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864화 (832/2,000)

< 846. 기말 시즌-46- >

***

"잘하네."

뒷마무리를 대충 끝내고 담배 타임이 되자 정란이 짧은 소감을 말했다.

"뭐가?"

"기대했던 대로라고요."

섹스가 끝나자 마음이 다소 홀가분했다. 태영의 개입으로 작전이 틀어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션 공략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고 있나, 쌍둥이신.’

정란이 귀엽게 웃었다.

방금 전 섹스가 무척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난 원하는 건 무조건 갖자는 주의거든요."

"나를 원했었니?"

"순진한 척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오빠도 다 알고 있었잖아."

"그렇다면 내가 정희 쪽에 더 끌렸다는 것도 알았겠네."

정란이 기분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언니보다 못하다는 소리예요, 지금?"

"그건 아니고."

"언니도 다 내숭이라고요. 자기도 나랑 똑같으면서."

"정말 그렇게 생각해?"

"전 중딩 때 이미 아다 땠어요. 왜 그랬는지 알아요?"

"왜?"

"하고 싶어서요."

"뭐?"

"남자랑 하고 싶었어요. 우연히 친구 집에서 모여서 야동을 본 적이 있어요. 다들 더럽다, 부끄럽다, 불결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때 엄청 흥분됐어요. 해보고 싶다, 어떤 기분일까, 어차피 나이 먹으면 할 건데 미리 좀 해보면 안 되나. 그런 생각만 들었죠."

"그래서 했어?"

"네. 바로 남자친구 사귀어서 해버렸죠."

"생각했던 대로였어?"

"아니요."

정란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팠어요. 알고 보니 그 새끼 경험도 없으면서 후다인 척 했더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진짜."

"좋은 경험은 아니었겠네."

"아니에요. 한 번 아다 깨고 나니까 그 다음엔 더 쉽더라고요. 남자 사귈 때마다 다 했거든요. 그렇게 경험이 늘어나니까 잘하는 남자도 만나게 되고."

"대체 어떤 학창시절을 보낸 거야?"

"놀았어요. 놀고 싶은 만큼. 잘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근데 이 얘기가 정희랑 무슨 상관이지?"

"언니도 똑같을 거라고요, 저랑."

"뭐가?"

"섹스 좋아하는 거. 솔직히 말하면 전 섹스가 좋아요. 자고 싶은 남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해보고 싶어요. 언니라고 저랑 다를까요?"

"보통은 남자친구랑만 하겠지."

"난 그딴 거 신경 안 써요. 하고 싶은 남자 있으면, 여자 친구 있든 말든 뺏으면 그만이지."

과연 정란은 오픈마인드였다.

그녀에게 섹스란, 연인 사이의 특별한 행위가 아닌 쾌락을 추구하는 게임쯤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렇게 된 이유는 애초에 밝히는 몸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며, 쌍둥이인 이상 언니인 정희도 똑같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와, 완전히 여자 이도훈이네요, 마인드가. 차정란양은.]

‘그렇긴 하네. 좋게 말해 개방적인데,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품행이 방정맞으면 이런 소릴 듣지.’

[뭐라고요?]

‘걸레.’

[흐음. 왠지 차별적인 시선인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남자랑 자고 다닌다고 걸레라고 부른다면 나는 무슨 핵폐기물이게.’

[주제를 아시니 다행입니다.]

‘닥쳐.’

"난 싹 다 솔직히 말했어요. 오빠도 이제 좀 솔직해 져봐요."

"뭘 또?"

"언니랑 나랑 누가 더 좋았어요?"

"흐음. 그게 그렇게 중요해? 그리고 그건 아까 대답했잖아."

"질싸 하게 해줘서 마지 못 해 대답한 거 다 알아요. 난 진짜 솔직한 대답이 듣고 싶거든요."

정란의 언니에 대한 질투는 집착에 가까웠다.

어쩌면 근원적인 열등감에 기인한 삐뚤어진 감정일지도 몰랐다.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언니와, 공부에 손 놓고 막사는 동생이 하필 쌍둥이란 이유로 비교되고 은근히 차별받는 상황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망 말이다.

이 점을 잘 이용하면 쓰리썸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사실 질싸는 정희에게도 했었어."

"뭐라고요?"

"말했잖아. 정희한테 노콘으로 했어. 안에다 쌌고."

"미쳤어요?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해요? 임신하면 어쩌려고?"

"몰라. 그냥 하다보니까. 너는 왜 그럼 허락했는데?"

"전 당연히 피임약 먹고 있으니까. 진짜 오빠도 제정신 아니네. 그러다 덜컥 임신이라고 하면 책임지실 거예요?"

"책임 지면 되지."

"말 그렇게 쉽게 하지 마요. 남자들 그럴 때마다 쉽게 말하는데, 그러다 산부인과가서 애 땐 친구들이 한 둘인 줄 알아요?"

정란이 유난히 열을 올렸다.

자기랑 똑같이 질싸를 했다는 데서 불쾌감을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친언니에게 무책임하게 행동한 것에 대해 분개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니야. 진짜 그런 마음도 있어. 내가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벌였을까 봐? 난 군필이라 군대로 도망도 못 가."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르잖아요. 이제 대학생이면서."

"뭐, 어떻게든 되겠지. 집이야 부모님 손 벌리면 되고, 2년 뒤에 임용 합격해서 교사되고나면 생계도 해결될 거고."

"하-. 진짜 천하태평이시네."

"하긴 결혼은 한다고 해도 그게 문제겠다."

"뭐요?"

"내가 정희랑 결혼하면 네가 내 처제가 되는 거잖아."

"얼씨구?"

"근데 방금 너랑 해버렸으니 완전 막장이지."

정란도 그것을 상상했는지 어이없어했다.

"개막장이네 진짜. 어휴."

"근데 그것도 재밌긴 하겠다. 정희랑 하다가 정희 외출하면 너 불러서 하고. 들키면 정희랑 똑같이 생겨서 헛갈렸다고 둘러대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오빠 완전 변태네?"

"언니 남친 건드린 너만 할까?"

"참나. 그새 사귀기로 한거예요?"

"모르지. 너랑 오늘 일 없었으면 사겼을지도. 근데 이렇게 되버렸으니 나도 진짜 모르겠다."

정란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언니 말고 나랑 사귀는 선택지는 없는 거예요?"

"응?"

"나도 지금 남자친구도 없는데."

"그럼 정희는 어떻게 하고?"

"그건 언니가 알아서 하겠죠."

"근데 정희가 몰래 해달라고 하면?"

"헐! 언니가?"

"너 솔직히 나랑 좋았지."

"뭐, 나쁘진 않았어요."

"진심?"

"좋았어요. 됐어요. 뭘 그런 걸 물어봐. 민망하지도 않나."

"그치. 그럼 정희도 나랑 하는 게 좋았지 않을까?"

"어, 언니도···."

"그게 문제야. 난 사실 누굴 골라도 다른 한 명에겐 죄를 짓는 거잖아."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요? 어쨌든 오빠 선택이잖아. 더 좋은 사람 고르면 되는데."

"둘 다 너무 비슷해서 쉽게 결정이 안 된단 말이야. 차라리 동시에 같이 하면 모를까."

넌지시 쓰리썸 제안을 건네자 정란이 눈이 확 돌아갔다.

"와, 오빠 생각보다 더 또라이네!"

"갑자기 왜 또 막말이야?"

"아니 지금 욕이 안 나오게 생겼어요? 어떻게 언니랑 같이! 진짜 미쳤네, 이 오빠."

"넌 한 번도 경험 없어?"

"당연하죠. 내가 남자랑 하는 거 좋아한다고 무슨 변태인 줄 알아요? 그럼 오빤 있어요?"

"아니."

"거봐요."

"근데 비슷한 경험은 있어."

"있다고요?"

"아니. 엠티 가서."

"헐. 엠티가서 쓰리썸을 했다고요?"

"아니 쓰리섬까진 아니고. 엠티가서 눈 맞아서 혼숙하다가 어떤 후배랑 해버렸거든."

"헐. 미쳤다. 오빠도 진짜 정상아니네."

"왜, 술 먹고 잠들었는데 여자 후배가 먼저 덮쳤다고."

"아무리 그래도 다 같이 있는 데서 어떻게 그런 걸 해요."

"암튼 하게 됐는데, 다른 여자 후배한테 딱 걸렸거든."

"들켰어요?"

"응."

"대박!"

"근데 조용히 넘어갔어. 근데 그때 느낌이 좀 묘하더라고."

"어떤데요?"

"둘이 하는데 누가 몰래 훔쳐보는 느낌."

"으으. 상상만 해도 싫어."

"쓰리썸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서."

"난 때려 죽어도 그건 못해요. 언니랑 어떻게···."

슬쩍 운만 떠봤을 뿐인데도 정란은 질색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언니랑 같이 도훈 오빠랑? 아. 기분 이상할 거 같은데, 은근 꼴리네.}

정란의 속내를 읽은 내가 계속 밀어붙였다.

"꼭 모아니면 도라는 법은 없잖아. 중간에 개도 있고 걸고 있고 윷도 있는 거잖아."

"아니요. 그건 정말 개에요. 짐승들이나 하는 짓이라고요."

"짐승은 오히려 쓰리썸 안 해.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거야."

"오빤 진짜 어쩌려고 그래요? 진짜로 같이 하고 싶은 거에요?"

"뭐 한 명이라도 거부하면 못하는 거지."

"언니는 절대로 안 하려고 할걸요?"

"우리 둘이서 꼬셔도?"

"흠."

나는 정란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성적으로 개방적인 정란을 먼저 꼬시는 게 우선이었다.

정란을 설득하고 나면 정희를 꾀이는 건 더 쉽다.

"너도 솔직히 궁금하지 않아?"

"하나도 안 궁금···. 핫, 지금 어디다 손을 넣는 건데요!"

나는 정란의 치마 속으로 불쑥 손을 넣었다.

그녀는 바닥에 벗어버린 팬티를 챙기지 않고 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노팬티 상태였다.

"아니라면 왜 이렇게 젖었는데?"

"아, 아앙, 뭐, 뭐야 진짜."

"속으로 상상했지? 너랑 나랑 정희랑 셋이 같이하는 거."

"아니거든요."

"근데 이렇게 줄줄 물을 흘린다고?"

"그, 그건 아까 오빠랑 해서···."

"거짓말하네. 아까 물티슈로 다 닦는 거 봤는데. 왜 이렇게 또 젖는 건데?"

"오, 오빠가 만져서, 하, 핫, 그, 그만 해요."

"조금만 만져줄게."

나는 젖은 구멍 사이로 쉴새 없이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애액으로 흥건한 정란은 금세 숨을 헐떡거리며 내 팔을 붙잡았다.

"하, 하지마요. 또 하고 싶단 말이야."

"또 하면 되지."

"안 되요. 너무 늦었어요. 나 지금 들어가도 언니한테 맞아 죽어요."

"정희가 너 때려? 니가 어디가서 맞을 사람은 아닌데?"

"어, 언니잖아요. 아, 아아. 그만하라니까 진짜."

정란이 거칠게 내 팔을 때렸다.

하지만 그 정도론 날 말릴 수 없었다.

나는 아예 정란의 가랑이를 활짝 벌린 후 두 다리가 벤치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그리곤 치마를 확 걷고 본격적인 손장난에 들어갔다.

찌꺽찌꺽!

정란은 야외에서 강제 수음을 당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흥분해 버렸다.

"흐,앙, 앙, 아앙, 아, 알았어요! 하, 하면 되잖아!"

"뭘? 뭘 하겠다는 건데?"

찌꺽찌꺽!

"오빠, 원하는 데로! 해, 해요!"

"정희랑 쓰리썸 하게 해 줄 거야?"

"모, 몰라 흐아아앙!"

손가락 두 개를 붙여 질속을 휘젖자 정란이 펌프처럼 물을 뿜어댔다. 대체 저곳은 마르지 않는 셈이지 하루 종일이라도 줄줄 흘러댈 것만 같았다.

나는 빠르게 삽입을 하다가 손가락을 훅 빼며 마무리했다.

"분명 약속했다?"

"하아, 하아-. 나빴어. 진짜. 변태 오빠."

정란은 여운이 가시질 않는지 손장난이 끝나고도 한참 숨을 헐떡였다.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데요?"

"다른 건 아니야. 앞으로도 조모임할 때 기회가 생기면 빼지 말아줘."

"언니가 싫다고 하면요?"

"싫으면 당연히 안 하지. 정희가 거부하면 나도 그만할 거야."

"분명 약속했어요?"

"그래. 정희가 원할 경우에만 같이 하는 걸로."

"하-. 진짜 이 변태 오빠."

"너도 만만치 않거든."

그때 정란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정란이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이제 진짜 가야 돼요. 언니가 조발표 준비 도와달랬는지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나서 병원 간다고 나온 거거든요."

"아까 그 친구들? 걔네들 별로 의리없더라."

"알아요. 그래서 이제 쌩깔거에요. 나쁜 새끼들 나까지 속일 줄은 몰랐네."

"같이 가. 데려다줄게."

"오빠가요?"

"늦었잖아. 늦었는데 어떻게 혼자 보내."

"칫."

정란은 입으론 툴툴거리면서도 나의 배웅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란은 집까지 바래다주고 그대로 택시를 돌려 집으로 귀가했다.

많은 일이 벌어진 날이라 그런지 무척 피곤해 그대로 골아 떨어졌다.

***

다음날 도훈은 낯선 번호를 받고 잠을 깼다.

-도훈이형, 저 태영이에요. 어제 폰 고장나서 엄마 폰으로 연락드려요.

"아침부터 왜 전화야."

-폰이 안 돼서 조모임 시간 여쭤보려고요.

도훈은 물론 목적이 그것만이 아님을 알았다. 아마도 자신을 배신한 것이 마음에 캥겨서 떠보려고 전화한 것이리라.

하지만 도훈은 일부러 모르는 척 통화를 이어갔다.

"어제 정희랑 둘이서 해놨으니까 오늘은 안 모여도 될 것 같아. 내일쯤 보면 될 것 같아."

-아, 그렇구나. 형 근데 정란이한테 별 연락은 없었죠?

"정란이? 왜?"

-아, 아니에요. 그럼 학교에서 봬요.

태영이 후다닥 통화를 종료했다.

도훈은 피식 웃으면 혼잣말 했다.

"그래도 신경 쓰이긴 했나보네."

[태영군은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한 짓이 괘씸하긴 한데, 안고 가야지 뭐. 짐덩이 같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나쁜 애는 아니니까.’

[웬일로 용서를 다 해주시는 군요.]

‘용서랄 게 있나. 결국엔 내가 원하는 데로 다 했는데. 이제 쌍둥이 미션도 마지막인가?’

[네. 오늘이 결전입니다.]

‘오늘이라고?’

[잊으셨습니까? 쌍둥이 미션엔 시간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정란양을 공략한 이후 24시간 내에 자매 덮밥을 완성시켜야 합니다. 어제 놀이터 이후부터 카운트가 들어간 셈이죠.]

‘앗, 그렇게 되나. 그럼 어떻게든 오늘 밤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말이네.’

다급해진 도훈은 정란에게 먼저 따로 개인톡을 보냈다.

-이도훈 : 일어났어?

-차정란 : 웬일이세요? 오빠가 먼저 다 선톡을 주시고.

-이도훈 : 어제 어떻게 됐어? 정희한테 많이 혼났어?

-차정란 : 대충 둘러댔어요. 친구가 헬멧을 안 쓰고 사고가 나서 응급실에 누워있다고 뻥쳤거든요. 사람이 다쳤다는데 조별 과제 좀 안도와줬다고 뭐라고 하겠어요?

-이도훈 : 그럼 정희 혼자서 다 한 거야?

-차정란 : 어제 새벽까지 했는데 다 못한 거 같아요. 왜요?

-이도훈 : 그럼 오늘 어쩔 수 없이 모여야 겠네.

-차정란 : 오늘도요?

-이도훈 : 태영인 방금 전화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빠진다고 하네. 어쩔 수 없이 셋이 해야겠다.

-차정란 : 셋이? 설마 오빠···.

-이도훈 : 그래. 오늘이 그 날이야.

< 846. 기말 시즌-46-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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