어져. 앞서가는 사람은 기다려야 하고, 뒤따르는 사람은 서둘러야 하니까."
"아하. 알았어."
도훈이 자연스럽게 장군을 앞장세웠다.
물론 이또한 의도한 바였다.
‘뒤에서 엉덩이나 실컷 구경해야지.’
도훈은 일부러 장군의 옷을 타이트하게 주문했다.
다소 짧은 상의와 마찬가지로 바지도 여유 있는 카고스타일이 아닌 몸에 짝 달라붙는 쫄바지였다. 자연히 경사로를 앞서 올라가는 장군의 엉덩이가 고스란히 비칠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보면 주인님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돌아간다는 말이죠?’
[원래 좋았거든?]
‘어쨌든 지금은 빠가잖습니까?’
[두뇌 회전이 느릴 뿐 판단력이 떨어진 건 아니야. 생각할 시간만 충분히 주면 예전하고 별 다를바 없다고.]
‘그래서 그 좋은 머리로 어제 열심히 쇼핑하신 결과가 이것이군요.’
[인마. 그럼 여자 따먹는 게 쉬운 줄 알았어? 다 치밀한 계획이 뒤따라야지.]
무더운 여름 산을 타는 과정은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었다. 오른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마에 땀이 맺혔다.
"갈만하지?"
"응. 아직은."
"날이 더워서 물을 자주 마셔줘야 할 거야. 안 그럼 탈수증세가 올지도 모르니까. 내 가방에 생수 담겨 있어. 필요하면 꺼내 마셔."
"으, 응."
물론 도훈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계속 물을 마시다 보면 조금 있다 야산방뇨를 유도할 수 있겠군.’
도훈은 꿍꿍이속을 감추고 가방을 크게 들썩이며 물었다.
"근데 가방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무겁담? 설마 텐트 챙겨온 건 아니지?"
"아니야. 제기가 들어서 그래."
"제기? 제사 도구?"
"응. 그거랑 몇 가지 준비한 물품도. 혹시 천도제라고 들어봤어?"
"천도제?"
도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871. 처녀 보살-1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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