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6. 처녀 보살-8- >
물론 말문을 막기 위해서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남자와 다르게 여자의 몸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 어리면 어릴수록 더 그렇다. 은근한 육향이 퍼져나오면 여자가 무르익었다는 증거다. 그 향기는 남자의 뇌를 삭제시키고 잦이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게 만든다. 아, 그래서 좌진가?
나는 그렇게 미나의 숨 막히는 체취에 빠져들었다.
"아, 아, 도, 도훈아 너무 좋아!"
미나가 내 목덜미를 끌어 안았다. 내친김에 귓불을 깨물더니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어찌나 좋아하는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였다.
‘미나가 정말 나만 기다렸나 보네?’
[보통은 그게 정상 아닙니까? 주인님에게는 해당하지 않겠지만요.]
‘난 솔직히 미션이랑 업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거잖아.’
[모든 섹스가 그렇진 않죠. 당장 시험 기간 중 육정음 양과는 아무런 대가 없는 섹스를 하셨으면서.]
‘···정음이는 특별하잖아.’
[비단 정음양 뿐입니까?]
‘그만.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난 지조도 없는 발정난 개새끼야.’
[알면 됐습니다.]
‘맨날 말만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주인을 개취급하고 있어, 진짜.’
[크크.]
아무튼, 오늘 미나에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땐, 그녀가 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푹찍푹찍!
본격적인 피스톤 운동에 들어갔다. 상체를 세우고 잘록한 허리를 붙잡아 쿵쿵- 몸이 울릴 정도로 꽂아 넣었다. 미나의 강력한 조임도 펌프질 앞에서는 무용지물. 그녀의 허리가 아치로 꺾이더니 머리맡의 베개를 두 손으로 움켜쥔다.
"하아앙, 아앙, 도훈아 더 세게!"
표정만 봐도 엄청나게 흥분한 걸 알 수 있다.
피부는 붉게 달아오르고, 콧구멍은 확장되며, 젖꼭지는 단단해졌다.
남자를 흥분시키는 건 강력한 조임이 아니라, 오르가즘을 만끽하는 여자의 뿅간 표정이다. 흥분한 미나가 덩달아 나를 흥분시킨다.
세게 해달라면야 얼마든지.
그녀의 다리를 들어 어깨에 걸친 다음 냅다 상체를 실었다. 무게에 눌린 미나의 몸이 폴더폰처럼 반으로 접혔다. 무릎이 가슴을 짓누르고 정강이는 머리까지 치고 올라왔다. 자연히 몸이 둥그렇게 말리며 엉덩이가 붕 떴다.
"뭐, 뭐하려고?"
이런 자세는 현직 필라테스 강사 미나의 유연성에 대한 믿음이 없었음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는 두 팔로 땅을 짚으며 엎드려뻗쳐 하듯 다리를 쭉 뻗었다.
"파워 섹스 해달라면서요?"
"파, 파워 뭐?"
그렇다.
이것이 바로 교배프레스.
온 몸의 무게를 실어 때려 박는 파워 섹스의 체위다.
"자, 들어갑니다."
"아, 자, 잠깐···. 허억!"
푸욱!
무게를 실어 미나의 구멍에 크게 한 방 먹였다. 파워 섹스 기본은 단순히 허리를 흔드는 것이 아닌 온몸의 무게를 싣는 것에 있다.
귀두라는 극점에 힘이 응축되자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돌파력이 생겨났다.
"하, 하악! 도, 도훈 악!"
대물은 모든 조임을 뚫는 창.
미나의 명기는 모든 창을 막는 방패.
모순의 대결은 이번만큼은 나의 승리였다.
제아무리 미나가 강력한 조임력을 가졌다곤 해도 한 점에 무게를 실어 돌파하는 교배 프레스 자세에는 버틸 수 없었다.
푸욱- 뿌욱!
묘한 사운드가 찰지게 터져 나왔다.
미나는 갑작스런 질방구에 당황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아니야 이건!"
"아니긴 뭐가 아닌데요?"
"아, 아니 일부러 낸 게 아니라···."
부욱-! 뿍-! 부욱 찍!
한번 터진 질방구는 그칠 줄 몰랐다.
질 구멍 어디론가 바람이 세는 틈이 생긴 모양이었다.
나는 신이 나서 장단을 맞추었다.
뿌직 뿌지직 뿍찍 뿍찍 쿵쿵쿵!
"하, 하앗 그, 그만해 창피하단 말이야."
"왜요, 그럴 수도 있지."
자세를 살짝 비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질방구가 멈추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정한 파워섹스의 시간이다.
나는 미나는 쪼갤것처럼 밀어 붙였다.
"으으! 누나 잘 쪼인다."
"조, 좋아?"
"응. 더 힘줘봐요. 나 꼼짝못하게 해봐."
미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질에 힘을 주었다.
오오오!
느낌이 달라졌다.
대물에 고리를 채운 느낌이다.
두깨보다 좁은 구멍을 관통하는 느낌이 났다.
손가락으로 잡고 밑에서 위로 한 번 쓱 훑어 내리는 기분이다.
"아아, 아 누난 역시 잘 쪼여."
"나 좋아?"
"응.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봊이 최고야."
"아,앗 진짜!"
"미나 봊이 최고!"
그녀를 일부러 부끄럽게 만들었다.
창피해 하는 그녀의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누나 옆치기 한번 가요."
"여, 옆치기?"
말이 필요 없었다.
교배 프레스를 풀고 이번엔 새우처럼 옆으로 몸을 눕혔다.
그리고는 한 쪽 다리를 들어 올려 사정없이 꽂았다.
퍼억!
"하읏, 뭐, 뭐야 이건."
"뭐긴 뭐에요, 옆치기지."
생각난 김에 레즈들이 즐겨하는 가위치기에 도전했다.
흔히 보빔체위로 불리는 것으로 남녀가 서로의 몸을 가위처럼 엇갈리는 자세였다.
미나의 두 손을 잡고 서로를 향해 끌어 당기자 더할나위 없이 깊은 삽입이 이루어졌다.
"흐으읏!"
미나는 대물이 깊숙이 삽입되자 몸서리를 쳤다.
"하악, 기, 깊어!"
"좋아요?"
"왜 자꾸 물어? 당연한 걸."
하지만 가위치기 자세로는 삽입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역시 이건 보빔처럼 비빌 때 쓰는 자세지 박기 위한 자세는 아니었다.
옆치기에 이어 뒤치기, 바닥치기, 벽치기.
딱지치기만 빼고 모든 자세를 돌아가며 선보였다.
어지간하면 사정감이 올라올 때 질러 버렸겠지만, 미나에게는 미안한 마음에라도 최대한 시간을 끌고 버텼다. 몇 번이고 싸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때마다 체위를 바꾸고 또 바꾸며 계속 딜레이시켰다.
"하악, 도, 도훈아 이제 그만···."
마침내 미나의 입에서 항복선언이 나왔다.
이리 박고 저리 뚫는 사이 미나가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었다.
"오래 해달라면서요?"
"나 갈 것 같아."
"오케이. 그럼 일단 한 판 끝내고."
미나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피니쉬 자세에 돌입했다.
미나가 말귀를 알아먹고 요가의 고양이 자세를 취했다. 후배위처럼 엉덩이를 뒤로 빼되, 상체는 바짝 엎드려 두 팔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였다.
"그럼 갑니다."
미나의 애플 힙은 뒤에서 볼 때 가장 이상적이었다.
둥그렇고 커다란 달덩이가 쌍둥이처럼 둥실 떠올랐다.
"으차!"
구멍에 박고 뒷 치기를 시작했다.
여전히 애액을 흘러 넘쳤고, 박을 때마다 신음은 찰졌다.
"하앗, 흐앗, 학!"
쿵떡 쿵!
처음엔 천천히 얇게.
중반은 깊이 느리게.
마지막으로 클라이막스는 빠르게 강하게!
뒤치기의 정석을 밟으며 차근차근 RPM를 끌어올리자 미나의 신음도 덩달아 데시벨을 올렸다.
"흐아아아앙! 도, 도, 도, 도 훈 아아아아아앙!"
중간에 도도도도는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딱 저 말을 할 때 투다다다 하고 몰아치니 자연히 덜덜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었다.
"싼다아앗!~"
간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질싸였다.
나는 최후의 일격을 날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부르르!
허리가 뻑적지근하게 뭉쳤다.
그리곤 한참을 프리징을 하다 그대로 침대로 벌렁 쓰러졌다.
미나도 쳐들었던 엉덩이를 바닥에 깔며 중얼거렸다.
"···여, 역시 도훈이 넌 최고야!"
***
섹스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양해를 구한 뒤 창문을 열어 놓고 담배를 피우는 데, 쓰러져 있던 미나가 겨우 몸을 일으키며 침대에 등받이를 대고 누웠다.
"정말 끝내줬어 도훈아. 어쩜 그렇게 정력이 세니?"
"제가요?"
"응. 우리 몇분이나 한 줄 알아?"
"몇분이나 했는데요?"
"한시간."
"한시간이요?"
몰랐다.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다.
평소보다 오래 한 줄은 알았는데, 1시간이나 떡을 쳤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설마 시간 재신 거에요?"
"아니. 우연히 하기 전에 봤는데 딱 정각이었거든. 근데 지금 시계 보니까 또 정각이더라고."
그렇게 된 거였다.
"몰랐어요, 저는. 누나가 잘 받아줘서 그렇죠."
"너가 잘 하는 거지.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누나 유연하잖아요. 근력도 있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볼 수 있었어요."
"나랑 하니 좋지?"
"당연하죠."
"우리 자주 할래?"
"네?"
놀라서 담배를 1층으로 떨어뜨릴 뻔했다.
자주 하다니. 설마 사귀자는 말은 아니겠지?
살짝 두려움이 엄습했다.
"방학 중엔 몰라도 학기 중엔 좀 바빠서···."
"괜찮아. 내가 맞춰줄 수 있어."
"누나도 바쁘시잖아요."
"흠···."
실망한 미나가 무릎을 감싸 쥐고 웅크려 앉았다.
내가 완곡히 거절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서로 짬을 내면 어떻게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정말?"
미나의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네. 뭐 학기중에라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뵈요. 서로 근황도 전하고."
"응, 응. 참, 도훈아 담배 다 폈어?"
"네."
"잠깐 이쪽에 와봐."
미나가 침대 옆자리를 가리켰다. 가까이 다가가 앉아 미나가 다시 말했다.
"등 돌리고 앉아봐."
"등 돌리고요?"
"응."
등을 돌린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뭐하려는 걸까?
그때 어깨 위로 미나의 손이 올라왔다. 그녀는 손가락에 힘을 꾹꾹 주며 어깨 마사지를 해주었다.
"어깨 좀 풀어 주려고."
"괜찮아요."
"그래도. 나 때문에 힘 많이 썼잖아."
"아···."
미나는 내가 오랫동안 육봉마사지를 해준 게 무척이나 고마운 모양이었다. 자신도 마지막엔 쓰러질 정도로 피곤했을 텐데도 굳이 정성스레 마사지를 해주었다. 괜히 감동이 밀려왔다.
‘미나도 진짜 아픈 손가락인데.’
[아픈 손가락이라뇨?]
‘솔직히 정음이 아니었으면 미나한테 많이 기울었을 지도.’
[능력있는 여자라서요?]
‘능력은 나한테 중요하지 않아. 내가 맘 먹으면 돈을 못 버냐?’
과외만 뛰어도 100만원이다. 성방 BJ를 해도 몇백은 번다. 호빠 알바를 하면 달에 몇천을 벌고, AV배우를 하면 억단위까지 벌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전생에 돈을 굴려본 경험도 있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어느 정도 종잣돈만 생기면 10년 안에 몇 배로 불릴 금융지식도 있다.
다만 이번 생에 나에게 돈은 크게 중요치 않다.
엄청난 부자는 아니었지만, 부족함 없는 전생을 살았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나에게 돈은 중요치 않다.
[하긴 그렇겠네요. 주인님에게 능력있는 여자는 플러스 알파일 뿐 고려대상은 아니죠.]
‘정음이도 그렇지만 미나도 타고난 명기잖아. 솔직히 미나가 정음이 한테 꿀릴 것도 없긴 해.’
굳이 흠을 뽑자면 스무살인 정음에 비해 다섯 살이나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도 따지고 보면 의미없는 일이다. 난 실제로 마흔이 넘은 아저씨니까.
실제로 내가 이정우 때 송미나 코치를 트레이너로 만났는데 이런 관계가 되었다면 1절 2절 그랜절에 직치심체 요절까지 했을 것이다. 근데 미쳤다고 미나가 40대 아재를 만났겠냐만.
미나는 나에게 분에 넘친다.
그런 그녀가 나를 이렇게 좋아해준다니 내가 다 고마울 지경이다.
"좀 시원해? 왜 말이 없어?"
"···그냥 좀 생각 했어요."
"무슨 생각?"
"그때 헬스장 끊기를 참 잘했다고요."
"왠 뜬금없이 헬스장?"
"그 헬스장 안 다녔으면 누나 못 만났을 거 아니에요."
"풉-."
미나가 수줍게 웃었다.
"근데 누나 그때도 엄청 인기 많았는데."
"내가?"
"에이, 알면서 그러신다. 누나 트레이닝 복 입고 돌아다니면 남자들 힐끔힐끔 다 쳐다봤잖아요. 늑대새끼들."
"미안. 근데 어쩔 수 없었어. 관장님이 어느정도 요구하시더라고. PT회원 많이 받으려면 적당히 노출해야 한다면서."
"그러고보니 필라테스 학원엔 남자 별로 없겠네요?"
"응. 재활치료로 다니는 30대 한 분이랑 40대 한 분 딱 두명있어."
"그립겠네요, 그럼. 남자들한테 인기 많았을 때 그립지 않으세요? 여자회원들만 있으면 그런 시선도 못 느낄 텐데."
"이제 상관없어."
"왜요?"
"난 한 남자만 보니까."
"······."
윽. 괜히 꺼냈다 본전도 못 찾았다.
미나도 내가 부담을 느낄 것을 우려했는지 스스로 먼저 화제를 돌렸다.
"도훈이 넌 선생님 왜 하고 싶은 거야?"
"저요?"
사실 직업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다.
먼저 간 도훈이 소원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진로를 틀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얘기할 수도 없으니 적당히 둘러대야 했다.
"그냥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럼 만약에 누군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있어?"
왠지 의미심장한 질문이었다.
아까 마음의 소리로 들었을 때도 그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는 게 미래의 나에게 몸만 오라고 하기 위해서라나? 미나는 자신이 나를 키워줄 생각도 있는 듯 했다. 그게 무엇이건 아낌 없이 뒷바라지를 해 줄 요량으로.
"아직은 딱히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어쨌든 사범대 왔으니까 임용은 쳐야죠."
"그렇구나. 혹시 나중에라도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얘기해. 내가 도와줄게."
"누나가 왜요?"
"음, ···그냥?"
"싱겁기는. 씻으러 갈까요?"
"응, 좋아."
미나와 나는 샤워실로 들어가 함께 비누칠을 하며 땀을 씻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힘을 충전한 대물이 또 다시 커지고 말았다.
아아, 2차전의 시작인가?
왠지 오늘은 두 발로 걸어 들어왔다가 네발로 기어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866. 처녀 보살-8-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