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74화 (842/2,000)

< 856. 기말 시즌-56- >

도훈이 옆에 붙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정음이었다.

‘공부는 싫지만, 오빠랑 있는 건 좋네. 계속 이렇게 함께 있으면 좋겠다.’

"어허, 집중해. 딴생각 말고."

"넵!"

"내가 외워야 할 것만 찍어줄 테니까 달달 외워. 무슨 소린 줄 알겠지?"

"해볼게요."

도훈은 열심히 기출을 분석해 예상되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자신의 과목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진 않았을 텐데 정음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었다. 긴 설명을 마친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잠깐만 바람 쐬고 올 테니까 졸지 말고 공부하고 있어. 할 수 있지?"

"네, 오빠!"

정음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눈빛만 보면 똘망똘망하기 짝이 없었다. 도훈은 외모와 성적은 반비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며 잠시 밖으로 나갔다.

담배를 피우며 도훈이 생각했다.

‘로시, 혹시 정음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은 없을까?’

[정음양에게요?]

‘아무리 봐도 외우는 데도 소질이 없어 보여. 사실 아까 설명하는데도 무슨 소린 줄 전혀 못 알아듣는 눈치더라고.’

[그게 보이시나요?]

‘내가 학생들 한두 번 가르쳐보냐. 딱 보면 척이지. 정음이 쟤 내 앞이라서 집중하는 척만 하는 거야. 내용은 하나도 모르면서.’

[후-. 심각하군요. 지능지능열매를 먹인다 한들 단기간에 아이큐가 올라가진 않을 텐데···.]

‘그런 거 말고 즉효 약으로 쓸 수 있는 종류로.’

[마켓을 한 번 검색해 보겠습니다.]

도훈이 담배 한 대를 마저 태울 때쯤 로시에게 응답이 왔다.

[주인님,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뭐야? 있어?’

[넵, 신체 각인 기억 장치라 불리는 아이템입니다.]

‘신체 각인 기억 장치? 이름이 해괴한데?’

[본래는 스파이들이 기밀을 유지하기 고안된 특수 장비였습니다.]

‘기밀? 스파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암기에 도움이 될 만한 걸 부탁한 건데.’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머리가 아닌 다른 신체 부위에 기억을 저장하는 기술이거든요.]

‘응? 근데 그게 스파이랑 무슨 상관인데?’

[현 지구 시스템에는 없지만, 다른 세계에선 내 뇌 스캔 장치라던가, 최면술, 혹은 세뇌를 통한 기밀 유출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비, 다른 곳에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죠.]

‘오, 흥미로운데? 그런 게 정말로 가능하단 말이야?’

[천상계의 기술력으로 안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사용법은?’

[해당 장치를 이용해 특정한 정보를 주입하면 문신처럼 각인되어 인출 해 쓸 수 있습니다.]

‘말로는 무슨 소린 줄 모르겠어. 한 번 시험을 해봐야겠는데?’

[사시겠습니까? 일회용 키트의 가격은 2,000포인트입니다.]

‘가만. 지금 1+1 적용된 상태니까 그럼 2,000포인트에 두 개 구입하는 거지?’

[네, 물론입니다.]

‘잘됐네. 하나는 정음이 주고 하나는 필요할 때 내가 써야지.’

잠시 후 도훈의 주머니로 손톱에 끼우는 실리콘 재질의 골무가 2개 도착했다. 골무는 손가락에 끼우자 투명해지더니 몸속으로 천천히 흡수되어 버렸다.

‘엇? 사라졌는데?’

[아닙니다. 장비가 체내로 흡수된 상태입니다. 이 상태로 일부 기억을 신체의 구석구석에 담아 둘 수 있죠.]

‘사용법은?’

[저장해야 할 정보를 말씀하신 뒤 골무를 끼운 손가락으로 해당 신체 부위를 터치하시면 됩니다.]

‘그래? 가만있자.’

도훈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숫자 키패드에 무작위의 숫자 10개를 입력했다. 그리고는 화면을 보며 숫자를 읊조림과 동시에 골무를 끼운 손으론 왼손등을 두드렸다.

"295781932"

입력을 마친 도훈이 로시에게 다시 물었다.

‘했어. 이제 출력은 어떻게 하지?’

[방금 기억을 저장하신 부위를 두드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도 아이템이 필요한가?’

[아닙니다. 상관없습니다.]

도훈은 핸드폰을 다시 꺼내 아까 입력한 숫자를 보며 왼손등을 두드렸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숫자가 흘러나왔다. 마치 암기하고 있던 뭔가가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295781932

"어엇! 뭐야? 난 외운 적도 없는데?"

[신기하죠? 신체에 각인된 기억은 특별히 외우지 않아도 언제든 지금처럼 인출 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각인된 기억은 일주일 뒤 자연스럽게 소거되고요.]

‘이거 완전 컨닝페이퍼잖아? 몸에 볼 팬으로 적은 것처럼 말이야.’

[원리상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잘됐어. 이거면 정음이도 구제할 수 있겠어.’

[주인님도 쓰시면 좋고요.]

‘필요하게 되면 얼마든지.’

다시 까페로 돌아왔을 때 정음은 또다시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책만 보면 잠에 빠져드는 공주였다.

"육정음."

"아, 아앗! 저 또 졸았어요? 스읍!"

정음이 손등으로 침을 훔쳤다.

그 모습마저 귀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도훈이 꾹 참고 분위기를 잡기 위해 푹-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래서 오늘 중에 한 과목이라도 끝낼 수 있겠어?"

"죄, 죄송해요. 참아보려고 했는데 공부랑은 너무 안 맞나 봐요."

"내가 볼 땐 넌 몸 쓰면서 외우는 게 낫겠다."

"몸을 쓰다뇨?"

"원래 자신이 좋아하는 거랑 결합하는 게 암기에 도움이 되거든. 예를 들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비쥬얼 싱킹 기법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청킹을 할 때 멜로디를 붙여 암기하는 식으로 말이지."

"그럼 저는···."

"그래. 너는 몸 쓰는 걸 좋아하니까 몸으로 외우는 거지."

"몸으로요?"

도훈이 뭔가 놀라운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정음의 옆에 앉아 속삭였다.

"이건 사실 나도 가끔 쓰는 방법인데 정말 효과가 좋아."

"뭐, 뭔데요?"

"뭔가를 외울 때 특정 신체 부위에 저장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저장?"

"그러니까 이런 식이지. 영어로 머리가 뭐야."

"머, 머리?"

"그래. 머리."

"머리···. 음, 헤···. 헤어?"

"그건 머리카락이고. 머리는 헤드잖아."

"아, 아, 그렇죠. 알아요. 헤드. 헤헤."

"스펠링은 뭐야."

"스펠링요?"

"응. 철자가 뭐냐고."

"H."

"다음?"

"E"

"좋아, 그리고?"

"···D?"

"응? 바로 D라고?"

"네. 헤드. HED 아, 아닌가?"

도훈이 잠시 관자놀이를 짚었다.

‘대체 얼마나 빠가인 거냐 육정음. 크흑.’

"HEAD야."

"아, 맞다 맞다. 실수."

도훈은 왠지 진짜로 모르는 것 같았지만 굳이 내색하진 않았다. 대신 그녀의 정수리를 골무 낀 손가락을 꾹꾹 누르면서 발음을 따라 하게 했다.

"외워보라고 이렇게. HEAD."

"HEAD, 헤드."

"그렇지. 헤드가 뭐라고?"

"대가리."

"아, 아니 영어로."

"헤드."

"스펠링."

"HE···."

세상에. 거의 기억력이 붕어 수준이었다.

‘이러니 공부를 포기했던 거구나. 아아, 정음아···.’

도훈이 방법을 알려줬다.

"기억을 끄집어낼 땐 외운 부위를 이렇게 톡톡 두드리란 말이지."

"이렇게요?"

정음이 정수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HEAD. 어머! 저 외웠어요!"

"되지?"

"와, 신기하다. 이게 어떻게 되는 거예요?"

도훈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원래 암기법 중에 사물이나 신체에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위치에 따라 저장을 한달까?"

"혹시 더 긴 것도 외울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내가 알려줄게."

도훈은 하나씩 하나씩 정음의 몸을 터치하며 중요 키워드를 각인시켰다. 영문을 모르는 정음은 그것이 아이템 덕분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채 도훈이 알려준 암기법이 잘 맞는다고 착각했다.

"와, 오빠 대단해요. 저 벌써 20개나 외웠어요."

"잘하네. 몸으로 하니까 훨씬 쉽지?"

"네."

중요 키워드를 하나씩 정리하던 도훈은 곧 난관에 부딪혔다. 신체 부위 하나하나에 저장을 시키다 보니 더 이상 기억할 곳이 안 남게 된 것이다.

‘아, 이게 문제네. 머리 어깨 무릎까지 다 썼는데도 공간이 모자라네.’

도훈이 난처해 하자 정음이 눈을 똘망똘망뜨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아니···. 외워야 할 것은 아직 남았는데 어디다 기억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

정음이 금세 도훈의 말뜻을 깨닫고 대답했다.

"아직 더 남아있어요."

"어디?"

"···여기요."

정음이 가리킨 곳은 봉긋이 솟은 가슴이었다.

도훈이 정음의 대담함에 놀라는데, 그녀 자신도 살짝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직 남았어요."

"괜찮겠어?"

"네, 뭐. 공부하기 위해서니까."

"크흠. 그렇다면···."

도훈은 남들의 눈치를 살피며 젖가슴을 꾹 손가락으로 눌렀다.

"이번엔 저거 외우자."

정음에게 발음을 시키고 손끝으로 젖가슴을 꾹 누르는 도훈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으으, 너무 말랑거려. 왜 이렇게 촉감이 좋은 거지?’

[주인님 집중하셔야 합니다. 공부를 위해서니까요.]

‘알지. 아는데···.’

이번엔 정음이 아래 있는 키워드를 가리켰다.

"오빠, 이것도 마저 외워야겠죠?"

"그, 그렇지."

"그럼. 이번엔 반대쪽으로."

정음이 몸을 돌려 반대쪽 가슴을 내밀었다.

아무리 옷 위라곤 하지만 여름이다 보니 천이 너무 얇았다.

손으로 누를 때마다 브래지어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으, 으음···."

정음도 반응이 오는지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 얼굴 너무 빨개."

"제, 제가요?"

"응."

"더워서 그래요."

이제 마지막 외울 게 남아있었다.

도훈이 난처해 하며 말했다.

"이건 그냥 머리로 외워볼래?"

"너무 길어요."

"흐음, 더 쓸 곳이 없는데."

정음이 두 볼이 새빨개진 상태로 대답했다.

"아직 한군데 남았어요."

"···카페에서 괜찮겠어?"

정음이 긴장되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은 그녀의 대범함에 놀라면서도, 생각해보니 정음과는 주로 위험천만한 장소에서 섹스를 즐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첫 섹스는 심지어 MT에서 혼숙하던 방이었고, 조교 강민주에게 빌린 차에서는 물론 공공 도서관 구석에서 펠라를 시킨 적도 있었다.

‘정음이가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스릴을 즐긴단 말이지?’

도훈이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천천히 정음의 치마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럼 마지막 외워보자."

"···네, 오빠."

도훈이 팬티에 닿은 손가락으로 가운데를 쿡쿡 찔렀다.

왠지 촉촉한 느낌이 나는 게 이미 살짝 젖은 느낌이었다.

"외워."

"아, 아앙···."

"왜 그래? 외우라니까."

"안 외워져요."

"왜? 조금 전까진 잘 만하더니만."

정음은 이미 흥분으로 숨이 거칠어진 상태였다.

늦은 시간이라 학생들도 많이 빠져나가 카페도 한산했다.

정음이 도훈을 향해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직접 닿으면 더 잘 외워질 것 같아요, 오빠."

"진심?"

"네."

놀랍게도 정음은 팬티를 치워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젖은 그곳에서는 애액이 흠뻑 묻어나왔다.

"여기 왜 이렇게 됐어?"

"모, 몰라요. 오빠랑 있으니까···."

"이래서 공부할 수 있겠니?"

"사실 힘들어요. 아까부터 너무···."

정음은 치마 속으로 들어온 도훈의 손을 꽉 붙들며 말했다.

"오빠, 나 오늘 안아주시면 안 돼요?"

그 말에 도훈이 풀발기했다.

***

두 사람은 그 즉시 공부를 접고 모텔로 향했다. 어차피 아이템의 도움으로 더 외울 것이 없을 만큼 암기를 끝낸 상황이었다.

모텔에 들어가자마자 도훈은 정음을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아, 정음아."

"오빠!"

"사실 나도 너랑 하고 싶었어."

"저도요."

간만에 섹스에 도훈의 마음이 급했다.

키스하는 중에 선 체로 옷을 벗기고, 동시에 자신의 옷도 벗었다. 샤워는 생각지도 못하고, 허물처럼 옷을 집어 던지며 침대로 뛰어들었다.

‘으으, 잦이 터질 것 같아. 이게 얼마만의 섹스람?’

[쌍둥이 자매 이후로 거의 일주일만입니다, 주인님.]

‘일주일? 일주일이면 정액 어마어마 쌓였겠는데?’

도훈의 팬티를 내리던 정음이 말했다.

"오빠, 제가 빨아 줄게요."

"괜찮아."

"아니에요. 잠시만 누워보세요."

도훈을 침대에 눕힌 정음은 등허리에 베개를 받쳐 반쯤 누워 앉게 했다. 그리고는 도훈의 다리 사이에 무릎 꿇고 앉더니 바짝 꼴린 대물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하아···, 오빠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오빠가 공부 알려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뭘. 네가 잘 따른 거지."

"그래도요. 저는 드릴 게 이런 것밖에 없어요."

정음이 그 말을 마치자마자 대물을 한입에 담았다.

시작부터 깊숙이 들어오는 딥쓰롯에 도훈이 저도 모르게 시트를 움켜쥐었다.

‘으읏!’

[왜 그러십니까?]

‘일주일 만에 하니까 너무 자극이 세서.’

[허어. 그러다 입에다 싸시는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 아무리 정음이라도 그 정돈 아냐.’

하지만 도훈의 말이 무색하게 정음의 오랄은 못 본 사이 더욱 늘어 있었다. 깊숙이 담는 딥쓰롯은 물론이고, 혀를 구석구석 쓰면서 귀두 전체를 한 바퀴 감싸 돌리는 놀림이 예술이었다.

"뭐야. 너 왜 이렇게 잘 빨아?"

"헤헤, 오빠 만나면 해드리려고 더 연습했어요."

과연 몸 천재였다.

아무리 연습을 했다곤 하지만 이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오랄을 해낼 거라곤 상상도 못할 수준이었다.

‘크흑, 장난 없네 진짜. 명기도 있으면서 입봊이까지 이렇게 훌륭하면 대체 어쩌자는 거야?’

도훈은 참다 참다 정말 입에다 싸버릴까 두려워 조심스레 정음을 밀어냈다. 정음이 놀라서 물었다.

"왜, 왜요? 별로 마음에 안 드세요?"

"아니. 너무 좋아. 좋아서 나도 해주고 싶어. 이번엔 내가 빨아 줄게."

< 856. 기말 시즌-5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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